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숨
박영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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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숨 (2018년 초판)

저자 - 박영

출판사 - 은행나무

정가 - 비매품

페이지 - 231p



불온한 숨결...불온한 몸짓...



불온한 숨결이 불쾌하게 온몸을 휘감는 듯한 작품이다. 예술을 위해 금기와 터부를 부숴버리고 자신의 본성을 그대로 내보이며 보이는 몸짓은 극상의 춤인가? 아니면 그저 더러운 쾌락에 몸을 내맡긴 탐욕의 몸부림인가?...이 작품을 보니 얼마전 읽었던 발레단으로 좌천당한 샐러리맨과 일류 무용수의 우정 넘치는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키던 작품 '이부키 유키'의 [컴퍼니]가 떠오르는데, 이 작품과 [컴퍼니]는 무용이 소재라는것만 같을 뿐...분위기는 천차만별의 작품이다. 무용수로서 은퇴할 나이에도 무대의 미련을 못버리고 불안에 시달리는 발레리나 제인. 그리고 그녀의 속을 후벼파는 딸 사춘기 반항아 레나. 안이던 밖이던 전방위로 숨도 못쉴 정도로 몰아치는 압박과 위기상황에 공황장애 신경증에 걸리기 직전인 제인의 위태로운 모습들은 보는 나까지 숨막히게 만들 정도다. 대학생 시절 비밀리에 행해지던 개인 교습과 한순간의 선택으로 돌이킬 수 없이 망가져 버린 인생들...그리고 집착과 복수....한편의 스릴러를 보는듯 과거의 진실이 밝혀지면서 파국으로 치달아가는 사건과 긴장감 넘치는 심리묘사가 좋았던 작품이었다.



은퇴를 바라볼 마흔이 다된 중년 발레리나 제인은 마지막 재기의 기회를 잡고자 전위예술이라 불릴 정도로 파격을 추구하는 안무가 텐의 작품에 주인공으로 출연하기로 결심한다. 이후 카페에서의 첫만남에서 안무가 텐은 제인을 전부터 알고 있었음을 드러내고 과거 대학시절 겪었던 사건이 떠오른 제인은 허둥지둥 급하게 자리를 피한다. 우울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 제인은 집앞에서 자신의 핸드백을 들고 딸 레나와 마주보고 있는 텐을 발견하고 급격한 불안에 휩싸이게 되고...엄마의 불안을 감지한 반항아 딸 레나는 의도적으로 텐에게 접근하는데.....



과거와 현재, 제인과 텐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대학시절 제인이 참여했던 모종의 무용 수업이 핵심 사건으로 모든 파국의 근원으로 작용한다. 한때 한창 TV에서 외설 연극의 심각성에 대해 꼬집던 뉴스를 본기억이 난다. 짜여진 각본속의 연기이지만 실제 성행위를 통해 관객에게 사실적 연기와 생생한 감정을 보여준다는 취지에서 생라이브로 연기자들의 섹스를 숨죽여 지켜보는 시간...표현의 자유? 아니면 그냥 포르노? 예술과 외설은 종이한장 차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몸짓으로 표현하는 무용의 세계에서 모든 감정을 개방하고 실제 성행위를 통해 최고치의 쾌락을 춤으로 표현한다면...그건 인간의 본성을 가감없이 표현한 환희의 춤일까 그저 역겨운 변태적 난교일까...머...판단은 읽는 사람의 몫이겠고...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누군가는 죄책감을...누군가는 뼈에 사무친 복수를 꿈꾸며 몇십년이 지난뒤에 안무가와 무용수로 재회한 두 사람...그들의 절정으로 치닫는 감정적 대립과 사이에 낀 반항아 딸 레나...읽고 있는것 만으로도 감정적으로 지치게 만드는 싸이코 드라마 뺨치는 작품이다. 머...난 심정적으로 충분히 이해가 되기에 제인의 행동을 욕하고 싶진 않다. 그로인해 현재 여태껏 고통받고 있기도 하니까...-_- 미지의 섬 싱가포르에서 이국적 풍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낮과 밤이 전혀 다른 싱가포르라는 나라 만큼이나 다채롭고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잊고 있던 숨을 한번에 내쉬게 만드는 [불온한 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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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테이션 - 유전자 조작과 방사능으로 오염된 돌연변이 동식물 연합체와 인간의 혈투
임서원 외 지음 / 바른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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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뮤테이션 (2018년 초판)

저자 - 임서원, 임서준, 임대웅, 최문선

출판사 - 바른북스

정가 - 12000원

페이지 - 207p



가족이 만든 재난 SF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아이들이 한없이 조잘대며 자신만의 세계를 이야기할때면 습관적으로 대꾸는 하지만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리는게 대부분이다. 그러다 간혹 가뭄에 콩나듯 문학적으로나 굉장히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이야기를 할때면 놀라게 되면서 다시금 되묻곤 하는데, 평소와는 다른 아빠의 반응에 이젠 아이들이 당황할 차례가 온다. -_-;; 좌우간...어린 아이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하면서 아이의 말에 끊임없이 피드백을 주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길러주는건 마음먹기와 실제 현실과는 상당한 갭이있다는 말이다. 그런의미에서 이 작품을 접했을때 작품으로서의 퀄리티는 차치하더라도 굉장히 부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 작품의 저자는 아빠, 엄마, 누나, 남동생...네 가족 모두이다. 가족여행을 다니면서 재미로 지어낸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엮어내 이렇게 장편 소설로 출간한다는건 아이들의 기발한 생각이 밑받침되어야 겠지만 결과적으로 두 자식들의 무시 할 수도 있는 두서없고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한줄기로 엮어낸 부모의 관심과 사랑의 결과물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책 날개에 실린 가족사진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기껏

해야 초딩 고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의 산물을 이런 어엿한 결과물로 남긴다는건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이자 자산이 될것이라 생각된다. 



초딩부터 남다른 재능으로 두각을 드러낸 영재 서원과 서준 남매는 우연히 여행간 제주도에서 실시하는 어린이 우주여행 프로젝트에서 당당히 선발되어 한국대표로 미항공우주국 ANSA(NASA 아님...)로 초청되 우주선을 타고 우주정거장에서 생활하는 좋은 기회를 갖는다. 이후 중,고등학교를 거쳐 남다른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GMO 유전자 변형 농산물을 연구하는 연구원으로 성장한 남매는 어린이 우주여행의 인연을 바탕으로 ANSA의 유전자 조작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미국와 영국, 한국의 젊은 대표 연구원들과 함께 우주정거장에서 관련 연구를 하던중 얘기치 않은 사고로 인하여 프로젝트는 엎어지고, 관련 연구는 폐기하게 되는것으로 알고 남매는 한국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GMO에 대한 연구는 비밀리에 지속되었었고...대지진으로 비밀 연구소 안에 보관되던 강한 방사능을 조사한 유전자 변형 시료들이 서로 뒤섞이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리고....유전자 변형 시료들이 뒤섞이면서 누구도 예상못한 사태가 발생하는데......



가족 합작작품답게 주인공은 큰딸래미 서원이고, 가족이 모두 실명으로 등장한다. 남매가 이 작품의 스토리에 얼마나 지분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본 줄거리나 작품의 가장 큰 틀인 유전자 변형으로 동물과 식물의 세포 전이로 발생한 돌연변이 생물체가 전 지구를 대재난에 빠트린다는 설정이 아이들의 머리속에서 나온것이라 가정 하고 봤을때, 그 나이대 아이들과는 다른 환경에 대한 관심과 날개달린 상상력에 꽤나 놀라움을 느낀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어찌됐던 표지에 박힌대로 장편SF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작품으로서 집필 배경을 배제하고 작품만을 이야기 한다면 역시 아마추어적인 느낌을 피하긴 힘들다고도 볼 수 있다. 아이들의 단편적 이야기를 장편으로 엮느라 고군분투했을 아빠의 노력은 감안해줘야 될 것 같기도 하고...-_-;;; 후반부 돌연변이 생물체가 먹이사슬을 바탕으로 서서히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인간의 몸에서 자라난 기괴한 식물과 그 식물에서 열린 열매를 통해 포자로 이동하며 인간들을 공격하는 장면은 '이토 준지'의 단편 [혈옥수]가 생각나기도 하고, 나름 괜찮았던것 같다.



아이들의 이름을 따서 '원준앤컴퍼니'라는 가족회사를 차리고 이 회사의 비용으로 만든 책의 수입으로 기부를 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만큼 뭔가 바람직한 가족상을 제시하는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꿈을 향한 도전은 아름답다."는 서두에 실린 엄홍길 대장의 추천사처럼 완벽하지 않지만 가족으 힘으로 도전했다는것에 의의를 둔다면, 아이들 키우는 아빠의 마음으로 읽는다면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정통 SF를 생각한다면 내려놓아도 좋을듯...

이거원...나도 애들이 얘기하는거 하나 하나 정리라도 해놔야 되나...-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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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문자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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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문자살인사건 (2018년 2판 1쇄)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민경욱

출판사 - RHK

정가 - 14800원

페이지 - 341p



무인도로부터 살의를 담아 그대에게 보내드리오...



다작의 왕이자 장르를 초월하는 미스터리 제왕 '히가시노 게이고'의 미스터리 작품이 개정판으로 재간되었다. 작가의 1987년도 초기작품으로 근래에 소개되고 있는 장르를 초월한 미스터리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정통 미스터리의 향기를 풍기는 작품이다. 워낙 다작 작가이기도 하고 엄청나게 출간된 작품들에 비해 아직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지만 일단 지금까지 읽은 작가의 작품중엔 가장 신본격에 가까운 작품이 아닌가 싶다. 추리소설가인 '나'가 직접 연쇄 살인사건에 뛰어들어 범인과 살해동기를 유추해 나가는 미스터리로서의 묘미와 함께 다양한 등장인물, 연이어 벌어지는 살인사건, 완벽한 알리바이 속에서 벌어진 별장 살인사건등 이야기의 마술사 답게 능수능란하게 독자를 들었다 놨다 한다. 



"누군가 나를 노리고 있어."

그는 버번 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잔 속에 든 얼음이 달그락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노려?"

나는 반쯤 웃으며 되물었다. 농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뭘 노린다는 거야?"

"목숨을."


알수없는 말을 남기고 헤어진 연인은 며칠뒤 참혹한 사체로 발견된다. 단 두 달간 사귄 사이지만 의문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프리랜서 작가 가와즈의 죽음을 파헤치기로 마음먹은 추리소설가 '나'는 가와즈의 스케줄표에서 그의 마지막 스케줄이 야마모리 스포츠 플라자였다는 것을 알게되고, 내 편집자이자 절친인 후유코와 함께 스포츠 플라자를 찾아간다. 스포츠 플라자의 사장 야마모리와 가와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가 1년전 11명의 지인들과 함께 섬으로 요트여행을 갔었다는것을 알게된다. 1년전 요트 전복으로 1명의 사망자를 냈던 여행과 가와즈의 죽음이 연관되있음을 느낀 '나'는 당시 함께 했던 10명의 사람들을 만나 조사하기에 이르고...가와즈에 이어 여행 참석자들이 차례로 죽어가는데......



무려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 있는 등장인물들만 15명이고(맨 앞장 등장인물 소개를 실어준 출판사의 배려에 감사를..ㅠ_ㅠ) '나'의 조사가 진행될수록 사망리스트에 붉은 선을 긋듯 연이어 사망, 실종자가 속출한다. 크게 2개의 장으로 나뉘는 이야기는 초반 가와즈가 사망하고 '나'가 사건에 참전하여 조사를 벌이고 등장인물들이 죽죽 죽어나가는 1장과, 후반 요트여행의 인물들이 모여 다시 섬으로 요트여행을 가게되고 도착한 섬의 별장에서 마지막 한 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고립된 섬, 완벽한 알리바이를 깨고 살인자의 트릭을 찾아내는 2장이 완벽한 조화를 이뤄내면서 사건의 전환을 통한 이야기의 몰입도를 배가 시키고, 결말의 반전에 대한 충격의 시너지를 극대화 시킨다. 



열 한명의 요트여행...'무인도로부터 살의를 담아'라는 열 한문자로 쓰여진 협박편지....과연 1년전 요트여행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부유층, 있는집 사람들이 대중에게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프라이빗한 심리를 절묘하게 비틀어낸 이 작품은 극한상황 속에서 생명의 무게와 대중의 비난을 저울질하며 그들은 최선이라 자위하지만 결과적으로 최악의 선택을 내린 사람들에 대한 살인자의 가혹한 철퇴를 이야기한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 섞이지 않을것 같은 절대적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혼란스럽고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모두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고,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것이다. 순간의 선택이 열 한명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겨버렸다....'이게 정말 최선입니까?'



이같은 모호한 경계 덕분에 결말부 살인범의 정체와 그의 최후가 주는 반전 아닌 반전은 꽤나 어안이 벙벙하게 만든다. 이런 결말로 끝날 수도 있구나...-_- 라는 생각?...좌우지간...'히가시노 게이고' 답게 본격 추리작품임에도 페이지는 거침없이 넘어가고 사건이 진행될수록 흡인력은 끝내주게 가속한다. 다만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는게...아무리 봐도 모든 비밀을 밝혀주는 그 쪽지를 쓸 시간이 없던것 같은데...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과연 그 급박한 상황에서 언제 쪽지를 쓸 시간이 있었던건지 의문스럽긴하다. -_-;; 그래도 사회파 추리작가로 명성을 날리는 작가의 초기 정통추리작품을 접할 수 있어 적어도 내게는 신선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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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들 - 좀비 문학 컬렉션
전건우 외 지음 / 에오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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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것들 (2018년 초판)_좀비 문학 컬렉션
저자 - 전건우, 김이환, 한차현, 정해연, 임태운, 인기영, 정명섭
출판사 - 에오스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76p



그것들이 몰려 온다!


국내 유명 장르작가들의 좀비를 주제로한 앤솔러지 단편집이 출간되었다. 황금가지에서 좀비문학상을 통해 꾸준히 신진장르작가들을 발굴하고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프로작가들의 좀비 앤솔러지는 꽤 오래간만의 기획이라서 내심 기대하는 마음으로 집어들었다. 부두교 신자들이 죽은 시체를 되살리는 주술적 행위에서 시작된 걸어다니는 시체들 좀비는 현대로 접어들면서 비약적인 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샤머니즘적인 주술에서 과학적 실험의 오류 또는 신종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자의 대규모 창궐로 트렌드가 변화되었다. 그에따라 다리를 질질끌며 느릿느릿 걸어다니던 기존의 좀비와는 달리 요즘 좀비는 100미터 선수 뺨치는 속도에 지능이 남아있는 영민한 리더좀비가 등장하는가 하면 인간과 좀비의 사랑을 다루는 호러 로맨스라는 특이점까지 찾아온 시점이다.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타장르와의 장르적 컨버전스가 되고 있는 지금 국내를 대표할 젊은 호러작가들이 그리는 좀비 스토리는 새로운 좀비물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을까?....



1. 부활 - 전건우
초딩 친구의 끔찍한 죽음....그리고 교횟집이라 불리는 친구집의 광기에 휩싸인 엄마의 정체...거꾸로 메달린 십자가와 피칠갑을 한채 죽은 아들을 살리기 위해 주술을 거는 친구엄마...그리고.....
- 죽은 시체를 살리는 부두교의 주술적 행위의 산물인 좀비를 한국의 오컬트와 결합하여 써낸 작품이다. 지금도 주변 어딘가엔 신내림을 받고 밤새도록 꽹가리를 쳐대는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기에 작품속 을씨년스러운 교횟집의 풍광이 익숙하면서도 공포로 다가온다.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으려는 가족의 집착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2. 미로 - 김이환
갑작스러운 좀비 바이러스의 창궐로 도심 한복판 바리케이드가 쳐지고 격벽 안은 격리된 좀비들로 가득하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좀비화 되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린 나는 격리구역을 탈출해 가족에게 돌아가려 하지만 출구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음식을 찾기 위해 마트에간 나는 좀비가 아닌 인간을 만나는데.....
- [절망의 구]를 사놨지만 아직 읽어보진 못했기에 이 단편으로 처음 접하는 작가이다. 좀비 바이러스의 약화로 다시 인간화되는 좀비 반, 인간 반의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모습은 흥미로웠지만 그밖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결말은 기대만큼 만족스럽진 않았다.



3. 노스트로모호 증후군 - 한차현
좀비 아포칼립스 이후 백신개발의 성공으로 좀비화는 중단된다. 이미 좀비가 되버린 사람들을 격리 구역에 모아놓고 방치하고....시간이 흘러 세대가 바뀌니 좀비를 이용한 새로운 레저사업이 유행하게된다. 바로 좀비사냥...청년 2, 소녀 2, 부부 그리고 안내자 Z는 좀비들이 밀집되있는 격리구역으로 들어가는데.....
- 작가의 좀비 작품은 이미 [Z : 살아있는 시체들의 나라]로 만나봤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작가의 작품은 또 다른 새로운 개념을 가져와 기존 좀비물과는 차별점을 두는것 같다. 좀비사냥의 안내자로 등장하는 Z라는 캐릭터인데, 좀비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산부의 몸에서 태어난 반인반좀비이다. 데이 워커에서 따온듯한 스트레이트 워커라 불리는 이 존재가 식상한 좀비물에 약간의 신선함을 가져다 준다.



4. 아이 - 정해연
한국 굴지의 제약회사에서 진행된 불사 실험...노숙자들로 구성된 피험자 20명에게 신약을 주사하고 그 중 12명에게서 생체변화가 일어난다. 연구진의 기쁨도 잠시..그들은 허연눈을 까뒤집고 남은 8명을 잔인하게 물어뜯는다. 좀비화된 12명과 물어뜯긴 8명중 가까스로 살아남은 1명의 생존자...아니...임신중이었던 여성이니 2명의 생존자는 실패로 끝난 실험의 폐기명령으로 산채로 통구이가 될 신세에 놓인다. 실험실을 폐쇄하고 불을 붙이기 위해 들어온 연구원에게 임산부 여성은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 임산부는 숙주로....아이는 좀비바이러스에 감염된체 세상에 태어나고....인간의 욕심과 탐욕 때문에 세상에 나오자마자 저주받은 존재가 되버린 아이의 불행하고 참혹한 이야기였다. 잔혹함으론 가장 좋았던 단편.



5. 백혈 - 임태운
좀비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류는 지구를 버리고 머나먼 카난 행성으로 방주를 쏘아올린다. 갑판장에 의해 동면에서 깨어난 나는 먼저 출발한 방주 우주선에 문제가 생겼고 강화인간이자 행성보안요원으로 탑승한 내가 직접 우주선에 들어가 문제의 원인을 밝혀달라는것. 나와 동료 둘은 우주선으로 들어가고...우주선 내부에 좀비바이러스가 퍼진것을 알게 되는데....
- 소재는 익숙할지 몰라도 좀비와 SF 조합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감염자를 색출하는 숨막히는 순간이나 인간의 원한을 바이러스와 비교하는 등등 좀비물로나 SF로서 둘 다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6. 28일전 - 인기영

무덤에서 깨어나기 28일전에 덜 숙성된체 일어난 좀비...그의 조각같은 외모와 실한 물건 그리고 얼빵한 행동 덕분에 좀비지만 한 여성의 눈에 들게되고...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 [웜바디스]가 연상되는...엉뚱한 좀비 연애물이다...만...재미는...글쎄다....



7. Z : WAR - 검은새벽 - 정명섭
북한에서 시작된 좀비바이러스는 삽시간에 전세계를 휩쓸고 지구는 초토화된다. 그나마 재빨리 대처한 군부대는 미군과 함께 좀비소탕 작전에 나서고 특수부대 우혁과 그의 팀은 파주로 작전실을 옮겨야 한다는 명령을 받고 파주의 고층빌라로 향한다. 그곳에서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우혁은 동료들을 주위깊게 살펴보는데.....
- 역시 좀비 장편소설 [붕괴]로 접했던 작가이다. 제목부터 [월드 워 Z]가 떠오르는데, 비슷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좀비보다 인간간의 분쟁과 대립을 그리는 작품이다.



정통 호러 부터 SF 더 나아가 로맨스에 이르기까지 좀비에 대한 다양한 작품을 한번에 접할 수 있었던 엔솔로지였다. 사실 특별히 새로운 설정이 아니라면 식상함을 느끼게 하는게 좀비물인데 장르를 뛰어넘는 다양한 시도가 식상함을 날려버린듯 하다. 각 단편의 완성도나 재미는 100%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지만 다행스럽게 각 작가들의 색깔이 입혀진 좀비들은 그것대로 즐길거리를 주는것 같다. 몸서리 쳐지는 공포와 잔혹함을 넘어서는 호러를 기대했는데 그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것 같아 아쉽지만...서양 몬스터의 정서상 좀비로 동양귀신의 공포를 주기엔 무리가 있는것 같기도 하니...어쨌던 7인 7색의 기발한 공포 여행이 어울리는 단편집이었다는데는 동의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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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간에 일어난 엄청난 변화들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그레이스 페일리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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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순간에일어난엄청난변화들 (2018년 초판)
저자 - 그레이스 페일리
역자 - 하윤숙
출판사 - 비채
정가 - 14000원
페이지 - 284P



여성의 삶이 녹아있는 작품집



40년동안 단 세권의 작품집을 낸 영미 대표 여성작가의 작품집이 국내 초역되었다. 이 작품은 1960년 부터 1974년까지 쓴 17편의 중,단편을 모아낸 작품집으로 작가의 두 번째 작품집이라고 한다. 질 좋은 오징어를 씹듯 씹는 맛이 있는 작품이라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개로 시작되는 이 단편집은 '하루키'가 직접 번역하여 작품집을 출간할 정도로 애정을 갖는 작가라고 한다. 짧게는 단 4~5페이지 분량의 단편부터 수십 페이지의 중편까지 여성의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데...솔직하게 말하자면 장르소설로 다져진 내가 읽기엔 페일리의 순문학 작품들은 약간 어렵게 느껴졌다. ㅠ_ㅠ 그녀가 이야기 하고 싶은 바가 무언지, 짧은 단편속 숨겨진 은유나 메타포들은 무언지 작품을 읽을수록 궁금증은 더해만 가는데 작품 해설이 없다 보니 그저 읽는 이의 상상에 맡기게 되어 아쉬움이 더한다. (물론 작품 해설이 독자에게 작품에 대한 상상을 차단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내겐 더없이 필요한 꼭지 였다는걸 숨기진 않겠다...) 다만 작품이 내포하는 의미를 굳이 따지지 않는다면 각 단편의 스토리를 따라가는데는 그다지 어려움은 없었다.



한 중년 여성의 인생을 도서관의 대출에 빚대어 서술하는 첫번째 작품 [소망]부터 내 나쁜 머리는 바삐 움직인다. 전남편과 현재 남편을 두고 창창하게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리라 마음먹었던 처음과는 달리 인생은 생각했던 대로 호락호락하게 흘러가지 않는...하지만 내 아이들을 위해 그동안 잃어버린 내 인생을 위해서도 치열하게 살아갈 것임을 얘기하는....(제발 내가 생각하는게 맞다고 누가 얘기해줘...ㅠ_ㅠ) 그런 한 여성의 삶과 인생...그리고 자식에 대한 페일리의 인생관이 작품들속에 녹아있는듯 하다.



오징어 처럼 씹고 뜯고 맛보고 싶었지만 나의 문학적 소양의 한계에 참담함을 느끼면서....그래도 여성작가가 그리는 여성의 심리적 내러티브는 남성인 나보단 여성들이 더욱 잘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여성들과 그녀들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남성들이 읽으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들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뭐가 달라질까]이다. 작품속 엄마이자 아내인 돌란은 아들 존이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지니에게 청혼 하겠다고 하자 아들을 말리기 위해 부엌식칼을 꺼내들고 자신의 가슴을 후벼파는 자해소동을 벌인다. 그로인해 아들은 충격을 받고 자신의 마음을 접지만 남편 잭은 이 일로 인하여 아내를 멀리하고 바람나 가출하기에 이른다. 어찌됐던 결국 아들은 평범한 여성 마거릿과 결혼하고, 가출했던 남편도 집으로 돌아오지만, 자식까지 둔 아들은 아내를 두고 처음 마음을 줬던 지니와 바람이 나버리고, 남편과도 멀어진 거리는 다시 좁히지 못한다....마치 막장 연속극을 보는듯한 이 단편을 통해 문란한 여성에게 아들을 보내 아들의 인생이 망가져가는 꼴을 보느니 차라리 자신의 목숨을 던져버리는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아들을 사랑하고 아들의 인생을 위해 극단적 선택을 하지만 결과적으로 남편이나 아들이나 뜻대로는 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이야기 하는듯 하여 씁쓸한 맛이 들게 한다.

"존은 평생 동안 지니를 찾아가는 길에 어째서 마거릿에게 예의를 지키는 전화를 걸어야 했던 걸까요? 그리고 잭 말인데요, 그는 진짜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내 편이었을까요. 아니면 반대편이었을까요?"

마지막 그녀의 독백이 많은 여운과 생각을 남긴다. 



미국의 소설가이자 시인, 정치운동가이자 교사, 페미니즘 운동가로 살아온 작가가 1900년대 중반을 살아가며 인생에서 우러나오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담하고 솔직하게 써낸 작품들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나의 어머니의 인생을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1960년대의 작품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현재의 정서와 맞닿아 있는것도 놀라웠고, 여성만이 아는 여성의 심리를 이렇게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대담함도 놀라웠다. 직관적으로 한번에 다가오는 글은 아니었지만 읽고 다시 읽어보면서 곱씹어 보게 만들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기에 '하루키'의 질 좋은 오징어에 대한 비유는 진정 적절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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