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온 - 잔혹범죄 수사관 도도 히나코
나이토 료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온 : 잔혹범죄 수사관 도도 히나코, ON (2019년 초판)_가제본

저자 - 나이토 료

역자 - 현정수

출판사 - 에이치(h)

정가 - 비매품

페이지 - ?



딸깍!....살인 스위치가 켜졌다.



택배업에 종사하던 청년이 방안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목에 뚜렷한 손자국에서 교살되어 목졸라 죽은 것으로 확인된 사체에 남아있는 엽기적 흔적.

벗겨진 하복부에 피범벅이된 콜라병이 남성의 하복부에 주둥이 부터 꽂혀 있던 것이다.

검시결과 음부를 칼로 찢고 그 틈에 콜라병을 쑤셔 넣는 행위를 수차례 반복했으며,

행위 당시 신체반응으로 미루어 유추했을때 사망자의 의식은 또렸했을 거라는 결과에 

수사관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강제외설 혐의 등으로 세 번 검거된 사망자의 경력으로

사망자에게 성적으로 피해를 입거나 주변 관계자의 원한에 의한 살인사건으로 조사를

시작하지만, 조사과정중 과거 사망자가 자신이 죽은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여고생을 살해했던

사실을 찾아낸다. 


그리고 하나 둘 씩 드러나는 충격적 정황들.....

사망자는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살'했다는 것?!!



자신의 죗값을 치르듯 자신이 저지른 범죄와 같은 방식으로 자살하는 기묘한 사망사건. 이 범죄자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건 원한에 사뭇친 피해자들의 저주인가? 아니면 자신의 죄를 뉘우치기 위한 가해자의 마지막 속죄인가?! 기괴하고 미스터리한 사건을 24살 새내기 초보형사 '도도 히나코'가 풀어나간다. 



'일본 호러소설 대상 독자상'에 빛나는 말 그대로 몸서리처질 정도로 끔찍한 호러 미스터리가 출간되었다. 인간의 이상심리에서 비롯된 살의와 반인륜적인 끔찍한 살인들, 범죄심리학, 뇌과학 지식 등을 짬뽕하여 이토록 강렬하고 매력적인 미스터리를 창조해내다니!!! 일본 특유의 똘끼 넘치는 잔혹성과 독특한 소재에서 오는 참신함 더불어 놀랍도록 치밀하게 짜여진 미스터리는 가히 2019년 최고의 잔혹엽기 미스터리라 해도 과언이 아닐듯 하다. 비슷한 류의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오히려 [개구리 남자의 귀환]의 미진했던 아쉬움을 날려버리는 독창적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었다. 물론 본인의 취향을 100% 저격하는건 말할 것도 없으리라. ㅎㅎㅎ 



살인자들이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심리는 무엇일까? 심리적 경계를 넘어서는 살의? 혹은 살인에 이르게 만드는 충동? 한때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저지르는 우발적 살인은 차치하고 살인 그 자체를 위한 살인 즉 쾌락살인에 이르게 되는 살인자의 심리는 무엇인가? 얼마전 읽었던 '나카야마 시치리'의 [악덕의 윤무곡]에서 살인을 일으키게 만드는 유전자 'MAO-A'의 모계전달로 인하여 살인이 되물림된다는 흥미로운 학설을 접했었다. 그와는 별개로 유명한 사이코패스 살인범들의 뇌를 정밀검사 한 결과 일반인과는 다른 고등사고를 관장하는 잔두엽의 이상 결함을 발견했다는 학설도 떠오른다. 정말로 살인자들의 뇌속엔 살인을 일으키는 특수한 스위치가 있는것 아닐까? 평상시에는 평범하게 살아가던 이들이 어떠한 계기를 통해 OFF되있던 살인스위치가 ON으로 바뀌고, 잔혹한 살인범으로 만드는 살인 스위치 말이다....비단 우리의 뇌속에 살인 스위치만 존재하겠냐만은 다른 스위치와는 달리 살인의 스위치는 일반인과는 전혀 다른 매커니즘으로 작동한다는것 만은 분명한듯 하다. 작품은 이 뇌속에 숨겨진 여러 스위치에 관해 파고들면서 쾌락살인의 충동에 이유있는 근거를 제시한다.    



"엄마를 용서주지 않았어?"

"용서해주지 않았어요.....엄마도, 나를 용서한 적이 없으니까."

"도망치려, 고, 해서, 더 때렸어요. 손가락이 부러진 것을 알고서, 흥분, 해서, 더 때렸어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왜 그런 짓을 했어? 왜 그랬다고 생각하니?"

소년의 말 사이에 섞이던 말더듬는 소리가, 갑자기 뚝 끊어졌다. 소년은 천천히 움직임을 멈추고, 감별관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히나코는 왠지 상상이 디어서 머리꼭대기부터 핏기가 사리지는 기분이 들었다.

"........기분 좋았으니까."



유치원 소녀의 차마 언급할 수 없는 끔찍하고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이 작품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최악의 방법으로 저질러진 엽기적 살인들이 줄줄이 비엔나 처럼 쏟아져 나온다. 높은 수위의 가학적 살인들을 통해 살인범들의 살의를 심리학적인 측면으로 접근하고 살인에 이르게 만드는 이상심리를 뇌과학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이 상당히 보편적이고 객관적이라 어느새 작가에게 설득당하고 미스터리한 사건에 흠뻑 빠져들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다. 



잔혹한 범죄의 반사효과 때문일까? 공감요정 '도도 히나코'의 순수함은 어둠을 비추는 밝은 광명처럼 작품에서 빛을 발한다. 도저히 날카로운 강력반 경찰로 보이지 않는 어리숙한 모습과 피해자의 고통에 통감하며 눈물을 흘리고 가해자의 살의에 공포를 느끼는 때묻지 않은 인간적인 모습에서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고 응원하게 만들며 그녀의 날카로운 통찰로 미궁에 빠진 사건의 핵심을 짚어 나가는 모습에서는 그녀의 경찰로서의 성장에 아빠미소를 짓게 만드는...-_-;;; 실로 매력적인 '도도 히나코'의 존재가 굳어버린 시체에 생기를 불어넣는 산소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더불어 '히나코'의 매력을 완성시켜주는 특별한 능력이 있으니, 바로 초인적인 기억력이다. 과잉기억 증후군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에이머스 데커'와 같은 능력으로 극중 모두가 놓치는 중요한 단서들을 캐치하는데, [모기남]과 다른점은 '데커'는 이 능력을 상요하여 수사의 구심점이자 주체로서 사건을 해결하지만 '히나코'는 수사의 보조적인 역할로 소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다른 점이다. 코스요리에서 메인 요리가 아닌 요리에 풍미를 더하는 향신료같은 역할이랄까...아직 쌩초보 실수투성이에 정신적으로 한없이 흔들리고 갈등하는 '히나코'의 고뇌가 그려지는 만큼 후속작에서는 좀 더 성숙한 경찰의 모습으로 특수 기억능력이 한층 중요한 역할을 해낼지도 모르겠다.  



특히 근래에 보기 드문 (오랫동안 기다려온) 순도 높은 하드고어틱한 작품이다. 끔찍하고 잔혹한 표현이 난무하는 와중에 가학적 폭력이 주는 극한의 카타르시스를 한없이 방출하는... 하지만 오로지 잔혹성'만' 있는 작품은 아니라는 것. 존재자체로 빛을 발하는 '도도 히나코'와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없는 입체적인 캐릭터들 그리고 끔찍한 6건의 미해결 사건들이 던지는 복잡한 문제는 끊임없이 독자들의 머리속을 헤집고 차츰 차츰 드러나는 충격적 결말을 향해 멱살을 부여잡고 끌고 갈 것이다. 진심으로 미친작품! 완전 대박!!! 무조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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