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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뿌리는 소녀
니시 카나코 지음, 고향옥 옮김 / 케미스토리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우주를 뿌리는 소녀 (2017년 초판)
저자 - 니시 가나코
역자 - 고향옥
출판사 - 케미스토리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72p
11세 소년의 몽정기....
우주를 뿌린다....어떻게?...화성으로 보이는 붉은 행성에 앉아 있는 의문의 소녀가 그려진 표지에
호기심이 일고, 새로 전학온 미모의 여학생이 자신이 외계인이라고 밝힌다는 플롯으로 궁금증이
증폭되어 서평카페에 신청하였고 운좋게 책이 내게로 왔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제목과 함께 읽은
작품은 작디 작은 평온한 시골의 온천 마을에서 몇 안되는 11세 초딩 사토시가 여러 사건들을
경험하며 어른으로 한뼘쯤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는 성장기 이다. 그 사건의 중심에 베일에 휩싸인
이세상 사람이 아닌듯한 언행과 행동으로 주목받는 초미소녀 전학생 고즈에가 서있고, 고즈에로
인하여 발생되는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독특한 이야기들을 그려낸다. 나오키상 수상작가인
'니시 가나코'의 작품이라기에 어렵고 복잡한 일본문학을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진행하는 화자가
11세 초딩이다 보니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 좋았다. 외계인이 등장하는 작품
이라기에 SF 소설인줄 알았는데 SF보다는 어른이 되는 것을 경멸하고 싫어하던 어리기만 한 소년이
세계를 받아들이고 성숙해 가는 과정을 아~주 직설적으로 여과없이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방 호수 대신 가,나,다 팻말을 적어 붙여 '가나다장'이라 불리는 온천장의 아들 사토시는 '마'호에
엄마와 함께 입주도우미로 살고 있는 미모의 전학생 고즈에의 기묘한 매력에 흠뻑 빠진다. 바람을
피우다 아들에게 걸린 아빠, 덜떨어진 정신연령으로 학교앞을 배회 하는 아이같은 어른들, 여동급생을
바라보며 침을 질질 흘리는 저급한 학급 친구들을 바라보며 이른들의 모습에 실망한 사토시는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것에 대해 깊은 혐오감을 느끼고 언제까지나 아이로 있기를 원하게 된다. 그러나 아이같던
사토시도 2차성징이라는 급격한 신체적 변화가 찾아오고.... 갑자기 커져버린 고환과 고즈에를 볼때마다
빧빧해지는 그것 때문에 멘붕에 빠져버리는데.....
보면 알겠지만...굉장히 직설적이다. 낯뜨거운 장면도 있고, 뭣보다 사토시가 태어나 처음으로 경험하는
몽정을 아주 있는 그대로 그려 놨기 때문에 읽고 있는 나도 첫 몽정때의 난감함과 멘탈붕괴를 다시금
떠오르게 만드는 작품이다....-_-;;;; 그래서 그런지 오래전 남학생들의 성적 농담을 그린 [몽정기]가
떠오르기도 했는데...물론 이 작품이 그런 저급한 성적 농담으로 채워진 작품은 아니다. 누구나
겪었을법한 사춘기 소년의 고민을 담백하게 그렸기에 읽는이로 하여금 특히 남자독자라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에피소드로 채워져 있다. 너무나 작은 마을이라 서로간의 비밀이 없고, 가나다장에 방화
사건이 일어나도 굳이 범인을 잡아 분란을 일으키기 싫어 덮어 두려하는 마음씨 착하고 이해심 많은 마을
에서 자란 사토시라 소년의 고민이 더없이 순수해 보이기도 한것 같다.
"나 어떤 별에서 왔어"
"뭐?"
고즈에가 들려준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고즈에는 토성 근처에 있는 별에서 우주선을 타고 왔다는 것이다.
그 별에서는 누구나 나이가 들지 않고 언제까지나 계속 살아간다는 것이다.
죽음을 배우기 위해 지구에 온 소녀 고즈에는 어른이 되기 싫은 소년...바꿔말해 죽음을 향해 성장하는
것이 싫은 소년 사토시를 만나 마음을 열고 우정을 나누며(물론 사토시는 고즈에를 사랑하지만...) 고즈에는
죽음에 대해, 사토시는 어른으로 죽음을 받아 들이는 법을 배우게 된다. 바람을 핀 아빠지만 아들을 위해 손수
주먹밥을 빚어주는 자상함을 발견하고, 덜떨어진 어른아이지만 그들 나름의 생각과 신념을 갖은 어른의 모습을
엿본다. 자신의 늘어진 고환을 받아들이고 아버지에게 당당히 팬티를 내려 버릴 수있는 자신감! 그렇게 모든
것을 포용한 사토시는 한뼘 어른으로 자라게 된다. 무척 엉뚱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굉장히 따뜻한 이야기 라는걸
깨닫게 된다. 소소하고 소박한 시골마을에서 펼쳐지는 가슴 따뜻 기묘한 휴머니즘 드라마. 내 어릴적 사춘기를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참...좋은 힐링계 작품이다.

[작품을 읽어본 사람은 알 수 있는 장면....(성별은 반대지만...)
이걸로 사토시는 고즈에를 사랑하고 있다는걸 비로소 깨닫게 된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