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얼굴의 여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5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비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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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얼굴의 여우 (2019년 초판)

저자 - 미쓰다 신조

역자 - 현정수

출판사 - 비채

정가 - 14800원

페이지 - 543p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의 비극



오랜만에 호러 미스터리 작가 '미쓰다 신조'의 두툼한 신작이 출간되었다. 자신이 직접 작품에 등장하는 메타픽션물 작가 시리즈로 강한 인상을 새긴 작가라 이번 신작도 강렬한 호기심과 기대속에 펴들었다. 작품을 완독한 지금 처음의 기대와는 다른 의미의 충격과 강렬한 울림을 느낀것 같다. 시대적 배경, 등장인물 그리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실존했던 역사까지....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관계에서 출간된 이번 작품이 본인에겐 꽤나 인상깊에 다가왔다. 최소한 작가 '미쓰다 신조'는 균형잡힌 역사관을 갖고 있구나 라는 것을 느끼면서 호감도 +50 상승의 효과를 주는 작품이자 인기시리즈 도조 겐야 시리즈와 작가 시리즈를 이어갈 새로운 차세대 주자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를 국내에 알리는 좋은 기회라 생각된다.



2차세계대전 직후 미국의 원폭투하에 항복을 선언한 일본은 대내외적으로 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다. 만주에 있는 건국대학에 재학중이던 모토로이 하야타는 대학에서 꿈꿨던 이상과는 너무나 다른 냉혹한 식민지배의 현실에 실망하고 일본으로 건너와 기약없는 유랑생활을 한다. 그렇게 흘러 들어온 곳은 이와테 현의 기타가미. 열차에 내린 하야타는 우연한 인연으로 탄광 넨내갱에서 일하는 아이자토 미노루와 만나고 그의 학식과 성품에 반해 탄광부로 취직하게 된다. 아이자토 미노루는 하야타에게서 자신이 식민지 시절 조선에서 탄광 노동부로 차출한 정남선을 떠올렸다 고백한다. 타지에서 혹독하게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폭격으로 사망한 정남선에게 일종의 죄책감을 안고 있는 미노루는 하야타의 탄광부 생활을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하지만 시일지 지나도 하야타는 깊은 지하로 내려가는 광부 생활에 공포심을 느끼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러던중 동료 광부에게서 기묘한 탄광괴담을 듣게 된다. 


깊고 깊은 동굴속에서 석탄을 캐던 광부 앞에 검은 여우 가면을 쓴 여성이 등장한다는 것. 그리고 가면을 벗은 여성은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광부를 현혹한다. 여우가면에 홀린 광부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생기를 잃어가다 동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실종된다는 것. 광부들에게 불운의 신인 검은 여우가면 괴담을 들은 직후 넨내 갱에서 낙반 사고가 발생하고 아이자토 미노루가 갱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그리고 낙반 사고 직후 아이자토 미노루와 하야타가 기거하던 1호관 사옥의 다른 방에서 금줄에 목이 메인 자살사건이 발생하고, 1호관 사옥 앞에서 놀이를 하던 아이들은 검은 얼굴의 가면을 쓴 여성이 1호관으로 들어갔다고 증언한다. 하지만 방안에는 목메단 시체 외에는 아무도 없고 방안은 완벽한 밀실이었다. 그러나 이 자살은 시작에 불과했고.....미스터리한 자살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는데.....



말했다시피 작품의 배경은 우리에게 민감한 식민지배 직후가 배경이다. 게다가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 역시 조선인의 가혹한 노동력 착취가 벌어지던 탄광이니....우리에게 좀 더 남다르게 다가오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조건반사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미쓰다 신조'는 아이자토 미노루의 입을 빌려 이 모든 착취가 불법적인 역사였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물론 평범한 조선인들이 일본땅에 건너가 받았던 학대와 폭력의 만행도 포함해서 말이다. 어디까지나 픽션을 두고 이렇게 따지는게 과도한 의미부여라 생각될지 모르지만 사실 피해자였던 우리들에겐 굉장히 민감하고 중요한 부분아니던가. 비슷한 이야기를 담고 있던 영화 [군함도]가 대중들의 지탄과 외면을 받았던 이유를 헤아려 본다면 우리의 DNA에 각인된 아픔과 고통의 역사를 외면할 수 없으리라. 어쨌던, 픽션이지만 당시의 불합리한 시대상을 객관적으로 담고 있고 그 시대적 배경이 작품에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작품에 대한 평가를 올리는 요소로 작용했다는건 인정한다.



둘째로 한순간의 실수로 목숨이 뒤바뀌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생존을 위해 일하는 광부들의 극한의 공포와 숨막히는 폐쇄감이 드러나 독자들로 하여금 폐소공포증을 야기시킨다. 동시에 검은 얼굴 여우 괴담으로 광부들의 징크스와 터부를 자극하여 공포를 이끌어 낸 뒤 느닷없이 미스터리한 밀실살인사건을 연달아 등장시켜 초현실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공포와 본격 미스터리의 절묘한 콜라보를 선보인다. 머...호러 미스터리 분야로 일가견이 있는 작가이니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의 장기를 살려낸달까.



이후 결말로 치달아가면서 초반의 지나가던 캐릭터가 사건 전체를 뒤흔드는 중요 캐릭터로 떠오르고 앞선 복선들이 재정립될때 역시 '미쓰다 신조'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된다!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절묘한 결말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작품 자체의 시대적 배경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다보니 기존의 민속학에 근간을 둔 괴이한 공포 요소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듯 하다. 다르게 말하면 사회파 미스터리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작품인듯....어쨌던 지금같은 시국에 굉장히 의미있고 무게감 있는, 역사 본격 미스터리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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