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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을 파는 가게 - 아시베 다쿠 연작소설
아시베 다쿠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기담을파는가게 (2018년 초판 2쇄)
저자 - 이사베 다쿠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현대문학
정가 - 12000원
페이지 - 312p
기괴하고 괴이한 악몽같은 이야기들
헌책방에서 뭔가에 이끌리듯 산 책에서 비롯된 여섯가지 기이하고 괴이한 악몽같은 이야기...녹아서 흐를것 같은 욕나올 정도로 무더운 이 여름에 가장 어울리는 괴담집이 아닌가 싶다. 뭣보다 예전 문고본 크기의 손안에 들어오는 판형에 정말로 헌책방에서 찾아낸 보물과 같은 느낌이 드는 클래식한 표지 덕분에 더욱 기묘한 분위기를 풍긴다.(편집자님 센스 GOOD!!, 표지삽화는 컬트표지의 대명사로 불리는 동서추리문고 신판[문신 살인사건]을 떠올리게 한다...ㄷㄷ) 귀신들린 헌책을 사고 겪게 되는 기이한 이야기...모든 사물에 혼령이 깃든다고 믿는 일본답게 수상쩍은 책방에서 구입한 오래된 고서에는 어떤 오싹한 사연을 가진 괴기스러운 악령이 깃들어 있을지...
1. 제국 수도 뇌병원 입원 안내
책덕후 이자 소설가인 '나'는 오늘도 뭔가에 홀린듯 책방에서 고서 한권을 가져왔다. 이십 페이지 남짓의 이차세계대전 직후의 정신병원 입원 안내서...오래된 빛바랜 사진속에서 낯익은 마른 의사를 보게되고...본가에서 내려온 낡은 앨범을 뒤져보고 그 마른 의사가 자신의 먼 친척뻘되는 사람이란걸 알게된다. 귀신에 홀린듯 안내서의 건물을 디오라마로 복원한 '나'는 모형 병원의 작은 창문에서 누군가를 보게 되는데....
- 오래된 정신병원...환자를 상대로 벌어지는 갖가지 광기 어린 끔찍한 생체실험들...직접적인 묘사없이 오직 분위기 만으로도 불쾌한 상상을 일으키는 작품이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모형집에서 벌어지는 당시의 살인을 목격하는 '나'의 이야기는 '미쓰다 신조'의 [기관]속 자신이 창작한 유령의 집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직접 목격하게 되는 장면과 상당히 닮아있다. 기묘한 공포와 살인사건의 추리가 절묘하게 섞인 단편이었다.
2. 기어 오는 그림자
헌책방에서 구매한 추리소설에 기묘하게 끌리는 '나' 작품성이라기 보단 지나치게 그로테스크하고 선정적이며 트릭은 허술하기 그지 없는데, 묘하게 끌린다. 2차 세계대전 전후에 나온 이 작품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 여러 소설가와 편집자에게 문의 하는데...우연히 한 편집자가 문제의 소설속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을 받은적이 있다고 말하는데....
- 역시나 미궁속 소설가를 추적하던 '나'가 결국 미궁의 작가에 홀리게 되는 초현실적 이야기이다. 이 작품도 '미쓰다 신조'의 [작가 시리즈]와 상당히 흡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삼류 추리소설에 씌인 영혼의 정체는.....
3. 여기는 X탐정국 / 괴인 유귀 박사의 권
절판된 몇 십년된 주간 잡지를 구한 '나'는 어릴적 즐겨봤던 '여기는 X 탐정국'만화에 흠뻑 빠진다. 당연히 완결되지 않은 연재작품이라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다음 작품을 구하기 위해 헌책방과 마니악한 사이트를 이잡듯이 뒤지고...마침내 연재분의 마지막으로 보이는 주간지를 구하게 된다. 하지만 작품의 마지막회에서 조차 트릭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그런 '나'를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온 소녀에게 이 만화를 보여주는데....
- 유년시절 내게도 많은 추억을 남긴 월간지들...[둘리]가 연재됐던 보물섬, [날아라 손오공]이 연재됐던 만화왕국...청소년지라는 이름으로 온갖 오컬트 기사들이 들어차 있던 오컬트 입문서 월간지 소년중앙....-_- 그중에서도 소년중앙은 666, 사탄의 정체, 미국에 나타난 마녀 등등 실제 사진들을 곁들인 오컬트 기사들 때문에 한번 보면 밤잠을 설치게 만들 정도로 공포스러운 잡지였다. 그럼에도 중독적으로 찾아 읽게 되던...좌우간...이 작품은 그런 유년시절의 애정하던 만화에 대한 향수가 가득 담겨있다. 역시 초현실적인 결말 역시 애정하던 만화에 대한 사랑이 가득 느껴지는 그런 결말이었다. 뭐랄까...얼마전 방영했던 MBC 드라마 [W (더블유)]와 흡사하달까....
4. 푸른 수염의 성 살인 사건 영화화 관련 철
명작이라 불리는 원작 소설 [푸른 수염의 성 살인 사건]의 영화화 관련 철을 헌책방에서 입수한 '나'는 관련 자료를 보면서 영화의 주연인 미모의 여성 사진에 시선을 빼앗긴다. 이후 우연히 영화 제작소를 업무차 방문하게된 '나'는 그곳에서 사진속 여성과 똑같이 닮은 여성을 발견하게되고....몇 십년의 시간을 초월하는 뱀파이어 같은 여성의 정체에 공포와 동시에 호기심을 갖는데....
- 시공을 초월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기괴함과 초현실이 공존하는 기이한 이야기인데, 결말부분 '이토 준지'의 상어이빨을 가진 [패션모델]이 떠오르는 에피였다.
5. 시간의 극장 . 전후편
우연히 '나'를 따라오는 스토커를 피하기 위해 들른 헌책방에서 어릴적 지나친 레어 [시간의 극장] 전, 후편을 발견한다. 하지만 헌책방까지 따라온 스토커 때문에 엉겹결에 전편만을 구매하고...책에는 자신의 인생이 차곡차곡 담겨있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후 자신의 앞날이 적혀있을 후편을 구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지만 결국 모두 실패한다. 그러다 우연히 고서 경매 사이트에서 후편이 경매품으로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경매장을 찾는데...경매장엔 후편을 구하기 위해 혈안이 된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고, 경매장엔 책을 차지하기 위해 고성이 오가는데...
- 그래...절판을 구할때 가장 미치는게 짝권이다...ㅠ_ㅠ 이건 뭐....읽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은 작품을 구하자니 도통 눈에 띄지도 않고...몇 만원을 들여서라도 구하고 싶지만 매물마저 없을때의 정신적 피로감...허허...내 경우엔 '올슨 스콧 카드'의 [엔더의 아이들] 상,하 편을 그렇게 힘겹게 구했다..-_- 상편을 먼저 구하고 거의 4~5년은 걸려서 하편을 구한것 같은데..ㅋㅋ 짝권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정말 상상을 초월 하는듯....그나저나 이 작품 역시 환상특급 스러운 환성적이고 기괴한 작품이다. 나의 인생이 실려있는 작품과 스토커의 정체는 놀랍도록 기묘하다....
6. 기담을 파는 가게
기담을 파는 가게에서 구형 타자기로 먼가를 치고 있는 주인...과연 헌책방의 미스터리한 주인은 무엇을 쓰고 있는것인가?....
- 앞선 다섯 가지 이야기의 참혹한 진실을 밝히고 마치 '영국에서 시작된 이 편지는.....' 같은 벗어날 수 없는 저주의 굴레를 말하는 대망의 결말의 장이다. 이 결말 또한 '미쓰다 신조'의 미궁초자를 떠올리게 하면서 기괴한 기담으로서 기억에 남을 결말을 짓는다.
무려 40년간 헌책을 모아왔다는 책덕후 장인이 써낸 헌책에 얽힌 기괴한 이야기들이 나의 피부에 와닿는다. 나역시 절판 SF를 찾느라 전국의 헌책방을 찾아가 들쑤셔보기도 했고, 1분 단위로 온라인 헌책방 검색을 돌리며 뜬눈으로 지새우던...한마디로 헌책에 미쳐있던 시절을 겪었기에 책덕후의 광기 어린 집착이 어떤지건지 조금은 알기 때문이다..... -_-;;; 정말로 어떻게던, 훔쳐서라도 갖고 싶은 집착적 소유욕...세월이 흐르고 흘러 여러 소유자의 광기의 집착을 먹고 자란 헌책들이 정말로 사람을 홀리는 마력을 갖게 되는건 아닐까?...이 괴담집을 통해 음습하고 불쾌한 현실과 환상의 경계 그 어딘가를 헤매인 듯한 느낌이다. 잔혹한 묘사나 끔찍한 악령이 등장하는 직접적인 묘사는 배제하고 오로지 분위기로 승부하는 작품이기에 몸서리처지는 공포감 보다는 음습하고 기묘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괴담을 파는 가게가 아닌 기담을 파는 가게라는 책의 제목은 그 기괴함과 기묘함 사이의 모호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던 작품에 절절하게 깔리는 책덕후로서의 헌책방에 대한 에피소드들은 메인 기담과는 별개로 너무나 공감되고 추억을 소환하는 이야기들이라서 너무 좋았다. 언젠가 나도 기담을 파는 가게를 방문하는 날이 오게될런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