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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에 이르는 병
구시키 리우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사형에 이르는 병 (2019년 초판)
저자 - 구시키 리우
역자 - 현정수
출판사 - 에이치(h)
정가 - 14800원
페이지 - 359p
그것은 병이다.
[살육에 이르는 병]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일본 미스터리가 출간되었다. 2019년 하반기 대박 미스터리로 꼽는 [온 : 잔혹범죄 수사관 도도히나코]를 출간한 '에이치'출판사에서 후속작으로 나온 이 [사형에 이르는 병]으로 실로 연타석 홈런을 쳤다고 평가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최고로 치기도 하거니와 일본 서술트릭의 대명사로 불리는 [살육병]을 떠올리게 하는 이 [사형에 이르는 병]은 서술트릭 미스터리는 아니지만 [살육병]에 비견되는 독특한 발상의 잔혹 추리극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사람을 사형에 이르게 만드는 병이란 무엇일까? 남녀 불문 중고등학생 24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연쇄살인귀 사형수 하이무라 야마토의 거부할 수 없는 악마적 매력에 빠질 준비가 되었다면....지체없이 페이지를 펼쳐보라!!
중딩까지 작은 마을에서 영재소리를 듣던 마사야는 명문고에 진학하고부터 노력을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를 느끼고 절망한다. 고딩중퇴 이후 3류 대학교에 입학하여 좌절의 나날을 보내던 마사야에게 편지 한통이 전달된다. 고향에서 빵집을 운영하다 24인 연쇄살인마로 체포된 하우무라 야마토의 편지. 즉 사형수에게서 온 편지 한통. 내용인 즉슨 살인으로 인정된 9명의 살인사건중 마지막 9번째 살인은 자신이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으로 마사야가 진상을 밝혀줬음 좋겠다는 것이다. 유독 중딩시절 자신을 보살펴 주던 하이무라에 대한 기억은 마사야를 교도소까지 이르게 만들고, 직접 하이무라와 대면한 마사야는 그의 진정성과 원인을 알 수 없는 감정의 변화에 따라 하이무라를 돕기로 마음 먹는다. 마사야는 하이무라의 변호사 조수라 사칭하고 하이무라의 과거와 사건 피해자들을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이야기가 시작되는 서두를 보면서 현재 한창 이슈가 되는 화성 8차 사건의 진범가리기가 떠올랐다. 물론 작품은 화성 8차와는 차이가 있지만 24명의 살인 용의를 받고 있고 확인된 건만 9건. 마지막 9번째 살인이 아니더라도 나머지 8건 만으로도 사형은 확정인 하이무라의 진범 가리기는 사실 의미가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에 하이무라가 진실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면....또다른 9번째 살인범은 다른 무고한 피해자를 물색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이것이 작품이 던지는 미스터리 첫번째 이다. 9번째 사건 이십대 회사원 네즈의 사망은 누구의 범행인가?
최악의 시리얼 킬러는 감옥에 갇혀있고, 철장밖에서 비탄에 빠져있던 대학생 마사야가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구조. 최고의 레전드 스릴러로 불리는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박사와 '클라리스 스탈링'이 떠오른다. 철창안에서 무서운 존재감을 발산하면서 사건 전체를 꿰뚫고 마사야를 조종하는 하이무라의 치명적 매력은 '렉터'박사의 카리스마와 놀랍도록 닮아있다. 이 작품이 던지는 미스터리 두번째. 하이무라 야마토의 지적 살인귀로서의 매력이다. 사실 작품을 읽어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 하이무라 야마토의 캐릭터 구성을 위해 실존하는 다양한 연쇄살인범 혹은 잔혹 살인귀를 연구 했음을 단번에 깨달을 수 있다. 작품 내에서 빈번하게 유명 연쇄살인마들의 끔찍한 만행들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그들이 살인에 이르게 되는 정신분석과 이상심리를 언급하기 때문이다. 찰리 맨슨, 에드 게인, 존 웨인 게이시, 재프리 다머 등등등.....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네임드 사이코패스들의 잔혹함과 이지적 매력을 엑기스로 뽑아 태어난 캐릭터가 바로 하이무라 야마토인 것이다. 이러니 이 미친놈에게 어찌 빠져들지 않을 수 있으랴....-_-
자. 이 작품이 던지는 미스터리 세번째! 바로 하이무라와 마사야의 관계이다. 과연 이 사이코패스 살인마는 왜 마사야에게 편지를 보낸것인가? 그것이 이 작품의 제목과 일맥상통하는 핵심이자 최대 반전의 무기이다. 9번째 진범을 찾는 일에 왜 마사야가 하이무라의 과거 행적을 집요하게 조사하는지는 직접 작품을 읽어봐야 이유를 알 수 있으리라. 개쩌는 반전의 진실은 마지막에서야 밝혀지니까 말이다. ㅋ
이미 살인귀가 잡혀있는 만큼 생생한 리얼타임 살육 장면은 없다. 하지만 하이무라가 저질렀던 끔찍한...다소 고어적인 수십건의 범행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독자를 몸서리 치게 만든다. 그가 저지른 사건들, 그의 불행했던 과거들, 살아온 삶의 궤적과 사이사이 어김없이 자행된 살육들....마치 사이코패스 살인범 하이무라에 대한 특집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는 기분이랄까. 놀랍도록 치밀한 심리분석과 데이터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의식의 흐름까지 일단 한번 잡으면 놓을 수 없는 흡인력 있는 작품이었다. 잔혹도, 반전의 묘미, 집중력, 핍진성, 캐릭터 완성도, 스토리 뭣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작품을 읽고 나서 하는 말이지만 이 [사형에 이르는 병]이 원제인지 아니면 국내용 제목인지는 모르겠지만 '사형'보다는 '살육'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또 한편의 레전드 [살육에 이르는 병]이랄까...하이무라와 마사야의 위험한 심리게임에 참전할 준비가 되었다면 주저하지 말고 책을 펼쳐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