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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들 - 좀비 문학 컬렉션
전건우 외 지음 / 에오스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그것들 (2018년 초판)_좀비 문학 컬렉션
저자 - 전건우, 김이환, 한차현, 정해연, 임태운, 인기영, 정명섭
출판사 - 에오스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76p
그것들이 몰려 온다!
국내 유명 장르작가들의 좀비를 주제로한 앤솔러지 단편집이 출간되었다. 황금가지에서 좀비문학상을 통해 꾸준히 신진장르작가들을 발굴하고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프로작가들의 좀비 앤솔러지는 꽤 오래간만의 기획이라서 내심 기대하는 마음으로 집어들었다. 부두교 신자들이 죽은 시체를 되살리는 주술적 행위에서 시작된 걸어다니는 시체들 좀비는 현대로 접어들면서 비약적인 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샤머니즘적인 주술에서 과학적 실험의 오류 또는 신종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자의 대규모 창궐로 트렌드가 변화되었다. 그에따라 다리를 질질끌며 느릿느릿 걸어다니던 기존의 좀비와는 달리 요즘 좀비는 100미터 선수 뺨치는 속도에 지능이 남아있는 영민한 리더좀비가 등장하는가 하면 인간과 좀비의 사랑을 다루는 호러 로맨스라는 특이점까지 찾아온 시점이다.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타장르와의 장르적 컨버전스가 되고 있는 지금 국내를 대표할 젊은 호러작가들이 그리는 좀비 스토리는 새로운 좀비물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을까?....
1. 부활 - 전건우
초딩 친구의 끔찍한 죽음....그리고 교횟집이라 불리는 친구집의 광기에 휩싸인 엄마의 정체...거꾸로 메달린 십자가와 피칠갑을 한채 죽은 아들을 살리기 위해 주술을 거는 친구엄마...그리고.....
- 죽은 시체를 살리는 부두교의 주술적 행위의 산물인 좀비를 한국의 오컬트와 결합하여 써낸 작품이다. 지금도 주변 어딘가엔 신내림을 받고 밤새도록 꽹가리를 쳐대는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기에 작품속 을씨년스러운 교횟집의 풍광이 익숙하면서도 공포로 다가온다.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으려는 가족의 집착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2. 미로 - 김이환
갑작스러운 좀비 바이러스의 창궐로 도심 한복판 바리케이드가 쳐지고 격벽 안은 격리된 좀비들로 가득하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좀비화 되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린 나는 격리구역을 탈출해 가족에게 돌아가려 하지만 출구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음식을 찾기 위해 마트에간 나는 좀비가 아닌 인간을 만나는데.....
- [절망의 구]를 사놨지만 아직 읽어보진 못했기에 이 단편으로 처음 접하는 작가이다. 좀비 바이러스의 약화로 다시 인간화되는 좀비 반, 인간 반의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모습은 흥미로웠지만 그밖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결말은 기대만큼 만족스럽진 않았다.
3. 노스트로모호 증후군 - 한차현
좀비 아포칼립스 이후 백신개발의 성공으로 좀비화는 중단된다. 이미 좀비가 되버린 사람들을 격리 구역에 모아놓고 방치하고....시간이 흘러 세대가 바뀌니 좀비를 이용한 새로운 레저사업이 유행하게된다. 바로 좀비사냥...청년 2, 소녀 2, 부부 그리고 안내자 Z는 좀비들이 밀집되있는 격리구역으로 들어가는데.....
- 작가의 좀비 작품은 이미 [Z : 살아있는 시체들의 나라]로 만나봤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작가의 작품은 또 다른 새로운 개념을 가져와 기존 좀비물과는 차별점을 두는것 같다. 좀비사냥의 안내자로 등장하는 Z라는 캐릭터인데, 좀비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산부의 몸에서 태어난 반인반좀비이다. 데이 워커에서 따온듯한 스트레이트 워커라 불리는 이 존재가 식상한 좀비물에 약간의 신선함을 가져다 준다.
4. 아이 - 정해연
한국 굴지의 제약회사에서 진행된 불사 실험...노숙자들로 구성된 피험자 20명에게 신약을 주사하고 그 중 12명에게서 생체변화가 일어난다. 연구진의 기쁨도 잠시..그들은 허연눈을 까뒤집고 남은 8명을 잔인하게 물어뜯는다. 좀비화된 12명과 물어뜯긴 8명중 가까스로 살아남은 1명의 생존자...아니...임신중이었던 여성이니 2명의 생존자는 실패로 끝난 실험의 폐기명령으로 산채로 통구이가 될 신세에 놓인다. 실험실을 폐쇄하고 불을 붙이기 위해 들어온 연구원에게 임산부 여성은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 임산부는 숙주로....아이는 좀비바이러스에 감염된체 세상에 태어나고....인간의 욕심과 탐욕 때문에 세상에 나오자마자 저주받은 존재가 되버린 아이의 불행하고 참혹한 이야기였다. 잔혹함으론 가장 좋았던 단편.
5. 백혈 - 임태운
좀비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류는 지구를 버리고 머나먼 카난 행성으로 방주를 쏘아올린다. 갑판장에 의해 동면에서 깨어난 나는 먼저 출발한 방주 우주선에 문제가 생겼고 강화인간이자 행성보안요원으로 탑승한 내가 직접 우주선에 들어가 문제의 원인을 밝혀달라는것. 나와 동료 둘은 우주선으로 들어가고...우주선 내부에 좀비바이러스가 퍼진것을 알게 되는데....
- 소재는 익숙할지 몰라도 좀비와 SF 조합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감염자를 색출하는 숨막히는 순간이나 인간의 원한을 바이러스와 비교하는 등등 좀비물로나 SF로서 둘 다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6. 28일전 - 인기영
무덤에서 깨어나기 28일전에 덜 숙성된체 일어난 좀비...그의 조각같은 외모와 실한 물건 그리고 얼빵한 행동 덕분에 좀비지만 한 여성의 눈에 들게되고...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 [웜바디스]가 연상되는...엉뚱한 좀비 연애물이다...만...재미는...글쎄다....
7. Z : WAR - 검은새벽 - 정명섭
북한에서 시작된 좀비바이러스는 삽시간에 전세계를 휩쓸고 지구는 초토화된다. 그나마 재빨리 대처한 군부대는 미군과 함께 좀비소탕 작전에 나서고 특수부대 우혁과 그의 팀은 파주로 작전실을 옮겨야 한다는 명령을 받고 파주의 고층빌라로 향한다. 그곳에서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우혁은 동료들을 주위깊게 살펴보는데.....
- 역시 좀비 장편소설 [붕괴]로 접했던 작가이다. 제목부터 [월드 워 Z]가 떠오르는데, 비슷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좀비보다 인간간의 분쟁과 대립을 그리는 작품이다.
정통 호러 부터 SF 더 나아가 로맨스에 이르기까지 좀비에 대한 다양한 작품을 한번에 접할 수 있었던 엔솔로지였다. 사실 특별히 새로운 설정이 아니라면 식상함을 느끼게 하는게 좀비물인데 장르를 뛰어넘는 다양한 시도가 식상함을 날려버린듯 하다. 각 단편의 완성도나 재미는 100%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지만 다행스럽게 각 작가들의 색깔이 입혀진 좀비들은 그것대로 즐길거리를 주는것 같다. 몸서리 쳐지는 공포와 잔혹함을 넘어서는 호러를 기대했는데 그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것 같아 아쉽지만...서양 몬스터의 정서상 좀비로 동양귀신의 공포를 주기엔 무리가 있는것 같기도 하니...어쨌던 7인 7색의 기발한 공포 여행이 어울리는 단편집이었다는데는 동의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