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살인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끝없는 살인 (2019년 초판)

저자 - 니시자와 야스히코

역자 - 주자덕

출판사 - 아프로스미디어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23p



집단 안락의자 탐정 미스터리



죽여도 죽여도 아무리 죽여도 끝나지 않는다. 

진정 살의는 전염되는 것인가?

무차별 살인이 거듭되는 현 시대를 날카롭게 관통하는

끝나지 않는 살인.

끝없는 살인....



일본 작품을 주력으로 내놓는 중소 출판사들이 고사될 위기에 직면한 좋지 않은 시기에도 불구하고 장르전문 1인출판사 아프로스미디어에서 벼르고 별러 야심차게 내놓은 본격 미스터리가 출간되었다. 일본 미스터리의 진수를 선보이며 미스터리에 목마른 팬들의 니즈를 만족시킬 독특하고 기상천외한 작품 [끝없는 살인]이다. 



1997년 11월 6일. 이십대 후반의 회사원 고즈에는 멘션 현관문을 여는 순간 그녀를 뒤따라온 건장한 청년에 의해 자신의 집에 갇힌다. 남자는 고즈에를 밀쳐 쓰러트리고 들고온 덤벨을 휘둘러 고즈에의 머리를 내리친다. 그리고 쓰러져 있는 고즈에 위에 올라탄 청년은 비닐끈을 그녀의 목에 감고 조르기 시작한다. 갑작스런 충격에 놀라 정신을 잃을 뻔한 고즈에는 가까스로 정신을 부여잡고 청년에게 거칠게 저항하다 손에 잡힌 덤벨을 휘둘러 목숨을 부지한다. 고즈에 살해에 실패한 청년은 덤벨에 맞아 흘린 혈흔과 뒷주머니에 있던 학생수첩을 두고 도주한다. 


경찰의 수사결과 범인이 흘리고간 학생 수첩은 멘션 근방에 있는 고등학교였고, 범인이 이 고등학교에 다니다 실종된 1학년 학생이었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고즈에 살인기도 전 세 명의 사람들을 살해했던 사실을 밝혀 낸다. 하지만 고즈에 살인미수 후 청년은 모습을 감춰버리고....


4년의 시간이 흘렀다.


연쇄살인의 유일한 생존자 고즈에는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경찰의 부름을 받고 한 저택에 찾아간다. '연미회'라 불리는 추리 모임에서 고즈에의 미해결 사건을 두고 추리하기 위해서....인기 미스터리 작가들과 전직경찰 탐정, 프로파일러, 현직 경찰 그리고 고즈에까지 7명이 4년전 벌어졌던 미스터리한 사건을 파고드는데.....



세 건의 살인과 한 건의 살인미수. 그리고 사라진 범인. 실로 미스터리한 사건을 두고 내노라 하는 인사들의 경계없는 추리대결이 펼쳐진다! 제한적인 정보안에서 그들이 주장하는 사건의 동기와 범인(물론 범인은 이미 정해져 있지만) 그리고 범인의 행방까지 상상치 못한 기상천외한 주장들에 의혹의 시선을 날리지만 그들이 펼치는 주장에 대한 이유를 듣다 보면 어느새 독자들도 그들의 주장에 현혹되게 만든다. 때로는 굉장히 비약적이고 불가능한것 같은 추리도 어느새 수긍하게 되고, 독자들 마저도 사건을 생각하며 팩트체크하게 만드는 참여형 작품이랄까....



결국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개개인의 추리 배틀이 펼쳐지는 작품이라 볼 수 있는데, 사건 현장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원탁에 앉아 추리를 펼치는 다중 안락의자 탐정 스타일의 작품이라 볼 수 있을것 같다. 비슷한 작품으로 '아이작 아시모프'의 [흑거미 클럽] 혹은 장르는 다르지만 '제임스 P. 호건'의 [별의 계승자] 과의 작품이랄까. 각 인사들이 각자의 추리를 내놓고 자리에 함께한 이들이 설전을 벌이는 배틀형식을 놓고 봤을때는 '이노우에 마기'의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물론 이 작품은 [그 가능성~] 보다는 훨씬 진중하고 중후한 추리 배틀을 펼치지만 말이다. 



어쨌던, 미씽링크, 성별트릭, 피해자 범인 트릭 등등 우리가 익히 봐오던 미스터리 트릭들로 무장한 논증과 논거들을 보면서 그동안 가슴한켠에 남아있던 본격 미스터리 트릭에 대한 갈증이 조금이나마 해갈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누구나 코웃음 칠만한 비약을 그럴듯하게 포장해 나가는 '연미회' 5인 인사들의 추리를 보면서 작가가 얼마나 골머리를 싸매고 작은 단서, 하나의 의혹에 목을 맸을지가 머리속에 그려져 가여워 보일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인의 추리 뒤에 이어지는 결말에서야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은 충격과 경악 그 자체이기에......왜 제목이 끝없는 살인인건지,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온몸을 휘감는 불편함의 근원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그 숨겨진 악의가 현실의 세태와 맞닿아 있기에 불쾌함의 강도는 더욱 깊어진다. 이야미스 본격 미스터리인건가....



범인은 이미 서두에 밝히고 시작된다. 실종된 16세 고등학생. 어리다면 어린 그러나 키 180cm의 거구인 그놈은 왜 중년의 의사와 늙은 노인, 그리고 초등학생을 무참히 살해하고, 나아가 이십대 여성 고즈에를 살해하려 했을까?....이야기의 핵심은 'Why done it' 바로 '동기'에 있다. 작품을 읽으면서 여러 가능성들을 소거하며 독자가 떠올린 와이던잇이 결말의 진실과 맞아 떨어지는지 확인하면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자, 집단지성 추리에 목마른 이들이여 당신도 이 추리모임에 참석해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펼쳐 보시라!!! (물론 본인은 실상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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