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 눈의 여자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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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눈의 여자 (2020년 초판)

저자 - 박해로

출판사 - 네오픽션

정가 - 13000원

페이지 - 370p



한국 무속 공포의 첨단에 선 자



바로 '박해로'의 따끈한 신작 공포가 출간됐다. [피살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살][신을 받으라]에 이어 세 번째로 그가 보여주는 한국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무속 공포는 더욱 더 약빤 설정과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중무장 하여 다시 돌아왔다. 그동안 보여줬던 실험적인 면(의 충격적 결말의 호불호나 신을 받으라의 드라마적인 측면 등등)들을 종합하여 완성형 단계의 작품을 들고 나왔으니 이정도면 정말 한국 무속 공포 소설계에서 '박해로'가 단연 선두주자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극한의 재미와 몰입감을 끌어내 주는 작품이었다. 아... 진정 '박해로'교가 있다면 교주로 모시고 싶을 정도로 어떻게 줄줄이 내는 작품마다 본인의 취향을 이리도 저격한단 말인가!!!! 올빼미 눈의 심안으로 혼탁한 이 세상을 굽어살피소서!~



9급 공무원 기성은 민원과의 격무에 시달리다 심신의 피로를 풀고자 공무원 교육을 신청하고 마침내 교육을 위해 경북 섭주 연수원을 찾는다. 그곳에서 함께 9급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났던 동기 장준오와 재회한다. 그날 저녁 기성과 준오는 함께 섭주 시내로 나와 술을 퍼마시고 2차로 간 노래방에서 기성의 필름이 끊겨버린다. 다음날 눈을 뜬 곳은 여관방. 먼저 깬 준오가 기성을 챙기고 다시 연수원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그때부터 항문에서 전해오는 묵직한 통증. 평소 치질을 앓아 왔지만 기성이 여태껏 알고 있던 통증과는 다른 통증에 준오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노래방 맥주에 약을 타고 준오가 기성의 항문에 몹쓸 짓을 저지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은 점차 증폭되고, 이를 의논하기 위해 기성은 그날 노래방에서 함께 했던 노래방 도우미 주리를 찾는데.....



누구든 이 책을 읽으며 똥꼬가 간질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리라. 그것은 작가가 은연중, 아니 대놓고 주입시키는 세뇌와 다를바 없으니....치질, 항문 통증 그리고 엄청난 하혈....-_-;;;; 경고하건데, 지나친 음주는 항문 질병을 야기 할 수 있사오니 음주를 자제하시고 주변의 모든 사람을 의심(?)하시길.....똥꼬로 시작해 똥꼬로 끝나는 광란과 눈물의 똥꼬쇼! 이 똥꼬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충격과 경악에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리라.



평범했던 한 남자가 불가사의한 사건에 휘말려 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던히 노력하지만 그 노력은 오히려 자신을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트려 버리니.... 누가 그랬던가. 인간사에 우연이 반복되면 그건 우연이 아닌거라고. 이리도 교묘하게 계획된 올가미이니 그 올가미 안에서 발버둥 칠수록 그물은 더욱 조여들지 않겠는가. 이렇듯 안개를 해매듯 흐릿한 사건과 단서들이 종국에 톱니바퀴처럼 촘촘하게 맞물려져있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추리 소설의 트릭이 풀리는 그런 희열을 느끼게 된다. 이야기의 흐름 자체는 그의 데뷔작 [살]과 굉장히 흡사한데 이번 작품의 결말은 전작과 달리 굉장히 대중적이고 납득될만한 영리한 결말의 방식을 취하기에 굉장히 노련해 졌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더욱이 주리와 연진 모녀가 합세하여 기성을 홀리는 그 몽환적이고 뇌쇄적인 에로틱한 분위기에 미스터리적 공포가 더해지면서 남성들의 섹슈얼 판타지를 마구마구 자극한다. 아름다운 장미에 날카로운 가시랄까... 사랑하는 여친이 있음에도 모녀의 마성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인생이 망가져 가는 기성의 이야기는 그것만으로도 내겐 현실공포와 다름없었다. 굳이 정의하자면 에로틱 무속 미스터리 스릴러랄까. 싸구려 똥꼬쇼에서 기막힌 결말로 넘어가고 마지막 페이지 '에필로그 : 미래'에서는 누구든 전율늘 느끼게 될 것이다. 



'스티븐 킹'에게 '데리'가 있다면 '박해로'에겐 '섭주'가 있다. 그의 차기작 역시 저주받은 동네 '섭주'가 무대이길 바라면서 이번 작품으로 한국 최고의 무속 공포 대가로 자리매김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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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얼굴들
황모과 지음 / 허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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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얼굴들 (2020년 초판)

저자 - 황모과

출판사 - 허블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12p



잊혀져 가는 기억 저편 어딘가



4회차를 맞고 있는 한국과학문학상에서 중/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한 [모멘트 아케이드]가 수록된 '황모과'작가의 단편집이 출간됐다. 수상작인 [모멘트 아케이드] 뿐만 아니라 함께 실려있는 다섯 편의 단편들을 바라보면서'차가운 과학기술 속에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다'라는 설명이 머리속에 그대로 이해될 정도로 휴머니즘 가득한 SF작품들이었다. 작년부터 국내 SF계에 센세이셔널한 열풍을 불어일으키고 있는 '김초엽'작가의 소외된 소수자와의 공존을 이야기 하는 감성 가득한 SF가 이제는 하나의 시류가 되었다고 봐야 할까? [밤의 얼굴들] 역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과 궤를 같이하는 단편집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우빛속]이 SF의 세계관에서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면 이 [밤의 얼굴들]은 현실적인 세계속에서 증강현실 혹은 VR 같은 SF적 소품들을 사용하여 작가의 의도를 전달하는 방식을 차용한다. 각 작품들의 주제 역시 좀 더 구체적이고 분명하다. 각 단편들 모두 공교롭게도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특히 이제는 잊혀져 가는, 하지만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앞으로 쭈욱 이어져 나가야 할 기억들에 관해서 말이다.



타국에서는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고 했던가. 일본에서 오랜 생활을 했던 작가의 이력을 보면서 올바른 역사관과 비극적 과거를 사유하는 다각적 시각은 굳이 장소에 좌우되지는 않는다는걸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이 작품들이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이제껏 SF 장르를 통해 역사의 비극적 기억들을 공유하는 작품이 있었던가?..... 



책을 펴고 첫번째로 만나는 단편, [연고, 늦게라도 만납시다] 부터 낯선 생소함과 마주하게 된다. 일본의 야심한 밤. 연고 없는 무덤가를 파헤치는 여성.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노인. 노인은 떠올린다. 자신이 살기위해 숨이 붙어있는 조선인의 등에 날카로운 창을 찔러넣던 그때를 말이다. 관동 대지진 이후 조선인의 대학살 사건이 이 단편의 배경이라는 사실이 낯설면서도 강렬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아픈 기억을 앉고 있는 노인의 기억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이제 두 번째 단편 [당신의 기억은 유령]으로 이어진다. 치매를 극복하고자 뇌에 메모리를 늘리는 시술을 받지만 오히려 메모리 버그로 치매와 같은 증상을 앓고 있는 노인과 또다른 인격. 세 번째 단편은 좀 더 충격의 강도를 높인다. [탱크맨] 이 제목의 의미는 단편을 읽고 나서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끝없이 반복되는 하루를 사는 청년의 기억속에 간직하고 있는 숭고한 마음을 다시금 되새기게 만든다. 



네 번째 단편 [니시와세다역 B층]은 일본의 도시괴담처럼 시작되지만 마지막 장을 덮으며 다시금 도시괴담 보다 더욱 잔혹하고 끔찍한 실존했던 역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앞선 무거운 단편들과는 달리 다섯 번째 단편 [투명러너]는 조금 분위기를 가볍게 바꾼듯 하다. 일본으로 이주한 여성이 편의점 알바를 통해 만난 일본인과 어릴적 봤던 애니메이션을 이야기하며 추억을 공유하는 이야기....이 단편에 언급되는 애니들은 본인 역시 즐겨봤던 애니라서 작가가 본인과 비슷한 연배인가 생각했을 정도인데, [모레요정 바람돌이], [개구리 왕눈이]등등 그때의 감성을 느끼며 즐길 수 있었던 단편이었다. 마지막으로 [모멘트 아케이드]는 '김초엽'의 [관내분실]과 거의 흡사한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는 이야기로 동일선상에 놓여진 이야기가 아니었다 싶다.



이렇게 작품들을 읽으며 감정의 변화들을 반추하니 어찌됐던 분노와 반목의 역사 아래 이제는 사그러져간 그들의 뜻을 기리면서 이해와 공존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됐다. 동시에 상처입고 구천을 떠도는 영혼들을 위한 위로와 구원의 위령제 같은 이야기였달까. 지금까지 SF에서 다뤄오던 '기억'의 의미를 완전히 뒤바꿔 놓는 작품이었던것 같다. 깊이있는 장르 문학으로선 더할나위 없이 진중하고 생각할거리를 던지는 작품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장르문학이라하면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배제할 수 없는 문학이라 생각하는 본인에게는 조금은 건조하고 무거운 단편집이 아니었나 싶다. 한국과학문학상 2회, (3회는 못봤으니 배제하고) 4회가 거의 동일선상인 감정적 작품이라 생각되는데, 5회는 과연 어떤 작품이 수상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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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면도시 Part 1 : 일광욕의 날
김동식 외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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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면도시 PART1 : 일광욕의 날 (2020년 초판)

저자 - 김동식, 정명섭, 김선민, 홍지운, 김창규, 최지혜

출판사 - 캐비넷

정가 - 13000원

페이지 - 321p



새로운 SF 앤솔러지의 등장



각 단편에 미지의 편의점을 등장시켜 흥미로운 이야기를 이끌어 냈던 앤솔러지 단편집 [어위크]로 재미를 솔솔히 봤나보다. 이번엔 아예 작정하고 거대한 스케일과 치밀한 설정으로 중무장한 SF 앤솔러지를 들고 나왔으니 말이다. [월면도시 PART 1]을 두고 하는 이야기이다. 달 표면의 도시라는 SF적 설정에 아무도 실체를 모르는 일광욕의 날을 주제로 6명의 작가들 각자의 독특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런데 그 여섯가지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이 이야기들이 모여 월면도시 첫번째 파트가 되는 것이다. 당연히 파트 1에서는 일광욕의 날에 대한 무수한 떡밥을 던지고 끝이난다. 이러면 파트 2를 기다리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은가...허허허....



2109년, 달은 지구로부터 독립한다. 그리고 달에서는 사람들이 둘로 분열되 팽팽하게 맞선다. 지구의 편에 선 사람들과 달의 편에 선 사람들의 대립. 결국 전쟁이 발발하고, 일광욕의 날이라는 끔찍한 사건 이후 달의 편에선 사람들이 주도권을 거머쥔다. 그렇게 전쟁은 끝이 나고 권력을 거머쥔 센트럴이 달의 도시를 지배하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는데....



1. 재현 - 김동식

언제부턴가 몸안의 피가 전부 빠져나간 시체가 발견되고, 이를 조사하기 위해 조사관이 파견된다. 미스터리한 사건에 대해 조언을 얻고자 월면에 가장 오래살았고 유서깊은 가문을 찾은 조사관은 가문의 사람에게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게되는데....

- 익숙한 이야기이지만 그 이야기가 달이라는 곳에서 펼쳐진다면 그것마으로도 새롭게 보여질 수 있는것 같았다. 지구에서 건너와 월면에드리우는 불멸의 공포.....



2. 진시황의 바다 - 정명섭

암석을 채취하기 위해 무수히 파놓았던 지하 동굴에서 동굴 입구를 막은 이후 20년 만에 생체 신호가 포착된다. 이를 조사하기 위해 조사관과 안드로이드 종교학자등 여러명과 갱도에 들어간다. 조사관은 담당자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는다. 사실 지하 갱도는 암석을 체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불로초를 찾기위해 파놓은 동굴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이를 믿지 않던 조사관은 갱도의 끝에서 놀라운 장면을 목격하는데...

- 역시 역사 팩션의 귀재는 역사와 미래접목하여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구나. 월면에서 펼쳐지는 진시황의 불로초 찾기는 그것만으로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과연 빛과 공기 없이 20년 동안 살아남은 불사의 존재는 누구인가?



3. 제 13호 - 김선민

땅속에서 발견된 고대 열차. 이를 조사하기 위해 조사관이 파견된다. 조사관은 열차의 문을 따고 들어가고 이 열차가 일광욕의 날과 관련된 열차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 이 단편에서 일광욕의 날에 대한 주체와 단서가 조금 제공된다. 크툴루 같은 코스믹 호러가 연상되는 우주 공포물이었다. 



4. 하드보일드와 블루베리타르트 - 홍지운

- 인간보다 토끼 수인이나 악어 수인이 등장하는 단편이다. 보면서 [도로헤도로]의 악어인간 혹은 '니헤이 츠토무'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곰인간이 떠올랐다.



5. 가마솥 - 김창규

월면 감옥에 입소한 의문의 사내. 이 사내가 최악의 감옥에 입소한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 사내는 폭탄 테러로 잡혀들어온 입소자에게 다가가 편지한장을 건네는데...

- 수인에서 한발 더 나아가 문차일드라 불리는 초능력자가 등장하는 작품이다. 일광욕의 날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의 자손에게서 발현되는 초능력.....그리고 사내의 정체.....[X-man]이 떠오르는 초능력 SF 단편이었다.



6. 예약 손님 - 최지혜

문차일드 삼 남제를 찾아온 의문의 두 사람. 두 사람은 자신을 외계인이라 밝히고 삼 남매에게 새롭고 신기한 세계를 보여준다. 하지만 우연히 외계인의 실체를 목격한 둘 째는 경계심을 갖기 시작하는데....

- 멸망당했으라 생각했던 지구의 비밀. 그리고 문차일드와 외계인의 정체는....



단편들이 거듭되면서 거대한 월면도시의 세계관이 정교하게 맞물려지고 비로소 부제 일광욕의 날에 대한 파편들이 짜맞춰지게 된다. 물론 완성된 퍼즐은 아니다. 아직은 구멍이 숭덩숭덩 나있어 어떤 그림인지 알아볼 수는 없다. 이 퍼즐의 그림이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지는 출간될 [월면도시 PART2]에서야 속시원히 알 수있으리라. 부록으로 실린 월면도시의 연대기와 각 도시의 스케치를 본다면 이 월면도시 프로젝트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SF와 공포로 한가닥 하는 작가들의 콜라보가 독특한 설정과 합쳐져 무한 시너지를 발휘한다. 풀어놓은 떡밥들을 회수할 2편이 빨리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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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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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 : 가가형사시리즈 2 (2019년 개정판 2쇄)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양윤옥

출판사 - 현대문학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89p



형사 '가가'로서의 첫 작품.



30년 이상 이어져온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 시리즈인 가가형사 시리즈 두번째 작품. [잠자는 숲]이다. 전작 [졸업]에서는 아직 대학생인 가가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자면 형사로 등장하는 '가가형사'시리즈는 이 작품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표지와 제목 그대로 이번 무대는 발레단이다. 무용에 모든 것을 건 청춘 남녀들의 격정의 몸짓. 그 안에서 차례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 그리고 형사 가가와 미모의 발레리나 미요와의 깊어지는 마음까지....'게이고' 표 로맨틱 미스터리가 펼쳐진다.



발레단 사무소에 무단 침입한 남자. 그리고 얼결에 남자의 머리를 내려친 발레단원. 정당방위냐? 과잉대응이냐를 놓고 수사를 벌이던 가가는 발레리나 미요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둘 사이가 가까워지는 사이 공연 연습을 지켜보던 발레단 연출자가 관객석에서 주검으로 발견되고, 부검결과 주사로 인한 독살. 즉 살인사건으로 판명난다. 가가는 앞선 사고사와 독살 사이의 연관성을 파헤치기 위해 단원들을 조사하고 사건은 미궁속으로 빠져드는데....



사실 그동안 '게이고'의 로맨스 미스터리라고는 대놓고 연애를 표방했던 [연애의 행방]밖에는 보지 못했다. 이거야 연애를 기저에 깔고 가벼운 미스터리 형식을 차용하는 작품이었기에 가볍게 즐길 수 있었는데, 이번 [잠자는 숲]은 일단 두 사람이나 사망하는 살인사건에 가가의 로맨스를 깔고 가는 미스터리 로맨스 작품이었다. 가가와 미요의 애틋한(?) 사랑이 로맨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취향저격으로 다가갈 것 같은데, 아쉽게도 본인은 이런 달달한 로맨스는 영 안맞았는지 살인 수사에서 가가와 미요씬으로 넘어가기만 하면 너무나 루즈해졌다. ㅠ_ㅠ 



하여 자꾸 집중력이 흐트러져 곤혹스러웠는데, 어쨌던 모든 진상이 밝혀지는 결말부는 그나마 스피디하게 읽을 수 있어 다행이었달까. 냉철하고 진지한 가가의 가장 격정적인 모습을 볼 수 있던 작품이라는 평이 있는데, 본인에겐 영 안맞는 옷을 입은듯 불편해 보여 아쉬웠다. 발레 연출가의 기발한 살인트릭, 괴한과 연출가 사이의 미싱링크를 찾아가는 과정은 흥미롭고 끈끈한 동료애 가득한 발레단에서 벌어지는 살인은 의혹과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로맨스를 제외한다면 흥미롭게 읽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네임드와 '가가 형사 시리즈'의 명성을 생각한다면 조금은 아쉬웠던 작품이었다. 다음 작품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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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 우연한 사랑, 필연적 죽음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박이서 등 16명 지음 / 푸른약국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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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 우연한 사랑, 필연적 죽음 (2020년 초판)

저자 - 박이서,살그미,몬테라,뉴요커,M,정차차,비타민,공상,김계피,엽기부족,삼색고양이,해사,유혼,8비트,우진,지구

출판사 - 푸른약국

정가 - 16000원

페이지 - 293p



16명이 써내려간 각기 다른 매력의 16가지 이야기. 



마포 푸른약국 한켠에 운영중인 독립 책방인 아직 독립 못 한 책방 aka. 아독방에서 야심차게 기획한 '아무거나'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독립 못 한 책방에서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16명의 사람들이 본래의 이름을 감추고 익명으로 내놓은 이야기를 묶은 단편집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aka. 이막이가 세상밖으로 뛰쳐나온 것이다. 유명 작가의 이름을 박아넣고 선전해도 모자란 판에 존재를 감추고 익명으로 책을 낸다고? -_-;;; 이 무슨 무지막지한 기획이란 말인가라고 생각했다만 푸른약국 약사이자 아독방의 사장인 아사장은 이 전무후무한 기획을 보기좋게 성공시켜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참여작가의 이름을 보면 알수 있겠지만 아주 운좋게도 본인도 이막이를 만든 16인중 한명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을 밝힌다. 처음 원고를 내고 단톡방에 모여 여러사람들과 제목을 정하고 함께 디자인을 논의하면서 책 한권을 만들어 가는 일련의 과정들은 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굉장히 즐겁고 뜻깊은 시간이었다. 그 책이 ISBN 번호를 따고 정식 서점에 등록되어 판매가 되고 출간 초기에 베스트셀러 딱지까지 붙는 엄청난 사건까지!....하하하. 얼결에 베스트셀러 작가 타이틀을 거머쥔 건가.ㅋ 농담이고, 이막이가 아니었다면 언제일지모를, 아니 평생토록 컴퓨터 하드에서 잠자고 있었을 (너무나 미숙한) 내가 쓴 이야기를 세상밖으로 나오게 해준 이막이와 아독방 그리고 함께한 열 다섯 작가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1. 정확한 사랑의 증명 - 박이서

사랑하던 남자가 내 눈앞에서 주검이 되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내게서 사랑이 사라졌다. PTSD를 극복하기 위해 전국의 내놓으라 하는 병원은 다 다녔지만 효과는 없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찰나.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박사가 한국에 잠시 방한했다는 것. 나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박사에게 몸을 맡겼다. 치료를 마친 박사는 내게 모든 것이 시작된 원점으로 가라는 말을 남겼다. 그런 박사의 말에 나는 절망하고 말았다.

- 연희는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그녀의 병적인 집착은 결국 그녀를 옳아매는 족쇄가 되버리고 말았구나.



2. 어느날 - 살그미

어느날 그냥 훌쩍 떠난 나는 언젠가 책에서 봤던 Y시의 폐역을 찾아 떠난다. 그리고 길에서 마주친 한 남자와 동행하고, 나와 남자는 허물어진 폐역에 앉아 둘 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데......

- 작품에서 나와 남자가 릴레이로 이어가는 이야기 만들기는 사실 본인과 두 딸아이와 즐겨하는 놀이중 하나이다. 딸아이는 이야기 잇기(끝말잇기 처럼)라고 부른다. 어쨌던, 그런 익숙한 놀이가 나와서 반가웠고 일면식 없는 둘의 이야기 속에서 세상을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받는 상처와 그 상처를 어루만지는 따스한 치유의 기운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3. 망상 혹은 추리 - 몬테라

내 손길이 닿으면 흠칫 놀라는 남친. 언젠가부터 남친의 정체성에 의심이 가기 시작한다. 크로스드레서? 동성애? 그런 여자가 우연히 발견한 트위터 계정엔 곱게 화장한 남자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그런데 그 사진이 남친과 너무 닮아있다?!

- 요즘에야 바이섹슈얼도 워낙 많다보니...흐음~ 너무 짧기에 뒷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작품이었다.



4. 보통의 메타포 - 뉴요커

일 년전 그와의 만남을 회상하는 나. 업무 관계로 만났던 그와의 기억은 평범한 일상의 한 꼭지였지만 너무나 인상적이고 나의 모든 것을 뒤흔들 정도로 강렬했다.

- 그런게 운명적 인연일까? 눈빛교환만으로도 스파크가 파바박 튀는...ㅎㅎㅎ



5. 달빛 - M

여행 후 머리가 하얗게 새어버린 앙리에트를 본 동생 쥘리는 크게 놀란다. 그런 동생에게 앙리에트는 지난 여행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는데....

- 동상이몽. 사랑은 함께 있음에도 서로 다른 꿈을 꾸듯 지극히 개인적이고 때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느닷없이 진짜 사랑을 만나기도 한다.



6. 인사 - 정차차

과외 선생님과의 끔찍한 기억, 빚을 지고 도망친 부모 대신 동생들을 건사하며 빚쟁이와 맞섰던 기억, 엄마와의 날 선 대화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그때의 내 모습은 좀처럼 잊혀지지 않더라.

- 그리 아픈 기억도 추억이라면 추억일까? 예전의 내게 건네는 인사는 작별의 인사이기를.



7. 이사 - 비타민

여든 두살의 노파가 열 아홉에 시집와서 지금껏 살았던 집을 떠나게 되었다. 노파의 나이처럼 때묻고 주름진 짐들을 손수 정리하고 정말로 집을 떠나려던 그순간. 노파의 기억속 먼저 떠난 남편이 노파의 옷자락을 잡아 끈다. 치솟은 눈물에 오열하는 노파. 그렇게 모든 추억을 남겨놓고 노파는 떠나간다.

- 누구든 한 번쯤 겪었을, 혹은 겪게 될 상실의 아픔이기에 노파의 마음에 공감하고 세월의 덧없음에 채워지지 않는 무상을 느낀다.



8. 접혔다 펴진 갈피에는 흔적이 남아서 - 공상

느닷없는 국민청원. 그리고 내려진 1년간의 신규 출판물 금지. 출판계를 포함해 독자들은 혼란에 휩싸인다. 출간을 준비하던 출판사와 저자의 혼란 또한 피할 수 없었으니...

- 불현듯 이 아무거나 프로젝트가 진행되던 차에 이 국민청원이 접수됐다면 어땠을지 상상해본다. -_-;;; 이 얼마나 난감한 처사인가!...그와 동시에 1년간의 신규 출판물 금지와 책통법을 같은 선상에 놓고 생각해 봤다. 저자의 의도야 어쨌든, 책통법은 본인에겐 1년간의 신규 출판물 금지와 같은 규모의 충격과 같았으니 말이다....



9. 죽은 자들을 위한 클럽과 랍스터 - 김계피

아버지와 형이 같은 날 죽었다. 그리고 뒤이어 사랑하던 연인이 낳은 아이가 죽어버렸다. 그까짓 아이. 사실 내 아이인지 클럽 죽순이였던 애인과 다른 남자 사이에서 낳은 아이인지도 모른다. 클럽이라면 증오할만한 내가 문득 눈을 뜬 순간. 휘황찬란한 조명과 시끄러운 음악이 가득찬 클럽이 펼쳐졌다. 그리고 그 클럽 안에 죽은 아빠와 형이 있는 것이 아닌가....

- 생과 사는 소금 묻힌 데낄라 한잔 같은것. 작품에서 그려지는 내세의 역동적인 클럽과 랍스터가 되어 누군가에게 먹히는 나의 모습은 묘한 대조를 이룬다.



10. 쓰쿠모가미 - 엽기부족

드디어 내 차례다. 저자의 변이라 하기에도 우습지만 부연하자면, 원고는 아무거나 프로젝트를 모집하기 전에 쓴 이야기이다. 읽는것에서 벗어나 뭐라도 끄적이려던 작년에 세 번째로 썼던 이야기인데 지금도 몸둘바 모르겠지만 그당시에 썼던 이야기가 이렇게 지면에 인쇄되어 다시 읽으려니 손발이 오그라들것 같다. ㅠ_ㅠ 흐름도 뚝뚝 끊기고 문장도 어색하고 부족한 부분을 당장이라도 뜯어고치고 싶지만 원고는 이미 손을 떠난 바. 무념무상이로다. -_-;;; 작품에서 그려지는 헌책에 대한 일화는 전부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이다. 하다못해 '사드' 책들의 수집 또한 본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힌다. 부디 조악한 글이지만 아마추어의 서툼이라 생각하고 넓은 아량으로 봐주시길....  



11. 신 앞에서 - 삼색고양이

전쟁통에 태어나 온갖 고생을 다한 노인이 죽음에 이르렀다. 생의 마지막 앞에서 노인이 찾은 사람은...

- GOD앞에서 그가 빌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12. 꿈, 길, 물고기 - 해사

길을 잃은 여자는 성곽에 다다르고 그곳 성벽 아래에서 커다란 물고기의 뼈를 발견한다. 성벽에 도착한 여성은 자신이 맨발인 것을 발견한다. 신발은 어디에 갔을까? 길을 잃고 신발을 잃어버린 여자는 야시장에 들어선다. 땅속에서 발견한 물고기의 뼈는 우연이 아니었다. 여자는 땅속의 진동에 이어 하늘 높이 솟구처 오르는 물고기를 발견한다. 반짝이고 우아한 물고기의 자태....이내 여자는 멈췄던 발걸음을 내딛는다. 느리게. 그리고 망설임 없이....

- 제목답게 굉장히 몽환적이고 은유적인 작품이었다. 꿈속에서 길을 잃은 여자. 그리고 여자의 길잡이가 되듯 땅속에서 솟구친 물고기. 여자는 잃었던 길을 제대로 찾을 수 있을까?



13. 2984 - 유혼

때는 2984년 망막에 심어놓는 획기적인 인공지능 기술은 인류에게 편의를 가져다 주었지만 대신 '조지 오웰'의 [1984]속 빅브라더에 의해 감시당하는 세상을 가져왔다. 그리고 그런 전제주의의 세상에서 한 사람의 자유로운 글이 주목을 받는다. 속칭 'L'이라 불리우는 그는 아무도 정체를 알지 못한 채 그만의 독특한 정서와 문체로 획일화된 세상속에서 비전에 맞서 자신만의 독보적인 개성을 발휘하는데.....

- 작품에서 언급되는 여러 문화와 작품들을 이해한다면 더욱 즐길 수 있는 작품이거니와, 실제로 인공지능이 간단한 기사와 문학 작품들을 쓸 수 있는 세상인만큼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14. 진짜 베토벤 알기 - 8비트

비밀스러운 삶을 살았던 베토벤의 일생. 그리고 청각장애인으로서 한평생을 살았던 아버지

- 온갖 세상의 시끄러운 소리들 속에서 해방되었기에 그만의 독보적인 악상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는 대목에서 깊은 공감을 느꼈던 것같다.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라는 카피 그대로 정신없이 굴러가는 세상속에서 벗어나 조용한 숲속에서 휴식을 갖고 싶다는 갈망은 누구에게나 있지않은가.



15. 착한 계집 - 우진

태어나고 얼마 되지도 않아 이름을 지어준 아버지가 집을 나갔다. 집을 나간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은 선희. 선할 선. 계집 희. 이른바 착한 계집이다. 그 이름때문이었을까. 선희의 인생은 참을 인자를 가슴 깊이 새기게 만드는 고난의 연속이었으니...

- 소위 박복한 년. 태생부터 모든 고생을 짊어지고 태어난 그녀의 일생을 그 누가 위로해 주랴. 마지막 문장이 가슴 깊이 다가온다. 

"네 잘못이 아냐. 너는 정말 아무 잘못도 없어."



16. 작고 하찮은 여행 - 지구

엄마에게 등짝을 맞고 이불 밖으로 나온 작고 하찮은 먼지 여행의 최종 종착지는?.....

- 그곳은 약사가 운영하는...푸른약국?!!! 결국 16명의 먼지들이 아독방에 모여 이막이를 만들어 내는 장대한 이야기를 비유한 작품이란 말인가....



이렇게나 다양한 이야기와 색다른 재미를 담고 있다니. ㅎㅎㅎ 짧은 독서, 긴여운. 단편이 주는 재미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열 여섯편의 이야기가 단 한 권에 녹아 들어있다. 참여한 작가들의 면면 또한 다양하다. 본인 처럼 SNS에서 활동하는 리뷰어도 있고 전문 장르작가이신 '조영주'작가님을 비롯해 기성작가와 신인작가분들도 더러 참여했다. 심지어 작고한 유명 프랑스 대작가도 참여(?)하여 이막이의 품격을 한층 더 높였으니.... 책의 컨셉인 익명답게 작품을 누가 썼는지를 맞추는 재미도 있으니 이막이 단편들과 함께 참여한 인플루언서를 맞추는 재미도 만끽하길 바라는 바이다. 



이제 출간 2주가 지났다. 속속들이 올라오는 호평과 혹평의 글들을 꼼꼼이 읽어 보며 관심가져 주고 시간을 내어 읽어준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느낀다. 전문 작가들의 세련된 글과 아직 정제되지 않은 자유로운 글이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조화를 만들어 냈다. 이제 막 날갯짓을 시작한 이막이가 더욱 더 하늘 높이 비상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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