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린이한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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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쓰치의첫사랑낙원 (2018년 초판)

저자 - 린이한

역자 - 허유영

출판사 - 비채

정가 - 14000원

페이지- 360p




한 소녀를 죽음으로 내몰은 폭력의 역사



더럽고 역겹고 참담하고 암담하다. 아름답고 유려한 문장들 사이로 보이는 탐욕에 젖은 중년의 욕정과 나르시즘에 빠진듯 과장된 미사여구로 둘러대는 세치혀를 뽑아버리고 싶을 만큼...더이상 페이지를 넘기기 힘들 정도로 가녀린 소녀를 뼛속부터 산산이 부숴버리는 충격적 장면들은 전신을 분노에 떨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한없이 맑은 어린 나이에 그녀가 겪어야 했을 고통과 그토록 오랜 시간동안 그녀를 모른척하고 외면한 주변 사람들에게 화가 치민다. 피해자가 세상의 손가락질을 두려워하며 움츠려 들게 만드는 이상하고 비상식적인 세상...지금 이순간에도 또다른 팡쓰치가 단 한발자국을 내밀지 못해 고통을 감내하고 있을 현실이 분노케 한다. 팡쓰치의 달달하고 낙원같은 첫사랑이 펼쳐질줄 알았는데 솔직히 이런 작품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벽돌로 뒷통수를 얻어 맞은...그런 기분이다.



이 작품은 13세의 어린 소녀가 50세의 학원 선생에게 5년간 집요하게 성적으로 유린 당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순수하고 풋풋하던 문학을 좋아하는 꿈많던 소녀 팡쓰치가 지적이고 매력 넘치던...동경하던 선생에게 강제로 성폭행 당하고 이후로 5년간 관계가 지속되면서 아슬아슬하게 이어져 오던 정신의 끈이 끊어져 버리고 결국 정신분열증으로 자신만의 세계로 숨어버린다. 팡쓰치의 단짝 친구였던 루이팅은 우연히 쓰치의 일기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고, 망할 선생 리궈화를 고발하려 하지만, 그녀의 일기만으로는 고발할수도 없고, 성적으로 폐쇄적인 사회적 통념상 선생 리궈화 보다 팡쓰치에게 비난의 시선이 꽂히게 될거란걸 깨닫게 된다. 



너무나 비극적이고 참혹하고 참담하다...아직 사랑이 뭔지도 모를 나이에 비뚤어지고 변태적인 성욕을 사랑인양 포장하여 지속적으로 세뇌하니 소녀마저 사랑과 성폭력을 동일시하기에 이른다. 비뚤어진 사랑도 사랑이라 믿으며 하루 하루를 위태롭게 버티는 소녀....겉으론 지식인의 모습으로 위장하고 뒤로는 한 인간의 인생을 송두리째 짓밟아 버리는 파렴치한 짓거리를 저지르는 인간 쓰레기도 열받지만 그런 쓰레기에게 받은 상처를 보듬어줘야 할 가족마저 평소 소녀의 행실을 운운하며 상처를 후벼파는 말도 안되는 짓거리가 더 열받게 만든다.  



뭣보다 나를 가장 숨이 막히게 만든건 마지막에 실린 역자 후기에서 이 억압과 폭력으로 점철된 고통의 시간들이 작가가 실제로 겪은 경험을 토대로 써낸 자전적 소설이었다는 점이다...팡쓰치의 이토록 생생하고 혼란스러운 심리묘사는 자신의 암담하고 암흑같은 심리를 그대로 옮겨 놓았기에 느낄 수 있는 모호함이었던 것이다. 2017년 2월 26살의 나이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써낸 이 작품을 출간하고 불과 2개월 뒤 자살한 작가의 심정은 감히 상상할 수 조차 없을것 같다. 작품속 리궈화 선생으로 지목된 실제 강사는 작가 린이한의 지속된 성폭행 사실을 부인했고,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20년...30년전 성에 대해 쉬쉬하고 무지하던때의 이야기가 아니다...불과 1년전...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 이순간에 이런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게 세삼 참담하게 느껴진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호하고 이런 미친놈을 격리시키는게 어른들이 할일이 아닌가...지금 이순간 어딘가에서 떨고 있을 쓰치들이 손쉽게 도움을 청하고 소녀들의 외침을 귀담아 들어줄 수 있는 사회로 만드는건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들이 시급히 해야 할 일이다. 죽음을 향하며, 그러나 살기 위해 써낸...작가의 이승에서의 마지막 외침을 우리는 잊이 말아야 할 것이다...씻을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안고 세상을 떠난 작가의 영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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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헤드 철도 네트워크 제국 1
필립 리브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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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헤드 : 철도 네트워크 제국 1 (2018년 초판)
저자 - 필립 리브
역자 - 서현정
출판사 - 가람어린이
정가 - 15000원
페이지 - 500p

 


철덕 SF...

 

철도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힘차게 뿜어내는 스팀과 역동적인 엔진 소리가 피를 들끓게 하는걸까?...스팀펑크SF인
[모털 엔진]으로 커다란 인기를 누린 작가 '필립 리브'의 또다른 철도 SF가 출간되었다. 제목부터 [레일 헤드]...철도에 중독되어 머리속에 온통 기차 생각뿐이라는 의미의 제목부터 이미 철도덕후의 분위기를 뿜어내니...그가 그리는 새로운 철도네트워크 제국의 이야기에 흠뻑 취해버렸다. 전작 [모털 엔진]이 성인용 SF인데 반해 이번 작품은 영어덜트용 작품이다. 하여 좀도둑 소년 젠 스탈링이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철도제국 전체를 뒤흔들 중심인물로 급부상하게 되는 꿈과 희망이 가득한 모험이 펼쳐진다.



지구를 떠나 외계행성을 테라포밍하여 개척하고 살게되는 대 우주시대...우연히 발견한 항성간 워프 통로인 K-게이트의
발견으로 더이상 높은 비용을 들이는 장거리 우주선 시대는 막을 내리고 K-게이트를 이용한 우주 철도 시대가 도래한다. 각 행성마다 정거장을 설치하고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 행성간 빠른 여행이 가능한 우주 철도 네트워크 제국이 시작되면서 인류는 철도 황제가 우주를 통치하는 왕권주의 시대가 시작된다. 당연히 황제를 중심으로 귀족사회와 계급사회가 형성되고 빈익빈 부익부는 가중된다. 다른 행성에서 도둑질을 철도로 다른 행성으로 워프하여 추적을 피해 생계를 이어가는 좀도둑 소년 젠 스탈링에게 붉은 레인코트를 입은 낯선 소녀가 찾아온다. 제국 경찰로 오해하고 소녀를 피하던 젠은 소녀 노바가 안드로이드로 레이븐이라는 정체불명의 남성의 명령으로 자신을 찾아온것이라는걸 알게된다. 마침내 레이븐과 대면한 젠에게 황제가 타고 있는 초호화 기차에서 픽시스라는 작은 고대 예술품을 훔쳐달라는 부탁을 받게되고....젠은 황제의 먼 친척 귀족으로 변장하고 안드로이드 노바와 함께 황제의 기차에 오르게 되는데.......



작가는 워프 게이트를 통해 행성을 달리는 기차 제국을 매력적으로 그려낸다. 각 행성마다 독특한 자연환경과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낸 다양한 크리쳐들...인간과 함께 공존하는 돌연변이 바퀴벌레가 군집하여 이루어진 생명체 몽크버그족...르네상스 시대의 화려하고 고딕적인 분위기에 미래의 스팀펑크가 절묘하게 조합된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신박한 세계상....각기 다른 인격을 가진 AI가 조종하는 기차들과 개성 넘치는 안드로이드들..그리고 젠과 노바가 겪는 위험하고 아찔한 모험과 피어나는 러브~ (역시 사랑이 빠지면 안되겠지...), 인간의 마인드를 정보화 하여 네트워크에 업로드 하고 필요시 복제인간의 몸체에 다운로드 하여 사용한다는 지극히 SF적인 설정들은 말할것도 없겠고...이 모든것이 한치도 쉴틈 없이 빠르게 휘몰아치는 사건들 덕에 페이지 내내 은하철도를 타는듯한 느낌이 들게 만드는 스팀펑크 스페이스 오페라였다.



행성간 철도와 더불어 고대의 지구에서 인류가 만든 인류보호 인공지능 프로그램 '가디언'이 중앙 네트워크에서 계속
동작하면서 철도제국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수호자이자 신으로 추앙 받으며 인류를 통제하는 원로위원의 역할을 하게
된다. 결국 철도 황제의 뒤에서 인류를 통제하려는 가디언과 이 통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려는 인간간의
대치가 이번 작품 1편에서 펼쳐지게 되는 중심 사건인 것이다. 당연히...누구나 예상가능하게 천신만고 끝에 다른 차원의 루트를 발견하고 젠과 노바가 기차를 타고 들어가는 것으로 끝이 나는데...추후에 출간될 이어지는 2편 [블랙 라이트 익스프레스]에서는 어떤 새로운 세상을 보여줄지 너무나 기대된다.



우주선이 아닌 기차를 통해 우주여행을 하는 이야기...무조건 레일위를 달려야 한다는 제약이 있지만 어릴적 봤던 애니
[은하절도 999]의 향수도 느끼게 하면서 많이 접해보지 않았던 설정이라 좀 더 새롭게 와닿았던것 같다. 올해 말에
개봉예정인 작가의 [모털 엔진]의 영화판도 기대하면서 [레일 헤드]의 후속작도 빨리 만나 봤으면 좋겠다.



덧 -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작가가 직접 그린 몽크버그와 젠 스탈링의 일러스트는 작품을 이해하는데(특히

     몽크버그) 많은 도움을 준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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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스트리트 표류기
미스터 펫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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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버추얼스트리트표류기 (2017년 초판)
저자 - 미스터 펫
역자 - 강초아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13800원
페이지 - 424p



난 네 엄마야....


'찬호께이'와 공저한 [스텝]으로 이름만 많이 들어본 작가인데 그의 작품을 읽는건 처음이다. 이 작품으로 제1회 시마다 소지 추리소설상을 수상했는데, SF와 추리의 절묘한 조합으로 내심 기대하던 작품이다. 일단 작품은 제목 그대로 가상현실 공간의 거리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VR, 포스피드백 등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가상현실 체험을 위한 기술들이 소개되고 있고 충분히 근미래에 발생 가능한 일을 그리고 있어 시의성과 리얼함이 살아있는 하이테크 스릴러 작품이었다.



2020년 지진으로 유실된 대만의 시먼딩 거리를 가상현실로 구현하는 프로젝트에 천재 프로그래머 다산과 조수 루화가
참여한다. 프로젝트의 마무리를 위해 베타테스트 기간중 새로운 사용자 통계 시스템을 테스트 하던중 구 통계 프로그램과 새로운 통계 프로그램 사이에 1명의 사용자 수가 상이함을 발견하고 한 건의 오류를 찾아내기 위해 다산과 루화가 직접 가상 공간의 시먼깅 거리로 들어간다. 서로 구역을 나눠 거리를 수색하던 다산과 루화는 한 건물 아래서 붉은 모자를 쓰고 빨간 옷을 입은채 엎드려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부자연스러운 사람이 시체라는것을 깨닫게 된다. 가상공간에서 발견한 시체 한구....다산과 루화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수사결과 사망한 사용자는 후두부에 강한 충격으로 사망하였고, 사망 시각 시먼딩 가상현실을 이용하기 위해 접속한 공간은 안에서 잠기는 밀실공간으로 다른이의 침입 흔적이 없어 외부 침입자로 인한 사망은 배재되었고, 사망시각을 추정한 결과 사망 시간대에 가상 현실에 접속한 이가 아무도 없다는것을 알게 된다. 과연...이 사용자를 죽인 범인은 누구인가?.....



이 버추얼 스트리트에는 몇가지 법칙이자 제약이 존재한다. 리얼한 체험을 위해 사용자가 입는 전신 포스피드백수트로
버추얼 스트리트에서 받게되는 모든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지원된다. 심지어 통각까지...그리고 현실 대비 가상
공간에서의 힘의 전달은 80%로 제약된다는것...따라서 가상현실 공간에서 시신의 후두부를 강타해 사망에 이르게 하려면 80%의 힘을 전달하는 제약을 상쇄하는 강한 힘을 가진 자여야 하는것이다. 머...이 버추얼 시스템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레디 플레이어 원]을 보면 바로 이해가 될것이다. 밀폐되는 가상현실 접속기, 전신 포스피드백 슈트, 가상공간에서의 가상화폐를 통한 구매 시스템까지 거의 모든 설정이 흡사하다. 다만 다른 것은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는 가상의 아바타를 사용하지만 작품에서는 카메라 3D구현을 통해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시신의 붉은 모자와 붉은 옷의 비밀은 이 시스템으로 풀어 낼 수 있다.

 


작품은 두가지 여성의 시선이 교차되며 전개된다. 첫번째 시선은 18세에 기억을 잃고 불과 12살 많은 30살 여성에게 입양되 기묘한 동거를 하고 있는 루화가 버추얼 스트리트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첫번째 시선과 버추얼 스트리트를 개발한 프로그래머 다산의 어린 딸이 다산의 꼼꼼한 보살핌으로 장애를 딛고 세상을 배워가는 과정을 그리는 두번째 시선이 교차되며 전개된다. 이 서로 아무 상관 없을것 같은 두 명의 여성이 연결되면서 가슴아픈 진실과 함께 사건의 비밀이 풀리게 된다. 사실...눈치만 조금 있다면 결말까지 가지 않더라도 사건의 범인이나 전반적인 상황은 충분히 유추할 수 있을것 같다. 범인을 맞추는 추리적 요소 보다는 장애를 갖고 태어난 딸을 위해 정성껏 보살피는 아버지의 절절한 부성과 가슴아픈 집착...기술의 발전으로 신박한 가상공간을 그리고 있지만 가상현실 속에서도 빛나는 인간성을 강조하는 감동 어린 작품이었다.



<스포일러 다수 포함>
엄밀히 말하면 가상현실 보다는 인공지능이 작품의 핵심 소재라고 볼 수 있을것 같은데...결과적으론 [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와 궤를 같이 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것 같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인식이 변화되고 그에따라 실질적인 제도도 변화되야 하는 것이...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자동차 자율주행 시스템을 들자면 운전자가 자율주행으로 설정하고 주행하던 도중 사람을 쳐 사망사고가 발생한다면....가해자는 운전대도 잡지 않은 운전자인가? 자율주행 시스템인가? 아니면 자율주행 개발자 인가?...-_-;;; 마찬가지로 작품속 가해자는 AI인가? 개발자인가?....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의 실수는 누구의 잘못인가?....



현실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하이테크놀러지 설정과 함께 각자의 방식으로 자식에 대한 사랑이 절묘하게 녹아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마지막 문장의 감동이 오래도록 마음속 여운으로 남는...가상현실을 통해 인간의 진한 사랑을 말하는...인간적인 SF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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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디블 가족 - 2029년~2047년의 기록
라이오넬 슈라이버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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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디블가족 : 2029년 ~ 2047년의 기록 - 나쁜 일은 한꺼번에 몰려든다 (2018년 초판)

저자 - 라이오넬 슈라이버

역자 - 박아람

출판사 - RHK (알에이치코리아)

정가 - 16500원

페이지 - 590p




지극히 현실적인 디스토피아



굉장히 독특한 SF? 혹은 사변소설이 출간되었다...현재 전세계를 주도 하는 패권국가 미국이 몰락하고 그로인해 격랑에 휘말려버리는 맨디블 가족의 고난을 그리는 이 작품은 지극히 세세한 설정속에 무엇보다 현실적인 경제상황이...정말로 현실적인 경제상황이 그려진다. 뭐...핵폭발이 일어나고, 신종 바이러스로 모두가 죽어나가는 재난도 재난이지만 멀쩡하던 국가가 재기능을 잃어버리고 평범히 살아가던 국민들이 카오스에 빠지는 상황도 대재난 못지않게 대재앙으로 비춰지는것 같다. 각 시나리오에 따라 경제상황, 증시현황이 상황별로 그려지는데 문제는 너무 현실적이라는것...ㅠ_ㅠ 처음부터 전문경제, 주식 용어들이 난무하니 주식은 단 한번도 안해봤고 경제섹션을 통째로 들어내는 내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졌다. 솔직히 작품의 내용을 100% 전부 이해하면서 읽진 못한것 같다...물론 바꿔말하면 경제 흐름에 밝거나 통화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없이 흥미로운 작품이라는 말이다. 



2029년...환경오염으로 농작물의 가치는 상승하고, 식수를 포함한 생활용수까지 부족난에 시달리는 열악한 환경이지만 

과학기술은 발전해 각 집마다 안드로이드 가사도우미를 구비하는 시대..주변국가의 금융 쿠테타로 고립되 버린 미국은 

부채를 막지 못하고 국가재정 파탄으로 인한 국가적 부도를 선언한다. 부도에 따라 통화 가치는 추락하고, 화폐를 무차별로 찍어내면서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에 빠져 달걀 한개가 수백달러에 이르게 된다. 평범하던 시민들은 급작스럽게 직장이 폐쇄되고 당장 그날의 먹을거리를 걱정하는 상황에 빠지게 되고, 슬럼화가 가속화 되면서 폭동과 무차별 약탈에 도시의 기능이 마비된채 국가전체가 혼돈에 빠져버린다. 평범한 아니...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영위하던 대가족 맨디블가는 이 격변의 혼란 속에서 급격히 와해되 버리는데......    



참...현재의 천조국이 불과 11년 후에 무참히 멸망해 버리다니...얼핏 상상이 잘 안갈것 같은데 작품을 읽다보면 우리가 1990년대에 겪었던 국가 부도이후에 IMF사태가 떠올라 뭔가 굉장히 감정이입하며 읽게 만든다. 작품속 금 신고 명령으로 경찰들이 각 집에 찾아가 금붙이를 수색하고 금 붙이 적발시 체포하는 장면은 IMF 당시 자발적 금모으기 행사를 떠올리게 만들어 씁쓸하게 했다. 이것 말고도 직장을 잃고 입이라도 줄이기 위해 자살하는등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는 장면은 많은데 어쨌던 나라에 곳간이 비어버리면 얼마나 빠르고 처참하게 무너져 버리는지 (아버지가 IMF를 통해 얼마나 힘들게 가정을 지키셨는지 직접 바라본 세대로서) 다시 한번 상기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우리 옆집에 살던 이웃이 총을 들고 나를 위협하는 강도로 돌변하는 무정부주의 사회...그런 공포속에서 100세에 가까운 할아버지와 치매에 걸린 할머니 그리고 어린 아이들을 거느린 맨디블 가족은 무사히 이 카오스를 이겨낼 수 있을까?....(당연히 아니다...ㅠ_ㅠ) 맨디블 가족의 비극을 끝까지 지켜봐야만 하는...그래도 고난을 이겨내면 희망적인 삶을 살지 않을까? 가슴졸이며 보게 만드는...희망고문 시키는 작품이랄까...



그나저나...이 치밀한 설정에 입각한 현실적인 작품속 한국은 이미 북한과 통일해 신흥 강국으로 잠깐 언급되는데 몇일

전 읽을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바로 오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바로보니...뭔가 리얼상황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싹튼다. 굳이 비교하자면 본격 정치 경제 사변소설이었던 [사랑과 환상의 파시즘]이 떠오르는것 같다. (작품의 분위기는 정 반대지만...) 방대한 자료조사와 치밀한 시나리오로 있음직한 미래의 상황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는 디스토피아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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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머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6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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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머 (2018년 초판)_형사해리홀레시리즈

저자 - 요네스뵈

역자 - 노진선

출판사 - 비채

정가 - 15000원

페이지 - 618p




그릇된 욕망과 셀프 구원으로 써내려간 파멸의 시나리오



실로 무지막지한 두께의 책 덕분에 근래들어 유지하던 일일 일독의 패턴을 무참히 깨버리고 나흘을 붙들고 읽게 만든 작품(이번주에 바빠서 책 읽을 시간도 별로 없었지만...)이자 그 유명한 '요 네스뵈'의 그 유명한 해리 홀래 시리즈를 처음으로 접하게 만든 바로 그 작품!! [리디머]이다. 와...정말로 어마어마한 두께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시간 순삭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는데, 역시 인기 시리즈는 왜 인기를 끄는지 보면 바로 알 수 있는것 같다. 영화 같은 장면 전환과 속도감에 킬러 마저도 적지 않은 페이지를 할애하며 캐릭터를 부여하니 악당마저 멋져부러~ 제목이 리디머(죄악에서 구원하는자, 즉 구원자, 구세주)인 만큼 욕망에 영혼을 팔아버린 성직자(구세군도 성직자인가?)의 불편한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는 다소 묵직하고 어두운 작품이었다. 



크리스마스시즌...크리스마스의 흥겨운 분위기에 젖어 거리에선 인파에 쌓여 유명 가수가 공연을 하고 그 뒤로 구세군 사관들이 함께 연주를 한다. 한창 공연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 한번의 총성이 메아리 치고, 잘생긴 사관의 이마에 구멍이 뚫리며 쓰러진다. 어린 구세주라 불리는 크로아티아의 킬러는 의뢰받은 대상을 처리하고 돌아가기 위해 비행기에 오르려 하지만 그날따라 심해진 폭설로 비행기는 연착되고 우연히 신문을 보고 귀환을 연기하게 된다. 타깃이었던 구세군 사관이 쌍둥이였던것...이제 살아있는 형을 처리하기 위해 다시 거리의 인파로 스며드는 킬러...그리고 형 욘 칼센을 보호하기 위해 킬러와 숨바꼭질을 하게 되는 해리 홀레의 한판이 펼쳐진다....



절실하고 열렬한 믿음과 그 이면에 드러나는 인간의 더러운 민낯...성직자로서 남들에게 보여지는 청렴하고 성실한 이미지와 반대로 내면의 파괴적 본능에 의지한 폭력과 욕망들...그리고 죄를 짓고 진실한 참회로 죄를 사하게 되는 편리한 셀프 구원 시스템...-_-;;; 결국 반복되는 악행 속에 존경받고 지지받던 한 인간의 처절한 파멸을 목도하며 씁쓸하게 만든다. 사실 겨울마다 빨간 양철통을 놓고 종을 치는 구세군에 대해 그다지 아는게 없었는데, 구세군 사관이 군대를 연상케 할정도로 엄격한 규율에 성직자와 마찬가지로 금욕까지 해야 한다는건 이 작품을 통해 처음알게 된 사실이다. 이 금욕으로 말미암아 사단이 나게 되니....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대의로 인해 차단 한다는게 얼마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는건지....



자연스러운 장면전환과 함께 절묘하게 클라이막스에서 전환시켜버리며 다음 장을 기대하게 만드는데 딱 미드를 보는듯 하다. 매회 뭔가 중요한 사건이 벌어질것 처럼 여기저기 떡밥을 투척하고 끝내버리는데, 막상 다음편을 보면 별다른 일 없이 지나가버리는...완전 강태공의 스킬을 시전하는데, 예를 들어 킬러가 타겟을 몰아넣고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장이 끝나버리고....다음 장을 보면 총알이 떨어져 버리고 타겟은 무사히 도망치는 뭐 이런 식의 장면들이 반복되다보니 '이번에는 죽나?'...'이번에야 말로 죽나?'..'아..이번에는 진짜 죽을거야'...라며 볼때마다 똥줄타고 안절부절하게 만드는...작가에게 조련 당하는 느낌이 들게 만드는 기묘한 작품이었다.



어쨌던, 욕망에 영혼을 내다 판 성직자와 별개로 이야기의 축은 신출귀몰한 킬러 VS 해리 홀레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핵심이다. 소위 팬터마임 얼굴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킬러의 특징으로 말미암아 바로 앞에서도 식별이 불가능한 투명인간급의 킬러의 능력과 유년 시절 내전으로 말미암아 소년병으로 참혹한 전쟁에 참여하여 동료가 학살당하는 끔찍한 경험을 한 킬러의 불운한 과거, 불필요한 살생은 배재하고 오로지 의뢰받은 타겟만 죽이는 킬러로서의 쿨한 지조 그리고 킬러 답지 않게 600페이지 내내 펼쳐지는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개고생의 분투기는 킬러조차 감정이입하여 그의 안위를 걱정하게 만들어 낸다. -_-  해리 역시 법을 집행하는 경찰로서, 동료의 죽음에 대해 복수 하고픈 한 인간으로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뇌하는 인간적인 모습이 그려지는데, 그의 마지막 선택은 항상 결정적 순간에 악당의 머리에서 총구를 치우고 경찰로서 수갑을 채우는 여타 작품들의 아쉬움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안티 히어로로서의 시원함을 보여줘 제대로 마음에 들었다.    



두꺼운 만큼 그안에 재미도 꽉꽉 들어차 있는 작품이다. 안개처럼 흩뿌연 사건속에서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드러나는 더러운 진실들이 강렬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이 '해리 홀레'에 열광하는 이유를 이제는 알것같다. 이 작품이 [스노우맨]직전의 이야기라는데, 과연 [리디머]의 어떤 연결고리를 통해 [스노우맨]이 이어질지 내심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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