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시즌2 : 10~14 세트 - 전5권 (리커버 에디션) 미생 (리커버 에디션)
윤태호 글.그림 / 더오리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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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미생 시즌2, part 1 - 박스셑 (2019년)

저자 - 윤태호

출판사 - 더오리진

정가 - 69000원

페이지 - 249, 237, 245, 251, 271p



미생에서 완생으로...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수많은 샐러리맨의 공감을 일으키며 울고 웃게 만들었던 만화 [미생] 시즌2가 리커버 에디션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웹툰의 성공에 힘입어 드라마화 되었고,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드라마 역시 대박을 치면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원인터 장그레가 돌아왔다. 드라마가 끝난 2014년 이후 5년의 시간이 흘렀다. 주인공 장그레 역을 맡았던 연기자 임시완이 [미생]이후 군대에 입소하여 복무를 마치고 제대하여 복귀작까지 찍은 짧지 않은 시간. 만화속 장그레 역시 5년이란 시간동안 대기업 원인터 인턴 생활 이후 새로운 곳에서 완생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었다. 



원인터 인턴으로 남다른 안목과 끈기를 보이지만 결국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장그레는 원인터를 나온 오상식 과장과 김부련 전무, 김동수 부장이 뭉처 세운 회사 온길 인터내셔널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한다. 새로운 온길에서 김부련 전무는 사장으로, 김동수 부장은 전무로, 오상식 과장은 부장으로 직위를 받지만 장그레는 온길에서도 사원으로서 한 사람의 구성원으로 능력을 펼치기 위해 도전하고 고뇌하고 노력한다. 대기업의 체계적인 회사생활에서 홀로 2~3인의 몫을 해내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되어야 하는 중소기업의 시스템은 장그레 뿐만아니라 김부련, 오상식, 김동수에게도 새로운 도전이 되고, 가족을 위해, 생계를 위해 직장인 투사로서 세상과 맞서 싸워 나간다.....



시즌1도 무역업이라는 치열한 전쟁터에 모든 것을 내던지는 샐러리맨들의 처절한 사투에 한번씩 울컥하게 만드는 지점이 있었는데 역시 시즌2도 재미와 감동 두마리의 토끼를 모두 거머쥔다. 특히나 재정난, 인력난에 허덕이는 신생 중소기업의 생생한 묘사는 역시 꼼꼼하고 치밀한 사전조사로 현실감을 살려내는 '윤태호'작가라는 감탄을 자아낸다. 



물론 신생회사 온길과 함께 원인터의 장그레 동기들도 함께 하고 시즌2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 역시 각자의 매력을 뽐내며 더욱 깊고 다양한 [미생]만의 재미를 더해간다. 어쨌던, 파트1에서 어수선했던 온길의 신고식이 끝난다. 앞으로 이어질 파트2에서는 본격적으로 먹거리를 찾아 업무를 펼칠 모습이 그려지니 또 기다려야지 뭐....하루빨리 연재재개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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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쉬즈 곤
카밀라 그레베 지음, 김지선 옮김 / 크로스로드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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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쉬즈곤 (2019년 초판)

저자 - 카밀라 그레베

역자 - 김지선

출판사 - 크로스로드

정가 - 16000원

페이지 - 511p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한 겨울의 북유럽 스릴러



찬바람이 불어오는 이 추운 겨울 뼛속까지 가슴 시리게 만들 신작 북유럽 스릴러가 출간되었다. '2017 스웨덴 올해의 범죄소설상', '2018 북유럽 최고 유리열쇠상', '2019 리브르 드 포슈 독자상' 등 출간 이후 무려 3년에 걸쳐 평단과 독자들에게 사랑받으며 화려한 수상을 자랑하는 [애프터 쉬즈 곤]이다. 범죄 프로파일러 '한네 라겔린드'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으로 흔히 한네가 작품속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미스터리한 사건을 파헤치는 구성을 생각하겠지만 예상관 달리 한네를 사이드로 미뤄두고 마을 토박이 경찰 말린과 평버한 16살 소년을 전면에 배치하는 독특한 구성을 띈다. 2009년과 2017년, 8년의 시간의 간극을 두고 벌어지는 살인사건의 비밀은 무엇일지.... 눈덮인 작은 마을 오름베리에서 잔혹한 비극적 이야기가 펼쳐진다.



[2009년]

고등학생 말린과 친구들은 술병을 손에 쥐고 오름산을 올랐다. 취기에 오른 오름산의 돌무더기 근처. 쓸데없는 잡담을 나누던 말린은 요의를 느끼고, 돌무더기 위에 올라가 바지를 내리고 쭈구려 앉아 소변을 본다. 그런 그녀의 발 아래 정체모를 이끼와 바가지가 눈에 띈다. 덮인 눈을 치우고 돌들을 치운 말린은 바가지에 붙은 검은 이끼의 정체를 안 순간 비명을 질러댄다. 바가지와 이끼는 6살 소녀의 두개골이었던 것이다......


[2017년]

경찰이 된 말린은 8년전 발견한 소녀 사체의 콜드케이스를 재수사하게 된다. 때문에 스웨덴에서 유능한 범죄프로파일러 한네와 그의 연인 페테르가 함께 오름베리로 찾아와 조사에 착수한다. 하지만 조사를 나간 한네와 페테르는 실종되버리고, 모습을 감춘지 며칠이 지나 한네가 맨발에 피투성이가 되어 길가에서 발견된다. 말린과 동료 경찰들은 한네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묻지만 그녀는 오름베리에서의 모든 기억을 잊어버린 상태였고, 함께 했던 페테르의 행방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다음날....8년전 소녀의 사체가 발견됐던 돌무더기에서 또다른 여성의 사체가 발견되는데.....



8년의 간극을 두고 동일한 장소에서 발견된 두 여성의 사체. 그리고 1996년에 죽어서 묻힌 6살 소녀. 무려 20년의 시간을 두고 비슷한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동일범일까? 아니면 모방범죄일까?...무거운 돌무더기 아래 차디찬 눈속에서 어리디 어린 소녀와 여성은 우리에게 어떤 말을 전하는걸까?...



후반부에는 한네도 들어오지만 거의 대부분 말린과 16세 소년 제이크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작은 마을 오름베리에서 나고 자라 지긋지긋한 시골을 벗어나고 싶지만 그 누구보다 마을 사람들을 사랑하는 경찰 말린. 그리고 성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며 남들 몰레 죽은 엄마와 누나의 옷을 훔쳐입는 크로스드레서 제이크. 이 어울리지 않을것 같은 두 인물이 각자의 자리에서 미스터리한 사건을 파헤치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제이크라기 보단 제이크가 손에 넣은 한네의 일기장이 사건의 비밀을 풀어내는 핵심 키라고 해야할까....진실을 알고 있던 한네의 기억상실상태에서 사건의 본질을 꿰뚫는 한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유약한 16세 왕따 소년 제이크인 것이다. 결국 당연하게, 필연적으로 제이크는 이 사건에 본의아니게 참전하면서 가족과 친구 그리고 마을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내야하는 중요한 위치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소년을 짓누르던 껍질을 깨고 단단한 어른으로 거듭나는 성장소설의 배역을 맡았달까.



그럼 다른 주역 말린은 어떨까. 마을을 지탱하던 공장들은 문을 닫고 주민들은 씻을 수 없는 무기력과 절망에 길들여져 있다. 누구보다 희망없는 마을을 싫어했던 여성 말린은 경찰 시험에 합격하고 도시에서 함께 살 남친과 결혼을 약속한 상태. 하지만 8년 전 자신이 발견했던 얼음소녀가 말린의 발목을 잡는다. 불과 열 집도 안되는 작은 마을에서 발생한 두 건의 살인사건으로 가족같이 지내던 마을 사람들을 용의자로 조사해야 하는 난처함. 그리고 수년째 마을 근처에서 터를 잡고 세금을 축내는 난민마을에 대한 증오와 갈등. 이 모든 복잡한 상황과 어지러운 심경이 말린을 흔들어 대니.....믿음과 의심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말린의 고뇌 역시 또하나의 관전 포인트이다. 



미스터리한 살인에 유럽 사회에 골치아픈 문제로 대두되는 난민 문제, 즉 제노포비아 혹은 이슬람 포비아를 절묘하게 조합하여 불편한 긴장감을 조성하고 증오와 광기가 얼마나 사람을 잔혹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사회비판적 이야기도 담아낸다. 십수년동안 차가운 돌무더기에서 얼어 붙어 있던 소녀의 기구한 진실이, 끔찍한 비밀이 가슴팍을 돌덩이로 내리 누르듯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초반 인물들의 성격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며 특유의 북유럽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그다지 큰 이벤트 없이 냉혹한 분위기를 묘사하려다 보니 초중반까지는 조금 더딘 느낌인데, 일단 중반을 기점으로 후반과 결말까지는 거침없이 읽히는 작품이었다. 결말의 반전도 굉장히 의미심장 했달까....북유럽 스타일을 선호하거나 심리 스릴러 팬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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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에 이르는 병
구시키 리우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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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에 이르는 병 (2019년 초판)

저자 - 구시키 리우

역자 - 현정수

출판사 - 에이치(h)

정가 - 14800원

페이지 - 359p



그것은 병이다. 



[살육에 이르는 병]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일본 미스터리가 출간되었다. 2019년 하반기 대박 미스터리로 꼽는 [온 : 잔혹범죄 수사관 도도히나코]를 출간한 '에이치'출판사에서 후속작으로 나온 이 [사형에 이르는 병]으로 실로 연타석 홈런을 쳤다고 평가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최고로 치기도 하거니와 일본 서술트릭의 대명사로 불리는 [살육병]을 떠올리게 하는 이 [사형에 이르는 병]은 서술트릭 미스터리는 아니지만 [살육병]에 비견되는 독특한 발상의 잔혹 추리극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사람을 사형에 이르게 만드는 병이란 무엇일까? 남녀 불문 중고등학생 24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연쇄살인귀 사형수 하이무라 야마토의 거부할 수 없는 악마적 매력에 빠질 준비가 되었다면....지체없이 페이지를 펼쳐보라!!



중딩까지 작은 마을에서 영재소리를 듣던 마사야는 명문고에 진학하고부터 노력을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를 느끼고 절망한다. 고딩중퇴 이후 3류 대학교에 입학하여 좌절의 나날을 보내던 마사야에게 편지 한통이 전달된다. 고향에서 빵집을 운영하다 24인 연쇄살인마로 체포된 하우무라 야마토의 편지. 즉 사형수에게서 온 편지 한통. 내용인 즉슨 살인으로 인정된 9명의 살인사건중 마지막 9번째 살인은 자신이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으로 마사야가 진상을 밝혀줬음 좋겠다는 것이다. 유독 중딩시절 자신을 보살펴 주던 하이무라에 대한 기억은 마사야를 교도소까지 이르게 만들고, 직접 하이무라와 대면한 마사야는 그의 진정성과 원인을 알 수 없는 감정의 변화에 따라 하이무라를 돕기로 마음 먹는다. 마사야는 하이무라의 변호사 조수라 사칭하고 하이무라의 과거와 사건 피해자들을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이야기가 시작되는 서두를 보면서 현재 한창 이슈가 되는 화성 8차 사건의 진범가리기가 떠올랐다. 물론 작품은 화성 8차와는 차이가 있지만 24명의 살인 용의를 받고 있고 확인된 건만 9건. 마지막 9번째 살인이 아니더라도 나머지 8건 만으로도 사형은 확정인 하이무라의 진범 가리기는 사실 의미가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에 하이무라가 진실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면....또다른 9번째 살인범은 다른 무고한 피해자를 물색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이것이 작품이 던지는 미스터리 첫번째 이다. 9번째 사건 이십대 회사원 네즈의 사망은 누구의 범행인가?



최악의 시리얼 킬러는 감옥에 갇혀있고, 철장밖에서 비탄에 빠져있던 대학생 마사야가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구조. 최고의 레전드 스릴러로 불리는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박사와 '클라리스 스탈링'이 떠오른다. 철창안에서 무서운 존재감을 발산하면서 사건 전체를 꿰뚫고 마사야를 조종하는 하이무라의 치명적 매력은 '렉터'박사의 카리스마와 놀랍도록 닮아있다. 이 작품이 던지는 미스터리 두번째. 하이무라 야마토의 지적 살인귀로서의 매력이다. 사실 작품을 읽어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 하이무라 야마토의 캐릭터 구성을 위해 실존하는 다양한 연쇄살인범 혹은 잔혹 살인귀를 연구 했음을 단번에 깨달을 수 있다. 작품 내에서 빈번하게 유명 연쇄살인마들의 끔찍한 만행들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그들이 살인에 이르게 되는 정신분석과 이상심리를 언급하기 때문이다. 찰리 맨슨, 에드 게인, 존 웨인 게이시, 재프리 다머 등등등.....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네임드 사이코패스들의 잔혹함과 이지적 매력을 엑기스로 뽑아 태어난 캐릭터가 바로 하이무라 야마토인 것이다. 이러니 이 미친놈에게 어찌 빠져들지 않을 수 있으랴....-_-



자. 이 작품이 던지는 미스터리 세번째! 바로 하이무라와 마사야의 관계이다. 과연 이 사이코패스 살인마는 왜 마사야에게 편지를 보낸것인가? 그것이 이 작품의 제목과 일맥상통하는 핵심이자 최대 반전의 무기이다. 9번째 진범을 찾는 일에 왜 마사야가 하이무라의 과거 행적을 집요하게 조사하는지는 직접 작품을 읽어봐야 이유를 알 수 있으리라. 개쩌는 반전의 진실은 마지막에서야 밝혀지니까 말이다. ㅋ



이미 살인귀가 잡혀있는 만큼 생생한 리얼타임 살육 장면은 없다. 하지만 하이무라가 저질렀던 끔찍한...다소 고어적인 수십건의 범행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독자를 몸서리 치게 만든다. 그가 저지른 사건들, 그의 불행했던 과거들, 살아온 삶의 궤적과 사이사이 어김없이 자행된 살육들....마치 사이코패스 살인범 하이무라에 대한 특집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는 기분이랄까. 놀랍도록 치밀한 심리분석과 데이터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의식의 흐름까지 일단 한번 잡으면 놓을 수 없는 흡인력 있는 작품이었다. 잔혹도, 반전의 묘미, 집중력, 핍진성, 캐릭터 완성도, 스토리 뭣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작품을 읽고 나서 하는 말이지만 이 [사형에 이르는 병]이 원제인지 아니면 국내용 제목인지는 모르겠지만 '사형'보다는 '살육'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또 한편의 레전드 [살육에 이르는 병]이랄까...하이무라와 마사야의 위험한 심리게임에 참전할 준비가 되었다면 주저하지 말고 책을 펼쳐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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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얼굴의 여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5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비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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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얼굴의 여우 (2019년 초판)

저자 - 미쓰다 신조

역자 - 현정수

출판사 - 비채

정가 - 14800원

페이지 - 543p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의 비극



오랜만에 호러 미스터리 작가 '미쓰다 신조'의 두툼한 신작이 출간되었다. 자신이 직접 작품에 등장하는 메타픽션물 작가 시리즈로 강한 인상을 새긴 작가라 이번 신작도 강렬한 호기심과 기대속에 펴들었다. 작품을 완독한 지금 처음의 기대와는 다른 의미의 충격과 강렬한 울림을 느낀것 같다. 시대적 배경, 등장인물 그리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실존했던 역사까지....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관계에서 출간된 이번 작품이 본인에겐 꽤나 인상깊에 다가왔다. 최소한 작가 '미쓰다 신조'는 균형잡힌 역사관을 갖고 있구나 라는 것을 느끼면서 호감도 +50 상승의 효과를 주는 작품이자 인기시리즈 도조 겐야 시리즈와 작가 시리즈를 이어갈 새로운 차세대 주자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를 국내에 알리는 좋은 기회라 생각된다.



2차세계대전 직후 미국의 원폭투하에 항복을 선언한 일본은 대내외적으로 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다. 만주에 있는 건국대학에 재학중이던 모토로이 하야타는 대학에서 꿈꿨던 이상과는 너무나 다른 냉혹한 식민지배의 현실에 실망하고 일본으로 건너와 기약없는 유랑생활을 한다. 그렇게 흘러 들어온 곳은 이와테 현의 기타가미. 열차에 내린 하야타는 우연한 인연으로 탄광 넨내갱에서 일하는 아이자토 미노루와 만나고 그의 학식과 성품에 반해 탄광부로 취직하게 된다. 아이자토 미노루는 하야타에게서 자신이 식민지 시절 조선에서 탄광 노동부로 차출한 정남선을 떠올렸다 고백한다. 타지에서 혹독하게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폭격으로 사망한 정남선에게 일종의 죄책감을 안고 있는 미노루는 하야타의 탄광부 생활을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하지만 시일지 지나도 하야타는 깊은 지하로 내려가는 광부 생활에 공포심을 느끼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러던중 동료 광부에게서 기묘한 탄광괴담을 듣게 된다. 


깊고 깊은 동굴속에서 석탄을 캐던 광부 앞에 검은 여우 가면을 쓴 여성이 등장한다는 것. 그리고 가면을 벗은 여성은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광부를 현혹한다. 여우가면에 홀린 광부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생기를 잃어가다 동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실종된다는 것. 광부들에게 불운의 신인 검은 여우가면 괴담을 들은 직후 넨내 갱에서 낙반 사고가 발생하고 아이자토 미노루가 갱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그리고 낙반 사고 직후 아이자토 미노루와 하야타가 기거하던 1호관 사옥의 다른 방에서 금줄에 목이 메인 자살사건이 발생하고, 1호관 사옥 앞에서 놀이를 하던 아이들은 검은 얼굴의 가면을 쓴 여성이 1호관으로 들어갔다고 증언한다. 하지만 방안에는 목메단 시체 외에는 아무도 없고 방안은 완벽한 밀실이었다. 그러나 이 자살은 시작에 불과했고.....미스터리한 자살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는데.....



말했다시피 작품의 배경은 우리에게 민감한 식민지배 직후가 배경이다. 게다가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 역시 조선인의 가혹한 노동력 착취가 벌어지던 탄광이니....우리에게 좀 더 남다르게 다가오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조건반사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미쓰다 신조'는 아이자토 미노루의 입을 빌려 이 모든 착취가 불법적인 역사였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물론 평범한 조선인들이 일본땅에 건너가 받았던 학대와 폭력의 만행도 포함해서 말이다. 어디까지나 픽션을 두고 이렇게 따지는게 과도한 의미부여라 생각될지 모르지만 사실 피해자였던 우리들에겐 굉장히 민감하고 중요한 부분아니던가. 비슷한 이야기를 담고 있던 영화 [군함도]가 대중들의 지탄과 외면을 받았던 이유를 헤아려 본다면 우리의 DNA에 각인된 아픔과 고통의 역사를 외면할 수 없으리라. 어쨌던, 픽션이지만 당시의 불합리한 시대상을 객관적으로 담고 있고 그 시대적 배경이 작품에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작품에 대한 평가를 올리는 요소로 작용했다는건 인정한다.



둘째로 한순간의 실수로 목숨이 뒤바뀌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생존을 위해 일하는 광부들의 극한의 공포와 숨막히는 폐쇄감이 드러나 독자들로 하여금 폐소공포증을 야기시킨다. 동시에 검은 얼굴 여우 괴담으로 광부들의 징크스와 터부를 자극하여 공포를 이끌어 낸 뒤 느닷없이 미스터리한 밀실살인사건을 연달아 등장시켜 초현실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공포와 본격 미스터리의 절묘한 콜라보를 선보인다. 머...호러 미스터리 분야로 일가견이 있는 작가이니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의 장기를 살려낸달까.



이후 결말로 치달아가면서 초반의 지나가던 캐릭터가 사건 전체를 뒤흔드는 중요 캐릭터로 떠오르고 앞선 복선들이 재정립될때 역시 '미쓰다 신조'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된다!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절묘한 결말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작품 자체의 시대적 배경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다보니 기존의 민속학에 근간을 둔 괴이한 공포 요소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듯 하다. 다르게 말하면 사회파 미스터리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작품인듯....어쨌던 지금같은 시국에 굉장히 의미있고 무게감 있는, 역사 본격 미스터리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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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퍼슨
크리스틴 루페니언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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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퍼슨 (2019년 초판)

저자 - 크리스틴 루페니언

역자 - 하윤숙

출판사 - 비채

정가 - 13800원

페이지 - 422p




* 단편 캣퍼슨의 스포일러가 포함되 있습니다.


34살, 오래도록 솔로, 외모는...내가 봐도 잘생긴 얼굴은 아니다.

불룩 나온 배에 삐죽 솟은 턱수염, 후줄근한 차림새....혼자가 익숙해져 버린 세월.

언제부턴가 자주 가는 극장 매표소 아가씨가 내 시덥잖은 농담에 열렬히 반응해주기 시작했다.

20대 초반에 매끈한 몸매와 예쁜 얼굴의 그녀.

가벼운 농담 섞인 대화가 점점 길어졌고 어느새 휴대폰 메시지로 이어졌다.

이정도면 친밀해 졌다고 느꼈을 즈음. 그녀가 데이트 신청을 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차를 몰아 그녀의 대학교 기숙사로 찾아갔다.

그녀를 픽업한뒤 분위기 좋은 극장으로 차를 몰았다.

그녀가 일하는 극장은 십대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라 너무 가벼웠다.

걸리는 영화도 내 취향은 아니었다.

결국 좀 멀더라도 조용하고 괜찮은 극장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오랜만에 데이트라서인지 긴장되고 두근대는 마음에 저절로 말수가 줄어들었다.

이런 마음을 그녀가 눈치챌까 두려워 더욱 위축됐다.

기나긴 침묵속에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용이 머리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의 반응을 살피는데 여념이 없었다.

나이 차도 많이 나는 나와의 데이트를 어떻게 생각할까?

폭풍처럼 몰아치는 심장의 고동소리가 귓가에 들리는듯 했다.

정신없는 영화상영이 끝나고, 그녀가 내게 맥주한잔을 제안했다.

떨렸다. 느낌이 좋았다. 어린놈들이 몰려있는 정신없는 펍으로 가긴 싫었다.

간판도 없이 운영되는 시설은 오래됐지만 어른들의 펍으로 갔다.

그녀를 뒤에두고 앞장서 출입문을 지키는 기도를 지났다.

계단을 내려가려던 나는 누군가의 부름에 뒤를 돌아봤다.

그녀가 난처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별수없이 그녀와 차에 탔다.

기억을 돌이켜 자신을 21살이라 소개했던 것을 떠올렸다.

아무래도 거짓말을 한 듯 했다.

그녀가 별볼일없는 내게 다가온 저의가 궁금했다.

머리속에 의혹과 의심이 소용돌이 쳤다.

굳은 내 표정을 의식했는지 그녀가 내 무릎위에 앉았다. 이내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을 덮었다.

숨막히는 시간이 흐르고, 상기된 얼굴에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그녀가 말했다.

"당신 집으로 가요."

당연하게도 누추한 내 집에 그녀를 들였다. 의심과 의혹은 키스로 모두 날아가 버렸다.

머리속이 마비된것 같았다.

이 여자와 잔다. 마지막 섹스가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섹스를 한적이 있긴 하던가?...

34살이나 되서 14살 어린 그녀에게 서툰 모습을 보이기 두려웠다. 그녀를 만족시켜 주고 싶었다.

포르노 영화에서 본대로 그녀의 입속으로 혀를 밀었다.

움찔 거리는 그녀의 몸. 반응이 있는것 같았다. 좀더 열정적으로, 공격적으로 혀를 넣었다.

떨리는 전희에 이어 드디어 그녀와 한몸이 되었다. 잊고 있던 강렬한 섹스의 쾌감.

활홀경. 카타르시스. 전신에 찌릿한 전기가 흘렀다.

일을 마치고 숨을 가다듬는 사이 내 옆에 누워있던 그녀가 일어나 옷을 입었다.

그녀를 보내기 아쉬웠다. 좀더 함께 있고 싶었다. 좀더...좀더 그녀를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기숙사 무단 외박이 금지라 했다. 별수없이 그녀를 기숙사에 내려줬다.

집으로 돌아와 함께 있던 침대에 누웠다. 그녀의 체취가 아직 미미하게 풍겼다.

의도야 어쨌던 이제 그녀와 정식 교제를 시작했다. 식었던 가슴이 뜨겁게 타올랐다.

설레는 마음을 담아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답은 오지 않았다.

새벽이라 잠들었으리라. 상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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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그녀에게 연락이 없다.

계속 메시지를 보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그날의 데이트를 수십번, 수백번 복기 했지만 크게 잘못된 점은 생각나지 않았다.

답답했다. 그저 하룻밤 상대에 불과했던 걸까? 설렘으로 부풀었던 마음이 차갑게 식어갔다.

자괴감이 목을 조여왔다.

'띵동'

문자다. 드디어 그녀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서둘러 핸드폰을 잡고 메시지함을 열었다.

'쿵' 심장이 내려앉았다. 기다리던 그녀의 메시지는 충격적이었다.

다시는 연락하지 말아 달라는....먼저 다가오고, 먼저 키스한건 그녀 아니던가.

심지어 그녀가 내 집으로 가서 섹스하자고 했다. 혼란스러웠다.

그녀의 행동을 납득하기 힘들었다. 분노가 치밀었다. 하지만 알았다는 대답밖엔 할 수 없었다.


며칠뒤. 우연히 쇼핑몰에서 그녀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을 목격했다.

젊고 잘생긴 청년이었다. 같은 대학교 학생인듯 했다.

그녀 역시 내 존재를 눈치 챘는지 의도적으로 나를 피하는 듯 보였다.

좋은 추억으로 남기려 했던 그녀와의 기억이 더럽게 느껴졌다.

더러운 창녀에게 놀아난 기분이었다. 분노가 치솟았다.

이대로 그냥 있을 수 없었다. 내 마음을, 분노를 전해야 했다.

휴대폰을 들고 그녀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메시지함을 열어 빠르게 글자를 타이핑 하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지금도 그 남자랑 하고 있니?'

'그런 거야'

'대답해'

'이 창녀야!!!!'





남녀간의 관계는 참으로 오묘하다. 생각지도 못한 화학작용을 통해 사랑과 증오의 감정이 수도 없이 교차하는 연애의 매커니즘. -_-;;;; 이 글은 이 책을 처음 펼치면 만나게 되는 단편 표제작 [캣퍼슨]을 보고 쓴 글이다. 20살 대학생 여성과 34살 남성의 만남. 그 이해할 수 없는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이 담겨있다. 작품은 20살 여성의 시점에서 그려지는 이야기인데, 아무래도 본인이 남자라서인지 남자 입장에서 몰입하게 되었고, 내가 그 남자였다면 이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하고 빙의되어 남자의 입장에서 써본 글이다. 그러니 어디까지나 본인의 뇌내망상에서 비롯된 글이란걸 언급한다. 좌우간....훅 다가왔다 훅 떠나가버린 그녀의 미스터리한 본심이 궁금하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길....ㅋ 상상못한 진실이 펼쳐진다. -_-



어쨌던, 펴자마자 나오는 독특한 로맨스에 이 단편집 자체가 로맨스 단편집인줄 알았건만, 그건 아니었다. 좀더 기이하고 괴상한 이야기들이 담긴 작품집이랄까....생각보다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기묘한 이야기 같은 단편집이었다. 익히 알고 있는 동화를 비틀어 버리거나 아이들의 동심을 파괴하는 익숙함을 벗어난 충격적 이야기들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머....강렬하다고 전부 공감되는건 아니었지만 작품의 관점이나 이야기는 충분히 뜨거운 감자가 될만했던것 같다. 이 작품이 실린 [뉴요커]가 얼마나 대단한 잡지인지는 모르겠으나 450만 건이라는 최다 조회수와 수많은 논란을 야기시킨 문제작이라는데는 어느정도 동감할 수 있었다.



표제작 [캣퍼슨] 말고도 어른을 위한 동화, 호러, 서스펜스 등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가 '크리스틴 루페니언'의 열 두가지 마음의 소리를 담아낸 문제작이자 흥미로운 작품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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