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씽 인 더 워터 아르테 오리지널 23
캐서린 스테드먼 지음, 전행선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썸씽인더워터 (2019년 초판)

저자 - 캐서린 스테드먼

역자 - 전행선

출판사 - arte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99p



칠흙같은 수면 아래 무언가



당신이 길을 걷던중 길바닥에 떨어져있는 더플백을 발견한다.

가방안에는 빳빳한 현찰로 10억이 들어있었고

당신이 가방을 주을 당시 거리엔 그 누구도 없었다.

그런데 그 돈의 출처가 동네에서 제일 악명높은 조폭의 돈이라면...

당신은 이 돈의 출처를 알고도 꿀꺽 삼킬 수 있겠는가?



단적인 예시를 들었는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히로인 에린은 조폭과는 비교도 못 할 정도로 무섭고 악랄한 조직의 막대한 돈과 정보를 가로챌정도로 패기있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여성이다. 자신에게 막대한 보물이 굴러들어왔을때 그 결정으로 인하여 자신 뿐만아니라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해를 입을 수도 있을 리스크가 있음에도 눈앞의 이득을 선택하는 모습을 통해 한치 앞도 식별할 수 없는 시커먼 물밑 처럼 누구도 알 수 없는 인간의 어두컴컴한 심연의 욕망을 드러내는 작품이었던것 같다.   



영상학과를 졸업하고 갓 사회에 나와 제소자의 출소 후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을 맡고 있는 여성 에린은 오랜시간 만나왔던 마크와 결혼하여 부부의 연을 맺는다. 타이티의 보라보라섬을 신혼여행지로 결정한 에린과 마크는 마크의 취미인 스쿠버다이빙을 위해 단둘이 배를 타고 인근 바다로 나간다.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아름다운 바다속을 구경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중 바다속에서 봉인된 더플백으로 발견한 부부는 가방을 끌어올리고, 순전히 호기심으로 가방을 열어본 둘은 깜짝 놀라고 만다. 가방안에는 현찰로 100만파운드와 2캐럿의 다이아몬드 100개, 권총과 휴대폰 그리고 USB가 있었기 때문이다. 더플백의 출처를 궁금히 여긴 마크와 에린은 다시한번 잠수를 시도하고, 가방을 발견한 바다 밑에서 추락한 비행기를 발견한다. 러시아 비행기, 비행기 안에서 죽은 시체들...가방안의 물건으로 보아 합법적인 물건은 아닌것을 확신하지만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고 갈등에 빠진 부부. 결국 부부는 눈앞의 돈에 눈이 멀어 가방속 내용물을 영국으로 가져오는데.....


이때만 해도 에린과 마크는 알지 못했다. 이 결정이 부부에게 어떤 비극을 불러올지를.....



일단 서두에서부터 싸늘하게 죽은지 3시간 30분 된 마크의 시체를 파묻고 있는 에린의 모습을 그리고 있으니 마크의 죽음은 확정!! -_-;;; 에린 역시 목숨이 오가는 개고생 고군분투를 겪으리란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한순간의 위험한 유혹과 자석처럼 유혹에 끌리는 욕망....'안돼!!! 제발 그러지마!!! ㅠ_ㅠ' 마음속으로 수십번도 더 외치게 만들정도로 에린이 불행의 씨앗들을 알뜰살뜰 뿌려대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길 없었다.



사실 자기 손으로 자기 목을 조르는것과 다를바 없으니 어찌보면 그녀가 겪는 비극들이 당연하게 보이기도 하겠지만 일확천금의 기회를 그냥 날려보낼 성인군자가 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는가....다소 감정적이고 어리석을 정도로 충동적이지만 묘하게 그녀와 동화되면서 그녀의 시선에서 숨통을 조여드는 스릴을 맛볼 수 있었다. 



메리지 스릴러 답게 아내 에린에게 점차 알 수 없는 신경쇠약에 걸리게 만드는 일들이 줄을 이으며 심리적으로 압박하는데 여타 메리지 스릴러와는 다른 차별점은 지금껏 수동적이고 나약하기만 했던 피해자 롤에서 벗어나 그래도 꽤 자기주도적이고 주체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그런 독단이 더욱 상황을 악화시키기는 하지만...) 한순간의 백일몽과 다를바 없지만 그래도 막대한 돈과 보물을 얻고 잠시나마 기쁨에 겨워 밝은 미래를 그리는 에린의 모습을 보면서 로또를 구입하고 로또 번호를 뽑는 토요일 저녁 8시 반 직전까지의 세상을 다 가진듯 충만한 기분을 만끽하고 결과발표 후 바로 본전 오천원을 아까워 하는...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 



인간에게 내재된 욕망을 적나라하게 그리면서 욕망과 사랑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는 쫄깃한 서스펜스 심리 스릴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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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줄까? - JM북스
유키 슌 지음, 손지상 옮김 / 제우미디어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밀어줄까? (2019년 초판)

저자 - 유키 슌

역자 - 손지상

일러스트 - 게미

출판사 - 제우미디어

정가 - 12800원

페이지 - 269p



집단왕따...등교거부...학교폭력....학급붕괴의 현실을 담아낸 문제작



시간이 지날수록 십대범죄는 잔혹해져만 가고 영악해진 아이들은 미성년자 보호법으로 자신의 행동이 용서받으리란 사실을 알면서 거리낌 없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이같은 십대잔혹범죄는 해마다 수치를 더해가는 범죄율 그래프만 봐도 비단 일부 문제아들의 현상이 아니라 대다수의 아이들에게로 확산되어가는 경향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대체 언제부터, 어디부터 단추가 잘못끼워진 것인가...2010년도 부터 교사의 학생체벌금지가 시행되면서 교권은 땅에 곤두박질치고 수업시간에 학생들 모두가 딴짓을 하는 학급붕괴장면을 시사프로그램에서 본 기억이 난다. 물론 학생체벌금지법의 명암이 있겠지만 체벌금지로 인한 교권의 실추는 반항적 학생들의 리미트를 해제해버린것이 아닌가란 생각도 해보게 된다. 사설이 길었다만, 이 작품을 읽으며 붕괴된 학급에 대한 우려감이 그 어느때보다 커졌음을 느낀다. 이제 곧 초등학교에 입학하게될 나의 딸아이가 걱정되기도 하거니와 날로 심각해져만 가는 왕따현상과 학교폭력은 이미 손쓸도리 없이 커져버린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ㅠ_ㅠ



중딩 1학년 잇페이는 절친 토모야를 제외하고는 딱히 친한 친구가 없는 살짝 아싸 성향의 아이이다. 달리기를 좋아하여 육상부에서 활동하며 원만한 학교생활을 하던중 동급생들의 왕따 때문에 등교거부를 하던 소녀 마유코가 오랜만에 다시 학교에 등교한다. 하지만 역시나 반 학생들은 마유코에게 가혹한 왕따와 학대를 시키고, 잇페이와 토모야는 왕따에 가세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말리지도 않는 방관자로 지켜본다. 그런데 마유코가 등교하면서부터 학교에는 죽은 비둘기 사체가 발견되는 횟수가 늘고 이 사체 사진이 SNS에 떠도는 일이 많아진다. 그러던 어느날....같은반 친구 히로가 달리는 차에치어 중상을 입고 끝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사고는 자살로 처리되고, 사고를 근처에서 지켜본 토모야는 큰 충격을 받고 그날부로 등교를 거부한다. 친구가 걱정이된 잇페이는 토모야의 집을 찾아가지만 토모야는 방밖으로 나오지 않고 방안에서 기묘한 이야기를 한다. 히로가 차에치기전 누군가에게 떠밀린듯한 비명이 들렸다고....


토모야의 등교거부 이후 학급에서 외톨이 신세가 된 잇페이는 언제부턴가 학급친구들의 차가운 시선이 느껴지고.....차갑던 시선은 이내 이지메로....순식간에 집요한 학대로 변질되버린다. 졸지에 왕따가 되버린 잇페이는 함께 왕따를 당하던 마유코에게 의지하게 되는데....



그동안 왕따를 소재로 지독한 괴롭힘을 당하면서 자살을 떠올리는 아이들의 괴로움을 그리는 수많은 작품들을 접해오면서도 새롭게 접할때마다 이전에 경험했던 기억들은 리셋되고 정신이 붕괴되는 듯한 커다란 충격을 경험한다. 이것이 게슈탈트 붕괴인가?...그만큼 피해자의 정신을 지근지근 짓밟아가며 완전히 파탄내버리는 잔혹행위가 집단왕따인것 같다. 이런 정신적 압박은 성인도 멘탈을 부여잡기 힘든데 십대...그것도 갓 초딩을 졸업한 중딩에겐 얼마나 막대한 정신적 데미지를 입히겠는가. 이른바 소리없는 살인자 왕따로 평범했던 잇페이가 점차 무너져내리는 것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너무나 괴롭고 힘겨운 시간인데, 여기에 하나, 둘씩 누군가에게 떠밀려 차에 치어 죽는 사건이 이어지면서 왕따와 사망사건 사이의 깊은 관계에 대해 추리하게 만든다. 



살의가 없어도 사람은 죽일 수 있다.


자, 그럼 게임을 계속합시다. 문제가 기억이 안 나시나요? 

비둘기는 죽이면 죄가 되지만. 마음대로 죽여도 죄가 되지 않는 것은 뭘까요?

_64p

 


이유없는 악의에서 비롯된 왕따와 학급 전체의 일들을 알면서도 수수방관하는 무능력한 교사. 그리고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는 학교폭력의 삼박자가 갖춰지니 아이들이 줄줄이 죽어나가는구나...-_-;;; 정신없이 지옥같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참상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경악의 결말과 마주하게 된다. 


전부 너 때문이니까!!!!



마지막장 결말을 접하고 소름이 돋았다. 평범했던 학생을 살의 없는 살인기계로 내몰은 것은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픽션을 확대해석하는 나의 섣부른 기우일까? 입안을 가득메운 쓴물이 오래도록 쓰디쓴 뒷맛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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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의 윤무곡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4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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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의윤무곡 (2019년 초판)_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4

저자 - 나카야마 시치리

역자 - 이연승

출판사 - 블루홀6

정가 - 14500원

페이지 - 396p



법정에 울려 퍼지는 악덕의 광시곡



우연하게도 의도치않게 한국과 일본의 법정스릴러를 연이어 읽게 되었다. 영화 각본가로 유명한 '윤홍기'작가의 [일곱번째 배심원]에 이어 반전의 제왕 '나카야마 시치리'의 대표시리즈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의 네 번째 신작 [악덕의 윤무곡]을 읽었는데, 앞서 읽은 [일곱번째 배심원]이 한국의 정치적 특성을 가미한 색다른 법정물로 눈길을 끌었다면 이번 [악덕의 윤무곡]은 소년시절 잔혹한 살인을 저지른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를 앞세워 인간의 DNA에 각인된 악덕의 유전자가 대를이어 그 형질을 대물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과 함께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현실 재판보다 더욱 실감나는 치열한 법정 공방이 펼쳐지는 법정미스터리의 정공법을 택하는 작품이었다. 



이번 작품의 직전 시리즈인 [은수의 레퀴엠]에서 '미코시바 레이지'가 참혹한 살인을 저지르고 보호감호소에서 아버지처럼 믿고 따랐던 교관 이나미의 살인 재판을 변호하면서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지 못하던 무감정의 미코시바 레이지가 마음속 깊숙한 곳에 숨겨져있던 인간적 감정으로 인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그 역시 붉은 피가 흐르는 인간임을 내비치더니, 이번 작품에서는 미코시바 레이지의 멘탈을 송두리째 뒤흔들 의뢰인을 등장시킨다.  



"자네는 지금도 날 교관으로 대하고 있나?"

"....제게 뭔가를 가르쳐 준 사람은 교관님뿐이니까요."

"그럼 자네를 이 세상에 낳은 사람도 어머니뿐 아니겠나."  _48p



15세에 이웃집 소녀를 살해하고 시신의 일부를 여러 장소에 놓은 행위로 인간의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붙잡힌 일명 '시체배달부' 소노베 신이치로는 보호감호소에서 치열한 작은 사회를 경험한뒤 교관 이나미의 도움으로 '인간'으로 각성하여 미코시바 레이지란 새로운 이름을 달고 사회로나와 변호사로서 새출발 한다. 크고 작은 사건들을 맡으며 승소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덕 변호사로 악명을 드높이던중 레이치를 찾아온 여성이 있었으니...그녀는 살인죄로 입소후 30년만에 만난 레이지의 여동생 아즈사였다. 그녀는 다짜고짜 어머니의 살인죄를 묻는 재판의 변호사를 맡아달라고 요구한다. 레이지가 보호감호소에 입소한 뒤 주변의 비난을 못이겨 자살한 아버지를 대신해 동생 아즈사와 함께 사람들의 눈을 피해 힘겹게 살아간 어머니 이쿠미는 5년전 미팅행사에서 만난 남자와 재혼하여 단둘이 살던중 어머니 이쿠미가 잠든사이 남편이 밧줄에 목을 메 자살한것. 하지만 경찰의 조사중 남편의 재산 상속인이 아내 이쿠미였다는 점과 남편이 목을 멘 밧줄에 이쿠미의 DNA가 검출되었다는 이유를 들어 살인죄로 기소한 것이다. 30년전 모자간의 관계를 끊어버린 레이지는 오로지 의뢰인과 변호인이라는 관계로 이쿠미의 변론을 맡게되고, 30년만의 모자간의 만남에서 새로운 진실을 깨닫게 되는데.......



참혹한 시체배달부였던 미코시바 레이지의 악덕

유산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시체배달부의 어머니의 악덕

과연 악덕은 대를 이어 전달되는 것인가?....

끔찍한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살인죄로 기소된 어머니를 변호하는 세기의 재판이 시작된다....



이것이 진짜 법정 스릴러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빈틈을 찾을 수 없는 탄탄한 사건이 기본적으로 뒷받침되니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떡밥과 맥거핀이 춤을추듯 독자의 시야를 가릴지라도 이어지는 결말의 반전이 강렬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법정에서 물만난 물고기인듯 배심원과 재판장의 마음을 휘어잡는 미코시바 레이지만의 날카로운 화술과 상식을 초월하는 행동은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빛을 발한다. 더불어 미코시바 레이지의 생물학적 부모와 의뢰인이라는 관계 사이에서 갈등하는 레이지의 인간적 고뇌, 어머니 이쿠미와 여동생 아즈사가 겪어야 했던 30년간의 고난사가 작품 전반에 깔리면서 범죄자가 사회에나와 짊어져야 하는 속죄의 무게와 범죄자의 가족이 감내해야 하는 가혹한 시선과 비난이 얼마나 무겁고,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초래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어머니와 아들, 두 가지 살인사건을 통해 범죄의 형질이 대물림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실제 잔혹범죄자들의 두뇌연구를 통해 범죄의 유전자 MAO-A가 모계를 통해 자식에게 되물림된다는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남편 살인사건의 진범이 이쿠미일수도 있다는 것을 은연중 각인시키는...독자에게 혼란의 씨앗을 심는 장치로 사용된다. 물론 이 혼란의 장치는 작품의 첫 시작인 이쿠미의 살인행위를 그리는 프롤로그에서도 여실이 드러나는데, 이 다소 충격적인 프롤로그가 대망의 결말을 위한 치밀한 복선이자 전율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 위한 초대형 떡밥이란 것...ㅎㅎ 역시 반전의 제왕!!



"그의 몸에 흐르는 피가 과연 붉은색일까."  _60p



이번 작품을 통해 공감능력이 결여된 냉혈한 미코시바 레이지의 인간적 속내를 조금 더 엿본것 같은 느낌이 든다. 냉혹한 사회의 시선과 싸워나가면서 자신만의 속죄를 이어나가는 미코시바 레이지의 지난한 여정은 다음 작품에서도 계속된다고 하니 그가 들려주는 가슴을 파고드는 속죄의 소나타는 5편에서도 쭈욱~ 이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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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배심원
윤홍기 지음 / 연담L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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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번째배심원 (2019년 초판)

저자 - 윤홍기

출판사 - 연담L

정가 - 14000원

페이지 - 452p



독특한 한국형 법정스릴러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각본가에 지금 개봉중인 [봉오동 전투]의 각색까지, 한국의 내노라하는 영화들의 사나리오를 집필했던 '윤홍기'작가의 첫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다. 뛰어난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실력이 장편에 그대로 녹아있었는지 카카오페이지 X CJ ENM이 주최한 제2회 추미스 소설 공모전에서 당당히 대상을 차지하고 출간전 이미 영화화가 확정되었다고 한다. 확실히 영화속 장면을 효과적으로 그려내는 시나리오 작가의 작품답게 법정의 치열한 공방이 눈에 훤히 보이듯 시각적으로 그려지는 소설이었다. 법정스릴러를 표방하지만 외국과는 다른 대한민국만의 독특한 상황과 정서(부패와 부조리 등등등...)를 녹여냈기에 독특한 한국형 법정스릴러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노숙자가 가출한 십대소녀를 구타하고 사망한 소녀를 근처 저수지에 유기해버린 잔혹사건이 발생한다. CCTV에 소녀의 멱살을 잡고 나가는 장면이 찍힌 노숙자는 빼도박도 못한채 경찰에 자신의 범죄를 시인하고 상해치사죄로 첫 공판에 나서게 된다. 한편 노숙자 상해치사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기 위해 무작위로 후보들에게 배심원 선정을 위한 법원 출두 편지가 도착하고, 이 편지는 아주 우연하게도 대한민국 대통령의 임기를 마치고 고향인 시골생가에서 지내고 있던 전직대통령 장석주에게 도착한다. 전직 대통령이자 인권변호사 출신인 장석주의 배심원 선정이 사회에 커다란 이슈를 몰고오고 모든 매스컴은 노숙자 상해치사 재판에 시선이 쏠리게 된다. 결국 장석주 전대통령은 일곱석의 배심원 자리중 마지막 일곱번째 배심원으로 선정되고, 재판은 단순히 노숙자의 유무죄를 가리는 것에서 현직 검찰과 전직 대통령간의 이념과 정치권전쟁으로 비화돼 간다. -_-;;;; 검찰측 공판검사 윤진하와 국선변호사 김수민과 전직대통령 장석주....쉽사리 유죄를 따내고 상해치사의 최고 구형인 5년을 넘어 10년을 때리려고 벼르던 윤진하는 과연 자신의 뜻대로 재판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



범인은 이미 정해진 재판이었다. 그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사실 이 띠지의 문장만으로도 독자에게 피고인의 원죄를 풀어나가는 작품이라는 암시를 한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된다. 경찰소설의 단골소재처럼 등장하는 초동 졸속수사와 취조과정중 은밀한 협박과 학대에 이른 허위자백 등으로 점철된 사건에서 이런 수사상의 헛점들을 정확히 짚어내며 재판의 흐름을 변호인쪽으로 반전시키는 법정물의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사실 이런 경찰의 졸속수사에 따른 반전은 특히나 피고인의 억울한 원죄를 해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법정물을 좋아하는 이라면 흔하다면 흔한 설정이기에 신선함은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여겨지겠지만, 작가는 이런 식상함에 정검경 유착과 부패를 소스로 사용하여 프레쉬함을 높이는 요소로 사용한다. 그것도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해서 말이다.....-_-



* 스포일러 일수도...


사실 이부분이 작가가 노리는 승부수이자 이 작품의 핵심포인트인듯 하다. 일곱번째 배심원의 정체...인권변호사 출신의 전직대통령....퇴임후 고향인 시골(봉하?)에서 생활하고...재임기간동안 검찰과 경찰의 분리를 추진했으며(실패했지만...), 이후 정권의 무리한 뇌물의혹으로 수사를 받았던.....머...이쯤되면 일곱번째 배심원인 장석주 전대통령이 어떤 인물을 모티브로 했는지 누구나 눈치챘으리라....ㅠ_ㅠ 이 열통터지는 실제행적들을 지면으로 보니 또다시 분통이 터지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건 픽션은 현실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찌됐던 일반 법정물에 실제 있었던 정치권의 더러운 암투와 흑막이 더해지니 (무척이나 씁쓸하지만) 리얼리티가 살아나고 좀 더 감정이입하게 됐던것 같다.



다만 치열한 법정공방에서 후반부 지나치게 정치적 다툼으로 흘러가면서 법정 스릴러의 묘미가 약화되는건 아쉬운 부분이었다. 더불어 진범의 정체 또한 다소 우연성에 의지하는 것도 아쉬웠다. 하지만 그동안의 법정물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설정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작품임엔 분명하다. 그리운 누군가를 떠올리게도 하고 소설보다 더 판타지 스러웠던 이전 정권의 만행들을 생각해 봤을때 차라리 이 소설이 더 현실적이지 않았나 싶은...다시금 웃픈 현실을 되뇌이게 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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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데이즈
라파엘 몬테스 지음, 최필원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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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펙트데이즈 (2019년 초판)

저자 - 라파엘 몬테스

역자 - 최필원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비매품(가제본)

페이지 - 351p



남미판 완전한 사육



때때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의도치 않은 선의, 혹은 우연한 호의를 통해 전혀 모르던 낯선 사람과 관계를 트게 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해본다. 물론 이런 우연한 만남이 단발성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지속적 관계를 통해 좋은 인연으로 발전되는 경우도 있는데....정말로 우연한 만남이 전부 좋은 만남만 있을 수 있을까?...



엄마에게 끌려온 이웃집 바베큐 파티 속 이웃들과의 만남이 부담스럽고 답답했던 의대생 테우는 자리를 피하기 위해 남몰래 집밖으로 도망치듯 빠져나온다. 그런데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술에 취한 미모의 아가씨가 있는것 아닌가. 잠시 바람을 쐬러 나왔다는 그녀의 이름은 클라리시. 둘은 잠시동안 사소한 잡담을 나누고 그 잠시동안의 시간에도 태우는 클라리스의 매력에 홀딱 빠지고 만다. 무슨 일을 하냐는 테우의 질문에 영화 시나리오 [퍼펙트 데이즈]를 집필하는 중이라고 말하는 그녀. 태우는 클라리시의 시나리오에 큰 관심을 표하면서 그녀의 사니리오를 꼭 보고 싶다고 어필한다. 기약없는 다음을 말하며 헤어지려는 찰나...별뜻없이 태우에게 가벼운 굿바이 입맞춤을 하고 떠나는 그녀....


이때만해도 그녀는 전혀 몰랐다. 이 작별의 입맞춤이 어떤 참극을 불러올지를......


자의적 아싸이자 동정남의 가슴에 광풍을 불고온 그녀의 잔영이 시든때도 없이 아른거리던 태우는 결국 클라리시를 스토킹하기 시작하고, 그녀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혼자만의 크나큰 착각에 빠져버리고 만다. 드디어 고백 디데이....그녀의 이름과 똑 같은 작가의 두꺼운 소설을 선물로 준비하고 그녀의 집을 찾아간 태우는 수천번 되네이며 준비했던 사랑의 고백을 읍조리는데......



그래서 어찌됐냐고?...당연히 지독하고 매정하게 가차없이 거절당한다. (남일 같지 않았다...ㅠ_ㅠ) 지독한 현실과 맞닥뜨린 태우의 머리속엔 이 난감한 상황을 탈출하기 위한 비정상적 사고의 회로가 돌아가고....결국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야만다. 이른바 현실도피, 정신승리, 유체이탈 화법, 비정상적 집착과 도착, 이상성벽, 충동적 폭력, 자기 합리화, 비약 등등등 이런 복합적 정신파탄상태로 어떻게 의대생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부풀어오른 시한폭탄의 뇌관이 터지듯 거침없이 저지르는 범죄행각들과 자신의 범죄를 합리화하는 뻔뻔한 태도가 극심한 분노를 일으키는 고구마 같은 데이트 스릴러였다. 



그녀의 지독히도 끔찍한 완벽한 날들.....


이후 벌어지는 참혹한 일들은 이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것 같다. 브라질판 완전한 사육이라고....나약한 여성의 몸으로 신체를 결박당한체 수개월의 시간동안 집요하고 교묘한 육체적, 정신적 학대를 당하던 클라리사가 점차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건 작품을 읽는 나조차도 굉장한 압박에 정신력을 소모하게 만드는 인고의 시간이었다. 물론 당연히 감금 스릴러에서 빠질 수 없는 상대의 방심을 틈탄 단 한순간의 탈출 기회와 역공도 기다리고 있지만 이 역시 감금 스릴러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한번의 탈출 결과가 어찌 될지는 알고 있으리라. 차라리 결과보다는 이 기회를 어떻게 아슬아슬하게 내팽겨쳐버느냐가 더 포인트일지도 모르겠다...ㅠ_ㅠ



이렇듯 감금 스릴러의 공식을 따라가는듯한 작품이지만 작품의 관전 포인트는 따로 있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범인의 노출을 최소화하고 갖혀있는 여성의 시선에서 점차 피폐해져가는 정신을 그리며 독자를 공황상태로 몰아넣는 반면 이 작품은 사이코패스 미친놈의 시선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독특한 방식을 채택한다.그런데 이 현실도피적 아스트랄한 사이코패스의 머리속을 생생하고 절묘하게 그려내다보니 황당함속에 공포가 스며드는 것이다. 이 놈의 머리속을 온통 헤집는듯한 사이코 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주니 감금된 여성을 그리는 작품의 몰입감과는 또다른 종류의 몰입감을 선사하면서 가슴을 조이는 긴장감 선사한다. 사랑을 부르짖으며 태우가 아주 냉정하고 용의주도하게 클라리사에게 벌이는 끔찍한 짓거리들은 (더군다나 이 놈은 의대생이다....ㄷㄷㄷ) 너무나 잔인하고 잔혹하여 실로 몸서리쳐질 정도라는....



인생에서 기억하지도 못할 짧은 순간의 대화....그리고 뜻없는 입맞춤이...클라리사의 남은 인생을 파국으로 몰고갈줄이야 그 누가 알았겠는가....이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지독한 운명이란 신의 장난에 진정한 공포와 경악을 불러오는 잔혹 데이트 심리 스릴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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