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감기에 걸리지 않는 법 - 듣도 보도 못한 쁘띠 SF
이선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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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감기에걸리지않는법 (2018년 초판)_가제본

저자 - 이선

출판사 - 캐비넷

정가 - 비매품

페이지 - 369p




본격 전원 쁘띠 SF



실로 기묘한 SF가 출간되었다. 우주에서 농사짓고 농작물을 경작하는 내용의 농사 SF는 이미 비운의 불새 출판사에서 

출간 됐었던 '로버트 하인라인'의 [우주의 개척자]를 통해 먼저 접했던 기억이 난다. 거의 SF 농사직설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테라포밍한 가니메데에서 식량 조달을 위해 힘겹게 척박한 땅에 농사를 지어 농작물을 경작하는 이야기가 눈물겹게 펼쳐진다. 더불어 화성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감자 농사를 짓던 '앤디 위어'의 [마션]에서의 와트니 박사도 떠오르는데, 대부분 인간의 시점에서 우주에서 농사를 짓는 에피를 그리던 전작들과는 달리 이번 작품은 기존 설정을 한 번 비틀어 외계인의 농작물 경작을 도와주기 위해 지구에서 파견된 농사 스페셜리스트(?)의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소군)이라는 동물과 식물의 기질을 함께 지닌 작물을 경작하여 식량으로 삼는 라비다인은 어느날 부턴가 원인 모를 행성 감기가 유행하고, 행성감기에 걸린 무오나무에서 자라는 (소군)은 재대로 영글지 못하고 죽어버린다. 그에따라 라비다 행성은 커다란 식량난에 허덕이게 되고, 이를 타파하기 위해 고심하던 농업사령관인 띵은 크나큰 결심을 한다. 머나먼 지구에서 보내오는 방송전파를 재킹하여 티비를 시청하던 띵은 무려 10년간이나 방영되며 인기를 누린 한국의 방송 프로그램 '농사의 전설'의 출연자들을 라비다 행성으로 초빙하여 죽어가는 무오나무를...(소군)들을 되살려 내는 것이다. 라비다 통치국의 승인을 받은 띵은 곧바로 우주선을 타고 '농사의 전설' 대기실을 찾아가 그곳에서 대기중인 프로그램 출연자 8명을 라비다 행성으로 데리고 오는데 성공한다. 이제 라비다 행성의 식량난은 해결될 것이라 기대하는 순박하고 착하기만한 라비다인들은 농사 스페셜리스트 지구인들에게 크나큰 기대를 걸고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는데.....


라비다인들은 돌이킬 수 없는 한가지 커다른 실수를 저질렀으니...'농사의 전설'은 지구의 농사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아니라 '전원일기'식의 드라마였던 것이다.....-_-;;;;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연기자들은 라비다인들의 기대를 한몸에 안고 죽어가는 무오나무를 살려야 한다!!!!!



핑쿠핑쿠한 상큼한 색상에 귀여운 무오나무와 (소군)들이 가득한 표지....대놓고 쁘띠 SF를 표방하는 이 작품의 타겟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것 같다. 얼마전 한국형 밀리터리 SF [프린테라]로 내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출판사 캐비넷에서 이번엔 말랑말랑한 소프트 SF를 통해 SF 대중화를 꾀하려는 야욕을 품고 재빠르게 내놓은 이 작품은 역시 예상대로 한없이 가볍고 경쾌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SF를 선보인다. 하드SF가 취향인 나로선 다소 유치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작품 전반에 흐르는 경쾌한 분위기덕에 한바탕 대난장을 보는듯한 유쾌함을 느끼게 하였다. 



사실 외딴 행성의 낯선 외계인들과 인간 사이의 일들을 그리는 작품이지만 외계라는 배경을 빼버리면 뭔가 익숙한 구도가 보인다. 문명세계와 완전히 단절되어 그들만의 독특한 규범과 양식을 발전시킨 아마존 오지의 순박하고 착한 원주민 부족과 탐욕에 찌들어 거짓을 일삼는 문명세계의 오만한 양키들의 퍼스트 컨택트...-_- 각자의 검은 속내를 숨기고 발달된 문명의 힘으로 죽어가는 나무를 살리려 하지만 전혀 차도가 없고...늘어나는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불어가지만 순박한 원주민은 의심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경외의 눈길로 양키들을 무한 신뢰한다. 그러다 사소한 오해와 불신들로 인하여 상황은 급변하고....전혀 예상치못한 곳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잡고 결과적으로 '위 아더 월드'를 외치는...머 그런 예쁘고 귀여운 소소한 이야기였다. 그 안에는 출생의 비밀도 녹아있고, 대립각을 세우고 싸움만을 일삼던 이들이 진심을 나누고 화해를 하는 감동어린 에피소드도 녹아있다. 



유치하지만 막힘 없이 쉬이 잘 읽힌다. 어찌보면 그 맛에 보는 작품인것 같기도 하고..-_- 아기자기한 스토리를 선호하는 사람이 보면 좋은 작품같다. 다만 지구에서 온 연기자들의 과장된 행동들은 코믹한 풍자를 위한 장치였겠지만 모두 골빈 멍충이들로 보일 정도로 과한 설정은 거슬렸고, 좀 어수선한 분위기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현대인의 소통의 부재를 코믹하게 꼬집는 부담없는 코믹풍자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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