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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가림
어단비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6월
평점 :
달가림 (2018년 초판)_가제본
저자 - 어단비
출판사 - 캐비넷
정가 - 비매품
페이지 - 333p
뒷산에 절대 혼자 들어가선 안돼...
엄선된 장르만을 출간하는 장르전문 출판사 캐비넷에서 새롭게 출간된 신작....이 뭔고 하니 이번 작품은 무려 이세계 판타지 로맨스물?!!!!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세계물의 인기를 국내에서도 이어가려는 것인가? 라는 얼토당토 않은 생각은 넣어두고...작품 자체는 정말 티없이 맑고 순수한 퓨어...그 자체랄까...각박한 현대사회 상처입은 도시인들에게 동화같이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선남선녀의 모험은 그 자체만으로도 치유의 힘을 발휘하는것 같았다.
부모님을 잃고 홀로 힘겹게 살아가던 효주는 결혼을 꿈꾸던 경찰 동우와의 사랑에 실패하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직장까지 한꺼번에 잃어버린다. 상실의 아픔과 함께 생계의 아픔까지 감내해야 하던 효주는 급기야 이유 없는 코피까지 쏟게되고 삶은 진창으로 빠져가던 찰나...걸려온 한통의 전화...그것은 외할머니의 부고였다. 평생 할머니의 존재조차 모르고 지내온 효주는 무시하려 하지만 할머니의 유산이라는 단어에 마음을 고쳐먹고 할머니의 집...충주 산골짜기 도기마을로 향한다. 정신없는 3일장을 치르고 유산증서를 들고 다시 서울로 떠나려는데, 바람에 모자가 집 뒷산으로 날아가고...상갓집에 왔었던 노인들이 했던말 "뒷산에 절대 혼자 들어가선 안돼..."이 떠올랐지만 숲속으로 발을 들여놓고 마는데...숲에 발을 들이자마자 효주의 그림자는 도망가 버리고 효주는 집 둘레에 결계가 쳐진채 떠날수 없게 된다.
5일의 시간 달이 완전히 가려지면 효주는 숲속의 일부가 되어야만 한다...그리고 숲속에서 나타난 의문의 사내...효주와 의문의 사내가 벌이는 5일간의 그림자 찾기...
이건...뭐....도망간 그림자를 찾으러 네버랜드로 떠난 웬디와 피터팬인가?...서양 동화와 비슷한 모티브임에도 한국전통의 토테미즘 배경이 채색되니 이렇게 친근하고 정겹게 느껴질수도 있구나... 오히려 판타지임에도 묘하게 현실적이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볼 수도 있을것 같다. [센과 치히로]의 '가오나시'처럼 은행나무의 정령, 숲의 요괴 야시, 푼수떠는 도깨비불 등등 작품속 개성강한 크리쳐들은 저마다 충실한 조연으로서 다양한 이야기의 한부분으로서 자리매김한다. 다분히 현실적이고 날카로운 효주와 나사 하나 빠진듯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내 무영이 그림자를 찾으며 함께 모험하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싹트는 정분을 통해 상처받고 방어적이던 효주는
어느새 무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정도로 마음을 열게 되는...애절한 효주의 마음이 읽는이에게도 전달되는...머 그런 아름답고 잔잔한 러브스토리이다....
판타지 답게 나름 절박한 장면도 있고, 으례 사랑이야기라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정말 진심 상투적인 장면도 있다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평하자면 착하다. 랄까...-_- 특별나게 모난 사람 없고 악당 조차도 그리 악하지 않게 그려지는...착한 이들이 그리는 정겹고 순박한 동화같은 이야기였다...절망에 빠져있던 효주가 상처를 딛고 새롭게 새출발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흐뭇해하게 되는...그런 어른들을 위한 힐링동화 같은 작품이었다. 전래동화, 미신, 신화, 전설등을 모두 짬뽕시켜 새롭게 태어난 한국형 판타지 이세계물에 사랑 한방울을 첨가하면 바로 이 작품이지 않을까...ㅎㅎ 언젠가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극장판 애니로 만들어줬음 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