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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눈의 여자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20년 6월
평점 :
올빼미 눈의 여자 (2020년 초판)
저자 - 박해로
출판사 - 네오픽션
정가 - 13000원
페이지 - 370p
한국 무속 공포의 첨단에 선 자
바로 '박해로'의 따끈한 신작 공포가 출간됐다. [피살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살], [신을 받으라]에 이어 세 번째로 그가 보여주는 한국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무속 공포는 더욱 더 약빤 설정과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중무장 하여 다시 돌아왔다. 그동안 보여줬던 실험적인 면(살의 충격적 결말의 호불호나 신을 받으라의 드라마적인 측면 등등)들을 종합하여 완성형 단계의 작품을 들고 나왔으니 이정도면 정말 한국 무속 공포 소설계에서 '박해로'가 단연 선두주자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극한의 재미와 몰입감을 끌어내 주는 작품이었다. 아... 진정 '박해로'교가 있다면 교주로 모시고 싶을 정도로 어떻게 줄줄이 내는 작품마다 본인의 취향을 이리도 저격한단 말인가!!!! 올빼미 눈의 심안으로 혼탁한 이 세상을 굽어살피소서!~
9급 공무원 기성은 민원과의 격무에 시달리다 심신의 피로를 풀고자 공무원 교육을 신청하고 마침내 교육을 위해 경북 섭주 연수원을 찾는다. 그곳에서 함께 9급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났던 동기 장준오와 재회한다. 그날 저녁 기성과 준오는 함께 섭주 시내로 나와 술을 퍼마시고 2차로 간 노래방에서 기성의 필름이 끊겨버린다. 다음날 눈을 뜬 곳은 여관방. 먼저 깬 준오가 기성을 챙기고 다시 연수원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그때부터 항문에서 전해오는 묵직한 통증. 평소 치질을 앓아 왔지만 기성이 여태껏 알고 있던 통증과는 다른 통증에 준오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노래방 맥주에 약을 타고 준오가 기성의 항문에 몹쓸 짓을 저지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은 점차 증폭되고, 이를 의논하기 위해 기성은 그날 노래방에서 함께 했던 노래방 도우미 주리를 찾는데.....
누구든 이 책을 읽으며 똥꼬가 간질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리라. 그것은 작가가 은연중, 아니 대놓고 주입시키는 세뇌와 다를바 없으니....치질, 항문 통증 그리고 엄청난 하혈....-_-;;;; 경고하건데, 지나친 음주는 항문 질병을 야기 할 수 있사오니 음주를 자제하시고 주변의 모든 사람을 의심(?)하시길.....똥꼬로 시작해 똥꼬로 끝나는 광란과 눈물의 똥꼬쇼! 이 똥꼬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충격과 경악에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리라.
평범했던 한 남자가 불가사의한 사건에 휘말려 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던히 노력하지만 그 노력은 오히려 자신을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트려 버리니.... 누가 그랬던가. 인간사에 우연이 반복되면 그건 우연이 아닌거라고. 이리도 교묘하게 계획된 올가미이니 그 올가미 안에서 발버둥 칠수록 그물은 더욱 조여들지 않겠는가. 이렇듯 안개를 해매듯 흐릿한 사건과 단서들이 종국에 톱니바퀴처럼 촘촘하게 맞물려져있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추리 소설의 트릭이 풀리는 그런 희열을 느끼게 된다. 이야기의 흐름 자체는 그의 데뷔작 [살]과 굉장히 흡사한데 이번 작품의 결말은 전작과 달리 굉장히 대중적이고 납득될만한 영리한 결말의 방식을 취하기에 굉장히 노련해 졌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더욱이 주리와 연진 모녀가 합세하여 기성을 홀리는 그 몽환적이고 뇌쇄적인 에로틱한 분위기에 미스터리적 공포가 더해지면서 남성들의 섹슈얼 판타지를 마구마구 자극한다. 아름다운 장미에 날카로운 가시랄까... 사랑하는 여친이 있음에도 모녀의 마성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인생이 망가져 가는 기성의 이야기는 그것만으로도 내겐 현실공포와 다름없었다. 굳이 정의하자면 에로틱 무속 미스터리 스릴러랄까. 싸구려 똥꼬쇼에서 기막힌 결말로 넘어가고 마지막 페이지 '에필로그 : 미래'에서는 누구든 전율늘 느끼게 될 것이다.
'스티븐 킹'에게 '데리'가 있다면 '박해로'에겐 '섭주'가 있다. 그의 차기작 역시 저주받은 동네 '섭주'가 무대이길 바라면서 이번 작품으로 한국 최고의 무속 공포 대가로 자리매김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