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안는 것
오야마 준코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고양이는안는것 (2018년 초판)

저자 - 오야마 준코

역자 - 정경진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13800원

페이지 - 299p



냥집사들을 위한 권장도서



애묘인들, 냥집사들을 위한 권장도서이자 비애묘인이 읽어도 전혀 무리 없는 휴머니즘 + 캣머니즘 단편집이 출간되었다. 도쿄 아오메 강의 네코스테 다리와 얽혀 있는 고양이와 사람들이 펼치는 소소한 감동드라마...읽는것 만으로도 절로 가슴 따뜻해지는 감성충만한 이야기들...바쁜 현대사회 시간에 허덕이며 어딘지 모를 공허함에 텅빈 마음만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텅빈 마음 대신 고양이를 안고 치유받으라고 처방해 주는 힐링도서...[고양이는 안는 것]이다. 



[네코스테]

아오메 강가 네코스테 다리의 네코스테가 말하는 원뜻은 사업이 번창하여 쥐를 잡을 고양이가 필요 없어지리라는 뜻의 

일종의 축하말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대는 변하고...현대의 네코스테 다리에는 버려진 고양이들 혹은 스스로 나온

고양이들이 한데 모여 쉬는 장소로 변하게 되었다...



[요시오]

고양이 요시오는 주인인 사오리와 좀 더 오래 있고 싶어 난간을 오르다 아오메 강으로 추락하고 가까스로 네코스테 다리 고양이들에게 구출된다. 추락때 다친 다리 때문에 네코스테에서 몇주간을 머물게 된 요시오는 밤마다 열리는 고양이들의 회의라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삼색털 암고양이 키이로와 친구가 되어 네코스테 다리의 캣맘과 캣대디가 주는 먹이를 먹으며 적응해 나간다. 하지만 주인이었던 사오리를 잊지 못하는데....



[사오리]

가족에게 상처받고 홀로 도쿄로 올라와 혼자 살고 있는 평범한 중년의 여성 사오리는 슈퍼마켓 계산원으로 수년째 근무 중이다. 근무중 우연히 만난 인근 고등학교 수학선생을 짝사랑하였으나 학생과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아 충동적으로 펫숍에서 러시안 블루 고양이를 구매하고 고양이에게 짝사랑하던 선생의 이름 요시오라는 이름을 붙인다. 하지만 살고있는 멘션은 애완동물을 키울 수 없었고......



작품은 5편의 단편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옴니버스식 구성이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 고양이와 인간 모두 주인공이다. 고양이의 시각, 인간의 시각 (때로는 백로의 시각까지...)으로 진행되는 분리된 이야기 속에서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보며 동물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인간들의 세상 혹은 고양이들의 세상을 통해 전체적인 이야기를 가늠하거나 가려진 전말에 대해 궁금하게 만들고 인간이 주인공인 스토리를 보면서 추리소설의 트릭이 풀리듯 단편적이었던 이야기들이 전체적인 하나의 그림으로 짜맞춰지게 되는 구성이다. 개성 넘치고 귀여운 고양이들의 사회를 엿보는 재미와 상처입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냐옹이들로 위로받고 다시금 힘을얻게 되는 감동을 함께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원래는 단편마다 스토리를 소개하려 했지만 그마저도 스포일 것 같아 그만뒀다. 옴니버스 단편집 답게 각 단편의 주연이 아닌 조연들도 그대로 끝이 아니라 다음 단편에서는 주인공으로 재등장하게 되니, 서로 다른 시간대 우연히 스쳐지나가는줄 알았던 사람들과 냐옹이들의 각자의 사연을 보는 재미와 단편 단편들이 그렇게 하나의 작품으로 연결되가는 구성은 또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사람에게 버려져 상처받은 고양이...사람에게 상처받고 냐옹이를 통해 위로받는 사람들...냥집사와 냐옹이의 평생 계약관계를 종용하는...서로를 보듬어 주고 인생의 동반자로서 함께 하는것....반려동물로서 이보다 더 좋은 궁합의 이야기가 어디 있겠는가....냥집사들에겐 더욱 충성하게 만드는 복음서이고, 마음만 냥집사들에겐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는 잠언집인거다. 신파적이지 않고 잔잔하게 마음을 울리는, 오히려 냉소적일 정도로 현실적인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좋았던것 같다. 집냥이던 길냥이던 행복한 사람이건 상처받은 사람이건 모두 함께 동행하며 살아가는것임을 알려주는책...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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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가림
어단비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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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가림 (2018년 초판)_가제본

저자 - 어단비

출판사 - 캐비넷

정가 - 비매품

페이지 - 333p



뒷산에 절대 혼자 들어가선 안돼...



엄선된 장르만을 출간하는 장르전문 출판사 캐비넷에서 새롭게 출간된 신작....이 뭔고 하니 이번 작품은 무려 이세계 판타지 로맨스물?!!!!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세계물의 인기를 국내에서도 이어가려는 것인가? 라는 얼토당토 않은 생각은 넣어두고...작품 자체는 정말 티없이 맑고 순수한 퓨어...그 자체랄까...각박한 현대사회 상처입은 도시인들에게 동화같이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선남선녀의 모험은 그 자체만으로도 치유의 힘을 발휘하는것 같았다. 



부모님을 잃고 홀로 힘겹게 살아가던 효주는 결혼을 꿈꾸던 경찰 동우와의 사랑에 실패하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직장까지 한꺼번에 잃어버린다. 상실의 아픔과 함께 생계의 아픔까지 감내해야 하던 효주는 급기야 이유 없는 코피까지 쏟게되고 삶은 진창으로 빠져가던 찰나...걸려온 한통의 전화...그것은 외할머니의 부고였다. 평생 할머니의 존재조차 모르고 지내온 효주는 무시하려 하지만 할머니의 유산이라는 단어에 마음을 고쳐먹고 할머니의 집...충주 산골짜기 도기마을로 향한다. 정신없는 3일장을 치르고 유산증서를 들고 다시 서울로 떠나려는데, 바람에 모자가 집 뒷산으로 날아가고...상갓집에 왔었던 노인들이 했던말 "뒷산에 절대 혼자 들어가선 안돼..."이 떠올랐지만 숲속으로 발을 들여놓고 마는데...숲에 발을 들이자마자 효주의 그림자는 도망가 버리고 효주는 집 둘레에 결계가 쳐진채 떠날수 없게 된다. 



5일의 시간 달이 완전히 가려지면 효주는 숲속의 일부가 되어야만 한다...그리고 숲속에서 나타난 의문의 사내...효주와 의문의 사내가 벌이는 5일간의 그림자 찾기...



이건...뭐....도망간 그림자를 찾으러 네버랜드로 떠난 웬디와 피터팬인가?...서양 동화와 비슷한 모티브임에도 한국전통의 토테미즘 배경이 채색되니 이렇게 친근하고 정겹게 느껴질수도 있구나... 오히려 판타지임에도 묘하게 현실적이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볼 수도 있을것 같다. [센과 치히로]의 '가오나시'처럼 은행나무의 정령, 숲의 요괴 야시, 푼수떠는 도깨비불 등등 작품속 개성강한 크리쳐들은 저마다 충실한 조연으로서 다양한 이야기의 한부분으로서 자리매김한다. 다분히 현실적이고 날카로운 효주와 나사 하나 빠진듯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내 무영이 그림자를 찾으며 함께 모험하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싹트는 정분을 통해 상처받고 방어적이던 효주는 

어느새 무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정도로 마음을 열게 되는...애절한 효주의 마음이 읽는이에게도 전달되는...머 그런 아름답고 잔잔한 러브스토리이다....



판타지 답게 나름 절박한 장면도 있고, 으례 사랑이야기라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정말 진심 상투적인 장면도 있다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평하자면 착하다. 랄까...-_- 특별나게 모난 사람 없고 악당 조차도 그리 악하지 않게 그려지는...착한 이들이 그리는 정겹고 순박한 동화같은 이야기였다...절망에 빠져있던 효주가 상처를 딛고 새롭게 새출발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흐뭇해하게 되는...그런 어른들을 위한 힐링동화 같은 작품이었다. 전래동화, 미신, 신화, 전설등을 모두 짬뽕시켜 새롭게 태어난 한국형 판타지 이세계물에 사랑 한방울을 첨가하면 바로 이 작품이지 않을까...ㅎㅎ 언젠가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극장판 애니로 만들어줬음 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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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괴물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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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밤의괴물 (2018년 초판)

저자 - 스미노 요루

역자 - 양운옥

출판사 - 소미미디어

정가 - 13800원

페이지 - 289p



낮의 괴물 / 밤의 괴물



전작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나 이 작품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지만 작가 '스미노 요루'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그만의 동화적 감성으로 따뜻하고 아름답게 풀어낼줄 아는 작가라는 생각이든다. 이번 작품은 한 친구의 인격을 말살해 버리는 잔인한 집단주의, 학급내 왕따 문제를 작가만의 시각으로 새롭게 재해석하여 독특하고 환상적인 세계를 구축해낸다. 판타지에 가까운 이야기지만 소재가 소재인 만큼 전작보다는 좀 더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이었다. 왕따를 당하는 학생, 왕따를 가하는 학생, 그리고 방관자 모두 상처받는 피해자 임을 말하는 [밤의 괴물]이다. 



중학교 3학년 아다치는 어느날 밤부터 검은 구슬이 입밖으로 쏟아져 나오며 검은색 구슬로 뒤덮인 여덟개의 눈을 가진 괴물이 되어 버린다. 밤부터 동이트기 전까지..매일밤 괴물로 변하는 아다치는 괴물의 몸을 이끌고 이곳 저곳을 쏘다니며 밤의 시간을 보내게 되고...그러다 우연히 들른 자신의 학급 교실에서 같은반 소녀 야노를 만나게 된다. 우연한 계기로 반친구 모두에게 이지메를 당하는 야노는 밤마다 몰래 학교에 들어와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갔다는것...야노에게 자신의 정체를 들킨 아다치는 매일밤 학교에서 괴물의 모습으로 야노와 만나고....어떠한 상황에서도 어떤 일에도 웃음을 짓는 야노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검은 외피, 여덟개의 눈, 여섯개의 다리...몸집을 크게도 작게도 만들 수 있고, 불까지 쏘아 낼 수 있는 밤의 괴물...깊은밤 괴물로 깨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야노의 왕따에 직접적으로 린치를 가하지는 않지만 외면으로 일관하는 방관자 낮의 아다치와 괴물의 몸이 되어서야 야노와 대화하는 밤의 괴물 아다치를 끊임없이 대조시키면서 낮과 밤 사이 진정 추악한 괴물은 누구인가를 문제 제기한다. 언제나 웃고 있던 야노의 웃음속 진실을 깨닫게되면서 자신의 세상과는 다른 세상을 사는 약간은 모자라다고 여겼던 야노가 사실은 자신과 다름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다는 사실을..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를 말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된 아다치는 죄책감과 혼란스러운 감정이 폭발하듯 터져나온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은 느끼고 있지만 야노와 말이라도 섞으면 어느새 자신도 왕따의 타겟이 되어버리는 잔혹한 시스템. 차라리 모자란 아이라고 여기는게 마음 편하리란걸 깨닫게된것이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괴롭히고 싶은 마음. 하루에도 수십번 감정의 태풍이 치는 감수성 예민한 아이들에겐 있을수도 있는 감정이겠지만 이 감정이 공유되면서 집단화 되는건 전혀 다른 문제이다. 잔인하고 집요한 인격적 말살인 왕따는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을, 형제를, 친구를 완전히 망가트려 버린다. 우연히 야노의 떨어진 지우개를 집어줬다가 또다른 왕따 타겟이 되는 에피소드를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왕따의 대상이 따로 정해져 있는것이 아니라 누구든 될 수 있다는것...야노가 바로 내가 될 수도 있다는걸 다시금 환기 시킨다. 



어쨌건 죄의식과 무관심 사이, 아슬아슬한 중딩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답답한 현실에 고개를 숙이게도 하지만 아다치가 용기내어 디딘 한발자국을 보면서 치유와 응원의 마음을 보내게도 만드는 작품이다. 아다치의 이 결심이 작품의 클라이막스이자 가슴뭉클하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한데, 정말 아쉽게도 열린결말로 용기낸 아다치가 학급에서 어떻게 되는지는 언급되지 않는다는...ㅠ_ㅠ...그냥 좋은 쪽으로 매듭지어졌을거라 생각하련다....청소년기의 세밀한 감정묘사가 돋보이는...누구나 겪었을 학창시절 비겁했을지도 모르는 나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현실의 사회적 문제와 판타지를 절묘하게 섞어낸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손색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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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5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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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자는죽어야한다 (2018년 초판)

저자 - 하라 료

역자 - 권일영

출판사 - 비채

정가 - 13000원

페이지 - 406p



돌아온 낭만마초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낭만마초 사와자키 탐정의 신작이다. [그리고 밤은~]과 이 작품이 동시 출간되었길래 연이은 시리즈인줄 알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시간텀이 꽤 차이가 난다...-_-;; [그리고 밤은~]에서는 핸드폰이 없어 공중전화를 이용하던 시절인데, 이번 [어리석은 자는~]은 문명의 이기 핸드폰이 등장하는것...그러다 작가후기에서야 이 작품이 네번째 장편이자 작가의 마지막 장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데뷔 후 19년동안 단 네편의 장편만 집필했다고 하니 한 작품, 한 작품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아 써내는지 알 수 있을것 같다...데뷔작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를 필두로 [내가 죽인 소녀], [안녕, 긴 잠이여]까지 세편을 시즌 1으로 그리고 이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는 시즌2로 나뉜다고 하는데 1편에서 십수년의 시간이 지난 만큼...공중전화에서 휴대폰으로 발전한 만큼(하지만 사와자키는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기존의 클래식한 정통 하드보일드에 기동성이 가미되니 빠른 전개에 따른 속도감이 추가장착 되었다.



와타나베는 저세상에 갔지만 여전히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를 홀로 지키는 사와자키는 한해의 마지막날 12월 31일 자신의 아버지를 도와달라는 의뢰를 위해 찾아온 여성과 대면한다. 내용인즉슨 은행에서 총격으로 두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에 자신의 아버지가 범인으로 자수 했다는것. 하지만 사건이 벌어진날 아버지는 다른곳에 있었다는 것. 하여 아버지의 무고를 증명해 달라는 여성의 의뢰를 사와자키는 이유야 어떻든 제발로 자수를 한것으로 의뢰를 받을 수 없다며 거절한다. 하지만 의뢰는 거절했지만 와타나베와의 인연으로 다음날 신주쿠 경찰서를 찾아간 사와자키는 주차장에서 자동차 속 복면을 쓴 자들의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하고, 자수한 이부키 데쓰로가 취재진 앞에 서는 순간 복면사내들은 자동차로 이부키 데쓰로 앞을 지나면서 이부키 데쓰로를 향해 총탄을 날리는데.....



이야...[그리고 밤은~]에 이어 이작품 역시 감탄이 절로 나오는 작품이다. 작가의 그물같이 촘촘히 짜여진 스토리 설정에 예리한 시선으로 사건을 통찰하는 사와자키의 신들린 탐정수사가 빛을 발한다. 무려 각기 다른 세 가지 사건이 얼기설기 매듭지어져 꼬여진 실타레 처럼 뒤섞여 있을때 오로지 사와자키 만이 사건의 날실을 구분하여 얽힌 매듭을 풀어내는 것이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이번편 역시 냉혹한 야쿠자들의 뒷세계, 비리와 부패에 찌든 경찰들, 정계인사들의 비밀을 틀어쥔 미스터리한 노인 등 각자 한보따리의 사연을 가진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한데 뒤엉켜 화려한 도시 신주쿠 이면에 도사린 세속적 욕망을 향해 서로 속고 속이며 목숨을 빼앗는 지옥도를 그려낸다. 게임에서 낙오된 어리석은 자에겐 죽음만이 기다리는 데스게임인 것이다.



시대는 현재와 가까운 시간대이지만 여전히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고 (휴대폰으로 전화조차 걸줄 모르는 장면이 나올 정도)십수년째 사설 전화응답업체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관리하는 사와자키만의 고집스러운 매력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나이는 좀 더 들었을지언정 수억엔의 유혹을 단칼에 거절할 정도로 탐정으로서의 프라이드는 더욱 견고해졌고 은행 총격사건, 신주쿠 경찰서 저격사건, 아흔두살 노인 납치사건, 7억엔 현금 수송작전 등등 쉴틈없이 이어지는 굵직한 사건들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사건의 진실과 트릭들을 하나씩 소거해나가는 사와자키의 추리력은 더욱 날카롭게 다듬어져 있다.



짧은 시간 내에 워낙 많은 사건들이 휘몰아치고 수많은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니 약간 정신은 없지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밀도있는 스토리 하나는 정말 끝내주는것 같다. 과연 시즌2 두번째 작품은 언제쯤 볼 수 있을지....너무 오래 걸리진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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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 킬러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해용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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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 (2018년 초판)
저자 - 이사카 고타로
역자 - 김해용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
정가 - 14800원
페이지 - 372p



최고의 킬러. 최고의 가장


얼마전 최초방한 북토크에 참석하여 싸인을 받아낸...[악스]이다. 북토크 당시 아직 작품을 읽지 못하여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할때 약간이나마 답답함을 느꼈는데, 이제서야 작품을 읽고 다시금 북토크를 회상하니 모든것이 이해가 갔고 결과적으로 그때 당시를 100% 즐기지 못했던것 같아 아쉬웠다...쩝...좌우간...[악스]는 '이사카 고타로'의 따끈한 신작이자 7년만에 다시 돌아온 킬러시리즈이다. 물론...킬러시리즈라고는 하지만 앞선 킬러시리즈를 보지 못한 탓에 전작들과의 연결성은 전혀 모르겠고...좌우당간에 이전 작품들을 전혀 보지 않아도 [악스]를 즐기는데는 전혀 무리가 없었다는것. 잔혹한 킬러가 등장하는...피비린내 나는 스릴러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읽고 나서 이 작품에 대해 규정짓자면 액션 가족 휴머니즘 미스터리였다.



악성종양과의 힘겨운 한판....종양 제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는 풍뎅이...
혹여 아내가 깰까 조용히 현관문을 여닫고 잠자리에 들려 하지만 격렬한 몸싸움으로 허기가 밀려온다.
냉장고안에 먹을것이 있나 열어보고 싶지만 조용한 밤시간 냉장고 문이 열리고 냉매가 돌아가는 소리는
은근히 시끄럽다. 그 소리에 아내가 깰지도 모른다. 컵라면을 먹어볼까?.....역시 안된다. 컵라면의
비닐을 벗기는 소리, 물을 끓이는 소리...아내가 깰지도 몰라...모든것을 고민하고 고심한 끝에 최고의
간식을 발견했다. 어육소시지....조용하고 오래보관할 수 있으며 맛도 좋다...오물오물...어육소시지는
공처가들을 위한 최고의 야식이다.



아들 가쓰미와 무서운 아내에겐 공처가지만 착하고 성실한 아버지 미야케로...킬러세계에서는 일처리 깔끔하기로 소문난 프로페셔널 킬러 코드네임 풍뎅이로 통한다. 그동안 오랜동안 킬러생활을 해왔는데 아들 가쓰미가 태어난 후로는 킬러생활을 접으려 하지만 킬러와 타깃을 중계하는 내과의사는 킬러를 그만두려면 거액을 지불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가족까지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협박한다. 울며겨자먹기로 킬러를 그만두지 못하는 풍뎅이는 자신의 아들에게 가르치는 공정하게 살라는 말과 누군가의 자식을 죽이며 살고 있는 자신의 처지에 혼란과 죄책감을 느끼는데....



가슴 따뜻하고 소심한 이시대의 가장이자 전설로 통하는 킬러 풍뎅이라는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이중생활 속에서 의외의 감동과 이질적인 상황속에서 주는 코믹함이 매려적인 작품이었다. 아들에게 떳떳하지 못한 직업으로 끊임없이 고민하면서도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킬러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져 힘빠진 풍뎅이에게서 가족을 위해 오늘도 새벽같이 출근하여 어둑어둑한 밤까지 죽어라 일하는 샐러리맨 가장들의 기운빠진 어깨를 볼 수 있었다면 과장일까?...(물론 풍뎅이가 극단적이긴 하다만...) 집안내 서열은 최하위일지 몰라도 가족을 위해 한여름 새벽에 일어나 바이크 헬멧과 두꺼운 점퍼, 양말 두켤레, 장갑...소위 외계인 복장으로 무장하고 말벌 집을 제거하는 위험천만 에피소드는 코믹함과 잔잔한 감동을 동시에 주는데, 작품전반에 걸쳐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가장의 애환이 드리우는 작품이었다. 자칫 무거운 분위기로 치우칠수도 있지만 아내의 심기를 살피는 극렬 공처가라는 코믹한 설정과 긴장감 넘치는 킬러와의 열전들이 펼쳐지니 무거울 틈없이 빠져들 수 밖에 없게 만든다.



북토크에서 작가는 처음 3편의 단편은 순식간에 썼지만 단행본으로 내놓기엔 뭔가 모자란 느낌 때문에 몇 년간을 묵혀 뒀다고 한다. 그러다 편집자가 이제는 출간해야 되지 않겠냐는 말에 나머지 후반부 2편의 단편을 썼고 그렇게 나온 [악스]는 독자들이 충분히 좋아할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초반 3편의 단편은 킬러 풍뎅이란 사람에 대해 소개하는 식의 가벼운 에피소드 위주의 단편이라면 후반 2편의 단편은 본격적인 스토리가 진행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급박한 전개와 충격적 반전, 경악의 결말...그리고 찾아오는 잔잔한 마무리....그래...작가 말대로 적어도 나는 충분히 좋았던 작품이었다.



북토크 참석기에도 적었지만 여기에 다시 한번 적어보자면

1. 킬러시리즈인 이 작품은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으로 공정함에 대해 강조한 작품이라고 함
2. 일단 이 작품 이후 구상한 킬러시리즈는 없음 하지만 밀감과 레몬은 자신이 생각해도 매력적이라 누군가가 킬러시리즈로 이어서 써줬으면 좋겠다고 함
3. 악스의 주인공은 공처가 편집자의 에피소드를 듣고 영감을 얻어 쓰여짐
4. 작품을 쓸때 제목을 정하고 이야기를 쓴다고 함, 따라서 제목이 정해지지 않으면 한글자도 못쓴다고...   
5. 전과는 달리 앞으로는 아들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을 쓰고 싶다고 함
6. 킬러시리즈는 첫작품인 [그래스호퍼]의 악평 때문에 마음 상했고, 절치부심하여 후속편을 탈고...그렇게 시리즈화 되었다고 함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작품속에 녹여낸듯한 작품이다. 그래서 아빠들은 꼭 읽었으면 좋겠다...나로선 읽으면서 많은 부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머...나는 공처가는 아니지만(애처가라 말하고 싶다..)...가족의 평화와 화목을 위해서 마눌님 기분 한번 안 맞춰본 남편은 아무도 없으리라...마눌님의 평온이 곧 가족의 평안이다...재미도 있고 잔잔한 감동과 함께 여운도 있다. 지금은 예정이 없더라도 언젠간 새로운 킬러시리즈를 만나보고 싶은 바램이다.



눈물 젖은 어육소시지를 먹어본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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