꿈을 꾸듯 춤을 추듯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7
김재아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꿈을꾸듯춤을추듯 (2019년 초판)_그래비티 픽션 7

저자 - 김재아

출판사 - 그래비티북스

정가 - 13500원

페이지 - 297p



인간의 신체에 인공지능을 탑재하면?



몇안되는 SF전문 출판사 그래비티북스에서 꽤 오랜만에 출간하는 일곱번째 그래비티 픽션 시리즈 [꿈을 꾸듯 춤을 추듯]이다. 시리즈마다 SF의 하위장르를 독자들에게 선보이면서 SF에 익숙치 않은 대중에게 다양한 SF의 장르적 매력을 소개하고 SF 대중화에 앞장선 그래비티 픽션의 이번 이야기는 인공지능과 뇌과학에 대한 이야기이다. 일단 중심 이야기에 앞서 대강의 작품 배경을 이야기 하자면 이렇다.



가까운 미래인 2062년.

발달된 인공지능과 로봇기술로 인간은 더이상 노동에 얽매어 일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도래한다. 하지만 전 인류의 95%가 무직지가 되버린 세상에서 인류는 기계들에게 직장을 빼앗겨 버린 잉여인간에 지나지 않고, 그저 공기를 축내는 버러지들로 전락한 그들에게 남은건 과학기술에 대한 거부감과 열패감 그리고 상실감 뿐이다. 평생을 억눌린채 살아온 95%의 인류는 쌓아왔던 분노와 증오를 테러로 폭발시키고, 사태는 극단으로 치달아 간다.



오랜 시간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인간의 뇌지도가 완성되고, 이 맵을 이용하여 뇌과학자 노아는 교통사고로 뇌기능이 정지된 서른 살 남자의 몸에 자신이 개발한 인공지능 기계두뇌를 이식시키는 수술을 최초로 진행한다. 성공적인 수술뒤 드디어 기계몸에서 인간의 몸으로 처음 눈을 뜬 인공지능 로움.....인간의 몸을 얻기전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138억년의 지구 역사를 직접 경험하고 학습했던 로움에게 인간의 몸으로 바라본 세상은 138억년의 시뮬레이션으로는 경험할 수 없었던 또다른 특별한 감정을 시냅스로 뇌에 전달한다. 노아 박사의 필생의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끝나지만 정작 본인은 인간과 다를바 없는 사이보그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사태를 우려한 극렬저항단체에 납치되어 산채로 화형당하는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고, 연구소 관계자는 비밀리에 기계 로움을 사륜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신분을 부여하여 질병연구소에 위장취업시킨다. 그곳에서 사륜은 또다른 사이보그 엘리야를 만나는데......



딥러닝을 통해 수천 수만번의 가상바둑을 반복하고 기보를 분석하여 인간계 최강의 기사들을 무릎꿇린 인공지능 알파고를 더욱 발전시킨다면 로움으로 탄생하는 것일까? 인간의 몸에 이식된 누구보다 인간적 감정을 지닌 인공지능 사이보그는 그저 프로그램된 의식을 가진 기계인가? 아니면 딥러닝을 통한 자의식을 가진 인간과 동등한 인격주체로 인정해야 할까? 작품 자체가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사실 AI를 소재로 하는 여타 작품에서도 무수히 다뤄오던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문제제하고 질문을 던진다. 딥러닝 시뮬레이션으로 138억년이란 억겁의 시간동안 지구와 인간의 생리에 깨달음을 얻은 사이보그 로움의 눈으로 바라본 더없이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과연 인간을 인간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인간의 몸안에서 기계로는 경험할 수 없었던 눈물, 꿈 같은 감정적 변화에 혼란스러운 로움 앞에 나타난 소녀 엘리야로 삶과 죽음 그리고 감당할 수 없는 감정에 깊은 고뇌에 빠지는 로움....그의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_-;;; 그 수없는 고뇌 끝에 다다른 극단적 선택은 경악과 동시에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138억년간 가상으로 지켜본 수많은 죽음과 인간으로서 곁에서 지켜본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그 죽음의 무게를 이해하는 순간 로움은 더이상 기계일 수 없는 것이다. SF의 장르를 빌려 인간에 대해 고찰하는 깊이있고 심오한 철학소설이랄까?...



다만 극단적 대비를 위해 소비되는 듯한 헐거운 SF 설정들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기계가 뒤덮은 미래임에도 무정부 수준의 치안상태나 전세계 불치병의 백신개발을 위한 마루타가 달랑 한명이란것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고 '아시모프' 로봇 3원칙은 안중에도 없었던듯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는 인공지능, 조금 아쉬운 138억년 시뮬레이션 묘사  객관성이 결여된 다소 과잉된 감정으로만 흘러가는 극의 흐름은 캐릭터에 대한 감정의 공감을 이끌어 낼지 수는 있겠지만 SF라는 장르로 놓고 봤을땐 아쉬움으로 남는다.



어쨌던, 작품을 읽으면서 내내 얼마전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사소한 변화](구판 [변신])가 떠올랐다. 뇌이식이라는 유사한 소재를 다루지만 누군가는 정체성을 잃고 타인이 침범해가는 혼란스러운 과정을, 누군가는 그동안 알고 있던 세상과는 다른 세상을 통해 변질되어가는 과정을 그리는...그렇게 결국 파멸의 비극을 향해 치달아가는 서로 다른 장르의 두 작품을 비교해보는것도 좋을듯 싶다.  


생은 지옥이다! 138억년의 꿈에서 깨어나 지독한 현실과 맞닥뜨린 인공지능 AI의 처절한 몸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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