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크맨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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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크맨 (2018년 초판)

저자 - C. J. 튜더

역자 - 이은선

출판사 - 다산북스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26p



보이는것이 전부가 아니다.



12살 악동들의 핏빛 추억...1986년 에디와 그의 친구들이 숲속에서 발견한 잔혹한 소녀의 조각들...마치 조각난 몸의 조각들을 인도하듯 하얀색 분필로 그려진 방향표시들과 몸뚱아리 옆에 그려진 막대인간 그림...소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범인...초크맨은 누구인가....도륙된 소녀의 머리는 어디에.....졸라맨을 연상케 하는 귀여운 뼉다귀 그림속에 이런 잔혹한 의미가 숨겨져 있다니...놀랍고도 충격적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12살의 시절은 과연 어땠을까?....사실 지나고 나서 되돌아볼때야 추억보정이 되어 아련하게 느껴지겠지만 내가 12살이었던 1990년대 초반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았던것 같다. 한창 개발이 진행중인 시대여서일까...친구들과의 놀이터는 언제나 위험천만한 공사장 공사판이었고 그런곳에서 놀다보면 다쳐도 꽤 크게 다치게 된다. 내 경우엔 공사장 못을 밟아서 못이 발바닥에서 발등으로 관통하는 그로테스크한 사고도 겪어봤었고 아이들과 패싸움을 벌일땐 짱돌과 막대기를 들고 집단으로 싸워 피가 터지기도 했다. 양아치 깡패새끼들은 유난히 많아 으슥한곳에서 튀어나와 삥을 뜯고 개패듯 패던...그런 시기였다. 지금과는 다르게 부모님들은 애들을 내놓고 키웠고, 안전에 대한 의식도 상당히 떨어져 있었고 뭔가 제어를 담당하는 뇌기관이 망가진듯이 충동적인 시대였던것 같다. TV에서는 개구리를 잡으러 산으로 간 소년들이 그대로 실종되어 난리가 나고, 가진자들의 부를 빼앗고 전부 죽여버리겠다며 무차별로 여성들을 감금하고 죽여버리는 지존파 일당이 붙잡혀 난리가 나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안팎으로 꽤 암흑의 시기였다고나 할까...-_-;;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이다. 주인공 에디가 사는 앤더베리도 꽤나 작고 조용한 마을인데 마냥 평화로워 보일것 같은 작은 마을의 이면엔 전혀 예상치 못한 음울하고 참혹한 진실을 감추고 있다. 30년이 지나 마흔 두살의 나이인 에디가 12살 때의 일들을 회상했을때 그때 당시의 기억들은 추억일까? 지우고 싶은 악몽일까?...12살 악동들의 불장난처럼 시작되는 에디의 기억들은 점차 돌이킬 수 없는 참혹한 진실을 향해 브레이크 없이 달려간다....



1986년

12살 에디는 뚱뚱이 개브, 호포, 미키와 홍일점 니키까지 다섯명과 절친한 친구사이다. 어느날 아침 집앞에 친구들 사이의 암호인 분필로 그린 그림을 발견한 에디는 숲으로 급히 가고, 그곳에서 개브와 호포, 미키가 뒤따라 도착한다. 하지만 아무도 암호 그림을 그린 사람이 없음을 깨닫고 의아해 하는데, 에디가 숲속 나무에 그려진 분필 표식을 발견하고 표식을 따라 숲안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나뭇잎들 사이로 보이는 손가락.....하지만 있어야할 몸통은 없고....분필 표식 아래 소녀의 조각난 몸뚱이가 숨은그림 찾기 처럼 숨겨져 있는데......



2016년

알콜 중독에 가까운 알콜 의존증 에디는 독신으로 홀로 살며 학교 선생으로 앤더베리에 계속 살아간다. 어느날 집으로 배달된 편지에 분필과 함께 토막난 소녀의 시체를 본 이후 30년만에 처음 보는 막대기 인간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이후 도시로 떠난 미키가 에디를 찾아와 초크맨의 정체를 알 것 같다고 말한뒤 바로 다음날 시체로 발견되고, 그의 주머니엔 에디가 봤던 분필 낙서가 발견된다. 30년만에 다시 초크맨의 악몽이 시작된 것일까?....



이야기는 에디가 바라보는 1986년 과거와 2016년 현재를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술에 취한듯 불분명한 의식으로 모호하게 진행되는 현실도 뿌옇게 흐리지만, 12살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도 그리 명확하지만은 않다. 그가 아이이기 때문에이기도 하지만 냉혹한 현실을 모르게 숨기려는 어른들의 배려? 혹은 은폐? 덕분에 그가 기억하는 진실은 왜곡되고 일그러져 있는 것이다. 작품을 읽는 독자마저도 12살 에디의 눈으로 사건을 따라가게 만들고 은연중에 진실과 달리 비틀린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드니....연이어 밝혀지는 진실이 더욱 잔인하고 참혹하게 다가온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섣불리 예단하지 말 것....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야 이 말의 의미를 헤아릴 수 있을것이다. (전에도 쓴말 같지만) 아무리 화목하고 보기 좋은 가족이라도 집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그 가족 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개개인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가 매일 보는 평범한 친구가, 이웃집 아저씨가, 선생님이 사실은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그렇게 꽁꽁 숨겨져 있던 마을 사람들의 악의의 정체를 깨닫고 마침내 초크맨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기분나쁜 서늘함이 온몸을 휘감는다....기존의 잔인한 연쇄 살인사건과는 전혀 다른 접근방식이 색다른 작품이다. 인간 내면의 잔혹한 민낯을 드러내는 서스펜스 스릴러...절대로 마음대로 예상하고 단정짓지 말 것...진실은 좀 더 깊숙한 곳에 도사리고 있다. 



악동들의 우정과 살인마의 추적등을 보면 '스티븐 킹'의 [IT]과 비슷한것도 같지만 이 작품은 훨씬 더 암울하다...대망의 반전은 사실 어렵지 않게 예상했는데, 예상했음에도 기분이 이렇게 더러워지는걸 보면 작가의 의도대로 된것인가....머...누구나 남들에게 말하지 못할 비밀 한가지씩은 갖고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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