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베스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요 네스뵈 지음, 이은선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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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 : 요 네스뵈가 다시 쓰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2018년 초판)
저자 - 요 네스뵈
역자 - 이은선
출판사 - 현대문학
정가 - 18000원
페이지- 727p


권력에 눈이 멀어버린 인간이 그리는 파멸의 시나리오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그 유명한 4대 비극중 한편. [맥베스]가 살아있는 범죄 스릴러의 거장 '요 네스뵈'의 손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호가스 출판사에서 당대 최고의 작가들에게 '셰익스피어'작품들을 작가 자신만의 세계관으로 재해석하여 새롭게 내놓는 프로젝트 일명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의 일환으로 탄생한 이 작품은 시리즈 7번째 작품으로 작가가 호가스의 의뢰를 받고 직접 [맥베스]를 선택했다고 한다. 차가운 북유럽 감성의 냉철하고 날카로운 묘사와 더불어 묵직한 주제의식과 암울한 세계관 속에서 외로운 한마리 늑대같은 야성의 히어로 '해리 홀레'를 주인공으로 매 시리즈마다 전세계 팬들의 열광을 자아내는 범죄스릴러의 제왕 '요 네스뵈'가 작정하고 쓴 범죄 스릴러 [맥베스]를 어찌 기대하지 않을 수 있으랴....레전드와 거장의 만남...그것만으로도 이 작품의 가치는 입증된거나 다름없으리라....


한달에도 십수권의 책을 읽고있지만 워낙 편향된 취향탓에 여태껏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읽어본적은 없다. 하여 중세가 배경인 원작 [맥베스]와 총탄이 오가는 '요 네스뵈'식 [맥베스]라는 시대적 배경의 차이 외에는 원작과 비교를 할 수 없어 뭔가 작품을 100% 즐기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굉장히 아쉬움을 느꼈다. 다만, 원작과 재해석된 작품을 비교하는 맛은 못봤지만 원작의 [맥베스]는 아예 배제시켜버리고 '요 네스뵈'의 신작 범죄스릴러라는 관점으로 즐긴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은거 아닐까...이미 알고있는 [맥베스]의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며 비교하는것도 좋지만, 아예 새로운 독립된 작품으로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접하는 것도 개인적으론 좋았다는 말이다. 그래서 하는말인데...원작의 스토리를 모르는 독자라면 절대로 작품의 첫부분에 실려있는 '작가의 말'은 스킵하길 바란다. 작가로선 당연히 이 책을 선택한 독자들도 원작을 읽었다는 전제하에 쓴 말이겠지만, [맥베스]의 굵직한 스토리들을 정말로 너무나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니....원작을 모르는 독자가 괜히 줄거리 스포당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도시는 끊임없이 내뿜는 공장의 독가스같은 매연으로 찌들고, 사람들은 저마다 치명적 중독성을 자랑하는 마약 칵테일에 찌들어 있다. 부정과 부패에 찌들은 비정한 도시에서 최대 마약상 해카테와의 전쟁을 선포한 경찰청장 덩컨을 도와 경찰특공대 단장 맥베스와 마약수사반장 더프는 오염된 도시를 정화시키기 위해 마약상과 끝나지 않을 전쟁을 치른다. 뒷세계의 실질적 지배자 해카테는 덩컨의 도전이 거슬리고 순진한 맥베스를 이용하여 덩컨을 처단하기 위해 계략을 짜낸다. 불행한 유년시절 자신을 폐인으로 만들었던 마약중독을 이겨내고 강인한 정신의 경찰로 새롭게 태어난 맥베스에게 한가지 아킬레스건이 있었으니...인버네스 카지노의 치명적 메력의 여주인 레이디이다. 해카테는 레이디를 이용하여 연인 맥베스의 권력욕을 자극하도록 부추기고, 그렇게 그릇된 권력에 눈먼 맥베스는 청렴하던 전과는 전혀 다른 인간으로 타락하고 마는데.....
 

마약과 오염에 찌들어 버러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도시의 시민들과 저마다 끔찍한 비극적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뒤틀린 캐릭터들을 통해 한층더 암울하고 어두운 세계관을 선보이면서 정직하고 성실했던 깨끗한 영혼 맥베스가 권력의 탐욕에 물들어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하며 내지르는 비극적 단말마가 부정부패로 찌든 비정한 도시에 가득 퍼지게 한다. 기존 '해리홀레'시리즈에서 보여주던 인간 심연의 선과 악의 대치, 원초적 욕망에 굴복하고 악마로 변하게 되는 과정이 이 작품에서도 적나라하고 몸서리 치도록 잔혹하게 그려진다. [맥베스]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3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로 선했던 맥베스가 권력욕에 사로잡혀 미쳐 날뛰는 악마로 변하는 과정, 두번째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이용하여 학살을 벌이는 맥베스에 대항하여 뭉치는 반란세력의 이야기, 세번째로 경찰청장에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자신을 청장으로 앉혀 꼭두각시로 이용하는 해카테를 처치하기 위해 벌이는 악마들의 두뇌 싸움...이 음모와 비리, 하드보일드한 액션이 숨쉴틈 없이 휘몰아친다. 더불어 해카테의 심복 보너스의 정체가 등장인물중 누구인지 의심케 하는 추리적 요소, 누가봐도 헷갈리게 만드는 행동과 본심의 반대되는 장면들 등등 작가의 특기인 낚시질 신공을 통해 통줄타게 만드는 조련질도 건재하여 끝까지 소소한 반전의 묘미를 선사하며 똥꼬를 힘주게 만든다. 


악인이지만 선함과 악함이 공존하며 끊임없이 자신이 죽인 사람들의 환영에 시달리며 괴로워 하고 평생 받아보지 못한 사랑을 레이디에게 집착적으로 갈구하는 복합적 캐릭터 맥베스의 모습은 올바르게 살고자 하지만 언제나 작은 욕망에도 휘둘리게 되는 우리의 나약한 모습이 극단적으로 투영된 캐릭터이기에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게 만들고, 서서히 파멸에 이르는 모습에 안타까워 하며 감정이입하게 만든다....탄탄한 원작이 바탕이 된 이유도 있겠지만, '요 네스뵈'의 스티일리시한 문장이 어우러지면서 독보적인 개성을 가진 전혀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하였다. 원작을 전혀 모르더라도 독자를 빨아들이는 강한 흡인력을 지닌 작품으로 여타 '요 네스뵈'의 작품들처럼 칠백여 페이지라는 벽돌같은 두께의 볼륨에도 전혀 두께를 인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집중력과 가독성은 이번 작품 [맥베스]에서도 그 빛을 발한다. 한 인간의 성공과 끝없는 파멸의 추락...단순히 재미있다는 말로는 뭔가 부족하다. 거장과 거장의 만남이 가져온 깊이와 카타르시스...그 엄청난 시너지를 두 눈으로  확인하길 바란다.


"내일, 내일 그리고 내일, 하루하루가 진흙 속을 엉금엉금 기어가고 결국 그 시간들이 이룬 업적은 태양을 또다시 죽인 것과 모든 인간을 죽음에 한발짝 다가가게 만든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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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기지여 안녕 - 달기지 알파 3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56
스튜어트 깁스 지음, 이도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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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기지여안녕 (2018년 초판)_청소년 걸작선-56
저자 - 스튜어트 깁스
역자 - 이도영
출판사 - 미래인
정가 - 13000원
페이지 - 327p


달기지 알파 시리즈의 마침표


근미래 달표면에 연구를 위한 임시 거주구를 마련하고, 지구에서 석학 과학자들이 그들의 가족과 함께 생활하게 되고, 그곳에서 13살 소년 대시가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온갖 모험과 위험을 무릎쓰고 해결의 결정적 단서를 마련하며 해결사로 거듭나게되는 우주 소년 추리소설 달기지 알파 시리즈의 세번째 작품이자 마지막 대단원을 장식할 [달기지여 안녕]이 출간되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한 작품이지만 우주에서의 제약 넘치는 생활을 아주 현실적으로 그려내 여타 청소년 대상 SF와는 차별점을 두었었는데, 이번 3편 역시 사실적 근거를 바탕으로 흥미로운 사건을 풀어낸다. 지금 이순간에도 가열차게 진행중인 사설 대우주 프로젝트 '스페이스X'를 총괄하고 있는 '게릿'에게 감수를 맡겼으니 작가가 그리는 달세계 생활의 리얼함은 말할 것도 없으리라.


한번의 살인사건(2041 달기지 살인사건)과 한번의 실종사건(니나 대장 실종사건)을 해결하며 우주 탐정으로 거듭나는 대시는 달기지에서 13살 생일을 맞이한다. 아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마련해주고 싶던 대시의 아빠는 모두가 잠든 새벽 대시를 깨워 기지밖 공간에서 EVA(우주 선외 활동)에서 캐치볼 놀이를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하지만 캐치볼 도중 달기지에서 치명적 사건이 발생하고, 비상상황에서 서둘러 기지로 돌아온 대시와 기지 구성원들은 이상행동을 보이는 지구의 괴짜부호(= 개망나니) 쇼버그가 독극물에 중독되었다는것을 알게된다. 검진을 통해 소량의 청산가리에 중독되었고, 누군가가 쇼버그 살인하려다 미수에 그쳤던것. 이에 니나 대장은 대시를 은밀히 불러내 쇼버그 독극물 중독 사건을 조사 할 것을 명령하는데....


시리즈 마지막 작품인만큼 달기지의 존망이 걸릴 정도로 가장 큰 스케일의 사건이 벌어지며 긴장감을 높여준다. 아무래도 우주안에서 소수의 자원과 소수의 인원으로 자급자족해야 하는 시스템이니 예상치 못한 사소한 사고도 달기지 전 구성원을 죽음의 위험에 처하게 될 위기상황으로 충분히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데, 2016년 케이블 방송 내셔널지오그래픽(일명 NGC)에서 방영했던 6부작 팩추얼 드라마 [마스]가 떠올랐다. 극한의 환경, 한정된 자원, 막대한 자본, 전지구적 기대를 한몸에 안고 화성에 착륙한 크루들은 화성 테라포밍을 위한 첫발을 내딛지만 시뮬레이션 하지 못한 사소한 사고와 제한된 공간에서의 고립감과 향수병으로 정신병에 걸린 구성원으로 말미암아 화성기지 전체를 날려버릴 위기를 맞게 되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마스]와 같은 극한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고 말할 수 있을것 같다. 효율성을 위해 최소한의 개인공간도 없이 모두가 개방된 곳에서 샤워는 커녕 용변조차도 마음대로 처리 할 수 없는 지극히 불편한 생활에 수백, 수천가지의 제약과 끝없는 지루함 속의 달생활은 멀쩡한 사람도 미쳐버리게 만들기에 충분하리라...결국 생존을 위해 안팎으로 끊임없이 싸워야만 하는 것이다. -_-;;;;


어쨌던...1,2편에 이어 이번에도 어김없이 대시의 번뜩이는 재치와 남다른 센스로 미궁에 빠진 독극물 살인미수 사건을 깔끔히 해결하며 우주 탐정 김전일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준다. 또한 마지막이라는듯 그동안 아껴뒀던 EVA를 아낌없이 보여주며 달표면 우주 공간에서의 넘치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머..어디까지나 청소년 대상의 작품이라는 한계가 분명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타 팬가는 대로 손가는 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써낸 말도 안되는 설정이 난무하는 소년 SF보다는 사실적이기에 이 시리즈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럼에도 생사가 오가는 극한의 상황에서 마냥 밝고 명랑한 애들이 분위기 깨고 떠들어대는 익숙한 청소년 소설의 공식은 여기에도 어김없이 나오긴 한다...-_-


앞선 시리즈에 등장했던 초고도 문명의 외계인 '잔'도 이어서 등장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는데, 인간 외에 우주에는 수많은 외계 지성체가 존재하지만 인간이 아직까지 한번도 외계인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한건 고도의 지성체인 외계인이 보기에 인간은 그저 개미에 불과할 만큼 하찮은 존재라 굳이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지 않았다는것...그래...우리가 개미때가 개미굴을 파고 지들끼리 전쟁을 벌이고 죽이고 살리던 누구하나 신경쓰지 않지....뭐...묘하게 이해가 가는것 같기도 하고...지구 아싸설이랄까...ㅎㅎ....언젠간 인싸가 되는 날도 오겠지...-_-


사실적 설정에 마무리도 깔끔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고양시켜줄 청소년 걸작선으로 딱 맞는 SF 작품이었다. 이제 아듀~ 달기지 알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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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의인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2
에드거 월리스 지음, 전행선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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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명의의인 (2018년 초판)_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2
저자 - 에드거 월리스
역자 - 전행선
출판사 - 도서출판양파
정가 - 12800원
페이지 - 217p



1900년 판 미션 임파서블



영미권에서 가장 유명한 괴수 [킹콩]의 각본가로 알려진 '에드거 월리스'의 미스터리 걸작선 시리즈 중 두번째 작품이 출간되었다. '아서 코난 도일'이 활동했던 1900년대 초기에 활동한 클래식 미스터리 작가로 다양한 장르의 수많은 작품을 남긴 다작가로 알려져있다. 1905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정교하고 세밀한 설정 보단 약간 느슨하고 허술한 면이 없지 않지만 1900년대 당시의 클래식한 느낌이 진한 작품으로 고전 클래식 추리 마니아라면 만족할만한 작품이라 생각된다.



외국인 본국 송환법을 국회에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던 영국 하원 레이먼 의원에게 협박장이 도착한다. 자신을 네 명의 의인이라 밝힌 협박장엔 외국인 본국 송환법 통과를 포기하지 않을 시엔 죽음을 맞이하게 될거란 협박성 내용이 담겨있었다. 어줍잖은 협박이라 치부하던 레이먼을 비웃기라도 하는듯 레이먼 의원 주변으로 실질적이고 본격적인 폭탄 테러 협박과 함께 점차 구체적이고 집요해져 가는 협박장에 경시청은 비상이 걸리고, 네 명의 의인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실마리 조차 잡지 못한다. 마침내 국회 법안 통과일이 다가오고...레이먼 의원의 데드라인이 표기된 마지막 협박장이 도착하는데.....네 명의 의인은 수천명의 경찰들의 저지선을 뚫고 레이먼 의원 암살에 성공할 것인가.....



각 분야의 전문가로 이루어져 금전적 이익을 전부 포기하고 오로지 정의를 위해 악인을 처단하는 정의의 자경단 네 명의 의인의 활약상은 마치 1900년 판 [미션 임파서블]을 보는듯한 느낌을 가져다 준다. 국경을 넘어 전세계를 돌며 수 많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잠입하고, 주요인사로 완벽히 변장하는가 하면, 당시의 최신 과학기술로 정확안 표적 암살을 수행하는 정의의 소수정예 요원들의 모습은 최신 안면복사기로 마스크를 쓰고 변장하여 스파이 임무를 수행하는 '톰 크루즈'와 그의 MI6 동료들의 모습과 다를바 없는것 아닌가....극장판 [미션 임파서블]의 전신이 1990년대 TV시리즈 였던것 처럼 이 [네 명의 의인] 역시 TV시리즈물로 1959년에 방영되었다고 하니 묘한 평행이론이 아닐 수 없다.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전세계 악당들을 두고 볼 수 없어 세상을 위해 분연히 위험을 무릎쓰고 직접 처단에 나서는...어찌보면 정의의 안티 히어로들을 보면서 현실속 권력을 거머쥔 미치광이 또라이들을 그저 바라 볼 수 밖에 없는 답답함을 작품을 통해 어느정도 대리만족 시켜주는 약간의 위안은 있었다. 다만 자칭 의인이라 칭하는 이들도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결과주의자들로 타겟 숙청을 위해 하는 짓들이 악당 못지 않으니...-_-;;; 누가 악당이고 누가 정의의 사도인지 헷갈리더라는...게다가 외국인 송환법으로 인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작품에서는 알려주질 않으니...(1900년도 당시 영국과 주변국의 상황을 모르니...왜 외국인 송환법을 그렇게 결사 반대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ㅠ_ㅠ) 오히려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위협에도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꿋꿋하게 의지를 굽히지 않는 레이먼 의원이 오히려 착한편으로 보이게 만드는 혼란을 초래하기도....ㅎㅎㅎ;;;;


좌우간...지금에서 보자면 우습지만 당시 시대로 보자면 깜짝 놀랄만큼 신박하고 예상치 못한 트릭과 동해번쩍 서해번쩍 신출귀몰한 의인들의 활약상은 클래식한 맛과 어우러져 아련한 미스터리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었다. 약간은 허술하지만 어쩐지 미워할 수 없는 아날로그 감성의 고전추리작...[네 명의 의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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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어
그렉 올슨 지음, 공보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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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아이를차로치고말았어 (2018년 초판)

저자 - 그렉 올슨

역자 - 공보경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71p




죄 지은 자에게 돌을 던져라



충격적 제목과 끔찍한 소재의 심리스릴러가 출간되었다. 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어....ㅠ_ㅠ....아직 꼬맹이 두 딸을 키우는 아빠로서 벌써 제목부터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사소한 부주의로 아이가 자동차에 치이는 사고는 정말로 우리 주변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사고 아닌가...이웃집 아이를 치고만 주인공이나 차에 친 아이의 부모나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청천벽력 같은 사고에 멘탈이 가루가 되는 모습이 펼쳐질 것이란건 누구나

예상가능한 일이고, 그걸 지켜보는 나역시 등장인물들의 끔찍한 고통을 그대로 전달받게 될것 같아 우려스러웠다...그리고.....작품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분노와 착잡함을 가져다 줬다.....



고요한 강가의 부촌 벤드시 마을...리즈는 변호사 시험을 치르기 위해 새벽까지 막바지 공부를 하고 곯아 떨어졌다가 시험시간이 임박해서야 가까스로 눈을 뜬다. 첫번째 변호사 시험에 떨어지고 절치부심한 두번째 시험인 만큼 온 신경을 시험에 쏟아부은 리즈는 압박감과 긴장감을 잠재우기 위해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급히 차고의 차에 시동을 건다. 급하게 후진기어를 넣고 악셀을 밟은 순간...


'텅'


불길한 소리와 함께 후미에서 전달되는 작은 충격...고양이를 친것이라 여기고 차에서 내린 리즈는 경악하고 만다. 차에 치인 것은 고양이가 아니라 친하게 지내는 바로 옆집 데이비드, 캐롤 부부의 세 살난 아들 찰리였던 것이다....충격에 공황상태에 빠져버린 리즈는 앞뒤 생각 없이 숨이 멎은 찰리를 안아들고 차고에 있던 방수포로 덮어 차고 안쪽 선반에 방치한체 변호사 시험장으로 차를 돌린다. 운전하면서 수만가지 생각이 리즈를 덮쳐오고....리즈는 고민끝에 남편 오웬에게 사고 소식을 알린다. 다니던 회사의 큰 계약이 걸려있던 오웬은 리즈의 사고를 묻기로 결심하고 리즈와 함께 야밤에 찰리를 외진 벌판 한복판에 유기해 버리는데.....


그런데....


찰리가 사라졌어. 죽은 애가 없어졌다고!!!



아....망할....아무리 놀라고 경황이 없었다지만 리즈의 사고 수습을 지켜보면서 욕지기가 밀려오는건 어쩔 수 없었다...작가의 묘사가 생생한건지, 아니면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이 끔찍한 상황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건지는 모르겠지만 리즈의 어리석은 짓거리를 보고 나서 잠시 책을 덮고 심호흡을 해야 할 정도로 심장이 두근거리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세 살....한국나이로는 네 살의 애들이 얼마나 예측하기 어렵고, 위험에 쉽게 노출되는지 알기에...잠시만 시야에서 사라져도 가슴이 철렁이는지 알기에...감정이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리즈의 어리석은 결정으로 생사의 골든타임은 이미 지나가 버리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는 그녀를 끝까지 옥죄게 될테니 말이다...결국 남의 아이를 차로 치고 은폐하려는 리즈부부가 이웃집 부모와 경찰이 주는 정신적 압박을 느끼면서 서서히 카오스에 빠지게 되는 심리가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인 것이다...



이미 멘탈이 나가버린 리즈에게 아이가 실종된 친엄마 캐롤은 리즈에게 끊임없이 의지하고...차라리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차마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리즈를 보면서 그녀의 어지러운 심리를 따라가며 공분하기도 하고, 모든 진실이 밝혀질 뻔한 위기를 가까스로 빠져나가려는 탈출심리에 공감하기도 하면서 묘하게 줄타기하는 듯한 감정선과 긴장감을 선사한다. 



어찌됐던 죽도록 고통받는 리즈에게 벌판에 유기했던 찰리가 사라지면서 제3자라는 새로운 인물이 개입하고 사건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하지만 결말이 어찌됐던간에 리즈의 멍청한 판단력 상실 덕에 사이 좋던 두 부부는 철저히 가정파탄이 나고, 한 명은 피떡이 되어 평생 소변주머니를 차야하며, 한 명은 목숨까지 잃게 된다....이 무슨 개민폐란 말인가...ㅠ_ㅠ...한순간의 부주의...한순간의 판단미스로 인한 불행의 나비효과는 이렇게 돌이킬 수 없이 거대한 파급효과를 낳는 것이다. 



솔직히 페이지 내내 엄청난 고통을 경험하는 리즈지만...끝까지 그녀에게 동정심 보단 그녀가 저지른 죄에 대한 업보라는 생각이 드는건 그녀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녀가 받은 정신적 데미지만으론 모자르다...-_-...어쨌던 이처럼 예상치 못한 사고를 통해 평범함 속에 감춰져 있던 부부의 비밀들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잠재되있던 갈등은 극에 달하게 된다. 사람은 극한상황에서 그 사람의 진심이 나온다고 하던가...아이를 잃은, 아이를 해친 극한상황 속에서 각자의 더럽고 추한 진심이 거침없이 드러나고...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목도하게 된다.... 



인간의 이기적 내면을 역겨우리만치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차츰 차츰 숨통을 조여오는 압박적 심리를 절묘하게 묘사하는 심리스릴러였다. 픽션이지만 절대 현실에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이야기이면서 자극적 설정으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후진할땐 후방주시를 철저!!! 뺑소니는 죄악중의 죄악이란걸 다시금 환기시키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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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정혜신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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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2018년 초판)
저자 - 정혜신
출판사 - 해냄
정가 - 15800원
페이지 - 315p



사람을 살리는 공감의 힘



15년간 심리치료사로서 최선을 다해 온갖 사람들의 가슴속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며, 치유하는데 온힘을 기울인 작가 '정혜신'님이 15년간 겪은 사례들과 노하우를 집대성한 치유심리학 저서가 출간되었다. 항상 타인과 마주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타인의 말을 얼마나 들어주고 있을까?...그들이 은연중에 외치고 있는 고통의 아우성을 모른척하고 있지는 않을까?...언제나 정점을 찍고 있는 자살율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마음의 질병 공황발작과 공황장애는 이 사회가 내지르는 고통의 단말마가 아닌가 싶다. 직장에서 치이고, 집안에서 치이고 어디에도 오갈곳 없는 이들에게 따듯한 관심과 말한마디는 엄청난 위로와 힘이 되어줄 것이다. 그것이 공감이고 사람을 살리는 커다란 힘을 가진 공감의 힘을 이 책에서는 자세하고 체계적으로 설명해주는데, 딱딱한 심리학도서가 아닌 저자가 직접 경험하고 상담했던 사례들을 바탕으로 누구나 알기 쉽게 풀어준다는게 이 책이 가진 장점인것 같다.



세월호 특별법 서명을 받는곳에서 유족들에게 거친 욕설과 함께 집기를 부수던 한 노인에게 저자는 이렇게 묻는다.
"고향이 어디세요?"
자신이 살던 고향 얘기, 아내와 함께 어렵게 살던 시절이야기를 거쳐 아들과 며느리의 외면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인생을 말하던 노인은 불쑥 이렇게 말했다.
"내가 아까 그 아이 엄마(세월호 유족)들한테 욕한 건 좀 부끄럽지."
사과를 받고자 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노인은 유족들에게 사과를 한다.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고 쓸모없는 노인으로 방안에만 처박혀 있던 그들에게 나라를 위한 애국하는 일이라며 부추기던 기관에서 한껏 고취되 결국 이런 과격한 일까지 하게된 노인의 딱한 처지도 이해가 되고, 무시만 당하던 노인을 이용하는 기관의 파렴치한 일도 열받지만, 바닥에 떨어진 자존감을 안고 인정받기 위해 과격행동을 했던 노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몇마디 공감하는 몇마디 말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만든 '공감'의 힘에 놀라게 된다. 그동안 가스통 할베들을 손가락질 하며 욕하기에 바빴던 나의 행동은 과연 잘한짓이었을까....소외된 노인들이 내지르는 외침인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머....가스통할베들도 캐바케이겠지만...어쨌던 심적으로 방전되고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는 심리적 응급처방이 공감이다. 책에서는 심리적 CPR이라 부르는데, 자존감의 상실...'나'를 잃어가는 사람들에겐 즉각적인 심리적 CPR이 행해져야 한다. 그 심리적CPR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공감인 것이다. 무조건적인 공감이 아닌 타인의 상태에 따라 효과적으로 대처하는법...책에서는 여러 유형에 맞게 공감하는 법을 알려주고있다. 당연하겠지만 어설프게 공감하는건 당사자에겐 더 독이 되리라...책을 통해 배운 몇가지를 적어보자면, 성과에 칭찬하지 말고 성과를 올린 존재를 칭찬하라. 칭찬과 인정이 공감의 핵심이다. 그 사람 자체를 바라보고 인정할때 타인의 두텁던 방어기재를 해체하고 진심을 내보인다. 상처입은 이를 위로하려는 마음이 상대를 환자로 바라보는 태도이다. 과거의 상처를 묻기보다 현재의 감정을 알아주고 공감하는것이 올바르다.



"공감은 다정한 시선으로 사람 마음을 구석구석, 찬찬히 , 환하게 볼 수 있을 때 닿을 수 있는 어떤 상태다."



무조건적인 공감은 서로에게 마이너스이다. 정확한 경계를 설정하고 헌신과 기대를 통한 공감 역시 금물이라는 것이다. 말로만 쓰면 꽤 어려워 보이는데, 책속 사례와 함께 보면 바로 느낌이 온다. 누구나 알고있고, 보기만 하면 알것 같은 이야기인데....사실 실생활에서 올바르게 공감 하는것은 꽤 어려운 일인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체계화된 책으로 한번쯤 읽고 생각하는 것도 좋은것 하다. 타인을 살리고, 나를 살리며, 내 아이들을 올바르게 키우기 위한 공감의 방법이 총망라되있다. 무심코 하게되는 무조건적인 칭찬과 같은 잘못된 공감에 대해 배웠고, 타인을 마음속 깊이 응시하고 그들의 말을 가슴깊이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는것도 배울 수 있었다.


'당신이 옳다'

작은 위로와 관심을 통한 공감이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밑거름이 되리라 믿고 그런 사람이 되고자 노력해야 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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