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에서 돌아온 남자 - 옛날 귀신 편 문화류씨 공포 괴담집
문화류씨 지음 / 요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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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에서 돌아온 남자 : 문화류씨 공포 괴담집 옛날 귀신 편 (2019년)

저자 - 문화류씨

낭독자 - 왓섭

출판사 - 요다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12p



공포를 듣는다!

문화류씨 X 왓섭 퓨전!!



더위도 한풀 꺾인다는 처서에 약간 늦은감이 없지 않은 괴담집 서평이다. -_- 올리기는 지금 올리지만 사실 읽은지...아...아니 들은지는 꽤 된 작품인데, 얼마전 SNS에서 인기 공포팟캐스트 왓섭과 공포괴담작가 '문화류씨'의 콜라보 오디오북 이벤트로 난생처음 책을..그것도 괴담집을 귀로 듣게 되었다. 가만히 틀어놓고 그냥 들으면 되긴 한데, 그래도 스토리가 있는 책이기에 음악처럼 멍때리고 있음 뭔소린지 하나도 몰라 계속 집중하고 들어야만 했다...-_- 그래서 운전중에 틀어놓는게 가장 효율적이었고 여름 휴가때 장시간 운전중에 오며가며 들었는데, 덕분에 함께 차에탄 가족들도 강제로 들어야 했다는거...ㅋㅋ 좌우간 처음 접하는 오디오북에 나름 으스스한 음악과 기괴한 음성변조등의 공포효과를 입힌 괴담은 신박하고 공포스럽게 다가왔던것 같다.



다만 아쉬운 점을 꼽아보자면


1. 눈으로 읽으면 1시간이면 때었을 책을 몇 시간동안 집중하며 듣고 있어야 한다는 시간적 비효율성.

2. 안타깝지만 1인 팟캐 왓섭이 혼자서 등장인물들 전부를 커버하는 일인 다역을 수행해야 하는만큼 여성 목소리의 위화감(과도한 콧소리는 우습기까지...)이 아쉬웠고, 다른 단편으로 넘어감에도 계속 같은 단편을 듣는듯한 느낌으로 인한 피로감. 첫번째 단편 0까지는 나름 고막을 자극하며 서늘하게 하지만 바로 다음편 부터는 그냥 식상할 따름...

3. 뭣보다 이야기 자체가 무섭지 않은 점....ㅠ_ㅠ.



개인적으로 공포괴담은 압축과 생략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자 전부라 생각하는 편이다. 갑작스러운 충격적 결말 그리고 남는 여운이 공포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 생각하는데, '내가 아직도 니 엄마로 보이니'의 간결한 생략. 그리고 이후의 일들을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 이게 진짜 괴담일진데 이 작품속 괴담들은 너무나 설명충적이다. 이래~이래서~ 저랬더라~ 식의 강박적인 맥락과 인과관계가 오히려 긴장감과 호흡을 잃게 만드는 우를 범하고 있다.



6.25전쟁, 일제치하등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느림의 미학을 적용한 것인가?...함께 출간된 [현대 귀신 편]은 요즘의 트랜드를 따르고 있을까? 충격과 공포를 자극하는 [토요 미스테리 극장]이라기보단 [전설의 고향]혹은 [MBC 이야기속으로]에 가까운 괴담집이었던것 같다.



1. 귀신의 장난

한국전쟁 직후 전쟁을 피해 청양 밤나무 아래 저주받은 폐가에서 살게된 한 가족의 이야기. 폐가에 기거한 첫날부터 자식들은 시름 시름 앓기 시작하고, 이웃에 살던 용한 무당은 집에 붙어있는 악귀 때문이라고 말하는데.....

2. 손각시

3. 귀타귀

4. 아버지의 귀몽

매일마다 끔찍한 악몽을 꾸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5. 산 귀신

유신정권시절 데모에 참여했던 대학생은 경찰의 눈을 피해 시골 고향으로 도주한다. 그러나 고향집까지 찾아온 경찰. 서둘러 뒷산으로 도망친 대학생은 길을 잃고 헤매던중 기괴한 차림의 남자와 만나는데..... 

6. 여우 스님

매일마다 냇가에서 자매를 기괴한 눈초리로 처다보는 스님. 그리고 마을에 어린 소년이 실종된다. 마을사람들은 아이를 찾기 위해 야산을 이잡듯 뒤지고, 마침내 짐승에게 뜯어먹힌듯 갈가리 찢긴채 죽어있는 소년을 발견하는데....

7. 저승에서 돌아온 남자

8. 거울 귀신

9. 끝나지 않는 지배

일제치하 당시 일본식으로 지어진 집을 철거하려던 인부는 붉게 칠한 방에서 오래된 일본 무사의 갑주와 일본도를 발견하고 사람들 몰래 자신의 집으로 훔쳐 가져온다. 이후부터 인부는 일본어를 중얼거리며 절을 하기 시작하고, 마을에는 이상한 종교가 유행하기 시작하는데..



결론적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과 고통을 귀신이야기에 접목하여 당시의 암울했던 시대상과 민초들이 겪었을 고난을 표현하려는 작가의 의도는 좋았지만 짧은 호흡으로 치고 빠지는 괴담이라는 장르엔 잘 맞지 않는 옷을 입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저런 아쉬움에 다소 박하게 평가하긴 했지만 본인은 유혈이 낭자한 높은 수위의 엽기괴담이 아니고선 별 감흥이 오지 않는 취향이라 -_-;;; 섬찟하고 강렬한 자극을 추구하는 이라면 비추, 끔찍한 공포보단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듣는것 같은 소소한 고전 귀신이야기를 좋아하는 이라면 추천한다. 한국오컬트의 비약을 누구보다 바라는 1인으로서 화끈하고 짜릿한 아주 죽여주는 한국괴담집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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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스호퍼 - 개정판 킬러 시리즈 1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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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스호퍼 (2019년 2판 1쇄)

저자 - 이사카 코타로

역자 - 오유리

출판사 - RHK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07p



변종 메뚜기들이 판치는 미친세상



'이사카 고타로'의 최고 시리즈라 일컫는 '킬러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 [메뚜기]가 초판 출간 10년만에 개정판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작년 2018년 8월 '킬러 시리즈' 최신작인 [악스]출간 기념으로 방한했던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처음 '킬러 시리즈'에 대해 알게되었고, 작가와의 만남 이후 읽은 '킬러 시리즈' 3편 [악스]로 굉장히 감명 받았던 작품이자 시리즈인데, 이렇게 개정판으로 새롭게 출간되면서 드디어 '킬러 시리즈'의 서막인 1편 [그래스호퍼]를 만나게 되었다. 재출간이라 해서 단지 표지만 바뀐건 아닌것 같다. 10년전에 비해 좀더 읽기 쉽도록 번역을 수정했다는 역자의 후기와 함께 조금 찾아보니 10년전엔 킬러들의 이름을 본명으로 표기했지만 이번 개정판에선 본명 대신 킬러 닉네임으로 대체하여 아예 본명은 언급조차 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여 이번 판본에는 구지라(고래), 세미(매미)라는 이름은 단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그들의 특징을 대변하는 킬러 닉네임으로 진행되는 이 개정판이 좀 더 바람직한 변화인듯...



[스즈키]

조직 두목의 아들이 저지른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스즈키는 두목의 아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조직이 운영하는 건강식품 판매회사에 입사하여 한달간 일반인들을 상대로 거리 영업을 한다. 한달째 되는날 회사의 상사 히요코는 스즈키를 차안으로 부르고 조직에서 스즈키의 정체를 의심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뒷자석에 잠들어 있는 일반인 커플을 총으로 쏴죽여야만 조직의 일원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두목의 아들을 죽이기 위해 위장취업했지만 도저히 민간인을 죽일 수는 없었던 스즈키는 갈등에 갈등을 거듭하고, 그순간 스즈키의 시험을 지켜보기 위해 스즈키의 차를 향해 걸어오던 스즈키의 철천지 원수, 두목 아들이 차도로 뛰어들어 달려오던 차에 처참히 처박히는 사고를 목격한다. 목이 꺾인채 미동조차 없는 두목 아들....그리고 차도에 뛰어들던 찰나 두목 아들의 뒤에 서있던 초로의 남자...남자가 두목 아들을 밀친 것이라 확신한 스즈키는 함께 현장을 목격한 상사 히요코의 명령으로 현장을 슬며시 빠져나가는 남자를 뒤따라 미행하는데.....


[고래]

고위층의 비리가 터지면 부하들을 대신 자살시켜 꼬리자르기를 시켜주는 자살 도우미 킬러 고래는 현직 의원의 비리를 무마하기 위해 호텔에서 국회의원 비서의 자살을 종용한다. 거대한 체구와 위압감으로 그 앞에서는 누구나 거부감 없이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 천부적 재능으의원의 비서를 목메다는데 성공한 고래는 우연히 호텔 창밖으로 눈길을 돌리고 그순간 웬 남성이 차도로 뛰어들어 차량과 추돌하는 사고를 목격한다. 순식간에 인파들이 사고현장으로 모이고, 인파들과는 반대로 유유히 사라지는 한 남성.....그리고 그 남성이 업계에 떠도는 차도나 기찻길에 아무도 모르게 타겟을 밀쳐 죽여버리는 킬러. 푸시맨임을 직감하는데.....


[매미]

나이프 다루는 솜씨가 일품인 칼잡이 킬러 매미는 일가족 몰살이 주특기이다. 다른 이들은 꺼리는 아이와 여성을 죽이는 일도 아무 거부감 없이 무감정으로 처리하기에 유독 궂은 의뢰가 많이 들어오는 매미는 일거리를 물어오는 상사 이와니시가 준 일거리를 위해 호텔로 달려간다. 거구의 사내를 죽여달라는 현직의원의 의뢰를 위해 서두르던 매미는 으슥한 골목에서 두 남자에게 린치를 당하는 남성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는데......



스즈키, 고래, 매미..3인의 각자의 사연과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그들이 공통타깃으로 삼는 푸시맨을 접점으로 얽혀들게되고 서로가 마주하는 순간!!! 업계에서 내노라 화끈한 킬러 VS 킬러의 대결이 펼쳐지며 아드레날린이 폭발한다. [악스]를 먼저 읽었기에 킬러지만 아빠로서 인간적인 정을 느낄 수 있던 [악스]의 분위기를 예상했는데, 이 [그래스호퍼]는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본업에 충실한 킬러들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그리고 있었다. 슬래셔틱하달까...죄책감 없이 타인의 생명을 빼앗아가는 킬러들의 잔혹한 상황이 무게감 없는 비현실적인 상황처럼 가벼운 터치로 그려지니, 그런 이질적인 감각이 더욱 익스트림하게 다가왔다. 



'이어져 있다. 고래는 마음속에 잔잔한 파문이 이는 것을 느꼈다. 하나를 계기로 모든 것이 맞물리기 시작했다. 미래는 확실히 누군가의 레시피에 이미 쓰여 있다.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_271p



아내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불법조직에 취업했지만 자신의 위험을 무릎쓰고서라고 마지막 남은 양심을 고수하려는 스즈키의 고군분투, 자신이 자살시킨 망령들과 함께 현실과 환상의 혼재속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저승사자 고래의 고뇌, 오로지 아는 것이라고는 칼로 사람을 쑤시는 일밖에 없는 매미의 상사에게서 벗어나 독립을 향한 홀로서기를 위한 노력(-_-;;;), 군집해서 번식하는 메뚜기에게서 밀집도가 높을 수록 과격하고 폭력적인 변종 메뚜기가 출현하는 빈도가 높아진다는 그래스호퍼 이론을 세상에 대입하는 미스터리한 남자 푸시맨까지...냉혹한 킬러들의 지독하게 사적인 고뇌, 자연계를 연상케 하는 킬러 간의 쫓고 쫓기는 먹이사슬관계....이토록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사건들이 한데 모여 벌이는 난장은 도저히 중도에 눈을 뗄 수 없는 몰입감을 가져다 주며 '이사카 고타로'의 독특한 매력을 극대화 시킨다. 



분명 굉장히 처절한 극한 상황임에도 특유의 여유와 블랙조크가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강강강으로 밀어붙이는 열혈 작품과는 다른 강약중강약의 독자의 호흡을 감안한 세련된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런 세련감은 비단 [그래스호퍼]만이 아닌 [악스]에서도 느꼈던 부분이니 이야기를 끌어가는 세련된 전개방식은 작가의 전매특허인지도 모르겠다. 마찬가지로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어 무심고 던지듯 내뱉는 이야기들도 구밀복검 같은 가벼운 사담 속에 날카로운 칼을 숨기고 있어 곱씹게 만든다. 메뚜기 밀집이론을 비롯하여 투표율이 저조한 일본사회를 돌려까는가하면 정치인들의 대표적 회피기동인 꼬리자르기를 대놓고 저격하기도 한다. 이렇듯 숨막히게 몰아치는 이야기속에 심어놓은 풍자와 비판의 요소는 날카로운 칼날이 폐부를 관통하듯 사회의 부조리를 찌르는 동시에 작품을 한층 풍성하고 맛깔나게 데코레이션 해주는 느낌이다. 



이 작품을 다 읽고 나니 작년 참석했던 작가와의 만남에서 작가가 언급했던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다. [악스]이후 새로운 작가시리즈의 이야기를 구상한 것은 아직 없지만 만약 쓰게 된다면 킬러 말벌의 이야기를 좀 더 해보고 싶다는 말이 당시엔 아무런 감흥이 없었는데, [그래스호퍼]를 막 끝낸 지금 이순간 정말로 꼭!!! 꼭!! 실현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으로 전환되었다. -_- 이 작품을 재미와 의미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이사카 고타로' 작품의 마스터피스로 꼽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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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온 - 잔혹범죄 수사관 도도 히나코
나이토 료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온 : 잔혹범죄 수사관 도도 히나코, ON (2019년 초판)_가제본

저자 - 나이토 료

역자 - 현정수

출판사 - 에이치(h)

정가 - 비매품

페이지 - ?



딸깍!....살인 스위치가 켜졌다.



택배업에 종사하던 청년이 방안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목에 뚜렷한 손자국에서 교살되어 목졸라 죽은 것으로 확인된 사체에 남아있는 엽기적 흔적.

벗겨진 하복부에 피범벅이된 콜라병이 남성의 하복부에 주둥이 부터 꽂혀 있던 것이다.

검시결과 음부를 칼로 찢고 그 틈에 콜라병을 쑤셔 넣는 행위를 수차례 반복했으며,

행위 당시 신체반응으로 미루어 유추했을때 사망자의 의식은 또렸했을 거라는 결과에 

수사관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강제외설 혐의 등으로 세 번 검거된 사망자의 경력으로

사망자에게 성적으로 피해를 입거나 주변 관계자의 원한에 의한 살인사건으로 조사를

시작하지만, 조사과정중 과거 사망자가 자신이 죽은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여고생을 살해했던

사실을 찾아낸다. 


그리고 하나 둘 씩 드러나는 충격적 정황들.....

사망자는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살'했다는 것?!!



자신의 죗값을 치르듯 자신이 저지른 범죄와 같은 방식으로 자살하는 기묘한 사망사건. 이 범죄자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건 원한에 사뭇친 피해자들의 저주인가? 아니면 자신의 죄를 뉘우치기 위한 가해자의 마지막 속죄인가?! 기괴하고 미스터리한 사건을 24살 새내기 초보형사 '도도 히나코'가 풀어나간다. 



'일본 호러소설 대상 독자상'에 빛나는 말 그대로 몸서리처질 정도로 끔찍한 호러 미스터리가 출간되었다. 인간의 이상심리에서 비롯된 살의와 반인륜적인 끔찍한 살인들, 범죄심리학, 뇌과학 지식 등을 짬뽕하여 이토록 강렬하고 매력적인 미스터리를 창조해내다니!!! 일본 특유의 똘끼 넘치는 잔혹성과 독특한 소재에서 오는 참신함 더불어 놀랍도록 치밀하게 짜여진 미스터리는 가히 2019년 최고의 잔혹엽기 미스터리라 해도 과언이 아닐듯 하다. 비슷한 류의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오히려 [개구리 남자의 귀환]의 미진했던 아쉬움을 날려버리는 독창적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었다. 물론 본인의 취향을 100% 저격하는건 말할 것도 없으리라. ㅎㅎㅎ 



살인자들이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심리는 무엇일까? 심리적 경계를 넘어서는 살의? 혹은 살인에 이르게 만드는 충동? 한때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저지르는 우발적 살인은 차치하고 살인 그 자체를 위한 살인 즉 쾌락살인에 이르게 되는 살인자의 심리는 무엇인가? 얼마전 읽었던 '나카야마 시치리'의 [악덕의 윤무곡]에서 살인을 일으키게 만드는 유전자 'MAO-A'의 모계전달로 인하여 살인이 되물림된다는 흥미로운 학설을 접했었다. 그와는 별개로 유명한 사이코패스 살인범들의 뇌를 정밀검사 한 결과 일반인과는 다른 고등사고를 관장하는 잔두엽의 이상 결함을 발견했다는 학설도 떠오른다. 정말로 살인자들의 뇌속엔 살인을 일으키는 특수한 스위치가 있는것 아닐까? 평상시에는 평범하게 살아가던 이들이 어떠한 계기를 통해 OFF되있던 살인스위치가 ON으로 바뀌고, 잔혹한 살인범으로 만드는 살인 스위치 말이다....비단 우리의 뇌속에 살인 스위치만 존재하겠냐만은 다른 스위치와는 달리 살인의 스위치는 일반인과는 전혀 다른 매커니즘으로 작동한다는것 만은 분명한듯 하다. 작품은 이 뇌속에 숨겨진 여러 스위치에 관해 파고들면서 쾌락살인의 충동에 이유있는 근거를 제시한다.    



"엄마를 용서주지 않았어?"

"용서해주지 않았어요.....엄마도, 나를 용서한 적이 없으니까."

"도망치려, 고, 해서, 더 때렸어요. 손가락이 부러진 것을 알고서, 흥분, 해서, 더 때렸어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왜 그런 짓을 했어? 왜 그랬다고 생각하니?"

소년의 말 사이에 섞이던 말더듬는 소리가, 갑자기 뚝 끊어졌다. 소년은 천천히 움직임을 멈추고, 감별관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히나코는 왠지 상상이 디어서 머리꼭대기부터 핏기가 사리지는 기분이 들었다.

"........기분 좋았으니까."



유치원 소녀의 차마 언급할 수 없는 끔찍하고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이 작품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최악의 방법으로 저질러진 엽기적 살인들이 줄줄이 비엔나 처럼 쏟아져 나온다. 높은 수위의 가학적 살인들을 통해 살인범들의 살의를 심리학적인 측면으로 접근하고 살인에 이르게 만드는 이상심리를 뇌과학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이 상당히 보편적이고 객관적이라 어느새 작가에게 설득당하고 미스터리한 사건에 흠뻑 빠져들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다. 



잔혹한 범죄의 반사효과 때문일까? 공감요정 '도도 히나코'의 순수함은 어둠을 비추는 밝은 광명처럼 작품에서 빛을 발한다. 도저히 날카로운 강력반 경찰로 보이지 않는 어리숙한 모습과 피해자의 고통에 통감하며 눈물을 흘리고 가해자의 살의에 공포를 느끼는 때묻지 않은 인간적인 모습에서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고 응원하게 만들며 그녀의 날카로운 통찰로 미궁에 빠진 사건의 핵심을 짚어 나가는 모습에서는 그녀의 경찰로서의 성장에 아빠미소를 짓게 만드는...-_-;;; 실로 매력적인 '도도 히나코'의 존재가 굳어버린 시체에 생기를 불어넣는 산소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더불어 '히나코'의 매력을 완성시켜주는 특별한 능력이 있으니, 바로 초인적인 기억력이다. 과잉기억 증후군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에이머스 데커'와 같은 능력으로 극중 모두가 놓치는 중요한 단서들을 캐치하는데, [모기남]과 다른점은 '데커'는 이 능력을 상요하여 수사의 구심점이자 주체로서 사건을 해결하지만 '히나코'는 수사의 보조적인 역할로 소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다른 점이다. 코스요리에서 메인 요리가 아닌 요리에 풍미를 더하는 향신료같은 역할이랄까...아직 쌩초보 실수투성이에 정신적으로 한없이 흔들리고 갈등하는 '히나코'의 고뇌가 그려지는 만큼 후속작에서는 좀 더 성숙한 경찰의 모습으로 특수 기억능력이 한층 중요한 역할을 해낼지도 모르겠다.  



특히 근래에 보기 드문 (오랫동안 기다려온) 순도 높은 하드고어틱한 작품이다. 끔찍하고 잔혹한 표현이 난무하는 와중에 가학적 폭력이 주는 극한의 카타르시스를 한없이 방출하는... 하지만 오로지 잔혹성'만' 있는 작품은 아니라는 것. 존재자체로 빛을 발하는 '도도 히나코'와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없는 입체적인 캐릭터들 그리고 끔찍한 6건의 미해결 사건들이 던지는 복잡한 문제는 끊임없이 독자들의 머리속을 헤집고 차츰 차츰 드러나는 충격적 결말을 향해 멱살을 부여잡고 끌고 갈 것이다. 진심으로 미친작품! 완전 대박!!! 무조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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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폭스 갬빗 - 나인폭스 갬빗 3부작
이윤하 지음, 조호근 옮김 / 허블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나인폭스갬빗 (2019년 초판)_제국의 기계 1부

저자 - 이윤하

역자 - 조호근

출판사 - 허블

정가 - 17000원

페이지 - 495p



각성



중국의 SF주자 '류츠신'의 [삼체] 이어 휴고상의 문을 3번이나 두드렸지만 수상까지는 이루지 못한, 하지만 한국식 밀리터리 스페이스 오페라. 김치 SF를 외국에 선보이며 나름의 반응을 얻어낸 기념비적인 작품 [구미호의 책략]이다. 사실 띠지에서 '한국인 최초 휴고상 3년 연속 최종 노미네이트'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실은 작가님은 미국에서 태어난 검머외이니...한국인 최초라는 타이틀은 다음으로 기약하기로 하고... ㅠ_ㅠ 작가님은 어릴적 한국에서 살았던 9년간의 한국생활에을 바탕으로 한국 고유의 문화가 믹스된 독특한 세계관을 창조해냈고 그런 독창적인 동방의 분위기가 서구권에 신선한 요소로 주효하게 먹혀든것 같다.  



그래서일까 작품속 군인들이 죽음이 난무하는 전장에서 생사의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돌아와 다 함께 식탁에 앉아 밥 한숟가락에 양념에 절인 양배추(김치)와 깻잎무침에 생선구이를 잡수시는 광경은 굉장히 생경하면서도 동시에 익숙하게 다가오는데 -_-;;; 스테이크를 써는 외국인들이 봤을땐 컬쳐쇼크로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음식뿐만 아니라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품 자체가 한국의 구미호 설화를 모티브로 했다고 하니 이정도면 명예 한국인으로 봐도 무방할듯...



SF에도 여러 하위장르가 있는데, 사실 본인의 개인적인 취향은 하드SF쪽이다. 딱히 스페이스 오페라를 배척하는건 아니지만 복잡한 세계관과 정치질이 난무하는 판타지 장르를 싫어하는 나로선  배경만 중세에서 우주로 바꾸고 마법(포스?)을 난무하는 스페이스 오페라는 썩 즐겨보는 장르는 아니다. 하여 밀리터리 스페이스 오페라로 유명한 '아너 해링턴 시리즈'나 '마일즈 보로코시건 시리즈'는 (물론 책은 전부 소장하고 있지만) 단 한권도 보지 않았고 그나마 최근에 읽은 거라곤 [사소한 정의]편이니 이쪽 장르로는 아는것도 별로 없는 초짜라고 말할 수 있을것 같다. 하여 초짜의 입장에서 이야기 해보자면 역시 초반부터 복잡한 세계관으로 말미암아 생전 처음보는 지명, 이름, 호칭등이 쏟아져나와 정신을 쏙 빼놓는다. 게다가 이 작품에서는 역법이라 하여 정치, 전쟁 등등 세계의 질서가 모두 이 역법에 따른 진형 계산으로 다뤄지는 만큼 처음 눈에 익지 않은 상태에서는 더욱 어렵게 다가온다. 육두정, 칠두관, 역법, 서비터, 수오스, 안단, 니라이, 라할, 비도나, 리오즈.....등등등....-_-;;;;;



꾸역 꾸역 읽다보니 98페이지는 되어서야 어느정도 개념이 잡히고 스토리가 눈에 들어오더라. 사실 이정도면 초입에 이해를 돕기위한 국가별 개념도나 도식도가 있게 마련인데 그런게 없어 조금 아쉬웠다. 하여 본인같이 쏟아지는 설정들에 어려워할 예비 독자들을 위해 살짝 정리해봤다. 두둥~


[나인폭스 갬빗 세계관 정리]

1. 육두정 : 작품의 무대가 되는 연합국가(?). 6개의 행성/가문의 대표자인 육두관이 다스리는 나라.

2. 칠두정 : 본래는 칠두관이 다스리는 나라였는데, 리오즈 가문(?)의 반역으로 현재는 육두정이 됨.

3. 칠두정 상세

1) 켈 분파 - 전투보병, 충성, 상징(잿불매)

2) 슈오스 분파 - 암살, 책략, 수학자, 상징(구미호)

3) 안단 분파 - 문화

4) 니라이 분파 - 기술,과학자

5) 라할 분파 - 치안

6) 비도나 분파 - 교리전파, 반체제 분자 재교육

7) 리오즈 분파 - 철학, 윤리(이단으로 소멸)


이정도만 알고 봐도 훨씬 수월 것이라 확신한다...ㅠ_ㅠ



켈 체리스 대위는 육두정의 중심인 산개하는 바늘요새를 이단자들에게 빼앗기고 육두정을 지탱하는 역법을 파괴시키는 역법부식으로 세계의 위협을 느끼는 육두관의 추천으로 산개하는 바늘요새 탈환 작전에 투입된다. 다만 켈 체리스 대위 혼자가 아니라 400년 묵은 구미호와 함께 말이다. 슈오스 제다오 사령관은 400년전 작전중 동료와 부하들을 일거에 학살한 반역죄로 칠두관에 의해 육신은 소멸되고 혼령만 봉인되어 있었는데, 금번 이단자들의 위기 때문에 반역전까지의 능력을 인정받아 체리스의 의식에 덧 씌워진채 작전에 투입된 것이다.(빙의?) 400년 묶은 죽음의 여우귀신과 분기탱천한 젊은 여전사 체리스의 불안하고 기묘한 공조가 시작되고 둘은 산개하는 바늘요새 탈환을 위한 피튀기는 전투에 돌입하는데.........



읽은 작품은 몇 안되지만 확실히 이색적인 작품이라는건 문외한인 나도 알 수 있겠더라. 스토리부터 소품까지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움의 연속에다 치밀한 구성과 탄탄한 세계관이 뒷받침되니 초반의 난해함은 온데간데 없고 어느새 작품에 흠뻑 몰입하게 된다. 복잡한 정치관계에서 육두관과 그들의 장기말로 소비되는 병사간의 배신과 계략이 난무하는 정치질 그리고 역법계산에 따른 진형배치로 벌이는 치열한 이능력 전투, 미치광이 살육마 번제의 여우 귀신에게 전술을 배우며 차츰 리얼 사령관으로 성장해가는 주인공.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여우의 비밀.....포스로 광선검을 만들어 레이저를 튕기고, '내가 니 애비다'를 외치는 악당의 반전의 묘미 같은, 스페이스 오페라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쏟아지는 설정들에 매몰된다면 그냥 난해하기만한 작품이 될지도 모르겠다. 1부를 다 읽은 본인은 아직도 역법 전투가 쉬이 머리속에 그려지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새로움 속에서 익숙함을 발견하게 만드는 깨알재미를 지닌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1부는 여우 귀신을 통해 새롭게 눈뜬 켈 체리스의 각성의 장이었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이 두 콤비가 어떤 반격을 펼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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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라운드
김성수 지음 / 밥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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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라운드 : 조직범죄 수사실화 소설 (2019년 초판)

저자 - 김성수

출판사 - 밥북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33p



가짜 휘발유 유통 조직망을 일망타진 하라!



크라임 픽션을 논할때 그 이야기가 실제사건을 바탕으로 리얼 크라임인지 100% 허구의 사건인지에 따라 소설을 접하게되는 느낌도 상당히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어떠한 사건이건 실제 사건이 주는 무게감과 현장감은 크라임 픽션에서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중 하나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꽤나 강렬하고 매력적인 작품으로 볼 수 있을것 같다. 은퇴한 전직 경찰인 작가가 수사반장시절 직접 특별수사팀에 차출되어 조직범죄 소탕에 참여했던 생생한 경험을 되살려 그려낸 범죄소설이기 때문이다. 익숙한 지명, 우리 곁에서 불철주야 시민의 치안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경찰들의 노고, 냉혹한 조직폭력배들의 잔인한 범죄들...그렇다 언제든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이 대한민국 땅에서 벌어졌던 실제 사건이기에 더욱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이다. 



몇 년전만 해도 운전을 하다보면 오래된 주유소나 으슥한 길가에서 '세녹스 주유 가능' 라는 플랜카드가 걸려있는 것을 본적이 있을지 모르겠다. LPG 차량을 운전했던 나는 사실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휘발유를 대체할 신 에너지 혹은 대체 에너지로 높은 효율로 연비를 늘리고 차량에도 부담을 줄인다고 선전하던 새로운 연료가 사실은 휘발유에 시너를 다량 섞어 만든 불법 가짜 휘발유였다는건 이 소설을 읽고서야 알게 되었다. -_-;;; 그렇게 여러곳에 내걸려 있던 플랜카드가 전부 불법 판매업소였다니....그만큼 생활속에 깊숙이 파고들었으니 세녹스 유통 조직망은 얼마나 깊이 뿌리박혀 있었겠는가...어쨌던, 이 작품은 전국에 퍼져있는 세녹스(작품에서는 뉴 제녹스로 말한다) 유통 조직망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은퇴를 얼마 앞둔 김성호 팀장이 특별수사대를 조직하고 집요한 추적끝에 조직망을 일망타진하는 스릴넘치는 짜릿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서두부터 극화를 위한 허구를 극대화 했다고 설명하는데, 과연 실제 사실에 얼만큼의 허구를 가미했는지는 판단하기 힘들지만 어쨌던 실체마저 희미했던 범죄조직의 단서를 찾아내려는 수사팀의 끈질긴 노력은 거짓없는 리얼이었으리라....



충남 시골등지에서 이유를 알 수 없이 졸도하는 노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해도 별다른 이유를 찾아낼 수 없고, 가볍게는 두통과 구토에서 심하게는 신경마비와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의문의 질병 때문에 어느덧 피해자는 150명을 넘기는 사태발생한다. 한편, 비슷한 시기에 평택의 한 주유소 건물에서 화재로 인한 폭발사고가 발생하고 화재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시골 노인들과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며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화재로 타는 냄새외에 지독한 화합물의 냄새를 맡았다고 증언하고, 경찰은 일련의 사건에 불법합성연료 제녹스가 연류되있음을 깨닫는다. 청장은 비밀리에 과거 제녹스 소탕작전에 참여했던 김성호 팀장을 다시 불러들여 뉴 제녹스 유통조직의 일망타진을 지시하고, 김성호 팀장은 특별수사반을 꾸리는데......



무조건 발로 뛰고 전국을 이잡듯이 뒤지고 잠복에 잠복을 거치는 그런 수사를 펼칠줄 알았는데, 작품은 생각보다 정보화시대에 걸맞는 하이테크 기술들로 고도의 수사를 펼치고 있어 놀라웠다. -_-;; (다시한번 어디까지가 허구인건지 의문이....) 수사기술이 고도화되었어도 역시 변함 없는건 욕망에 눈이 멀어버린 조직폭력배들의 잔혹성이니...잘나갈때는 똘똘 뭉처있다가도 어느순간 삐끗하면 서로 뒷통수를 때리며 공멸하는 모습을 보는 통쾌함도 있었다. 실제 사건을 지휘했던 당사자의 작품이라서인지 특별수사원 한명 한명의 뚜렷한 개성과 성격 그리고 그들의 캐미는 작품을 한층 입체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했다.



한편의 영화를 본듯 특별수사팀 '블랙'의 활약은 박진감 넘치고 한편으론 든든했다. '조직범죄 수사실화 소설'이라는 문구가, 그 문구가 주는 무게와 몰입감이 소설의 단점들을 전부 덮어버린것 같다. 매사건, 매순간, 매시간마다 마지막 라운드의 각오로 임하는 그들의 땀방울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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