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베스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요 네스뵈 지음, 이은선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맥베스 : 요 네스뵈가 다시 쓰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2018년 초판)
저자 - 요 네스뵈
역자 - 이은선
출판사 - 현대문학
정가 - 18000원
페이지- 727p


권력에 눈이 멀어버린 인간이 그리는 파멸의 시나리오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그 유명한 4대 비극중 한편. [맥베스]가 살아있는 범죄 스릴러의 거장 '요 네스뵈'의 손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호가스 출판사에서 당대 최고의 작가들에게 '셰익스피어'작품들을 작가 자신만의 세계관으로 재해석하여 새롭게 내놓는 프로젝트 일명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의 일환으로 탄생한 이 작품은 시리즈 7번째 작품으로 작가가 호가스의 의뢰를 받고 직접 [맥베스]를 선택했다고 한다. 차가운 북유럽 감성의 냉철하고 날카로운 묘사와 더불어 묵직한 주제의식과 암울한 세계관 속에서 외로운 한마리 늑대같은 야성의 히어로 '해리 홀레'를 주인공으로 매 시리즈마다 전세계 팬들의 열광을 자아내는 범죄스릴러의 제왕 '요 네스뵈'가 작정하고 쓴 범죄 스릴러 [맥베스]를 어찌 기대하지 않을 수 있으랴....레전드와 거장의 만남...그것만으로도 이 작품의 가치는 입증된거나 다름없으리라....


한달에도 십수권의 책을 읽고있지만 워낙 편향된 취향탓에 여태껏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읽어본적은 없다. 하여 중세가 배경인 원작 [맥베스]와 총탄이 오가는 '요 네스뵈'식 [맥베스]라는 시대적 배경의 차이 외에는 원작과 비교를 할 수 없어 뭔가 작품을 100% 즐기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굉장히 아쉬움을 느꼈다. 다만, 원작과 재해석된 작품을 비교하는 맛은 못봤지만 원작의 [맥베스]는 아예 배제시켜버리고 '요 네스뵈'의 신작 범죄스릴러라는 관점으로 즐긴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은거 아닐까...이미 알고있는 [맥베스]의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며 비교하는것도 좋지만, 아예 새로운 독립된 작품으로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접하는 것도 개인적으론 좋았다는 말이다. 그래서 하는말인데...원작의 스토리를 모르는 독자라면 절대로 작품의 첫부분에 실려있는 '작가의 말'은 스킵하길 바란다. 작가로선 당연히 이 책을 선택한 독자들도 원작을 읽었다는 전제하에 쓴 말이겠지만, [맥베스]의 굵직한 스토리들을 정말로 너무나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니....원작을 모르는 독자가 괜히 줄거리 스포당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도시는 끊임없이 내뿜는 공장의 독가스같은 매연으로 찌들고, 사람들은 저마다 치명적 중독성을 자랑하는 마약 칵테일에 찌들어 있다. 부정과 부패에 찌들은 비정한 도시에서 최대 마약상 해카테와의 전쟁을 선포한 경찰청장 덩컨을 도와 경찰특공대 단장 맥베스와 마약수사반장 더프는 오염된 도시를 정화시키기 위해 마약상과 끝나지 않을 전쟁을 치른다. 뒷세계의 실질적 지배자 해카테는 덩컨의 도전이 거슬리고 순진한 맥베스를 이용하여 덩컨을 처단하기 위해 계략을 짜낸다. 불행한 유년시절 자신을 폐인으로 만들었던 마약중독을 이겨내고 강인한 정신의 경찰로 새롭게 태어난 맥베스에게 한가지 아킬레스건이 있었으니...인버네스 카지노의 치명적 메력의 여주인 레이디이다. 해카테는 레이디를 이용하여 연인 맥베스의 권력욕을 자극하도록 부추기고, 그렇게 그릇된 권력에 눈먼 맥베스는 청렴하던 전과는 전혀 다른 인간으로 타락하고 마는데.....
 

마약과 오염에 찌들어 버러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도시의 시민들과 저마다 끔찍한 비극적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뒤틀린 캐릭터들을 통해 한층더 암울하고 어두운 세계관을 선보이면서 정직하고 성실했던 깨끗한 영혼 맥베스가 권력의 탐욕에 물들어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하며 내지르는 비극적 단말마가 부정부패로 찌든 비정한 도시에 가득 퍼지게 한다. 기존 '해리홀레'시리즈에서 보여주던 인간 심연의 선과 악의 대치, 원초적 욕망에 굴복하고 악마로 변하게 되는 과정이 이 작품에서도 적나라하고 몸서리 치도록 잔혹하게 그려진다. [맥베스]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3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로 선했던 맥베스가 권력욕에 사로잡혀 미쳐 날뛰는 악마로 변하는 과정, 두번째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이용하여 학살을 벌이는 맥베스에 대항하여 뭉치는 반란세력의 이야기, 세번째로 경찰청장에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자신을 청장으로 앉혀 꼭두각시로 이용하는 해카테를 처치하기 위해 벌이는 악마들의 두뇌 싸움...이 음모와 비리, 하드보일드한 액션이 숨쉴틈 없이 휘몰아친다. 더불어 해카테의 심복 보너스의 정체가 등장인물중 누구인지 의심케 하는 추리적 요소, 누가봐도 헷갈리게 만드는 행동과 본심의 반대되는 장면들 등등 작가의 특기인 낚시질 신공을 통해 통줄타게 만드는 조련질도 건재하여 끝까지 소소한 반전의 묘미를 선사하며 똥꼬를 힘주게 만든다. 


악인이지만 선함과 악함이 공존하며 끊임없이 자신이 죽인 사람들의 환영에 시달리며 괴로워 하고 평생 받아보지 못한 사랑을 레이디에게 집착적으로 갈구하는 복합적 캐릭터 맥베스의 모습은 올바르게 살고자 하지만 언제나 작은 욕망에도 휘둘리게 되는 우리의 나약한 모습이 극단적으로 투영된 캐릭터이기에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게 만들고, 서서히 파멸에 이르는 모습에 안타까워 하며 감정이입하게 만든다....탄탄한 원작이 바탕이 된 이유도 있겠지만, '요 네스뵈'의 스티일리시한 문장이 어우러지면서 독보적인 개성을 가진 전혀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하였다. 원작을 전혀 모르더라도 독자를 빨아들이는 강한 흡인력을 지닌 작품으로 여타 '요 네스뵈'의 작품들처럼 칠백여 페이지라는 벽돌같은 두께의 볼륨에도 전혀 두께를 인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집중력과 가독성은 이번 작품 [맥베스]에서도 그 빛을 발한다. 한 인간의 성공과 끝없는 파멸의 추락...단순히 재미있다는 말로는 뭔가 부족하다. 거장과 거장의 만남이 가져온 깊이와 카타르시스...그 엄청난 시너지를 두 눈으로  확인하길 바란다.


"내일, 내일 그리고 내일, 하루하루가 진흙 속을 엉금엉금 기어가고 결국 그 시간들이 이룬 업적은 태양을 또다시 죽인 것과 모든 인간을 죽음에 한발짝 다가가게 만든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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