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간에 일어난 엄청난 변화들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그레이스 페일리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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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순간에일어난엄청난변화들 (2018년 초판)
저자 - 그레이스 페일리
역자 - 하윤숙
출판사 - 비채
정가 - 14000원
페이지 - 284P



여성의 삶이 녹아있는 작품집



40년동안 단 세권의 작품집을 낸 영미 대표 여성작가의 작품집이 국내 초역되었다. 이 작품은 1960년 부터 1974년까지 쓴 17편의 중,단편을 모아낸 작품집으로 작가의 두 번째 작품집이라고 한다. 질 좋은 오징어를 씹듯 씹는 맛이 있는 작품이라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개로 시작되는 이 단편집은 '하루키'가 직접 번역하여 작품집을 출간할 정도로 애정을 갖는 작가라고 한다. 짧게는 단 4~5페이지 분량의 단편부터 수십 페이지의 중편까지 여성의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데...솔직하게 말하자면 장르소설로 다져진 내가 읽기엔 페일리의 순문학 작품들은 약간 어렵게 느껴졌다. ㅠ_ㅠ 그녀가 이야기 하고 싶은 바가 무언지, 짧은 단편속 숨겨진 은유나 메타포들은 무언지 작품을 읽을수록 궁금증은 더해만 가는데 작품 해설이 없다 보니 그저 읽는 이의 상상에 맡기게 되어 아쉬움이 더한다. (물론 작품 해설이 독자에게 작품에 대한 상상을 차단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내겐 더없이 필요한 꼭지 였다는걸 숨기진 않겠다...) 다만 작품이 내포하는 의미를 굳이 따지지 않는다면 각 단편의 스토리를 따라가는데는 그다지 어려움은 없었다.



한 중년 여성의 인생을 도서관의 대출에 빚대어 서술하는 첫번째 작품 [소망]부터 내 나쁜 머리는 바삐 움직인다. 전남편과 현재 남편을 두고 창창하게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리라 마음먹었던 처음과는 달리 인생은 생각했던 대로 호락호락하게 흘러가지 않는...하지만 내 아이들을 위해 그동안 잃어버린 내 인생을 위해서도 치열하게 살아갈 것임을 얘기하는....(제발 내가 생각하는게 맞다고 누가 얘기해줘...ㅠ_ㅠ) 그런 한 여성의 삶과 인생...그리고 자식에 대한 페일리의 인생관이 작품들속에 녹아있는듯 하다.



오징어 처럼 씹고 뜯고 맛보고 싶었지만 나의 문학적 소양의 한계에 참담함을 느끼면서....그래도 여성작가가 그리는 여성의 심리적 내러티브는 남성인 나보단 여성들이 더욱 잘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여성들과 그녀들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남성들이 읽으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들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뭐가 달라질까]이다. 작품속 엄마이자 아내인 돌란은 아들 존이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지니에게 청혼 하겠다고 하자 아들을 말리기 위해 부엌식칼을 꺼내들고 자신의 가슴을 후벼파는 자해소동을 벌인다. 그로인해 아들은 충격을 받고 자신의 마음을 접지만 남편 잭은 이 일로 인하여 아내를 멀리하고 바람나 가출하기에 이른다. 어찌됐던 결국 아들은 평범한 여성 마거릿과 결혼하고, 가출했던 남편도 집으로 돌아오지만, 자식까지 둔 아들은 아내를 두고 처음 마음을 줬던 지니와 바람이 나버리고, 남편과도 멀어진 거리는 다시 좁히지 못한다....마치 막장 연속극을 보는듯한 이 단편을 통해 문란한 여성에게 아들을 보내 아들의 인생이 망가져가는 꼴을 보느니 차라리 자신의 목숨을 던져버리는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아들을 사랑하고 아들의 인생을 위해 극단적 선택을 하지만 결과적으로 남편이나 아들이나 뜻대로는 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이야기 하는듯 하여 씁쓸한 맛이 들게 한다.

"존은 평생 동안 지니를 찾아가는 길에 어째서 마거릿에게 예의를 지키는 전화를 걸어야 했던 걸까요? 그리고 잭 말인데요, 그는 진짜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내 편이었을까요. 아니면 반대편이었을까요?"

마지막 그녀의 독백이 많은 여운과 생각을 남긴다. 



미국의 소설가이자 시인, 정치운동가이자 교사, 페미니즘 운동가로 살아온 작가가 1900년대 중반을 살아가며 인생에서 우러나오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담하고 솔직하게 써낸 작품들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나의 어머니의 인생을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1960년대의 작품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현재의 정서와 맞닿아 있는것도 놀라웠고, 여성만이 아는 여성의 심리를 이렇게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대담함도 놀라웠다. 직관적으로 한번에 다가오는 글은 아니었지만 읽고 다시 읽어보면서 곱씹어 보게 만들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기에 '하루키'의 질 좋은 오징어에 대한 비유는 진정 적절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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