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살인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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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끝없는 살인 (2019년 초판)

저자 - 니시자와 야스히코

역자 - 주자덕

출판사 - 아프로스미디어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23p



집단 안락의자 탐정 미스터리



죽여도 죽여도 아무리 죽여도 끝나지 않는다. 

진정 살의는 전염되는 것인가?

무차별 살인이 거듭되는 현 시대를 날카롭게 관통하는

끝나지 않는 살인.

끝없는 살인....



일본 작품을 주력으로 내놓는 중소 출판사들이 고사될 위기에 직면한 좋지 않은 시기에도 불구하고 장르전문 1인출판사 아프로스미디어에서 벼르고 별러 야심차게 내놓은 본격 미스터리가 출간되었다. 일본 미스터리의 진수를 선보이며 미스터리에 목마른 팬들의 니즈를 만족시킬 독특하고 기상천외한 작품 [끝없는 살인]이다. 



1997년 11월 6일. 이십대 후반의 회사원 고즈에는 멘션 현관문을 여는 순간 그녀를 뒤따라온 건장한 청년에 의해 자신의 집에 갇힌다. 남자는 고즈에를 밀쳐 쓰러트리고 들고온 덤벨을 휘둘러 고즈에의 머리를 내리친다. 그리고 쓰러져 있는 고즈에 위에 올라탄 청년은 비닐끈을 그녀의 목에 감고 조르기 시작한다. 갑작스런 충격에 놀라 정신을 잃을 뻔한 고즈에는 가까스로 정신을 부여잡고 청년에게 거칠게 저항하다 손에 잡힌 덤벨을 휘둘러 목숨을 부지한다. 고즈에 살해에 실패한 청년은 덤벨에 맞아 흘린 혈흔과 뒷주머니에 있던 학생수첩을 두고 도주한다. 


경찰의 수사결과 범인이 흘리고간 학생 수첩은 멘션 근방에 있는 고등학교였고, 범인이 이 고등학교에 다니다 실종된 1학년 학생이었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고즈에 살인기도 전 세 명의 사람들을 살해했던 사실을 밝혀 낸다. 하지만 고즈에 살인미수 후 청년은 모습을 감춰버리고....


4년의 시간이 흘렀다.


연쇄살인의 유일한 생존자 고즈에는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경찰의 부름을 받고 한 저택에 찾아간다. '연미회'라 불리는 추리 모임에서 고즈에의 미해결 사건을 두고 추리하기 위해서....인기 미스터리 작가들과 전직경찰 탐정, 프로파일러, 현직 경찰 그리고 고즈에까지 7명이 4년전 벌어졌던 미스터리한 사건을 파고드는데.....



세 건의 살인과 한 건의 살인미수. 그리고 사라진 범인. 실로 미스터리한 사건을 두고 내노라 하는 인사들의 경계없는 추리대결이 펼쳐진다! 제한적인 정보안에서 그들이 주장하는 사건의 동기와 범인(물론 범인은 이미 정해져 있지만) 그리고 범인의 행방까지 상상치 못한 기상천외한 주장들에 의혹의 시선을 날리지만 그들이 펼치는 주장에 대한 이유를 듣다 보면 어느새 독자들도 그들의 주장에 현혹되게 만든다. 때로는 굉장히 비약적이고 불가능한것 같은 추리도 어느새 수긍하게 되고, 독자들 마저도 사건을 생각하며 팩트체크하게 만드는 참여형 작품이랄까....



결국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개개인의 추리 배틀이 펼쳐지는 작품이라 볼 수 있는데, 사건 현장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원탁에 앉아 추리를 펼치는 다중 안락의자 탐정 스타일의 작품이라 볼 수 있을것 같다. 비슷한 작품으로 '아이작 아시모프'의 [흑거미 클럽] 혹은 장르는 다르지만 '제임스 P. 호건'의 [별의 계승자] 과의 작품이랄까. 각 인사들이 각자의 추리를 내놓고 자리에 함께한 이들이 설전을 벌이는 배틀형식을 놓고 봤을때는 '이노우에 마기'의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물론 이 작품은 [그 가능성~] 보다는 훨씬 진중하고 중후한 추리 배틀을 펼치지만 말이다. 



어쨌던, 미씽링크, 성별트릭, 피해자 범인 트릭 등등 우리가 익히 봐오던 미스터리 트릭들로 무장한 논증과 논거들을 보면서 그동안 가슴한켠에 남아있던 본격 미스터리 트릭에 대한 갈증이 조금이나마 해갈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누구나 코웃음 칠만한 비약을 그럴듯하게 포장해 나가는 '연미회' 5인 인사들의 추리를 보면서 작가가 얼마나 골머리를 싸매고 작은 단서, 하나의 의혹에 목을 맸을지가 머리속에 그려져 가여워 보일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인의 추리 뒤에 이어지는 결말에서야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은 충격과 경악 그 자체이기에......왜 제목이 끝없는 살인인건지,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온몸을 휘감는 불편함의 근원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그 숨겨진 악의가 현실의 세태와 맞닿아 있기에 불쾌함의 강도는 더욱 깊어진다. 이야미스 본격 미스터리인건가....



범인은 이미 서두에 밝히고 시작된다. 실종된 16세 고등학생. 어리다면 어린 그러나 키 180cm의 거구인 그놈은 왜 중년의 의사와 늙은 노인, 그리고 초등학생을 무참히 살해하고, 나아가 이십대 여성 고즈에를 살해하려 했을까?....이야기의 핵심은 'Why done it' 바로 '동기'에 있다. 작품을 읽으면서 여러 가능성들을 소거하며 독자가 떠올린 와이던잇이 결말의 진실과 맞아 떨어지는지 확인하면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자, 집단지성 추리에 목마른 이들이여 당신도 이 추리모임에 참석해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펼쳐 보시라!!! (물론 본인은 실상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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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2 - 복수는 버티는 자의 것이다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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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2 : 복수는 버티는 자의 것이다 (2019년 초판)

저자 - 이케이도 준

역자 - 이선희

출판사 - 인플루엔셜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14p



나를 건드리는 자 피눈물을 흘리게될 것이야!



설령 자신에게 피해가 오더라도 당한만큼 갚아주는 통쾌한 사나이 [한자와 나오키] 2편이다. 샐러리맨들의 공감과 한을 날려버리는 통렬한 한방은 2편에서도 어김없이 계속된다. 1편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차장 진급과 동시에 도쿄로 발령받은 한자와 나오키의 거침없는 행보는 2편에서 계속되는데, 역시 위기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이 남자...남자가 봐도 매력적이야! ㅎㅎ 



도쿄 영업2부 차장으로 발령받은 한자와는 얼떨결에 주거래 기업인 이세시마 호텔의 부실채권 판정을 위한 금융청의 감사를 대응하는 막대한 중책을 맡게 된다. 금융청이 이 호텔을 부실하다고 판단해버리면 은행의 신용도가 하락하고 주가 하락 불을 보듯 뻔한일, 나아가 은행의 존속까지 위협될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을 영업부 차장이 떠안은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압박에 흔들릴 한자와가 아니었으니, 이세시마 호텔을 찾아가 사장을 만나 경영난에 허덕이는 호텔을 흑자로 회생할 대안 찾기를 고심한다. 이윽고 금융청의 냉혹한 감사관 구로사키의 감사가 시작되고, 한자와와 본격적으로 격돌하는데.....



기업을 풍비박살 내버리는 냉혹한 감사관 구로사키 VS 은행을 위해 호텔을 지켜내야 하는 한자와 나오키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이 시작된다!


칼과 방패의 싸움은 숨막히는 긴장감을 유발하고, 공무원....그것도 권력의 일선에 있는 감사관 앞에서도 당당히 맞서는 한자와의 기개에 일종의 통쾌함과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회사생활하면서 상사 눈치 보랴, 유관기관 눈치 보랴. 이 눈치, 저눈치 보다보면 사시가 되버릴 정도로 피로감이 몰려오는데, 그런 압박없이 시원하게 질러대는 한자와의 일갈은 막힌 체증을 뚫어주는 톡쏘는 사이다 같은 청량감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다.



더불어 바깥에는 은행을 노려보는 구로사키 감사관이 배수의 진을 치고 있고, 안에는 한자와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계략을 꾸미는 악의 무리들이 장난질을 치니....안팎에서 쏘아대는 무수한 화살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부정부패에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한자와의 대응은 웬만한 미스터리 뺨치는 반전의 매력을 선사하니 만족도는 오를 수 밖에....며칠전 읽었던 [미생]과 같은 샐러리맨을 위한 작품임엔 분명하나 난관을 극복하고 타개하는 방식은 실로 천양지차, 대척점에 있는 작품이다. 



학연, 지연, 혈연...어딘가에 얽매일 수 밖에 없는 회사생활에서 독고다이로 이빨을 드러내는 한자와의 방식은 물론 현실에서는 지극히 위험하다. 하지만...그저 지켜보는건 문제될게 없으니 ㅎ 그냥 팝콘이나 먹으며 뼈속까지 썩어버린 조직의 쓰레기들을 처단하는 걸 지켜보는 거다. 한자와에게 감정이입하고 대리만족이나 하는거지 뭐...-_-;;; 단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안이 되니까. 



언제까지고 앞으로만 나아갈것 같던 한자와도 이번 2편에서는 잠시 주춤한다. 이빨을 너무 드러낸 역효과가 온 것이다. 곧이어 출간될 3편에서는 주춤한 한자와가 어떻게 다시 절치부심하여 일어서는지 지켜보는 것도 좋은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근성의 투견. 한자와의 혈투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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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가 웃는 순간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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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가웃는순간 (2019년 초판)

저자 - 찬호께이

역자 - 강초아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16800원

페이지 - 559p



악마소환이 시작된다!



실로 굉장히 오랜만에 정통 오컬트 공포 호러 작품이 출간되었다. 그것도 이름만 대도 누구나 알만한 네임드 작가의 손 끝에서 말이다. 오컬트 호러 팬으로서 상당히 반가운 소식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면서도 아주 약간의 우려가 들었다. 이 작품을 쓴 네임드 작가가 전문 호러작가가 아니라 사회파 추리로 유명한 '찬호께이'였기 때문이다. 사실 요즘에는 장르간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장르간 크로스오버가 빈번이 보여지는만큼 장르 선긋기가 전근대적 유물로 보여지기도 하지만....사회적 비판으로 무장한 전문 사회파 추리 작가의 본격 공포호러는 어떨지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비등하게 찾아오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더라. 그렇게 작품을 일독하고 평하자면 '만족스럽다', '기대 이상이다', '오컬트 호러와 추리의 절묘한 만남' 이라 평하고 싶다. 



홍콩문화대학 신입생 아화는 입학을 위해 짐을 들고 자신이 생활할 기숙사에 도착한다. 아화가 생활할 기숙사는 노퍽관. 이 노퍽관에는 7대 불가사의가 전해져 내려온다. 아화의 절친 버스와 위키는 기숙사에서 새로 만난 여학생인 칼리, 야묘, 샤오완, 산산, 즈메이와 함께 식당에서 7대 불가사의 괴담에 대해 이야기한다. 거짓과 진실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던중, 4학년 선배 아량이 이들앞에 나타나 노퍽관 괴담이 진실이라는 증거를 보여주겠다며 이들을 기숙사 지하로 데려간다. 100년전부터 존재해왔다는 지하실의 낡은 문을 연순간 아화를 비롯한 학생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지하실 바닥에 커다랗게 그려진 오망성. 그리고 그안에 자리잡은 염소그림....저주받은 흑마법진이 그려져 있는 것이었다. 이후....지하실에서 돌아온 이들에게 7대 불가사의와 관련된 기과하고 미스터리한 일들이 벌어지며 한명씩 처참하게 목숨을 잃어가는데......


 


사실 작품을 읽기전엔 작가의 이력이 있는 만큼 공포의 탈을 쓴 추리소설일거라 짐작했었다. 하지만 예상관 달리 거의 본격 정통 오컬트 소설이라는 점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물론 추리적 요소가 아예 배제된건 아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오컬트 호러전이랄까...악의 근원을 찾아가는 과정이 추리소설 뺨치는 복선과 트릭의 묘미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어찌됐던 오컬트 공포인 만큼 오컬트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작가는 기대 이상으로 오컬트에 대한 개념과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작품을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구나 한번쯤은 봤을법한 흑마법의 시그니처 펜타그램. 그리고 펜타그램에 그려진 염소악마 바포메트(혹은 바포멧). 흔히들 서양의 악마라면 떠올리는 염소악마 바포메트는 마녀의식과 밀접한 관련을 띄고 있는 악마이다. 마녀들이 숭배하고 소환시키려는 악마가 바포메트이기 때문이다. 멘데스의 염소라고도 불리는 바포멧은 영화에서도 그 이미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충격적인 후반 장면인 집단 마녀의식으로 유명한 오컬트 영화 [서스페리아]에서도 바포메트의 이미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개인적으론 충격이라기 보단 코믹했지만...-_-;;;) 


 

   

어찌됐건, 이 작품의 매력은 서양의 공포에 동양적 코드를 덧입혀 독특한 오컬트 세계관을 펼쳐낸다는 점이다. 작품에서 샤오완이 외국 악마에 대항해 손가락 수인을 이용하여 저항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 장면을 보면서 오래전 잊고 있던 굉장히 노스텔지어적인 감성을 떠올릴 수 있었다. 오래전부터 전해내려오는 밀교, 불교 비법으로 도술을 부리며 요괴에 맞서는....그렇다 '찬호께이'의 출신지 홍콩은 영환도사와 강시를 배출해낸 나라가 아니던가!! 비슷하게 [공작왕]도 떠올랐는데 8~90년대를 풍미했던 영화와 만화의 기억들을 되살리게 만드는 작품이었던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괴담이다. 이세상에 괴담 없는 학교는 없으리라. 노퍽관 기숙사에 내려오는 7대 괴담은 누구나 경험했을 보편적인 감성을 자극하면서 익숙한 공포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작품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주효한 역할을 해낸다. 



[노퍽관 7대 불가사의]

1. 444호실 - 교통사고로 죽은 룸메이트의 책상을 치우지 마라!

2. 거울에 비친 모습 - 한밤중에 8층 여자화장실에서 거울을 보지 마라!

3. 5층 반 - 노퍽관 엘리베이터에서 5층과 6층 버튼을 동시에 누르지 마라!

4. 나무에 매달린 시체 - 기숙사 동쪽 계단참에서 창밖의 고무나무를 쳐다보지 마라!

5. 방문세기 - 새벽 3시, 3층에서 차례로 방문을 세지 마라!

6. 살아 있는 조각상 - 한밤중 기숙사 밖 염소 모양의 청동 조각상 근처에 가지 마라!

7. 불길 속의 영혼 - 새벽 3시 9층에서는 불에 타 죽은 원혼들이 떠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학교들은 전부 공동묘지 위에 지어졌고, 12시가 넘으면 교정에 설치한 청동 조각상들이 걸어 움직이고, 화재사건 하나 없는 교실은 없었나보다. -_- 서양권은 모르겠지만 비슷한 정서의 동양권이라 그런지 작품에서 소개되는 일곱가지 괴담은 굉장히 익숙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금기를 깨는 행위에 대한 묘한 쾌감. 뒤이어 밀려오는 불안감은 공포소설의 가장 교과서적인 장치이자 효과적인 도구로서 독자의 마음속에 공포심을 차곡차곡 저금시켜 놓는다. 



초중반까지는 정통 오컬트 호러로서의 공포의 맛을 보여주고, 중반부는 초현실적인 판타지 호러로 탈바꿈하며(개인적으로 이 중반부가 조금 아쉬웠다), 후반부에는 수없이 깔아놓은 복선과 미스디렉션들을 회수하면서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 오직 '찬호께이'만이 보여줄 수 있는 오컬트 판타지 호러 미스터리의 복합적 매력을 톡톡히 보여준다. 띠지에 쓰여있을 정도로 '어디서 본듯한' 클리셰들로 점철된 작품은 분명하다. 새로움 보단 익숙함이 앞서는 작품. 하지만 이 익숙함이 대중들에게 먹히기에 클리셰라 부르는것 아니겠는가. 클리셰 범벅이지만 오지게 재미있는 작품과 실험적 도전으로 점철됐지만 재미는 별로인 작품중 하나를 고르라면 본인은 주저없이 클리셰 범벅을 고르겠다. 장르소설의 기본은 철학도, 교훈도, 감동도 아닌 바로 '재미'니까! 결국 이 [염소가 웃는 순간]은 장르의 기본정신에 가장 부합되는 작품이라는 말이다. [유전], [서스페리아], [미드소마] 등등 명작 오컬트 영화들이 세계적으로 약진하는 만큼 이쪽 계통의 소설들도 쭈욱 만나보고 싶은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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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시즌2 : 10~14 세트 - 전5권 (리커버 에디션) 미생 (리커버 에디션)
윤태호 글.그림 / 더오리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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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미생 시즌2, part 1 - 박스셑 (2019년)

저자 - 윤태호

출판사 - 더오리진

정가 - 69000원

페이지 - 249, 237, 245, 251, 271p



미생에서 완생으로...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수많은 샐러리맨의 공감을 일으키며 울고 웃게 만들었던 만화 [미생] 시즌2가 리커버 에디션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웹툰의 성공에 힘입어 드라마화 되었고,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드라마 역시 대박을 치면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원인터 장그레가 돌아왔다. 드라마가 끝난 2014년 이후 5년의 시간이 흘렀다. 주인공 장그레 역을 맡았던 연기자 임시완이 [미생]이후 군대에 입소하여 복무를 마치고 제대하여 복귀작까지 찍은 짧지 않은 시간. 만화속 장그레 역시 5년이란 시간동안 대기업 원인터 인턴 생활 이후 새로운 곳에서 완생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었다. 



원인터 인턴으로 남다른 안목과 끈기를 보이지만 결국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장그레는 원인터를 나온 오상식 과장과 김부련 전무, 김동수 부장이 뭉처 세운 회사 온길 인터내셔널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한다. 새로운 온길에서 김부련 전무는 사장으로, 김동수 부장은 전무로, 오상식 과장은 부장으로 직위를 받지만 장그레는 온길에서도 사원으로서 한 사람의 구성원으로 능력을 펼치기 위해 도전하고 고뇌하고 노력한다. 대기업의 체계적인 회사생활에서 홀로 2~3인의 몫을 해내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되어야 하는 중소기업의 시스템은 장그레 뿐만아니라 김부련, 오상식, 김동수에게도 새로운 도전이 되고, 가족을 위해, 생계를 위해 직장인 투사로서 세상과 맞서 싸워 나간다.....



시즌1도 무역업이라는 치열한 전쟁터에 모든 것을 내던지는 샐러리맨들의 처절한 사투에 한번씩 울컥하게 만드는 지점이 있었는데 역시 시즌2도 재미와 감동 두마리의 토끼를 모두 거머쥔다. 특히나 재정난, 인력난에 허덕이는 신생 중소기업의 생생한 묘사는 역시 꼼꼼하고 치밀한 사전조사로 현실감을 살려내는 '윤태호'작가라는 감탄을 자아낸다. 



물론 신생회사 온길과 함께 원인터의 장그레 동기들도 함께 하고 시즌2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 역시 각자의 매력을 뽐내며 더욱 깊고 다양한 [미생]만의 재미를 더해간다. 어쨌던, 파트1에서 어수선했던 온길의 신고식이 끝난다. 앞으로 이어질 파트2에서는 본격적으로 먹거리를 찾아 업무를 펼칠 모습이 그려지니 또 기다려야지 뭐....하루빨리 연재재개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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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쉬즈 곤
카밀라 그레베 지음, 김지선 옮김 / 크로스로드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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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쉬즈곤 (2019년 초판)

저자 - 카밀라 그레베

역자 - 김지선

출판사 - 크로스로드

정가 - 16000원

페이지 - 511p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한 겨울의 북유럽 스릴러



찬바람이 불어오는 이 추운 겨울 뼛속까지 가슴 시리게 만들 신작 북유럽 스릴러가 출간되었다. '2017 스웨덴 올해의 범죄소설상', '2018 북유럽 최고 유리열쇠상', '2019 리브르 드 포슈 독자상' 등 출간 이후 무려 3년에 걸쳐 평단과 독자들에게 사랑받으며 화려한 수상을 자랑하는 [애프터 쉬즈 곤]이다. 범죄 프로파일러 '한네 라겔린드'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으로 흔히 한네가 작품속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미스터리한 사건을 파헤치는 구성을 생각하겠지만 예상관 달리 한네를 사이드로 미뤄두고 마을 토박이 경찰 말린과 평버한 16살 소년을 전면에 배치하는 독특한 구성을 띈다. 2009년과 2017년, 8년의 시간의 간극을 두고 벌어지는 살인사건의 비밀은 무엇일지.... 눈덮인 작은 마을 오름베리에서 잔혹한 비극적 이야기가 펼쳐진다.



[2009년]

고등학생 말린과 친구들은 술병을 손에 쥐고 오름산을 올랐다. 취기에 오른 오름산의 돌무더기 근처. 쓸데없는 잡담을 나누던 말린은 요의를 느끼고, 돌무더기 위에 올라가 바지를 내리고 쭈구려 앉아 소변을 본다. 그런 그녀의 발 아래 정체모를 이끼와 바가지가 눈에 띈다. 덮인 눈을 치우고 돌들을 치운 말린은 바가지에 붙은 검은 이끼의 정체를 안 순간 비명을 질러댄다. 바가지와 이끼는 6살 소녀의 두개골이었던 것이다......


[2017년]

경찰이 된 말린은 8년전 발견한 소녀 사체의 콜드케이스를 재수사하게 된다. 때문에 스웨덴에서 유능한 범죄프로파일러 한네와 그의 연인 페테르가 함께 오름베리로 찾아와 조사에 착수한다. 하지만 조사를 나간 한네와 페테르는 실종되버리고, 모습을 감춘지 며칠이 지나 한네가 맨발에 피투성이가 되어 길가에서 발견된다. 말린과 동료 경찰들은 한네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묻지만 그녀는 오름베리에서의 모든 기억을 잊어버린 상태였고, 함께 했던 페테르의 행방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다음날....8년전 소녀의 사체가 발견됐던 돌무더기에서 또다른 여성의 사체가 발견되는데.....



8년의 간극을 두고 동일한 장소에서 발견된 두 여성의 사체. 그리고 1996년에 죽어서 묻힌 6살 소녀. 무려 20년의 시간을 두고 비슷한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동일범일까? 아니면 모방범죄일까?...무거운 돌무더기 아래 차디찬 눈속에서 어리디 어린 소녀와 여성은 우리에게 어떤 말을 전하는걸까?...



후반부에는 한네도 들어오지만 거의 대부분 말린과 16세 소년 제이크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작은 마을 오름베리에서 나고 자라 지긋지긋한 시골을 벗어나고 싶지만 그 누구보다 마을 사람들을 사랑하는 경찰 말린. 그리고 성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며 남들 몰레 죽은 엄마와 누나의 옷을 훔쳐입는 크로스드레서 제이크. 이 어울리지 않을것 같은 두 인물이 각자의 자리에서 미스터리한 사건을 파헤치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제이크라기 보단 제이크가 손에 넣은 한네의 일기장이 사건의 비밀을 풀어내는 핵심 키라고 해야할까....진실을 알고 있던 한네의 기억상실상태에서 사건의 본질을 꿰뚫는 한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유약한 16세 왕따 소년 제이크인 것이다. 결국 당연하게, 필연적으로 제이크는 이 사건에 본의아니게 참전하면서 가족과 친구 그리고 마을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내야하는 중요한 위치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소년을 짓누르던 껍질을 깨고 단단한 어른으로 거듭나는 성장소설의 배역을 맡았달까.



그럼 다른 주역 말린은 어떨까. 마을을 지탱하던 공장들은 문을 닫고 주민들은 씻을 수 없는 무기력과 절망에 길들여져 있다. 누구보다 희망없는 마을을 싫어했던 여성 말린은 경찰 시험에 합격하고 도시에서 함께 살 남친과 결혼을 약속한 상태. 하지만 8년 전 자신이 발견했던 얼음소녀가 말린의 발목을 잡는다. 불과 열 집도 안되는 작은 마을에서 발생한 두 건의 살인사건으로 가족같이 지내던 마을 사람들을 용의자로 조사해야 하는 난처함. 그리고 수년째 마을 근처에서 터를 잡고 세금을 축내는 난민마을에 대한 증오와 갈등. 이 모든 복잡한 상황과 어지러운 심경이 말린을 흔들어 대니.....믿음과 의심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말린의 고뇌 역시 또하나의 관전 포인트이다. 



미스터리한 살인에 유럽 사회에 골치아픈 문제로 대두되는 난민 문제, 즉 제노포비아 혹은 이슬람 포비아를 절묘하게 조합하여 불편한 긴장감을 조성하고 증오와 광기가 얼마나 사람을 잔혹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사회비판적 이야기도 담아낸다. 십수년동안 차가운 돌무더기에서 얼어 붙어 있던 소녀의 기구한 진실이, 끔찍한 비밀이 가슴팍을 돌덩이로 내리 누르듯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초반 인물들의 성격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며 특유의 북유럽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그다지 큰 이벤트 없이 냉혹한 분위기를 묘사하려다 보니 초중반까지는 조금 더딘 느낌인데, 일단 중반을 기점으로 후반과 결말까지는 거침없이 읽히는 작품이었다. 결말의 반전도 굉장히 의미심장 했달까....북유럽 스타일을 선호하거나 심리 스릴러 팬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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