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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달콤한 노래 (2017년 초판)
저자 - 레일라 슬리마니
역자 - 방미경
출판사 - ARTE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00p
긴긴 방황의 끝...고독의 노래
2016년 프랑스 공쿠르상의 선택. 장편 두 작품 만에 공쿠르 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떠오르는 여류 작가 '레일라
슬리마니'의 [달콤한 노래]이다. 나의 분신 애지중지 키우는 아이를 피치못할 사정으로 보모에게 맡겨야 한다면
금전적인 부담을 차치하더라도 보모의 성격이나 출신지 부터 출퇴근 시간, 아이 교육관, 버릇 등등 신경써야 할일이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 여러 기준을 충족하여 마침내 전혀 모르던 타인이 나의 삶의 공간에 들어와 가장 소중한
아이를 맡아 키우게 되는 상황은 몸은 떨어져 있지만 모든 정신은 집으로 쏠려 있는 피곤한 상황일 것이다.
두아이를 키우며 직장인이던 아내를 전업주부로 집에 붙박이 시킨 나로선 보모는 아예 전혀 고려치 않은 선택지였다.
경제적 이유도 큰 이유이지만 나의 아이를 타인에게 맡긴다는 불안감 때문에도 썩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속 보모 루이즈는 나의 우려를 불식시켜줄만큼 아주 이상적인 보모의 모습을 보여준다.
큰딸 밀라와 갓난쟁이 아들 아당, 두아이를 둔 폴과 미리암 부부는 두아이를 갖게 되면서 육아에 치이고 산후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미리암이 마침내 지옥같은 육아전쟁에서 백기를 들고 변호사 사무소에 재취업을 선언한다.
어쩔수 없이 폴은 보모를 들이기로 마음먹고 까다로운 선별심사를 거쳐 마침내 가족에게 꼭 맞는 보모 루이즈를
채용한다. 가녀린 몸에 단정한 금발머리, 그리고 환상적인 요리솜씨와 부지런함, 무엇보다 아이들이 그녀를 좋아
하기에 폴과 미리암은 마음 놓고 직장생활을 하게 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 보모로 채용했던 루이즈는
점차 부부의 속옷을 세탁할 정도로 보모이자 살림 도우미로 노동량을 늘리고 부부 둘만의 데이트를 위해 새벽에
퇴근할 정도로 가족의 삶속에 깊숙히 자리 잡게 된다. 이제는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된 루이즈....그러나
모든것이 완벽해 보이던 루이즈에겐 감춰온 비밀이 있는데......
작품의 첫 페이지부터 둘째 아당이 무참히 살해되고, 첫째는 병원으로 이송도중 숨이 끊어지고...아이러니 하게도
손목을 긋고 목에 칼을 꽂아 자살을 시도한 루이즈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는 끔찍하고 처참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뒤 루이즈와 폴의 가족과의 첫만남으로 거슬러 올라가 루이즈의 끔찍한 결정 직전까지의 일들을 그린다. 하지만
얄궂게도 루이즈가 벌인 끔찍한 살인의 직접적 이유는 나오지 않은채 작품은 끝나 버린다. -_-;; 머...왜 그런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지 작품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심정적으로 이해는 가지만서도....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긴긴 방황속에서 마침내 정착할 곳을 찾지만....아이는 무섭게 빨리 크고....아이가 커버리면 자신이 설자리를
잃게 된다는 공포감...이미 가진것은 아무것도 없고...길바닥에 나앉지 않으려면 뭔가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감....
루이즈는 폴의 가족에게서 무엇을 본것일까?....(물론 루이즈가 처음 왔을때야 잘해 주긴 했지만) 아무리 봐도
폴과 미리암 부부는 분노조절장애 환자 처럼 화를 내대고 이기심이 하늘을 찌르고...애들은 극성스럽고 사람을
환장할정도로 지치게 만드는데...그만큼 갈곳 없던 루이즈는 극성스러운 아이들을 누구보다 잘 돌보고 산더미 같은
집안일을 해내며 자신을 꼭 필요로 하는 부부에게서 일종의 소속감과 안도감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물론 결과는
끔찍했지만....폴과 미리암이 처음부터 루이즈를 냉대 했다면...결과는 달라졌을까?.....
생면부지의 보모가 들어와 아이를 해치고 가족을 쑥대밭을 만드는 식의 스릴러는 영화와 소설등에서 여러차례 다뤄
지던 소재인데 이 작품은 피해자의 가족에게 포커스가 맞춰지기 보다는 가해자인 보모 루이즈에게 초점이 맞춰
지면서 그녀가 그런일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식의 작품이다... 베일에 쌓인 루이즈의 삶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고개가 끄덕일 정도로 납득할만한 설명은 주지 않는다...그저 이래서 그랬겠구나...정도의 상상
할 여지만을 줄 뿐....그런 면에서 굉장히 불친절한 작품으로 보이기도 한다. 한 인간의 고독과 그로인한 극단적
선택을 보여주는 우울하고 서늘한 스릴러로 기억에 남을듯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