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들의 조용한 맹세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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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들의조용한맹세 (2018년 초판)

저자 - 미야모토 테루

역자 - 송태욱

출판사 - RHK (알에이치코리아)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07p




아...어머니!



들판을 가득 메우는 이름모를 수많은 들풀들...척박한 환경에서도 억척스럽게 뿌리를 내리고 강인하고 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내 화려하진 않지만 작고 소박한 꽃을 피워내고 그렇게 생의 의지를 뽐내며 세대를 이어가는 풀꽃들 처럼, 작지만 달콤한 꽃향기로 들판을 가득 매우는 강인한 풀꽃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 출간되었다.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그들이 가슴 깊이 묻어두기로 한 진실은...그들의 맹세는 무엇일까?....여러 의미를 함유하고 있을것 같은 제목

으로 궁금증을 일으키는 이 작품은 '아쿠타가와상', '다자이오사무상', '요시카와에이지문학상', '시바료타로상'등 일본의 유수 문학상을 휩쓴 일본 서정문학의 거장작가 '미야모토 테루'의 신작 미스터리이다. 



서른세살...미국에서 MBA과정을 수료하고 외국계 기업에 취업하려는 엘리트 사회초년생 겐야는 미국으로 이민간 고모가

일본으로 홀로 여행중 료칸 목욕탕에서 뇌졸중으로 사망했다는 비보를 듣게 된다. 고모의 유언을 전달받기 위해 부유층이 밀집해 사는 캘리포니아 남쪽 팔로스버디스 반도로 날아간 겐야는 그곳에서 고모 기쿠에가 수십억에 달하는 자신의 전재산을 조카 겐야에게 상속할 것이고 만약 27년전 실종된 자신의 딸 레일라를 찾게 된다면 레일라에게 재산의 70%를 넘겨달라는 유언을 전달받게 된다. 미국의 대형마트 화장실에서 아이를 잃어버리고 몇년뒤 남편을 췌장암으로 떠나 보내고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부유하지만 평생을 홀로 외롭게 살아간 고모의 유지를 이어받기 위해 겐야는 고모의 대저택에 기거 하면서 인근의 사립탐정을 고용해 사촌 레일라의 생사여부라도 확인해 달라는 의뢰를 맡기고....


레일라의 실종에 충격적이고 경악할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되는데......



작품을 일고 나니 왜 서정문학의 거장작가라고 불리는지 자연스레 이해가 된다. 높은 스펙으로 이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려는 사회초년생이 자고 일어나니 하룻밤새 수십억의 재산을 상속받는 상속자로 신분상승하고 고모의 대저택에서 평화롭고 조용한 유유자적한 생활이 작품 전반에 걸쳐 서정적으로 그려진다. 낯선 땅에서 일확천금으로 정신줄 놓고 흥청망청 벌이는 쾌락파티가 아닌 아주 소박하고 정갈한 생활 말이다...해안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조깅을 하고, 고모가 만들어 놓은 스프를 먹으며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고모의 대저택을 돌보던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고모가 집안 곳곳에 숨겨둔 힌트를 발견하면서 실종된 딸의 흔적을 찾아가며 보내는 약 한달간의 일들이 자극적 MSG 전혀 없이 아주 담백하게 펼쳐진다. 하여 급박한 장면전환 없이, 자극적인 장면 없이 잔잔하게 이어지는 겐야의 생활을 따라가다 마침내 맞닥뜨리게 되는 결말의 입에 담지도 못할 추악한 비밀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오게 만드는것 같다.  



결국...모성..그리고..어머니...기쿠에와 레일라의 숨겨져있던 비밀과 마주하면서 기쿠에가 겪었을 차마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충격과 절망은 꼭 자식을 키우는 부모가 아닐지라도 충분히 공감하게 될 것이다. 딸의 인생을 위해 그녀가 떠안아야 했을 고통....비록 금전적으로 모자람은 없지만 돈이있음 뭐하나...삶의 이유인 딸이 없지 않은가...그녀가 감내해야만 했던 고통의 무게...인내의 시간...그리고 절실한 소망..이 모든 마음들이 마침내 진실을 밝혀낸 겐야와 사립탐정으로 하여금 다시 진실을 묻어버리게 만드는...풀꽃 같은 그들이 침묵의 맹세를 하게 만든 계기가 된것이 아닌가 한다.



"그 사람을 위해, 나는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딸을 위해 모든것을 버린 여성과 그녀의 숭고한 뜻을 이해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잔잔하고 애달픈 코지미스터리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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