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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번째 여왕 ㅣ 백 번째 여왕 시리즈 1
에밀리 킹 지음, 윤동준 옮김 / 에이치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백번째여왕 (2018년 초판)
저자 - 에밀리 킹
역자 - 윤동준
출판사 - 에이치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18p
의자왕
삼천궁녀를 떠올리게 만드는 제목...[백번째 여왕]...미모의 소녀가 단검을 뽑아든 이유는 뭘지...백번째가 갖는 숫자의 의미는 뭘지....본격 액션 판타지 로맨스 소설 [백번째 여왕]이다. 고대 수메르 신화에서 영감을 얻어 써낸 작품이라고 하는데, 수메르 신화를 전혀 모르긴 하지만 어쨌던 작품 전반에 흐르는 고대 오리엔트적인 분위기는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여타 좀 더 자주 접했던 북유럽이나 그리스 신화에 비해 신선한 느낌이 들게한다. 탄압에 가까운 막대한 권력의 일인 왕권체제와 가난에 허덕이는 백성들, 그중에서도 가장 낮은 지위로 억압받는 여성들의 세상을 그리는 이 작품은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타라칸드 왕국의 백번째 여왕으로 간택된 소녀 칼리가 자신의 운명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벌어지게 되는 일들을 그려낸다.
소녀들만 살고 있는 수도원에서 남자는 한번도 본 적 없이 매일 격투 연습만 하던 칼리와 자야는 어느날 후원귀족의 방문으로 인하여 수도원 내 격투 토너먼트 개최소식을 듣게 된다. 토너먼트에서 이기면 귀족의 간택을 받아 첩실로 가게 되는것...칼리와 절친 자야는 일부러 격투에서 지고 함께 수도원에 남자고 다짐하지만, 크게 다칠뻔한 자야의 모습을 보고 분기탱천한 칼리는 격투장으로 뛰어들어 자야의 상대였던 소녀를 무릎꿇린다. 그리고 이모습을 지켜본 귀족은 칼리를 간택하고....그 남성이 바로 타라칸드 왕국의 국왕 타렉이란 사실을 알고 칼리는 적잖이 놀란다. 수도원에서 왕국으로 가는 험난한 길을 수호 장군 데븐과 함께 떠나는 동안 칼리와 데븐 사이에 핑크빛 기류가 감돌고...둘은 불가능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_-;;; 우여곡절 끝에 왕국에 도착한 칼리는 타렉의 백번째 여왕이 되기 위해 수십명의 첩들과 피의 데스매치를 벌여야 한다는 말을 듣게되고 절망에 빠지는데......
어디까지가 수메르 신화인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독특한 설정의 작품이다. 거의 여성판 스파르타쿠스라고 불러도 될정도로 여리여리한 여성들이 무시무시한 무기를 들고 서로 숨통을 끊거나 불구가 될때까지 데스매치 토너먼트를 벌인다는 설정에 우리의 히로인 칼리는 어릴적부터 불가사의한 힘을 억누르고 있다가 위기 상황에서 각성하고 폭발시키지 않나...이미 왕의 아내로 간택되었지만 주군을 모시는 무사와 남들의 눈을 피해 비밀 연애를 벌이고, 왕이라는 자는 백명의 아내와 수많은 첩들을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첫사랑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살육을 일삼는 변태 미치광이 폭군으로 그려진다...-_-;;; 기존의 여타 로맨스 판타지의 클리셰들을 그대로 답습하면서도 그 수위는 몇단계씩 올려버리니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의 재미를 충분히 준다고나 할까...-_- 전개가 예상되는 뻔한 이야기인건 분명한데 흥행요소를 모두 쑤셔 담아놔 모든 이의 취향을 맞춰주고 페이지를 술술 넘겨버리는 페이지 터너 작품인건 분명한듯 하다.
머...불평등하고 억압받는 여성들을 대표해 체제를 전복하는 통쾌한 반전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진 몰라도 작품속 귀족들의 성노리개로 전락하고, 무참히 뚜드려 맞는 모습이나, 왕의 눈에 들기 위해 서로 적대시 하고 계략과 암투를 벌이는 여성들의 자극적인 설정들은 꽤나 흥미롭게 다가온다. 알몸 여성의 노예들이 널려있는 지독한 남성우월주의 작품을 써서 페미니스트에게 지탄을 받았던 '존 노르만'의 [지구에서 온 여자]가 떠오를 정도였으니 말이다..-_- 어쨌던...이 작품의 작가는 여성이고 극적대비를 위한 설정이니 그렇다 치고...
딱 [헝거게임] 시리즈류의 판타지 버전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하지만 [헝거게임]의 아류작으로 볼 수 없게 만드는 강렬한 설정과 수메르 신화라는 이국적인 배경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순진했던 평범한 소녀가(사실 평범하진 않지만....) 어떻게 야만의 시대를 문명의 시대로 바꾸고 진정한 왕국의 여왕으로 거듭나게 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이번 1편은 왕국 타라칸드의 왕 타렉의 과거, 칼리의 출생의 비밀, 신의 능력을 받아 초능력을 구사하는 타렉족들과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는 프롤로그격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출간될 두번째 장 [불의 여왕]에서 본격적으로 활약을 펼칠 각성한 칼리의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