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리디머 ㅣ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6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평점 :
리디머 (2018년 초판)_형사해리홀레시리즈
저자 - 요네스뵈
역자 - 노진선
출판사 - 비채
정가 - 15000원
페이지 - 618p
그릇된 욕망과 셀프 구원으로 써내려간 파멸의 시나리오
실로 무지막지한 두께의 책 덕분에 근래들어 유지하던 일일 일독의 패턴을 무참히 깨버리고 나흘을 붙들고 읽게 만든 작품(이번주에 바빠서 책 읽을 시간도 별로 없었지만...)이자 그 유명한 '요 네스뵈'의 그 유명한 해리 홀래 시리즈를 처음으로 접하게 만든 바로 그 작품!! [리디머]이다. 와...정말로 어마어마한 두께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시간 순삭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는데, 역시 인기 시리즈는 왜 인기를 끄는지 보면 바로 알 수 있는것 같다. 영화 같은 장면 전환과 속도감에 킬러 마저도 적지 않은 페이지를 할애하며 캐릭터를 부여하니 악당마저 멋져부러~ 제목이 리디머(죄악에서 구원하는자, 즉 구원자, 구세주)인 만큼 욕망에 영혼을 팔아버린 성직자(구세군도 성직자인가?)의 불편한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는 다소 묵직하고 어두운 작품이었다.
크리스마스시즌...크리스마스의 흥겨운 분위기에 젖어 거리에선 인파에 쌓여 유명 가수가 공연을 하고 그 뒤로 구세군 사관들이 함께 연주를 한다. 한창 공연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 한번의 총성이 메아리 치고, 잘생긴 사관의 이마에 구멍이 뚫리며 쓰러진다. 어린 구세주라 불리는 크로아티아의 킬러는 의뢰받은 대상을 처리하고 돌아가기 위해 비행기에 오르려 하지만 그날따라 심해진 폭설로 비행기는 연착되고 우연히 신문을 보고 귀환을 연기하게 된다. 타깃이었던 구세군 사관이 쌍둥이였던것...이제 살아있는 형을 처리하기 위해 다시 거리의 인파로 스며드는 킬러...그리고 형 욘 칼센을 보호하기 위해 킬러와 숨바꼭질을 하게 되는 해리 홀레의 한판이 펼쳐진다....
절실하고 열렬한 믿음과 그 이면에 드러나는 인간의 더러운 민낯...성직자로서 남들에게 보여지는 청렴하고 성실한 이미지와 반대로 내면의 파괴적 본능에 의지한 폭력과 욕망들...그리고 죄를 짓고 진실한 참회로 죄를 사하게 되는 편리한 셀프 구원 시스템...-_-;;; 결국 반복되는 악행 속에 존경받고 지지받던 한 인간의 처절한 파멸을 목도하며 씁쓸하게 만든다. 사실 겨울마다 빨간 양철통을 놓고 종을 치는 구세군에 대해 그다지 아는게 없었는데, 구세군 사관이 군대를 연상케 할정도로 엄격한 규율에 성직자와 마찬가지로 금욕까지 해야 한다는건 이 작품을 통해 처음알게 된 사실이다. 이 금욕으로 말미암아 사단이 나게 되니....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대의로 인해 차단 한다는게 얼마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는건지....
자연스러운 장면전환과 함께 절묘하게 클라이막스에서 전환시켜버리며 다음 장을 기대하게 만드는데 딱 미드를 보는듯 하다. 매회 뭔가 중요한 사건이 벌어질것 처럼 여기저기 떡밥을 투척하고 끝내버리는데, 막상 다음편을 보면 별다른 일 없이 지나가버리는...완전 강태공의 스킬을 시전하는데, 예를 들어 킬러가 타겟을 몰아넣고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장이 끝나버리고....다음 장을 보면 총알이 떨어져 버리고 타겟은 무사히 도망치는 뭐 이런 식의 장면들이 반복되다보니 '이번에는 죽나?'...'이번에야 말로 죽나?'..'아..이번에는 진짜 죽을거야'...라며 볼때마다 똥줄타고 안절부절하게 만드는...작가에게 조련 당하는 느낌이 들게 만드는 기묘한 작품이었다.
어쨌던, 욕망에 영혼을 내다 판 성직자와 별개로 이야기의 축은 신출귀몰한 킬러 VS 해리 홀레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핵심이다. 소위 팬터마임 얼굴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킬러의 특징으로 말미암아 바로 앞에서도 식별이 불가능한 투명인간급의 킬러의 능력과 유년 시절 내전으로 말미암아 소년병으로 참혹한 전쟁에 참여하여 동료가 학살당하는 끔찍한 경험을 한 킬러의 불운한 과거, 불필요한 살생은 배재하고 오로지 의뢰받은 타겟만 죽이는 킬러로서의 쿨한 지조 그리고 킬러 답지 않게 600페이지 내내 펼쳐지는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개고생의 분투기는 킬러조차 감정이입하여 그의 안위를 걱정하게 만들어 낸다. -_- 해리 역시 법을 집행하는 경찰로서, 동료의 죽음에 대해 복수 하고픈 한 인간으로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뇌하는 인간적인 모습이 그려지는데, 그의 마지막 선택은 항상 결정적 순간에 악당의 머리에서 총구를 치우고 경찰로서 수갑을 채우는 여타 작품들의 아쉬움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안티 히어로로서의 시원함을 보여줘 제대로 마음에 들었다.
두꺼운 만큼 그안에 재미도 꽉꽉 들어차 있는 작품이다. 안개처럼 흩뿌연 사건속에서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드러나는 더러운 진실들이 강렬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이 '해리 홀레'에 열광하는 이유를 이제는 알것같다. 이 작품이 [스노우맨]직전의 이야기라는데, 과연 [리디머]의 어떤 연결고리를 통해 [스노우맨]이 이어질지 내심 궁금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