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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티는 다섯 살 - 잃어버린 시간 ㅣ 할란 엘리슨 걸작선 1
할란 엘리슨 지음, 신해경.이수현 옮김 / 아작 / 2017년 7월
평점 :
제프티는다섯살 (2018년 초판)_할란 엘리슨 걸작선 1 : 잃어버린 시간
저자 - 할란 앨엘리슨
역자 - 신해경, 이수현
출판사 - 아작
정가 - 14800원
페이지 - 324p
이제는 전설이 되버린 '할란 엘리슨'의 첫번째 걸작선...
불과 한달전 6월 27일 괴짜 악동 '할란 엘리슨'이 지구를 떠났다.... 작가의 타계소식을 듣고 책장에 꽂혀 있던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생전 1700여편의 작품중 유수의 SF상을 수상한 작품들만을 엄선하여 담은 걸작선중 첫번째 단편집이다. 각권마다 단편집을 대표하는 장르로 묶어낸것 같은데 이번 [제프티는 다섯 살]은 환상스러운 분위기를 내는 단편들을 묶어낸듯 하다. 2편은 공포장르를...3편은 SF로 쓰여진 신화를...어쨌던...읽어야지 읽어야지 마음만 먹다가 작가의 부고소식에 비로소 읽게되니 감회가 남다르다.. -_- 총 8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생각지도 못한 스토리와 설정에 확 빠져들어 정신못차리게 만든 단편도 있는가 하면, 난독증이 걸린거 아닌가 싶을정도로 집중이 안되고 스토리도 이해가 안되는 단편도 있었다. 이게 번역 때문인지 아니면 내 이해력이 딸려서인지는 모르겠다만...어쨌던....단편임에도 작가의 저돌적이고 날카로운 공격성이 그대로 드러나는것 같은데, 여러 직업을 전전하면서 거칠게 살아온 인생의 일화들을
보니 다분히 다혈질적이고 불같은 성격이 그의 작품에 그대로 담긴듯도 하다...ㄷㄷㄷ
1. "회개하라, 할리퀸!" 째깍맨이 말했다
일거수 일투족이 감시당하는 세상의 살벌한 공포를 광기로 표현해낸다. [1984]와 [시계태엽 오렌지]를 떠오르게 하는 설정의 디스토피아 판타지가 펼쳐진다.....만...첫 단편부터 난독증이와서 사실 조금 우려스러웠다. 스토리 중반부가 먼저 소개되고 이후 첫부분이 나오는 독특한 형식도 한 몫한듯...
2. 제프티는 다섯 살
제프티와 동갑인 친구가 스무살이 넘었지만, 나이를 먹지 않고 언제나 다섯 살인 제프티는 자신만 시간이 멈춰 있다. 그런데 제프티만 멈춰있는것이 아니라 제프티가 존재하는 공간 자체가 시간이 멈춰 있는것이다. 제프티가 만지는 라디오는 20년전의 프로그램이 계속 이어져 방송되고, 20년전 폐간한 만화책 연재분이 택배로 발송되는 기묘한 판타지...과거의 향수와 함께 제프티의 비극적 결말이 대조적으로 이어진다. 내가 처음으로 읽었던 SF 단편집 고려원 출판사에서 나온 [세계 SF 걸작선]에 이 단편이 수록되있다. 물론 그때 읽었겠지만...전혀 기억나지 않았다..ㅠ_ㅠ
3. 지니는 여자를 쫓지 않아
골동품 상점에서 바가지를 쓰고 엉겹결에 사온 오래된 램프...그리고 램프를 닦자...독자들이 생각하는 그대로 램프에서 나타난 지니....하지만 지니는 울분에 휩싸인 복수의 화신이고...램프를 구매한 신혼부부는 지니의 저주 때문에 온갖 고난을 겪게 된다. 여기 실린 단편들중 가장 대중적인 단편이 아닌가 싶다. 뭔가 [환상특급]류의 분위기가 풍기는 코믹한 작품이었다.
4. 소년과 개
폐허가 된 지상세계에서 말하는 강아지 블라드와 함께 야생의 모습으로 생존하는 빅...우연히 극장에서 구경도 못해본 여자냄세를 맡은 블라드를 따라 쫓아가니 정말로 소녀가 눈앞에 있다...발정난 빅은 우여곡절 끝에 소녀와 합방한 빅은 넘치는 욕정을 소녀에게 풀어대다가 위기의 순간 소녀에게 뒷통수를 맞고 정신을 잃는다. -_-;;; 머리끝까지 화가난 빅은 소녀를 찾아 아직 문명이 남아있는 지하세계로 찾아가는데....그곳에는 생식을 위해 발정난 남성 유전자를 가진 빅을 기다고 있는 여성들이 있었다....작품내내 펼쳐지는 강간과 성폭력 잔인한 살인...대단히 폭력적이고 충격적인 단편이다. 야만스러운 빅은 날것 그 자체의 순수한 폭력성을 그대로 내보인다....충격적이지만 재미있었다..-_-
5. 잃어버린 시간을 지키는 기사
세상의 잃어버린 한 시간을 지키는 노년의 기사 가스파가 젊은 청년 빌리에게 자신의 평생의 업인 시간 가디언을 계승하려는 스토리의 단편이다. 잃어버린 시간중 1분을 사용하여 겪게되는 빌리의 신비한 경험이 인상적이다. 음...개인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사용하라는, 지나가 버린 시간은 마법의 한시간을 사용하지 않는한 절대로 돌이킬 수 없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단편이었다.
6. 괘종소리 세기
아....[잃어버린 시간을 지키는 기사]와 비슷한 맥락의 시간과 관련된 작품인것 같기는 한데....망할 난독증이 도져서 어떤 스토리인지 당췌 기억이 안난다...-_-;;;;; 빌어먹을...
7. 인간 오퍼페이터
99척의 우주전함 스타파이터의 인공지능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인간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각 우주선에 한명씩...자가 수리가 불가능한 고장을 인간 오퍼레이터를 사용하여 수리하기 위해 사육하고...14살이 되면 죽여버리고 태어난 자손을 오퍼레이터로 키운다. 이제 14살이 얼마 남지 않은 주인공은 임신을 위해 찾아온 여성과 AI의 명령에 따라 성교하고....그로인해 반란의 씨앗이 잉태되는데....AI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대우주선이 배경인 작품이다. A. E. 반 보그트와 공저한 단편이라고 하는데 야만화 되버린 인간과 자유를 향해 시스템을 전복하는 자유의지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8. 쪼그만 사람이라니, 정말 재미있군요
유전자 조작을 통해 소형인간을 창조한 남자...처음의 관심과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남자를 향한 비난은 거세져만 가고....짧은 분량의 단편인데, 소형인간을 창조하여 벌어지는 에피소드 보다는 생명창조에 대한 대중의 비난을 받고 혼란스러워 하는 남자가 중심으로 전개된다.
불타오르는 분노로 넘칠것 같다가도 어느샌가 차갑게 식어버린 냉정함이 엿보인다. 모든것이 파괴되버린 디스토피아 속에서 지나가버린 시간에 대한 후회와 자유를 향한 의지가 깃들어있다. 그가 그리는 여러 세상과 여러 인물들...그리고 그안에 숨겨진 의미들...상상속 이야기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는것...이게 바로 우리가 SF를 읽는 이유아닌가...잃어버린 시간이라는 부제가 딱 어울리는 작품들이었다. 단편들을 읽어 내려갈수록 진정한 승질 드러운 괴짜 천재의 포스가 마구 뿜어져 나온다. 작가의 지랄맞은 성격 때문에 판권내기도 어려워 이제서야 국내 첫 걸작선이 어렵게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앞으로 그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보길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