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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 ㅣ 킬러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해용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평점 :
악스 (2018년 초판)
저자 - 이사카 고타로
역자 - 김해용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
정가 - 14800원
페이지 - 372p
최고의 킬러. 최고의 가장
얼마전 최초방한 북토크에 참석하여 싸인을 받아낸...[악스]이다. 북토크 당시 아직 작품을 읽지 못하여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할때 약간이나마 답답함을 느꼈는데, 이제서야 작품을 읽고 다시금 북토크를 회상하니 모든것이 이해가 갔고 결과적으로 그때 당시를 100% 즐기지 못했던것 같아 아쉬웠다...쩝...좌우간...[악스]는 '이사카 고타로'의 따끈한 신작이자 7년만에 다시 돌아온 킬러시리즈이다. 물론...킬러시리즈라고는 하지만 앞선 킬러시리즈를 보지 못한 탓에 전작들과의 연결성은 전혀 모르겠고...좌우당간에 이전 작품들을 전혀 보지 않아도 [악스]를 즐기는데는 전혀 무리가 없었다는것. 잔혹한 킬러가 등장하는...피비린내 나는 스릴러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읽고 나서 이 작품에 대해 규정짓자면 액션 가족 휴머니즘 미스터리였다.
악성종양과의 힘겨운 한판....종양 제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는 풍뎅이...
혹여 아내가 깰까 조용히 현관문을 여닫고 잠자리에 들려 하지만 격렬한 몸싸움으로 허기가 밀려온다.
냉장고안에 먹을것이 있나 열어보고 싶지만 조용한 밤시간 냉장고 문이 열리고 냉매가 돌아가는 소리는
은근히 시끄럽다. 그 소리에 아내가 깰지도 모른다. 컵라면을 먹어볼까?.....역시 안된다. 컵라면의
비닐을 벗기는 소리, 물을 끓이는 소리...아내가 깰지도 몰라...모든것을 고민하고 고심한 끝에 최고의
간식을 발견했다. 어육소시지....조용하고 오래보관할 수 있으며 맛도 좋다...오물오물...어육소시지는
공처가들을 위한 최고의 야식이다.
아들 가쓰미와 무서운 아내에겐 공처가지만 착하고 성실한 아버지 미야케로...킬러세계에서는 일처리 깔끔하기로 소문난 프로페셔널 킬러 코드네임 풍뎅이로 통한다. 그동안 오랜동안 킬러생활을 해왔는데 아들 가쓰미가 태어난 후로는 킬러생활을 접으려 하지만 킬러와 타깃을 중계하는 내과의사는 킬러를 그만두려면 거액을 지불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가족까지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협박한다. 울며겨자먹기로 킬러를 그만두지 못하는 풍뎅이는 자신의 아들에게 가르치는 공정하게 살라는 말과 누군가의 자식을 죽이며 살고 있는 자신의 처지에 혼란과 죄책감을 느끼는데....
가슴 따뜻하고 소심한 이시대의 가장이자 전설로 통하는 킬러 풍뎅이라는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이중생활 속에서 의외의 감동과 이질적인 상황속에서 주는 코믹함이 매려적인 작품이었다. 아들에게 떳떳하지 못한 직업으로 끊임없이 고민하면서도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킬러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져 힘빠진 풍뎅이에게서 가족을 위해 오늘도 새벽같이 출근하여 어둑어둑한 밤까지 죽어라 일하는 샐러리맨 가장들의 기운빠진 어깨를 볼 수 있었다면 과장일까?...(물론 풍뎅이가 극단적이긴 하다만...) 집안내 서열은 최하위일지 몰라도 가족을 위해 한여름 새벽에 일어나 바이크 헬멧과 두꺼운 점퍼, 양말 두켤레, 장갑...소위 외계인 복장으로 무장하고 말벌 집을 제거하는 위험천만 에피소드는 코믹함과 잔잔한 감동을 동시에 주는데, 작품전반에 걸쳐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가장의 애환이 드리우는 작품이었다. 자칫 무거운 분위기로 치우칠수도 있지만 아내의 심기를 살피는 극렬 공처가라는 코믹한 설정과 긴장감 넘치는 킬러와의 열전들이 펼쳐지니 무거울 틈없이 빠져들 수 밖에 없게 만든다.
북토크에서 작가는 처음 3편의 단편은 순식간에 썼지만 단행본으로 내놓기엔 뭔가 모자란 느낌 때문에 몇 년간을 묵혀 뒀다고 한다. 그러다 편집자가 이제는 출간해야 되지 않겠냐는 말에 나머지 후반부 2편의 단편을 썼고 그렇게 나온 [악스]는 독자들이 충분히 좋아할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초반 3편의 단편은 킬러 풍뎅이란 사람에 대해 소개하는 식의 가벼운 에피소드 위주의 단편이라면 후반 2편의 단편은 본격적인 스토리가 진행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급박한 전개와 충격적 반전, 경악의 결말...그리고 찾아오는 잔잔한 마무리....그래...작가 말대로 적어도 나는 충분히 좋았던 작품이었다.
북토크 참석기에도 적었지만 여기에 다시 한번 적어보자면
1. 킬러시리즈인 이 작품은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으로 공정함에 대해 강조한 작품이라고 함
2. 일단 이 작품 이후 구상한 킬러시리즈는 없음 하지만 밀감과 레몬은 자신이 생각해도 매력적이라 누군가가 킬러시리즈로 이어서 써줬으면 좋겠다고 함
3. 악스의 주인공은 공처가 편집자의 에피소드를 듣고 영감을 얻어 쓰여짐
4. 작품을 쓸때 제목을 정하고 이야기를 쓴다고 함, 따라서 제목이 정해지지 않으면 한글자도 못쓴다고...
5. 전과는 달리 앞으로는 아들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을 쓰고 싶다고 함
6. 킬러시리즈는 첫작품인 [그래스호퍼]의 악평 때문에 마음 상했고, 절치부심하여 후속편을 탈고...그렇게 시리즈화 되었다고 함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작품속에 녹여낸듯한 작품이다. 그래서 아빠들은 꼭 읽었으면 좋겠다...나로선 읽으면서 많은 부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머...나는 공처가는 아니지만(애처가라 말하고 싶다..)...가족의 평화와 화목을 위해서 마눌님 기분 한번 안 맞춰본 남편은 아무도 없으리라...마눌님의 평온이 곧 가족의 평안이다...재미도 있고 잔잔한 감동과 함께 여운도 있다. 지금은 예정이 없더라도 언젠간 새로운 킬러시리즈를 만나보고 싶은 바램이다.
눈물 젖은 어육소시지를 먹어본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어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