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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카르테 1 - 이상한 의사 ㅣ 아르테 오리지널 6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채숙향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5월
평점 :
신의카르테 1 : 이상한 의사 (2018년 초판)
저자 - 나쓰카와 소스케
역자 - 채숙향
출판사 - arte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54p
가슴 따뜻한 동네 의사 이야기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로 강한 인상을 주며 뇌리에 박힌 작가 '나스카와 소스케'의 대뷔작이 국내출간되었다. 실제로 의사로 재직중인 작가가 써낸 의학소설이기에 사실성이야 말할것도 없겠고,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에서 보여줬던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풍부한 감성이라면 이 작품도 분명 감동적인 작품일거라 생각하며 책을 집어들었다. 사실 제목만 보고선 신의 재능을 가진 의사가 엄청난 실력으로 여러 불치의 환자들을 살려내는 [블랙잭]류의 작품일거라 생각했는데...막상 작품을 읽어보니 예상과는 달리 전혀 헛다리 짚었다는...ㅎㅎㅎ
작은 시골 마을의 작고 낡은 종합병원...몇 안되는 의사가 매일 매일 쏟아져 들어오는 환자들과 사투를 벌이는 이 병원에서 5년째 밤잠을 설쳐가며 환자들을 돌보는 내과의가 있었으니...바로 구리하라 이치토이다. '나쓰메 소스케'의 작품을 너무나 좋아하여 고루한 말투까지 닮아 버린 이치토는 예상치 못한 행동이나 언변으로 병원 사람들이나 환자들에게 괴짜 의사로 통한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행동과는 달리 언제나 환자를 생각하며 고치지 못하는 불치병이라도 성심껏 치료하고 마음을 쏟는 진짜베기 의사이기에 환자들은 이치토에게 마음을 열게된다. 365일 불철주야 환자와 소통하는 이치토의 감동적 의료행위가 그려진다.....
신의 뜻을 거스르고 정해진 수명에서 한순간이라도 생을 지속시키기 위해 매순간 일분 일초 투혼을 발휘하는 단 하나의 직업....바로 의사이다....그런 숭고하고 책임감이 따르는 직업임에도 작품속 의사들이 처한 상황은 열악하기만 하다. 늘어나는 환자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풀로 이틀 삼일을 꼬박 밤을 지새우고 쓰디쓴 커피를 드링킹하는 극한의 업무량과 내과의 임에도 응급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외과 진료와 수술까지 참여하는 전방위 업무...게다가 응급실 진상까지 소화하면서도 생명이 걸린 일이기에 한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극한의 긴장상황의 연속....타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수명을 깎아먹는 느낌이랄까...-_-;;; 그런 바쁜 상황에서 수십명의 주치의로서 각각의 환자에게 질병치료 뿐만 아니라 마음으로 소통하고 교감하는 이치토를 보면서 질병을 치료하는 동시에 환자의 병든 마음까지 보듬어 주고 감싸주는 진정한 명의로 보였다....의사와 환자 사이의 에피소드만 있는것은 아니다. 이치토가 살고 있는 멘션의 이웃들과의 에피소드, 아내와의 운명적 만남 등등 여러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 더 좋았던것 같다.
얼마전 TV에서 지방 소도시의 인구 노령화에 따른 저밀인구 지역의 종합병원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으면서 연로한 노인들이 응급진료를 받기 위해 수 시간에 걸쳐 타지방의 병원을 가야하고, 그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에 이르는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것을 본 기억이 난다. 작품속 이치토의 병원은 대부분의 환자가 노인에다가 병환이 위중하여 마지막 연명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다..그럼에도 경영과는 관계없이 환자들을 위해 365일 24시간 응급 센터를 운영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환자들을 위해 열과 정성을 다하는 착한 의사, 간호사들이 등장한다. 각박한 현실과 대비되기에 더욱 인간적으로 보여지고 판타지 같지만 어딘가엔 정말로 이런 병원속 의사, 간호사들이 있을것이기에 이치토의 에피소드들은 더 큰 감동과 치유로 다가온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치열하게 투쟁하며 현란한 수술을 벌이는 의학소설도 좋지만 죽음쪽에 더 가까운 사람들에게 최대한 짐을 덜고 다시한번 걸어왔던 인생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이 작품처럼 조금은 느린 걸음의 의학소설도 좋은것 같다. 이치토의 배려, 열정, 낭만이 환자뿐만 아니라 읽는이도 힐링시켜 주는 좋은 작품이었다. 전 4권의 시리즈가 모두 출간되었으니 치유가 필요할때마다 꺼내 읽는것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