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번째 여왕 백 번째 여왕 시리즈 1
에밀리 킹 지음, 윤동준 옮김 / 에이치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백번째여왕 (2018년 초판)

저자 - 에밀리 킹

역자 - 윤동준

출판사 - 에이치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18p



의자왕



삼천궁녀를 떠올리게 만드는 제목...[백번째 여왕]...미모의 소녀가 단검을 뽑아든 이유는 뭘지...백번째가 갖는 숫자의 의미는 뭘지....본격 액션 판타지 로맨스 소설 [백번째 여왕]이다. 고대 수메르 신화에서 영감을 얻어 써낸 작품이라고 하는데, 수메르 신화를 전혀 모르긴 하지만 어쨌던 작품 전반에 흐르는 고대 오리엔트적인 분위기는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여타 좀 더 자주 접했던 북유럽이나 그리스 신화에 비해 신선한 느낌이 들게한다. 탄압에 가까운 막대한 권력의 일인 왕권체제와 가난에 허덕이는 백성들, 그중에서도 가장 낮은 지위로 억압받는 여성들의 세상을 그리는 이 작품은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타라칸드 왕국의 백번째 여왕으로 간택된 소녀 칼리가 자신의 운명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벌어지게 되는 일들을 그려낸다. 



소녀들만 살고 있는 수도원에서 남자는 한번도 본 적 없이 매일 격투 연습만 하던 칼리와 자야는 어느날 후원귀족의 방문으로 인하여 수도원 내 격투 토너먼트 개최소식을 듣게 된다. 토너먼트에서 이기면 귀족의 간택을 받아 첩실로 가게 되는것...칼리와 절친 자야는 일부러 격투에서 지고 함께 수도원에 남자고 다짐하지만, 크게 다칠뻔한 자야의 모습을 보고 분기탱천한 칼리는 격투장으로 뛰어들어 자야의 상대였던 소녀를 무릎꿇린다. 그리고 이모습을 지켜본 귀족은 칼리를 간택하고....그 남성이 바로 타라칸드 왕국의 국왕 타렉이란 사실을 알고 칼리는 적잖이 놀란다. 수도원에서 왕국으로 가는 험난한 길을 수호 장군 데븐과 함께 떠나는 동안 칼리와 데븐 사이에 핑크빛 기류가 감돌고...둘은 불가능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_-;;; 우여곡절 끝에 왕국에 도착한 칼리는 타렉의 백번째 여왕이 되기 위해 수십명의 첩들과 피의 데스매치를 벌여야 한다는 말을 듣게되고 절망에 빠지는데......



어디까지가 수메르 신화인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독특한 설정의 작품이다. 거의 여성판 스파르타쿠스라고 불러도 될정도로 여리여리한 여성들이 무시무시한 무기를 들고 서로 숨통을 끊거나 불구가 될때까지 데스매치 토너먼트를 벌인다는 설정에 우리의 히로인 칼리는 어릴적부터 불가사의한 힘을 억누르고 있다가 위기 상황에서 각성하고 폭발시키지 않나...이미 왕의 아내로 간택되었지만 주군을 모시는 무사와 남들의 눈을 피해 비밀 연애를 벌이고, 왕이라는 자는 백명의 아내와 수많은 첩들을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첫사랑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살육을 일삼는 변태 미치광이 폭군으로 그려진다...-_-;;; 기존의 여타 로맨스 판타지의 클리셰들을 그대로 답습하면서도 그 수위는 몇단계씩 올려버리니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의 재미를 충분히 준다고나 할까...-_- 전개가 예상되는 뻔한 이야기인건 분명한데 흥행요소를 모두 쑤셔 담아놔 모든 이의 취향을 맞춰주고 페이지를 술술 넘겨버리는 페이지 터너 작품인건 분명한듯 하다. 



머...불평등하고 억압받는 여성들을 대표해 체제를 전복하는 통쾌한 반전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진 몰라도 작품속 귀족들의 성노리개로 전락하고, 무참히 뚜드려 맞는 모습이나, 왕의 눈에 들기 위해 서로 적대시 하고 계략과 암투를 벌이는 여성들의 자극적인 설정들은 꽤나 흥미롭게 다가온다. 알몸 여성의 노예들이 널려있는 지독한 남성우월주의 작품을 써서 페미니스트에게 지탄을 받았던 '존 노르만'의 [지구에서 온 여자]가 떠오를 정도였으니 말이다..-_- 어쨌던...이 작품의 작가는 여성이고 극적대비를 위한 설정이니 그렇다 치고...



딱 [헝거게임] 시리즈류의 판타지 버전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하지만 [헝거게임]의 아류작으로 볼 수 없게 만드는 강렬한 설정과 수메르 신화라는 이국적인 배경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순진했던 평범한 소녀가(사실 평범하진 않지만....) 어떻게 야만의 시대를 문명의 시대로 바꾸고 진정한 왕국의 여왕으로 거듭나게 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이번 1편은 왕국 타라칸드의 왕 타렉의 과거, 칼리의 출생의 비밀, 신의 능력을 받아 초능력을 구사하는 타렉족들과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는 프롤로그격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출간될 두번째 장 [불의 여왕]에서 본격적으로 활약을 펼칠 각성한 칼리의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크맨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크맨 (2018년 초판)

저자 - C. J. 튜더

역자 - 이은선

출판사 - 다산북스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26p



보이는것이 전부가 아니다.



12살 악동들의 핏빛 추억...1986년 에디와 그의 친구들이 숲속에서 발견한 잔혹한 소녀의 조각들...마치 조각난 몸의 조각들을 인도하듯 하얀색 분필로 그려진 방향표시들과 몸뚱아리 옆에 그려진 막대인간 그림...소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범인...초크맨은 누구인가....도륙된 소녀의 머리는 어디에.....졸라맨을 연상케 하는 귀여운 뼉다귀 그림속에 이런 잔혹한 의미가 숨겨져 있다니...놀랍고도 충격적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12살의 시절은 과연 어땠을까?....사실 지나고 나서 되돌아볼때야 추억보정이 되어 아련하게 느껴지겠지만 내가 12살이었던 1990년대 초반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았던것 같다. 한창 개발이 진행중인 시대여서일까...친구들과의 놀이터는 언제나 위험천만한 공사장 공사판이었고 그런곳에서 놀다보면 다쳐도 꽤 크게 다치게 된다. 내 경우엔 공사장 못을 밟아서 못이 발바닥에서 발등으로 관통하는 그로테스크한 사고도 겪어봤었고 아이들과 패싸움을 벌일땐 짱돌과 막대기를 들고 집단으로 싸워 피가 터지기도 했다. 양아치 깡패새끼들은 유난히 많아 으슥한곳에서 튀어나와 삥을 뜯고 개패듯 패던...그런 시기였다. 지금과는 다르게 부모님들은 애들을 내놓고 키웠고, 안전에 대한 의식도 상당히 떨어져 있었고 뭔가 제어를 담당하는 뇌기관이 망가진듯이 충동적인 시대였던것 같다. TV에서는 개구리를 잡으러 산으로 간 소년들이 그대로 실종되어 난리가 나고, 가진자들의 부를 빼앗고 전부 죽여버리겠다며 무차별로 여성들을 감금하고 죽여버리는 지존파 일당이 붙잡혀 난리가 나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안팎으로 꽤 암흑의 시기였다고나 할까...-_-;;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이다. 주인공 에디가 사는 앤더베리도 꽤나 작고 조용한 마을인데 마냥 평화로워 보일것 같은 작은 마을의 이면엔 전혀 예상치 못한 음울하고 참혹한 진실을 감추고 있다. 30년이 지나 마흔 두살의 나이인 에디가 12살 때의 일들을 회상했을때 그때 당시의 기억들은 추억일까? 지우고 싶은 악몽일까?...12살 악동들의 불장난처럼 시작되는 에디의 기억들은 점차 돌이킬 수 없는 참혹한 진실을 향해 브레이크 없이 달려간다....



1986년

12살 에디는 뚱뚱이 개브, 호포, 미키와 홍일점 니키까지 다섯명과 절친한 친구사이다. 어느날 아침 집앞에 친구들 사이의 암호인 분필로 그린 그림을 발견한 에디는 숲으로 급히 가고, 그곳에서 개브와 호포, 미키가 뒤따라 도착한다. 하지만 아무도 암호 그림을 그린 사람이 없음을 깨닫고 의아해 하는데, 에디가 숲속 나무에 그려진 분필 표식을 발견하고 표식을 따라 숲안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나뭇잎들 사이로 보이는 손가락.....하지만 있어야할 몸통은 없고....분필 표식 아래 소녀의 조각난 몸뚱이가 숨은그림 찾기 처럼 숨겨져 있는데......



2016년

알콜 중독에 가까운 알콜 의존증 에디는 독신으로 홀로 살며 학교 선생으로 앤더베리에 계속 살아간다. 어느날 집으로 배달된 편지에 분필과 함께 토막난 소녀의 시체를 본 이후 30년만에 처음 보는 막대기 인간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이후 도시로 떠난 미키가 에디를 찾아와 초크맨의 정체를 알 것 같다고 말한뒤 바로 다음날 시체로 발견되고, 그의 주머니엔 에디가 봤던 분필 낙서가 발견된다. 30년만에 다시 초크맨의 악몽이 시작된 것일까?....



이야기는 에디가 바라보는 1986년 과거와 2016년 현재를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술에 취한듯 불분명한 의식으로 모호하게 진행되는 현실도 뿌옇게 흐리지만, 12살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도 그리 명확하지만은 않다. 그가 아이이기 때문에이기도 하지만 냉혹한 현실을 모르게 숨기려는 어른들의 배려? 혹은 은폐? 덕분에 그가 기억하는 진실은 왜곡되고 일그러져 있는 것이다. 작품을 읽는 독자마저도 12살 에디의 눈으로 사건을 따라가게 만들고 은연중에 진실과 달리 비틀린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드니....연이어 밝혀지는 진실이 더욱 잔인하고 참혹하게 다가온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섣불리 예단하지 말 것....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야 이 말의 의미를 헤아릴 수 있을것이다. (전에도 쓴말 같지만) 아무리 화목하고 보기 좋은 가족이라도 집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그 가족 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개개인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가 매일 보는 평범한 친구가, 이웃집 아저씨가, 선생님이 사실은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그렇게 꽁꽁 숨겨져 있던 마을 사람들의 악의의 정체를 깨닫고 마침내 초크맨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기분나쁜 서늘함이 온몸을 휘감는다....기존의 잔인한 연쇄 살인사건과는 전혀 다른 접근방식이 색다른 작품이다. 인간 내면의 잔혹한 민낯을 드러내는 서스펜스 스릴러...절대로 마음대로 예상하고 단정짓지 말 것...진실은 좀 더 깊숙한 곳에 도사리고 있다. 



악동들의 우정과 살인마의 추적등을 보면 '스티븐 킹'의 [IT]과 비슷한것도 같지만 이 작품은 훨씬 더 암울하다...대망의 반전은 사실 어렵지 않게 예상했는데, 예상했음에도 기분이 이렇게 더러워지는걸 보면 작가의 의도대로 된것인가....머...누구나 남들에게 말하지 못할 비밀 한가지씩은 갖고있지 않은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클레어 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해리오거스트의열다섯번째삶 (2018년 초판)
저자 - 클레어 노스
역자 - 김선형
출판사 - 미래인
정가 - 16800원
페이지 - 624p


역대급 타임루프 SF


죽으면 모든것이 끝나 버린다. 리모컨으로 전원을 꺼버린 TV 브라운관이 퍽 하고 암전하듯이 인간의 의식은 그 순간 소멸되고 모든 것은 무로 돌아가 버린다. 죽음...모든 것의 끝...그래서 언젠간 누구나 죽어야만 하는 인간이기에 SF의 하위 장르인 타임루프물에 열광하는지도 모르겠다. 인생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다음 생에서 수정이 가능한 신의 축복을 받은 자들...죽고 태어나고 죽고 다시 태어나는 영생의 삶을 사는 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타임루프도 각각의 설정에 따라 작품의 분위기나 방향이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 하루 혹은 몇 일간의 특정 일을 반복하여 겪게 되는 타임루프물. 영화로는 '빌 머레이'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사랑의 블랙홀]이나 '톰 크루즈'가 영화화 했던 '사쿠라자카 히로시'의 [All You Need Is Kill] 같은 작품의 경우 짧은 시간을 반복 경험하면서 높은 자유도(범법행위나 살인까지도)와 빠른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그와는 달리 전 생애를 반복하게 되는 타임루프물이 있는데, '켄 그림우드'의 [리플레이]로 주인공은 매번 죽을때마다 18세의 소년으로 깨어나게 된다. 이런 긴 시간의 루프물은 루프 당사자의 매번 다른 인생(막강한 부와 권력자 등 되고 싶은대로 하고 사는..)의 이야기를 엿보면서 단 한번뿐인 유한한 인생을 사는 독자들에겐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게도 하는것 같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어디에 속하느냐...하면...후자의 설정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주인공 해리 오거스트는 태어나 자신의 수명대로 인생을 살고 눈감는 순간...다시 엄마의 배속에서 태어나 첫 울음을 터트리는 것이다....게다가 전생의 모든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채로....사건 사고가 없었다는 전제하에 생애를 70살로만 따져봐도 열 다섯 번째 삶이면 천 살을 넘기는 수치이다...천년의 인생을 반복해 사는 해리의 기나긴 삶과 인생이 담겨 있는 대하 드라마라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인 것이다.



해리 오거스트는 양아버지의 불륜(혹은 강간..)에 의해 태어난 서자이다. 본가로부터는 버림 받고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내고 2차 세계대전에 징집되 전쟁의 참상을 경험했으며 평범하다기 보다는 불행한 삶을 살았고, 결혼도 없이, 자식도 없이 다발성 경화증으로 병상에서 눈을 감는다...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땐 1919년...어머니가 해리를 낳은 역안의 화장실이었다...전생의 기억을 모두 간직한채 다시 맞은 두번째 삶...두번째 삶은 첫번째 삶보다 좀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고, 횟수가 거듭될수록 인생의 질은 더욱 윤택해져 간다. 세번째 삶...전 생애에서 가장 사랑한 여성이자 아내인 제니에게 자신의 정체를 고백하고...제니는 떠나버리고 해리는 정신병원에 수용된다. 실험정신이 투철한 병원장 덕분에 온갖 치료 행위로 뇌가 물렁해지고 미쳐버리기 일보직전일즈음..병원을 찾아온 정부 관계자 피어슨은 해리를 병원에서 꺼내준다. 크로노스 클럽을 조사하던중 해리를 알게되었다는 피어슨은 해리에게 미래의 정보를 알려주는 대신 크로노스 클럽의 정보를 주겠다는 딜을 건다. 하여 크로노스 클럽이 환생자들의 비밀 모임이며 바빌론 시대부터 이어져온 이 모임을 통해 과거와 미래에 중요한 지식을 전달하고 인류를 위험으로 부터 지키는 파수꾼의 역할을 한다는것을 알게 된다. 크로노스 클럽에 대해 알게 되면서 자신이 발설하는 미래의 일들이 야기하게될 위험에 대해 인지하고 입을 다물어 버리지만..금기의 지식을 얻기 위해 혈안이 된 피어슨은 그때부터 해리에게 극한의 고문을 시작하는데......



사실 유명한 타임루프물이었던 [리플레이]만 해도 반복된 인생을 사는 주인공의 인생에 초점을 맞추고 그의 자유로운 삶과 사랑에 대해 서술하는데, 이 작품은 반복되는 해리의 인생과 더불어 환생자들의 비밀 클럽 크로노스 클럽과 그에 반대되는 세력으로 세계의 종말을 획책하는 환생자 랜키스와의 몇 백년간 이어져 오는 숨막히는 암투, 계략이 난무하는 대결을 그리는...실로 기똥찬 작품이다. 게다가 단순히 반복되는 환생에 그치지 않고 다중우주론과 평행우주론의 물리학 개념을 끌어들여 좀 더 복잡한 타임루프의 패러독스와 타임루프를 통한 나비효과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하여
여태껏 읽은 환생 타임루프물중 가장 SF다운 작품이라 생각된다. 



"세계가 끝나고 있어요.
이 메시지는 아이에게서 어른으로,
아이에게서 어른으로,
천 년 후 미래의 세대로부터
거슬러 전달된 거예요.
세계가 끝나고 있고
우리는 종말을 막을 수 없어요.
그러니까 이제 박사님께 달려 있어요."



양자이론을 응용하여 퀀텀미러 일종의 포탈을 열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외삽하려는....신이 되고자 하는 환생자 랜키스...자신이 살고 있는 세대 안에서 퀀텀미러를 개발해야 하기에 랜키스가 세계를 항해 벌이는 일은 실로 상상을 초월한다. 그로인해 세계 종말의 시계는 종말의 정각을 향해 치달아 가고, 크로노스 클럽은 해체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자는 모든 생애를 기억하는 환생자이자 기억술사 해리 오거스트 뿐. 랜키스의 도전정신과 특유의 붙임성 때문에 한때는 둘도 없는 동료이자 친구였지만...인류의 존속을 위해, 크로노스 클럽을 위해 또다른 천재 기억술사 랜키스와 대적해야 한다. 초반 해리의 무수한 삶에서 경험한 여러 에피소드들로 환생자에 대한 개념이 잡히자마자 약 사백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 랜키스와의 피비린내 나는 숙명적 복수가 펼쳐진다. 한 인간이 몇 백년간 살의를 숨긴채 누구보다 독하고, 누구보다 용의주도 하며, 누구보다 처절하게 말이다...이정도 되면 세계의 종말을 막는다기 보단 그냥 해리의 생애를 건 개인적 복수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듯...무려 육백여 페이지의 볼륨임에도 전혀 지루함 없이 미친듯이 집중해 읽을 수 있는 압도적 몰입감을 주는 작품이자 역대급 타임루프 SF였다!!!!



뭔가...영생자와 비밀클럽...인류를 위협하는 악당과의 대결...얼마전 읽었던 '매트 헤이그'의 [시간을 멈추는 법]과 상당히 흡사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환생자 해리는 영생자 톰 해저드와 닮아 있고, 크로노스 클럽은 알바트로스 클럽과, 랜키스는 알바트로스의 수장과 닮아 있다. 흠...열 세살 아이들의 무한한 윤회를 그렸던 '토르비에른 외벨란 아문센'의 [변신]도 그렇고 요즘 트랜드가 환생 타임루프 인가?..-_- 그것도 그렇지만 기존엔 개인에 국한되어 스토리가 전개되던 경향이었던 반면 요즘의 작품들은 좀 더 조직화 되고 체계화되어 기존 타임루프물의 재미에 더하여 거대하고 새로운 음모론과 복잡한 플롯을 통한 즐길거리를 선사하는것 같다.



흠뻑 작품에 빠져들어 작가의 천년에 걸친 사고실험이 주는 지적유희를 즐기고 나서 보니 헐....이 작품이 29세 신인작가의 데뷔작이란다...-_-;;; 헐..이런 미친..게다가 데뷔작으로 존 캠벨상을 수상했다고?!!!(음..근데 정말 상 받을만 하다...끄덕 끄덕) 참...얼마나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진 작가란 말인가...그녀의 차기작은 더욱 기똥찬 작품을 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개인적으로 올해 최고의 SF작품으로 꼽고 싶다.



고대 유적 발굴 현장에서 유적이 존재했던 시대에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존재 할 수 없었던 유물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유물'이란 뜻의 오파츠라고 불리는 초고도 문명의 흔적을 가진 고대 유물들의 미스터리...흔히 외계인이나 초월적 존재에 의해 만들어진 유물 미스터리로 여겨지는데, 이 작품을 보고 나면 비밀은 환생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님 말고...ㅋ -_-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옥 인형 인형 시리즈
양국일.양국명 지음 / 북오션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옥인형 (2018년 초판)
저자 - 양국일, 양국명
출판사 - 북오션콘텐츠그룹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84p


Hell Doll


이름부터 강렬하다. 지옥의 인형....ㄷㄷㄷ 연일 내리쬐는 무더위로 100년만에 최고기온을 경신하는 지옥의 불구덩이 같은 이 여름의 한가운데에 저마다의 피서방식이 있겠지만....에어컨 틀고 선풍기 바람 쐬면서 한밤중에 읽는 공포호러 소설이 열독가들에겐 최고의 북캉스 아니겠는가...작품을 읽으며 책 뒤로 뭔가 스치는 듯한 느낌 때문에 몇 번이나 불꺼진 거실을 둘러보게 만드는 오싹하고 서늘한 공포를 선사했기에 적어도 내겐 안성맞춤 더위탈출 작품이었던것 같다. (작품에서 언급되는 말이지만) 사실 좀비던 인형이던 공포 소설의 소재로서는 약간 식상한 소재임에는 사실이다. 워낙 대중적이기도 하거니와 그동안 웃고 있는 삐에로 부터 식칼들고 설쳐대는 처키를 거쳐 근래엔 악령 씌인 에나벨까지 때마다 나름의 귀신들린 인형을 선보이면서 세대를 아울러 우리와 함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상하다고 공포스럽지 않은걸까?...-_- 식상할 정도로 익숙한만큼 우리의 무의식 깊은 곳에 공포의 대명사로 자리잡았기에 여기서 소개되는 3편의 인형괴담은 정말로 오랜만에 날 살떨리게 만들었다. 바로 얼마전 읽었던 좀비 앤솔러지 단편집 [그것들]은 공포스럽다기 보단 끔찍하고 참혹한 느낌이었는데, 이 [지옥 인형]은...그냥 무섭다...ㅠ_ㅠ 물고 뜯고 맛보는 좀비보단 동양인들에겐 역시 심장을 옥죄어오는 심령 오컬트 공포가 더 와닿는것 같기도 한듯....


1. 엄마의 방
유년시절...몸이 유독 허약한 엄마는 오래도록 2층 침실에 누워있는 시간이 많았다. 시간이 지나고...엄마의 기침소리가 잦아지면서 아빠와 의사와 간호사는 2층에서 오래도록 머물렀고 격렬한 기침이 이어지던 어느날밤....한순간의 적막이 오고....궁금증 때문에 2층을 오른 아들은 그곳에서 피를 토한채 절명한 엄마를 목격하게 된다. 깊은 절망에 빠진 아빠가 마음을 추스릴 즈음...검은 옷을 입은 의문의 남성과 함께 아빠는 자신의 키만한 커다란 인형을 2층으로 끌고 올라간다. 그리고 아들에게 절대로 2층에 올라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어느날 아빠가 아들을 이끌고 간곳은 2층 엄마가 누워 있던 침대....아빠는 침대에 누워있는 인형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XX야...엄마야...아직 아프지만 금방 나을 거야..."
[그것들]에서 죽은 아들을 부두교 의식으로 좀비로 되살렸던 첫번째 단편 [부활]이 떠오른다. 공교롭게도 이 단편집의 첫 작품도 인형을 통한 [부활]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랑하는 이를 잃지 않으려는 절박한 마음을 인형에게 쏟아붓는 아빠의 집착과 광기가 공포스럽게 다가오고 이어지는 결말의 반전이 작품을 잘빠진 반전공포호러물로 완성시킨다. 


2. 지옥 인형
호러작가인 '나'는 우연히 지옥 인형에 대한 괴담을 듣게 된다. 저주에 걸린 인형을 본 사람은 예외 없이 모두 죽음을 맞게 된다는것...지옥 인형에 대해 취재하려던 차에 후배 작가 P가 실제로 괴담속 마을을 찾아가 폐가에 봉인되 있던 붉은색 테이프를 찢고 지옥 인형을 꺼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고, 후배 P의 행적을 쫓는다.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나'도 지옥 인형을 보게 되고...그때부터 천장에 목메달린 남성의 환영이 시시때때로 보이게된다. 잠깜동안의 환영이지만 목메달린 남성이 낯설지 않은 '나'는 과거의 기억을 되짚어 보는데....
- 표제작이자 초현실적 인형공포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저주받은 인형과 '나'의 잔혹한 진실이 얽히면서 내가 인형이되고 인형이 내가 된다.....[에나벨]스러운 공포 작품인데, 예상가능한 결말이지만 알면서도 무섭게 만든다....ㅠ_ㅠ 헐헐...지옥으로 가버렷!!  


3. 앙갚음
해방 직후 사회주의와 민주주의 두 이념이 대치되면서 한민족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서슴없이 잔혹한 학살을 감행하던 암흑의 시절...학생운동단 태경은 빨갱이 최선생을 잡기 위해 최선생의 집으로 쳐들어가고, 그곳에서 최선생의 노모와 아내, 하인을 무참하고 잔혹하게 살해한다. 이제 최선생의 두 아들중 둘째를 붙들고 손가락을 잘라 버리던 그때...집안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최선생은 장총으로 태경의 무리와 맞서고...오고가는 총탄 끝에 최선생 일가는 멸절된다. 하지만 시체들을 뒤져도 둘째 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그렇게 세월은 흘러 노년의 태경은 높은 지위의 보수당 국회의원으로 안정된 삶을 산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집으로 의문의 택배가 배달되고....안에는 연형이 들어있는데......
- 한가족의 끔찍한 학살을 가감없이 그대로 서술하는, 고어에 가까운 초반부를 지나 인형을 통한 피의 카니발이 시작된다....단순한 스토리지만 눈돌리고 싶게 만드는 잔혹한 서술이 돋보인다. 제목 그대로 복수의 칼날은 결국 상처만을 남긴다....우리의 비극적이고 아픈 분단의 역사....


4. 트렁크 
회사연수를 위해 한차를 타고 산장을 달리는 다섯 명의 사람들은 짙게 낀 안개속을 달리다 뭔가를 치게된다. 차를 세우고 확인하기 위해 내린 사람들은 자신들이 차로 친것이 검은색 트렁크임을 알고 안도의 한숨을 쉰다. 하지만....저절로 움직이는 트렁크...회사원이 트렁크의 지퍼를 내린 순간....안에서 피투성이로 기어나오는 한 여성은.....
- 분량을 채우기 위해 끼워진 보너스 작품...식상한 공포소재의 양대산맥...인형이 아닌 좀비가 소재인 단편이다. 역시 굉장히 하드보일드하고 호쾌한 액션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좀비 단편집 [그것들]에 끼어있어도 전혀 손색없는 괜찮은 좀비물이었다.


인간 내면의 약한 부분을 날카로운 송곳으로 한없이 후벼파 차츰차츰 죽음으로 내몰아가는...영악한 악마스러운 작품이다. 괴이한 사건들을 잇달아 내놓으며 떡밥을 투척하여 공포를 증폭시키고 그 공포가 최고조에 달했을때 느닷없이 반전의 진실을 풀어버리는....익숙한듯 하지만 압축된 서사도 좋았고 공포에 휩싸인 인물들의 내러티브도 좋았다. 뭣보다 무섭다...워낙 오랜만에 공포호러 작품을 읽은 탓인지 아님 내가 유독 인형공포물에 약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공포호러물에 무감각해졌다고 느꼈었는데, 꽤 오랜만에 느껴보는 무서움이었다. 머...그렇다고 밤에 화장실도 못가고 오줌 질질 쌀정도로 무서웠다는건 아니다...-_-;;; 하긴...중고딩때 봤던 도시괴담집 [공포특급]이후로 그런 공포를 느낀적도 없는것 같다만...어쨌던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공포 단편집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담을 파는 가게 - 아시베 다쿠 연작소설
아시베 다쿠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기담을파는가게 (2018년 초판 2쇄)

저자 - 이사베 다쿠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현대문학

정가 - 12000원

페이지 - 312p


 


기괴하고 괴이한 악몽같은 이야기들


 

헌책방에서 뭔가에 이끌리듯 산 책에서 비롯된 여섯가지 기이하고 괴이한 악몽같은 이야기...녹아서 흐를것 같은 욕나올 정도로 무더운 이 여름에 가장 어울리는 괴담집이 아닌가 싶다. 뭣보다 예전 문고본 크기의 손안에 들어오는 판형에 정말로 헌책방에서 찾아낸 보물과 같은 느낌이 드는 클래식한 표지 덕분에 더욱 기묘한 분위기를 풍긴다.(편집자님 센스 GOOD!!, 표지삽화는 컬트표지의 대명사로 불리는 동서추리문고 신판[문신 살인사건]을 떠올리게 한다...ㄷㄷ) 귀신들린 헌책을 사고 겪게 되는 기이한 이야기...모든 사물에 혼령이 깃든다고 믿는 일본답게 수상쩍은 책방에서 구입한 오래된 고서에는 어떤 오싹한 사연을 가진 괴기스러운 악령이 깃들어 있을지...



1. 제국 수도 뇌병원 입원 안내

책덕후 이자 소설가인 '나'는 오늘도 뭔가에 홀린듯 책방에서 고서 한권을 가져왔다. 이십 페이지 남짓의 이차세계대전 직후의 정신병원 입원 안내서...오래된 빛바랜 사진속에서 낯익은 마른 의사를 보게되고...본가에서 내려온 낡은 앨범을 뒤져보고 그 마른 의사가 자신의 먼 친척뻘되는 사람이란걸 알게된다. 귀신에 홀린듯 안내서의 건물을 디오라마로 복원한 '나'는 모형 병원의 작은 창문에서 누군가를 보게 되는데....

- 오래된 정신병원...환자를 상대로 벌어지는 갖가지 광기 어린 끔찍한 생체실험들...직접적인 묘사없이 오직 분위기 만으로도 불쾌한 상상을 일으키는 작품이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모형집에서 벌어지는 당시의 살인을 목격하는 '나'의 이야기는 '미쓰다 신조'의 [기관]속 자신이 창작한 유령의 집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직접 목격하게 되는 장면과 상당히 닮아있다. 기묘한 공포와 살인사건의 추리가 절묘하게 섞인 단편이었다.


 

2. 기어 오는 그림자

헌책방에서 구매한 추리소설에 기묘하게 끌리는 '나' 작품성이라기 보단 지나치게 그로테스크하고 선정적이며 트릭은 허술하기 그지 없는데, 묘하게 끌린다. 2차 세계대전 전후에 나온 이 작품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 여러 소설가와 편집자에게 문의 하는데...우연히 한 편집자가 문제의 소설속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을 받은적이 있다고 말하는데....

- 역시나 미궁속 소설가를 추적하던 '나'가 결국 미궁의 작가에 홀리게 되는 초현실적 이야기이다. 이 작품도 '미쓰다 신조'의 [작가 시리즈]와 상당히 흡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삼류 추리소설에 씌인 영혼의 정체는.....



3. 여기는 X탐정국 / 괴인 유귀 박사의 권

절판된 몇 십년된 주간 잡지를 구한 '나'는 어릴적 즐겨봤던 '여기는 X 탐정국'만화에 흠뻑 빠진다. 당연히 완결되지 않은 연재작품이라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다음 작품을 구하기 위해 헌책방과 마니악한 사이트를 이잡듯이 뒤지고...마침내 연재분의 마지막으로 보이는 주간지를 구하게 된다. 하지만 작품의 마지막회에서 조차 트릭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그런 '나'를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온 소녀에게 이 만화를 보여주는데....

- 유년시절 내게도 많은 추억을 남긴 월간지들...[둘리]가 연재됐던 보물섬, [날아라 손오공]이 연재됐던 만화왕국...청소년지라는 이름으로 온갖 오컬트 기사들이 들어차 있던 오컬트 입문서 월간지 소년중앙....-_- 그중에서도 소년중앙은 666, 사탄의 정체, 미국에 나타난 마녀 등등 실제 사진들을 곁들인 오컬트 기사들 때문에 한번 보면 밤잠을 설치게 만들 정도로 공포스러운 잡지였다. 그럼에도 중독적으로 찾아 읽게 되던...좌우간...이 작품은 그런 유년시절의 애정하던 만화에 대한 향수가 가득 담겨있다. 역시 초현실적인 결말 역시 애정하던 만화에 대한 사랑이 가득 느껴지는 그런 결말이었다. 뭐랄까...얼마전 방영했던 MBC 드라마 [W (더블유)]와 흡사하달까....



4. 푸른 수염의 성 살인 사건 영화화 관련 철

명작이라 불리는 원작 소설 [푸른 수염의 성 살인 사건]의 영화화 관련 철을 헌책방에서 입수한 '나'는 관련 자료를 보면서 영화의 주연인 미모의 여성 사진에 시선을 빼앗긴다. 이후 우연히 영화 제작소를 업무차 방문하게된 '나'는 그곳에서 사진속 여성과 똑같이 닮은 여성을 발견하게되고....몇 십년의 시간을 초월하는 뱀파이어 같은 여성의 정체에 공포와 동시에 호기심을 갖는데....

- 시공을 초월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기괴함과 초현실이 공존하는 기이한 이야기인데, 결말부분 '이토 준지'의 상어이빨을 가진 [패션모델]이 떠오르는 에피였다. 



5. 시간의 극장 . 전후편

우연히 '나'를 따라오는 스토커를 피하기 위해 들른 헌책방에서 어릴적 지나친 레어 [시간의 극장] 전, 후편을 발견한다. 하지만 헌책방까지 따라온 스토커 때문에 엉겹결에 전편만을 구매하고...책에는 자신의 인생이 차곡차곡 담겨있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후 자신의 앞날이 적혀있을 후편을 구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지만 결국 모두 실패한다. 그러다 우연히 고서 경매 사이트에서 후편이 경매품으로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경매장을 찾는데...경매장엔 후편을 구하기 위해 혈안이 된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고, 경매장엔 책을 차지하기 위해 고성이 오가는데...

- 그래...절판을 구할때 가장 미치는게 짝권이다...ㅠ_ㅠ 이건 뭐....읽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은 작품을 구하자니 도통 눈에 띄지도 않고...몇 만원을 들여서라도 구하고 싶지만 매물마저 없을때의 정신적 피로감...허허...내 경우엔 '올슨 스콧 카드'의 [엔더의 아이들] 상,하 편을 그렇게 힘겹게 구했다..-_- 상편을 먼저 구하고 거의 4~5년은 걸려서 하편을 구한것 같은데..ㅋㅋ 짝권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정말 상상을 초월 하는듯....그나저나 이 작품 역시 환상특급 스러운 환성적이고 기괴한 작품이다. 나의 인생이 실려있는 작품과 스토커의 정체는 놀랍도록 기묘하다.... 



6. 기담을 파는 가게

기담을 파는 가게에서 구형 타자기로 먼가를 치고 있는 주인...과연 헌책방의 미스터리한 주인은 무엇을 쓰고 있는것인가?....

- 앞선 다섯 가지 이야기의 참혹한 진실을 밝히고 마치 '영국에서 시작된 이 편지는.....' 같은 벗어날 수 없는 저주의 굴레를 말하는 대망의 결말의 장이다. 이 결말 또한 '미쓰다 신조'의 미궁초자를 떠올리게 하면서 기괴한 기담으로서 기억에 남을 결말을 짓는다. 

 


무려 40년간 헌책을 모아왔다는 책덕후 장인이 써낸 헌책에 얽힌 기괴한 이야기들이 나의 피부에 와닿는다. 나역시 절판 SF를 찾느라 전국의 헌책방을 찾아가 들쑤셔보기도 했고, 1분 단위로 온라인 헌책방 검색을 돌리며 뜬눈으로 지새우던...한마디로 헌책에 미쳐있던 시절을 겪었기에 책덕후의 광기 어린 집착이 어떤지건지 조금은 알기 때문이다..... -_-;;; 정말로 어떻게던, 훔쳐서라도 갖고 싶은 집착적 소유욕...세월이 흐르고 흘러 여러 소유자의 광기의 집착을 먹고 자란 헌책들이 정말로 사람을 홀리는 마력을 갖게 되는건 아닐까?...이 괴담집을 통해 음습하고 불쾌한 현실과 환상의 경계 그 어딘가를 헤매인 듯한 느낌이다. 잔혹한 묘사나 끔찍한 악령이 등장하는 직접적인 묘사는 배제하고 오로지 분위기로 승부하는 작품이기에 몸서리처지는 공포감 보다는 음습하고 기묘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괴담을 파는 가게가 아닌 기담을 파는 가게라는 책의 제목은 그 기괴함과 기묘함 사이의 모호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던 작품에 절절하게 깔리는 책덕후로서의 헌책방에 대한 에피소드들은 메인 기담과는 별개로 너무나 공감되고 추억을 소환하는 이야기들이라서 너무 좋았다. 언젠가 나도 기담을 파는 가게를 방문하는 날이 오게될런지...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