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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ㅣ 팝콘북
이부키 유키 지음, 민경욱 옮김 / 서울문화사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컴퍼니 (2018년 초판)
저자 - 이부키 유키
역자 - 민경욱
출판사 - 서울문화사
정가 - 13800원
페이지 - 375p
제 2의 인생을 향해...비상
솔직히 정장을 입고 높이 뛰어오르는 표지의 그림이나 "47세 총무과장, 오늘부터 발레단으로 출근합니다." 라는 문구를
보고 평범하면서도 회사와 일상에 찌들은 중년 샐러리맨이 자의던 타의던 발레단원이 되면서 벌어지는 코믹한 에피소드와 흘러내린 땀방울이 결실이 되는 결말의 감동어린 공연이 어우러진 드라마일거라고 예상하면서 작품을 펴들었었다. 그외 있잖은가...일본 작품들의 주특기로 [쉘 위 댄스]처럼 일상의 작은 도전을 통해 소소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를 창출해내는 그런 감성의 작품들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의 주인공 47세의 총무과장 아오야기는 정말로 하루아침에 발레단으로 출근하게 되지만....발레단에서 발레를 하는건 아니다. -_- 회사가 후원하는 발레단에서 공연 예정인 백조의 호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라는 특명을 받고 발레단의 행정 및 운영을 관리하는 일원으로 출근하게 되는것...어찌됐던..발레에 전혀 문외한이던 아오야기의 공연 성공을 위한 고군분투가 펼쳐진다....
회사에 청춘을 바치고 나니 이제 중년의 나이, 상사의 부름에 승진소식이라 가슴뛰어 가보니 창조혁신부서라는 허울뿐인 구조조정 부서로의 발령에 가슴이 시리다. 단, 한번의 기회가 주어지니 회사가 후원하는 발레단의 창립기념일 기념 발레공연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면 다시 요직의 부서로 발령내주겠다는것. 고민없이 발레단으로 출근할것을 고하고 집으로 가니 이번엔 며칠전부터 연락이 끊긴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고 딸과 함께 가출해버린다. 밖에서는 구조조정, 안에서는 이혼....진퇴양난의 상황에 충격을 받고 자살까지 생각해보지만...산사람은 살아야 한다...발레단에서 예민하기 그지없는 일본 최고의 발레스타 다카노와 부딪혀가면서 점차 발레라는 무용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는데....
솔직히 발레는 본적도 없고 관심도 없으며 가진자들의 고급 취미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하여 발레단을 주제로 하는 이 작품에 어떤 감흥이 일게 될까 반신반의 했었는데, 초유명 발레단이 아닌 대부분의 발레단의 경우 발레를 하기 위해 단원들은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공연의 티켓 판매를 할당받아 이리저리 뛰며 티켓팅을 위해 노력하더라...(일본만의 상황인지 국내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나이나 경력의 고하를 막론하고 오로지 꿈을 먹고 살며 무대에 오르려는 의지의 무용수들을 보면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세기의 무용수 다카노를 통해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초일류 프로페셔널 무용수의 세계를 살짝이나마 엿볼수도 있었고, 의상, 간식부터 공연 티켓팅까지 운영 전반의 문제를 해쳐나가는 아오야기의 노력 또한 작품의 재미에 한몫을 더해준다.
구조조정 부서로 좌천, 하룻밤에 이혼남이 되버린 47세 중년남 아오야기.
담당하던 육상 선수가 은퇴하면서 역시 구조조정 부서로 좌천되버린 23살 스포츠 트레이너 유이.
세기의 무용수이지만 두번의 큰 부상과 나이가 들며 잦은 부상으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은퇴를 고민중인 일류 댄서 다카노.
연습때는 최고의 백조인데, 막상 무대에서는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실력발휘를 못하고 은퇴를 고민하는 미모의 백조 미나미.
솔직히 아오야기가 처한 상황이 나라고 생각하면 정말로 아찔하다...원인이야 어쨌던 믿었던 가족의 배신과 몸담던 회사의 실직위기는 한 인생을 만신창이로 만들기에 충분한 큰 사건이다. 등장하는 각 인물은 모두 각자의 고민을 가득 안고 냉혹한 세상풍파를 오로지 열정 하나로 헤쳐나가려 한다. 이상과 현실사이에서 어지러이 고민하고 갈등하는 인물들을 보며 세삼 지금의 내가 처한 상황과 비교해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인생의 위기 상황에서 좌절하지 않고 당당히 인생의 제 2막을 시작하려는 인물들을 보며 많은 힘과 용기를 갖게하는 작품이었다. 굳이 발레소설로 규정하지 않아도 좋은...발레의 ㅂ자도 모르는 사람들도 누구나 읽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다. (물론 읽다보면 발레라는 무용의 매력에도 자연스레 빠져들게 된다.) 그들이 내딛는 새로운 세계에 아낌없는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