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카르테 1 - 이상한 의사 아르테 오리지널 6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채숙향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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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카르테 1 : 이상한 의사 (2018년 초판)
저자 - 나쓰카와 소스케
역자 - 채숙향
출판사 - arte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54p


가슴 따뜻한 동네 의사 이야기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로 강한 인상을 주며 뇌리에 박힌 작가 '나스카와 소스케'의 대뷔작이 국내출간되었다. 실제로 의사로 재직중인 작가가 써낸 의학소설이기에 사실성이야 말할것도 없겠고,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에서 보여줬던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풍부한 감성이라면 이 작품도 분명 감동적인 작품일거라 생각하며 책을 집어들었다. 사실 제목만 보고선 신의 재능을 가진 의사가 엄청난 실력으로 여러 불치의 환자들을 살려내는 [블랙잭]류의 작품일거라 생각했는데...막상 작품을 읽어보니 예상과는 달리 전혀 헛다리 짚었다는...ㅎㅎㅎ



작은 시골 마을의 작고 낡은 종합병원...몇 안되는 의사가 매일 매일 쏟아져 들어오는 환자들과 사투를 벌이는 이 병원에서 5년째 밤잠을 설쳐가며 환자들을 돌보는 내과의가 있었으니...바로 구리하라 이치토이다. '나쓰메 소스케'의 작품을 너무나 좋아하여 고루한 말투까지 닮아 버린 이치토는 예상치 못한 행동이나 언변으로 병원 사람들이나 환자들에게 괴짜 의사로 통한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행동과는 달리 언제나 환자를 생각하며 고치지 못하는 불치병이라도 성심껏 치료하고 마음을 쏟는 진짜베기 의사이기에 환자들은 이치토에게 마음을 열게된다. 365일 불철주야 환자와 소통하는 이치토의 감동적 의료행위가 그려진다.....



신의 뜻을 거스르고 정해진 수명에서 한순간이라도 생을 지속시키기 위해 매순간 일분 일초 투혼을 발휘하는 단 하나의 직업....바로 의사이다....그런 숭고하고 책임감이 따르는 직업임에도 작품속 의사들이 처한 상황은 열악하기만 하다. 늘어나는 환자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풀로 이틀 삼일을 꼬박 밤을 지새우고 쓰디쓴 커피를 드링킹하는 극한의 업무량과 내과의 임에도 응급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외과 진료와 수술까지 참여하는 전방위 업무...게다가 응급실 진상까지 소화하면서도 생명이 걸린 일이기에 한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극한의 긴장상황의 연속....타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수명을 깎아먹는 느낌이랄까...-_-;;; 그런 바쁜 상황에서 수십명의 주치의로서 각각의 환자에게 질병치료 뿐만 아니라 마음으로 소통하고 교감하는 이치토를 보면서 질병을 치료하는 동시에 환자의 병든 마음까지 보듬어 주고 감싸주는 진정한 명의로 보였다....의사와 환자 사이의 에피소드만 있는것은 아니다. 이치토가 살고 있는 멘션의 이웃들과의 에피소드, 아내와의 운명적 만남 등등 여러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 더 좋았던것 같다.



얼마전 TV에서 지방 소도시의 인구 노령화에 따른 저밀인구 지역의 종합병원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으면서 연로한 노인들이 응급진료를 받기 위해 수 시간에 걸쳐 타지방의 병원을 가야하고, 그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에 이르는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것을 본 기억이 난다. 작품속 이치토의 병원은 대부분의 환자가 노인에다가 병환이 위중하여 마지막 연명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다..그럼에도 경영과는 관계없이 환자들을 위해 365일 24시간 응급 센터를 운영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환자들을 위해 열과 정성을 다하는 착한 의사, 간호사들이 등장한다. 각박한 현실과 대비되기에 더욱 인간적으로 보여지고 판타지 같지만 어딘가엔 정말로 이런 병원속 의사, 간호사들이 있을것이기에 이치토의 에피소드들은 더 큰 감동과 치유로 다가온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치열하게 투쟁하며 현란한 수술을 벌이는 의학소설도 좋지만 죽음쪽에 더 가까운 사람들에게 최대한 짐을 덜고 다시한번 걸어왔던 인생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이 작품처럼 조금은 느린 걸음의 의학소설도 좋은것 같다. 이치토의 배려, 열정, 낭만이 환자뿐만 아니라 읽는이도 힐링시켜 주는 좋은 작품이었다. 전 4권의 시리즈가 모두 출간되었으니 치유가 필요할때마다 꺼내 읽는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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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테라
소현수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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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테라 : 제2의 지구를 찾아서 (2018년 초판)

저자 - 소현수

출판사 - 캐비넷

정가 - 14800원

페이지 - 537p



한국 밀리터리SF의 새로운 구심점이 될 작품의 탄생



지금이 한국 SF의 르네상스 시기인가?...요 몇달사이 연이어 출간되는 국내SF소식에 반갑기 그지없는 마음이 들면서도 앞선 작품들에 썩 만족감을 못느꼈던지라 이번에 출간된 이 작품에 걱정이 앞섰다. 한국형 밀리터리SF라....게다가 레전드로 회자되는 유명 밀리터리SF 걸작들을 오마쥬한 이야기라는 소식에 내심 기대반 걱정반의 마음으로 집어들었다. 작품을 읽으며 떠오른 작품만 들어봐도 [스타쉽 트루퍼스][노인의 전쟁], [스타크래프트], [영원한 전쟁], [에일리언], [아머] 등등 소설, 영화, 게임등 플랫폼에 상관없이 수많은 작품들이 떠올랐는데, 이 유명 작품들의 엑기스만 뽑아 쓰여진 SF라니...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 밀리터리 SF의 새로운 구심점이 될 대박 작품의 탄생이다. 어중이 떠중이 유명 작품들의 설정들을 뽑아 만든 오합지졸 섞어찌개 짬뽕탕이 아닌, 진정 공인된 재미진 요소만을 뽑아 새롭게 창조해낸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밀리터리SF였다.



먼 미래....폭발하는 인구의 과잉을 해결하지 못한 인류는 새로운 지구를 찾아 나선다. 기대했던 화성의 테라포밍에 실패한 뒤 워프라는 시공을 초월한 우주비행의 비약적 발전을 통해 마침내 지구와 가장 비슷한 외계의 행성 프린테라를 찾아낸다. 대부분의 육지가 황무지로 되어있으나 물이 있었고 공기중 방사능이 섞여있지만 산소로 구성된 대기환경은 과학기술로 충분히 인류가 살 수 있도록 테라포밍이 가능 하다는 결론 하에 프린테라는 제2의 지구로 낙점된다. 다만 한가지 걸림돌이 있었으니 프린테라에서 이미 살고 있는 토착종족 '야후'의 존재였다. 전지구 인류의 시선이 모이던 인류와 야후의 최초의 퍼스트 컨택트에서 야후가 무참한 살육으로 인간들을 도륙하고 식인하는 장면이 라이브되면서 인류와 야후의 우주전쟁이 시작된다. 강인한 육체와 저돌적인 공격성으로 야후 살육에 어려움을 겪던 우주군은 마침내 인간과 야후의 DNA를 교접해 새로운 최강 전투육체를 만들어내고, 100명의 소수정예 초인부대 오시리스를 창설한다. 특수부대 임무중 야후에게 온몸이 찢기면서 죽음의 위기에 처했던 진 역시 가까스로 오시리스 초인 육체를 통해 목숨을 부지하고, 오시리스 부대 알파팀의 대장으로 새로운 야후 토벌의 임무를 부여받고 다시 전장에 나서는데.....



여러 작품들을 오마쥬 했다고 했는데, 하나하나 따져보자면 초반 특수부대에서 배틀수트를 입고 마약성 약물인 스팀샷을 맞고 아드레날린 분출하며 야후들과 혈전을 벌이는 장면은 그야말로 스팀팩 맞고 미친듯이 총질하는 [스타크래프트]의 테란과 저그의 한판이 생각난다. 당연히 배틀수트 하면 [스타쉽 트루퍼스]가 거의 원조격이니 빠질 수 없고, 유전자 조작을 통해 늙은 노인도 젊은 군인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초인부대의 이야기는 [노인의 전쟁]을 빼다 박았다. 강산을 뿜고 돌출형 이마에 전신이 검은 야후족은 [에일리언]이 연상되는 모습이다. 더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생각나는게 이정도 인데, 이렇게 많은 작품들을 섞다보니 전체적으로 작품은 클리셰로 범벅된 이미지를 갖는것 같다. 그런데!!!! 이 상투적 익숙함이 마이너스라기 보다는 엄청난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플러스 요소로 작용된다는 점이다. 기존의 인증된 흥행요소를 적절히 섞어내 새로운 세계와 재미를 창출해 낸다는건 적당히 설정 배끼기로 흥미를 유발하는 아류작들과는 확연히 다른 차별점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짬뽕도 실력이다. 이야기의 완전한 개연성, 전투의 박진감과 속도감, 숨겨진 반전과 복선들속에 인기 작품들을 섞어내는 치밀한 설정은 오로지 작가의 능력이니 말이다. 



그런면에서 이 작품의 재미만을 따지고 봤을땐 진정 밀리터리 SF로서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준다. 때려 부수고, 썰고, 터뜨리고....피비린내 나는 백병전속 지옥도에서 서서히 살육에 도취해 가는 부대원들 각자의 고뇌와 리더로서 책임감이 충분히 녹아있다. 단순히 외계종족간의 전쟁으로 그치지 않고 인간과 군조직의 날카로운 비판적 시선과 더불어 서서히 뿌리던 떡밥들이 모여 마침내 밝혀지는 멀티버스 세계관의 충격적 반전 결말까지... 모든것이 완벽하다. 작품에서 오마쥬한 SF작품들을 모두 읽어보고 클리셰를 느끼는 나도 이렇게 재미있는데, SF를 처음 입문하는 사람이 이 작품을 읽게 된다면 얼마나 충격적일까?...소위 '안본눈 삽니다'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그들이 느낄 신세계가 부러워질 정도다. 작가의 이름을 가리고 읽었다면 외국의 유명 SF작품일거라고 생각될 정도로 전혀 유치함을 찾아 볼 수 없는 세련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다. 굳이 읽은 밀리터리SF중 순위를 매겨보자면.... [영원한 전쟁]>[학살기관]>[프린테라]>[올 유 니드 이즈 킬]>[노인의 전쟁]>[스타쉽 트루퍼스]>[아머] 헐...세번째로 꼽을 정도다. 내가 읽은 국내 SF중 (몇 개 안되지만...)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SF매니아던 입문자던 "꼭 봐라..두번봐라" 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 작가...뭐하다 이제 나온건가....-_- 출간작들을 살펴보니 울 딸래미가 좋아하는 만화 [신비 아파트] 괴담집?!!...은 차치하더라도 이북으로 나온 작품 [괴물]은 읽어봐야 겠다. 이정도 퀄로만 내준다면 앞으로 작가가 내는 SF는 전부 구매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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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들의 조용한 맹세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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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들의조용한맹세 (2018년 초판)

저자 - 미야모토 테루

역자 - 송태욱

출판사 - RHK (알에이치코리아)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07p




아...어머니!



들판을 가득 메우는 이름모를 수많은 들풀들...척박한 환경에서도 억척스럽게 뿌리를 내리고 강인하고 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내 화려하진 않지만 작고 소박한 꽃을 피워내고 그렇게 생의 의지를 뽐내며 세대를 이어가는 풀꽃들 처럼, 작지만 달콤한 꽃향기로 들판을 가득 매우는 강인한 풀꽃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 출간되었다.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그들이 가슴 깊이 묻어두기로 한 진실은...그들의 맹세는 무엇일까?....여러 의미를 함유하고 있을것 같은 제목

으로 궁금증을 일으키는 이 작품은 '아쿠타가와상', '다자이오사무상', '요시카와에이지문학상', '시바료타로상'등 일본의 유수 문학상을 휩쓴 일본 서정문학의 거장작가 '미야모토 테루'의 신작 미스터리이다. 



서른세살...미국에서 MBA과정을 수료하고 외국계 기업에 취업하려는 엘리트 사회초년생 겐야는 미국으로 이민간 고모가

일본으로 홀로 여행중 료칸 목욕탕에서 뇌졸중으로 사망했다는 비보를 듣게 된다. 고모의 유언을 전달받기 위해 부유층이 밀집해 사는 캘리포니아 남쪽 팔로스버디스 반도로 날아간 겐야는 그곳에서 고모 기쿠에가 수십억에 달하는 자신의 전재산을 조카 겐야에게 상속할 것이고 만약 27년전 실종된 자신의 딸 레일라를 찾게 된다면 레일라에게 재산의 70%를 넘겨달라는 유언을 전달받게 된다. 미국의 대형마트 화장실에서 아이를 잃어버리고 몇년뒤 남편을 췌장암으로 떠나 보내고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부유하지만 평생을 홀로 외롭게 살아간 고모의 유지를 이어받기 위해 겐야는 고모의 대저택에 기거 하면서 인근의 사립탐정을 고용해 사촌 레일라의 생사여부라도 확인해 달라는 의뢰를 맡기고....


레일라의 실종에 충격적이고 경악할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되는데......



작품을 일고 나니 왜 서정문학의 거장작가라고 불리는지 자연스레 이해가 된다. 높은 스펙으로 이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려는 사회초년생이 자고 일어나니 하룻밤새 수십억의 재산을 상속받는 상속자로 신분상승하고 고모의 대저택에서 평화롭고 조용한 유유자적한 생활이 작품 전반에 걸쳐 서정적으로 그려진다. 낯선 땅에서 일확천금으로 정신줄 놓고 흥청망청 벌이는 쾌락파티가 아닌 아주 소박하고 정갈한 생활 말이다...해안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조깅을 하고, 고모가 만들어 놓은 스프를 먹으며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고모의 대저택을 돌보던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고모가 집안 곳곳에 숨겨둔 힌트를 발견하면서 실종된 딸의 흔적을 찾아가며 보내는 약 한달간의 일들이 자극적 MSG 전혀 없이 아주 담백하게 펼쳐진다. 하여 급박한 장면전환 없이, 자극적인 장면 없이 잔잔하게 이어지는 겐야의 생활을 따라가다 마침내 맞닥뜨리게 되는 결말의 입에 담지도 못할 추악한 비밀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오게 만드는것 같다.  



결국...모성..그리고..어머니...기쿠에와 레일라의 숨겨져있던 비밀과 마주하면서 기쿠에가 겪었을 차마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충격과 절망은 꼭 자식을 키우는 부모가 아닐지라도 충분히 공감하게 될 것이다. 딸의 인생을 위해 그녀가 떠안아야 했을 고통....비록 금전적으로 모자람은 없지만 돈이있음 뭐하나...삶의 이유인 딸이 없지 않은가...그녀가 감내해야만 했던 고통의 무게...인내의 시간...그리고 절실한 소망..이 모든 마음들이 마침내 진실을 밝혀낸 겐야와 사립탐정으로 하여금 다시 진실을 묻어버리게 만드는...풀꽃 같은 그들이 침묵의 맹세를 하게 만든 계기가 된것이 아닌가 한다.



"그 사람을 위해, 나는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딸을 위해 모든것을 버린 여성과 그녀의 숭고한 뜻을 이해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잔잔하고 애달픈 코지미스터리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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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죽으러 갑니다
정해연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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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죽으러갑니다 (2018년 초판)

저자 - 정해연

출판사 - 황금가지

정가 - 13000원

페이지 - 356p



죽어야 사는 남자



인구 십만명당 28명의 자살률로 당당히 자살 사망률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대한민국에서 독특한 자살클럽을 소재로 하는 스릴러가 출간되었다. 제목 그대로 죽으러 가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끔찍한 사건들과 배후에 숨겨진 추악한 진실...섬찟한 반전과 돈의 논리로 돌아가는 불편하지만 그것이 순리인듯 돌아가는 세상의 룰...이 모든것들이 인과율의 법칙에 따라 숨가쁘게 전개된다. 



부모가 피운 번개탄에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병원에서 눈을 뜬 태성은 사고 이전의 기억을 전부 잃어버린다. 흐릿한 기억속에 사업에 실패한 부모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것만 기억하는 태성은 병원에서 퇴원후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변두리 쪽방촌에 기거하며 아무런 의욕없이 최소생계지원비만으로 근근히 거지같은 생을 이어간다.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충격속에 쪽방촌에서도 이런 저런 자살을 시도하지만 모두 실패하다 우연히 동반 자살카페에 가입하고 방장 '메시아'의 도움으로 동반 자살길에오르게 된다. 고등학생 소녀와 이십대 여성, 삼십대 남성과 방장 메시아 그리고 태성....생에 의지가 꺾인 다섯 남녀는 방장이 안내하는 강원도 외딴 별장에서 그들의 생각과는 다른 끔찍한 일들을 경험하게 되는데.....



각자의 사연으로 모인 다섯 남녀...그리고 처참하게 차례로 발생되는 살인사건....지옥같은 현실을 피해 안락한 죽음으로 도피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이제 그렇게 바라던 죽음을 피해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게 된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가..살인마에겐 이 자살희망자들은 제발로 죽으러 걸어 들어온 셈이니 얼마나 손쉬운 사냥감이란 말인가...목숨을 버리려던 사람들이 살려달라 울부짓는 순간 목숨을 빼앗으며 희열을 느끼는 변태 살인마....한편의 슬래셔 무비를 보는듯한 설정과 잔인하고 참혹한 방법으로 살해당하는 사망자들...살인마를 피해 쫓고 쫓기는 체이싱....긴장하며 몰입하게 만드는 스릴러의 재미를 십분 발산하는 작품이었다. 



살인마의 정체는 바로 밝혀지지만 단순히 또라이 살인마와 자살자들이라는 대결구도를 넘어서 1막에 해당하는 별장에서의 피바다 살인판에 이어 주인공 태성의 사라진 기억에서 오는 숨겨진 반전이 강타하는 2막까지 평범하지 않은 독특한 구성도 좋았던것 같다. 아무런 의욕 없이 그냥 공기만 소비하던 버러지 같은 인생을 살던 태성이 여러 사건들을 거쳐 삶에 대한 의지을 불태우며 의욕 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는것도 흥미로웠다...역시 사람 바꾸는데는 충격요법이 가장 효과적이랄까..-_-;; 이 작품도 한국사회에 만연한 물질만능주의 혹은 신처럼 군림하는 재벌들과 돈 앞에서는 범죄자던 가족이던 상관없이 윤리, 양심 모두 져버리고 꼬리를 흔들며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는 세태를 꼬집는다. 요즘 시끌시끌한 땅콩항공 집안의 만행을 보는것 같은 씁쓸하고 불쾌한 감정을 이 작품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는 끔찍한 현실을 못견디고 피안을 향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작품속 동반 자살을 위해 모인 사람들도 각자의 끔찍한 기억을 안고 세상을 등지려 하는데, 결국 생과 사는 주변인들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에서 갈리는것 같다. 삶의 의욕이 없던 태성이 (의도야 어찌됐던) 관심과 배려를 통해 새롭게 거듭나는것을 보면 말이다...동반하여 죽음의 길로 함께 하듯, 동반하여 생의 길로 함께 하는것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을까....마지막줄 태성의 더없이 천진한 웃음이 오래도록 뇌리에 남는다. 



영화처럼 머리속에 장면이 그려지는 작품이었다. 스릴러로서 잔혹한 살인장면도 좋았고, 추리로서 반전도 괜찮은 잘 짜여진 작품이었다. 이정도 재미라면 작가의 차기작을 기대해도 좋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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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8-05-05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감상 잘하고 갑니다~^^
 
우주아이돌 배달작전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2
손지상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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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아이돌배달작전 (2018년 초판)_그래비티 픽션 2

저자 - 손지상

출판사 - 그래비티북스

정가 - 12000원

페이지 - 269p



그래....이것은 비빔밥 SF라고 부르자...



근래 국내 SF들이 활발하게 새로이 출간되고 있는데 이 작품도 그 추세에 힘을 더하는 한권이다. 이 작품은 기존 SF팬들은 물론이고 새롭게 SF 장르를 읽어보고자 하는 독자를 위한 시리즈라는 그래비티 픽션의 두번째 출간작이다. SF라고 하면 특히나 소설은 대중들이 일단 어렵다는 선입견을 갖고들 있는데, 이 작품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누구나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SF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것 같다. 바꿔말하면 굉장히 경쾌하고 발랄한 대중적 SF작품이라는 말인데...나쁘게 말하면 한없이 가벼운 SF라고도 할 수 있을듯...-_-;;;;



우주 배달업에 종사하는 테라인 시현과 은령은 거대 우주 종교 교단인 판타므 교단에서 5인조 아이돌 '체인'의 우주 투어를 도와 비행선 조종을 맡아줄것을 의뢰 받는다. 핸섬한 아이돌들과 함께 여러 행성들로 투어를 돌면서 나름 정분도 나고 우정도 쌓이는등 여러 에피소드를 거치면서 판타므 교단의 아이돌 착취와 전 우주를 뒤흔들 숨겨진 계략과 비리들을 눈치채고 이를 막기위해 본격적으로 판타므 교단에 반기를 든다. 아이돌을 지키기 위해...우주를 지켜내기 위해...우주의 팬들이여....팬심을 모아줘!!!~~~



첫 설정부터 인기웹툰 [덴마]가 연상되면서 작품 내내 여러 장르작품들의 오마주? 혹은 패러디?의 향연이 펼쳐진다. 작가 후기를 통해 대놓고 여러 작품들의 설정들을 짬뽕시켰음을 말하는 이 작품의 장르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와이드스크린 바로크 장르란다. 아이디어에 중점을 두고 황당무계 휘황찬란한 사건들을 비빔밥 처럼 한데 섞어버리는 기상천외한 장르....그게 바로 이 작품인 것이다. 게다가 국내 최초로 시도하는 장르라는데서 작가의 도전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하여 작품을 읽는 내내 작가가 의도적으로 심어놓은 명작이자 레전드 SF의 캐릭터, 작가, 작품의 이름들이 교묘히 녹아있는데, 생각지도 못한곳에서 반가운 이름들과 맞닥뜨리는 의외성은 스토리와는 별개로 즐길거리가 된것 같다. SF덕후 일수록 더 많은 패러디를 알아차릴 것이니 그야말로 아는만큼 재미가 보이는 작품인 것이다.. 



선남 선녀들이 존트 게이트라는 워프 게이트를 통해 여기저기 워프 하며 펼치는 막장 대활극...우주를 종횡무진 누비며 전우주를 위협하는 위기에 맞서 우주를 구하는 목표의식 뚜렷한 스토리...바로 이것이 드넓은 우주에 힘차게 울려 퍼지는 스페이스 오페라 아니겠는가...좀 가벼울 지언정 가득찬 언어유희와 숨겨진 덕후들의 추억...우주택배기사 플라이 하이의 경쾌한 모험으로 가득찬 이 작품으로 새로운 SF팬들이 유입되길 바래본다.



다만 진지빤 하드SF가 취향인 내게는 덕력을 시험하는것 같은 작품이었지만 뭔가 가벼운 말장난 같고 안드로메다로 날아간 개연성으로 인해 나와는 맞지 않는 작품이었다....-_-;;; 양날의 검처럼 접근도 높은 작품이지만 그만큼 가벼운 느낌이라 호불호가 갈릴것 같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원래가 그런 장르란건 차치하더라도 작품속 숨겨진 SF들을 많이 맞출수록 이 작품의 호감도는 낮아질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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