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파단자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기억파단자 (2018년 초판)
저자 - 고바야시 야스미
역자 - 주자덕
출판사 - 아프로스미디어
정가 - 14000원
페이지 - 424p



단기기억 상실증 VS 기억조작 능력자



단기기억 상실증을 앓고 있는 정의의 히어로와 기억조작 능력을 갖고 있는 잔혹한 살인마의 대결....과연 승자는 누구일까?....



2018년 최고의 역주행 소설 [앨리스 죽이기]로 기괴하고 독창적인 세계를 선보였던 작가 '고바야시 야스미'의 또다른 걸작 SF 심리스릴러가 장르소설 전문 1인 출판사 '아프로스미디어'에서 국내 첫출간되었다. 사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18년 2월에 읽었던 부부 서평배틀 [책 읽다 이혼할 뻔]에서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부부중 남편 '엔조 도'가 읽고 소개했던 [기억 파단자]의 몇줄 안되는 소개글 만으로도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미칠듯이 샘솟았고 어딘가 용자출판사에서 이 작품좀 출간해 달라고 서평에 넋두리를 남겼었는데...ㅎㅎㅎ 알고보니 이 서평을 남길 당시엔 이미 '아프로스미디어'에서 출간 계약을 마친 상태였다고 하니 역시 용자출판사 아닌가...



어쨌던...그렇게 기다리고 기대하던 작품이 정식 출간됐고 비로서 내 손안에 들어와 내 눈의 시각세포를 통해 활자가 뇌에 입력되는 순간...미칠듯한 흡인력과 강렬함에 완전히 중독되버렸다. 기억이 유지되는 시간 불과 수십분...기억이 리셋되고 매순간 정신을 차릴때마다 지난 기억을 잃고 노트의 메모에 자신의 모든 삶을 의지해야 하는 니키치의 낯설고 막연한 감정선이 작품 내내 강한 긴장의 끈으로 팽팽하게 당겨지고, 마침내 소시오패스 살인마 키라와 마주하는 순간! 긴장의 끈은 팽팽하다 못해 끊어지기 직전의 가느다란 떨림의 순간이 슬로우모션으로 보이듯 전신의 모든 감각이 폭발하는 극도의 카타르시스를 경험케 한다.



[니키치]
친구의 싸움을 말리던 도중 상대방의 쇠파이프가 머리에 강타된 니키치는 그대로 블랙아웃에 빠진다. 정신을 차린 니키치는 자신이 병원이 아닌 어느 카페에 앉아 있다는것을 깨닫고...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손때묻은 노트엔 무언가 빽빽하게 메모 되어있다...첫페이지를 펴보니
경고!
1. 나의 기억은 수십 분 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남아있는 기억은 사고를 당하기 전의 일들 뿐이다.
2. 병명은 전향성 기억 상실 증.
3. 생각 난 것은 모두 이 노트에 적을 것.

4. 나는 지금 살인마와 싸우고 있다.
'살인마와 싸우고 있다?...이게 무슨 의미지?...'
카페에서 자신의 것으로 보이는 메모에 집중하던 니키치는 한 남성이 급하게 들어오는것을 보는데.....

 


[키라]
어릴적 부터 나의 거짓말은 단 한번도 걸린적 없이 모두가 믿어줬다. 그렇게 커가면서 나의 능력을 인지하게 되었고, 지금은 신에게 받은 이 능력으로 내키는대로 타인의 기억을 조작하여 조정한다. 내 말은 곧 그들의 법이고 모두는 나의 노예이다. 이런 기억 조작엔 몇가지 법칙이 존재한다.
1. 기적 조작을 위해선 꼭 신체 접촉이 수반되어야 한다.
2. 신체 접촉과 함께 조작될 기억은 나의 입을 통해 귀로 들어야 한다.
3. 복잡한 기억 조작이 반복될 경우 상대는 정신이 붕괴되 더이상 조정할 수 없다.

키라의 비위를 거슬린 남자를 선로에 떨어트려 죽이려다 실패한 키라는 그길로 도망쳐 카페로 숨어들고...카페엔 마스터와 한 커플, 그리고 노트에 집중하고 있는 한 남자가 있는데....



단기기억 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이 살인마를 찾아 해멘다는 설정에서 누구나 '크리스토퍼 놀란'의 걸작 영화 [메멘토]를 떠올렸을 것이다. 책의 띠지에 이미 [메멘토]와 함께 '고수', '강동원'이 초능력 대결을 벌였던 [초능력자], '설경구'의 [살인자의 기억법]까지 언급되 있으니 이 작품을 통해 언급된 영화들을 손쉽게 떠올릴 수 있다는건 말할 필요도 없을듯 하고, 솔직히 언급된 영화를 비롯해 이 작품이 가장 높은 만족감을 선사한다고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을것 같다. 어쨌던...작품을 읽으며 어느샌가 띠지의 문구 [초능력자]가 무의식중에 뇌에 각인되어 정의감에 불타는 니키치는 '고수'로, 오만한 자존감 높은 살인마 키라는 '강동원'의 이미지로 바뀌어 영화를 보는듯한 기분이 들게 하니 이것은 '아프로스미디어' 사장님의 암시를 통한 기억 조작인가?!!...ㅎㅎ 특히 키라는 작가가 [초능력자]를 보고 만든 캐릭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영화속 '강동원'의 캐릭터와 거의 100%대 싱크로를 자랑하는듯 했다.



웰컴 투 더 고바야시 야스미 월드!

 


이 작품에서는 작가의 잔혹동화 [앨리스 죽이기]에서 보았던 독특한 요소들이 눈에 띄면서 [기억 파단자]와 [앨리스 죽이기]간 묘한 평행이론을 보여준다. 기억 조작자 키라가 상대를 농락하기 위해 상대의 기억과 정반대되는 가짜기억을 주입하고, 그로인해 기존기억과 조작기억이 충돌하여 멘탈 붕괴에 빠져 의미없이 주고받는 짧은 대화들은 [앨리스 죽이기]속 말꼬리 잡고 늘어지는 언어유희적 대화를 떠올리게 한다. 더불어 키라의 어린아이가 곤충을 짓눌러 터트려 죽이듯 해맑은 순수한 악의에서 비롯된 잔혹행위는 [앨리스 죽이기]속 거부감 없이 상대를 잔혹하게 난도질하는 동화속 캐릭터들의 모습과 묘한 동질감을 준다. 작품은 다르지만 어느 작품이던 '고바야시 야스미'월드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니키치의 낯설고 생소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독자들도 점층적으로 니키치의 단기기억 상실에 동화되고 그렇게 니키치의 노트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작품 전반에 걸쳐 견고하게 쌓아놓은 이 '노트=기억'이라는 공식은 혼란의 극정점인 결말부에서 기억의 기록 즉 메모가 갖는 헛점을 교묘히 파고들어 엄청난 반전의 한방으로 작용하는데, 이 반전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워낙 강렬하여 잠시나마 주인공의 행복을 꿈꾸게 하지만...'잊지마..이거.....이야미스야....훗~' 라고 작가가 귓가에 속삭이듯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한줄의 문장...그리고 이어지는 삽화 한장은 불쾌하고 더러운 기분으로 온몸을 휘감는 이야미스의 진수를 맛보여 준다...ㅠ_ㅠ



실로 쌈빡하게 매력적인 작품이다. 단독으로 나와도 무리없을 정도의 매력적인 캐릭터 니키치와 키라가 벌이는 고난도 두뇌 싸움과 생생하고 섬세한 심리묘사, 급변하는 상황변화로 독자를 쥐락펴락 조련질 하는 작가의 능수능란한 연출은 단연코 2018년 하반기 최고의 서스펜스 스릴러 작품으로 손꼽을만 하다. 경계없는 상상력, 독특한 세계관, 위트 넘치는 블랙코미디, 인간 심연에 깔려있는 잔혹한 본성....이 모두를 아우르는 걸작이랄까... 장르문학 마니아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작가 아닌가...이 작품을 계기로 재야에 은둔중인 '고바야시 야스미'월드의 또다른 작품들이 발굴되었으면 좋겠다. 작품을 출간해준 아프로스미디어의 탁월한 안목에 박수를 보내며 많은 이들이 페이지를 연순간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시공을 초월하는 엄청난 경험을 직접 체험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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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손톱과 밤
마치다 나오코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고양이손톱과밤 (2018년 초판)
저자 - 마치다 나오코
역자 - 장선정
출판사 - 비채
정가 - 9800원
페이지 - 40p


손톱 달이 뜨는 밤....냐옹이들은 집밖으로.....



귀엽다기 보단 뭔가 야비하기까지 보이는 손바닥을 핥는 야옹이가 나를 지긋이 내려다 보고 있다...;;;;;

뭔...뭔가 위험해보여.....

고양이와....손톱과.....밤.....

무슨 의미지?!!!!!

묘하게 위험하고...묘하게 야릇하다...!!




띵동~ 




택배왔다~


택배종이를 뜯고 나를 내려보는 건방진 야옹이에 한번 놀라고....
두두두두....등뒤로 득달같이 달려오는......
딸래미들의 힘찬 발소리에 또 한번 놀란다.

내겐 건방져 보이는 야옹이지만 
아이들에겐 끌어 당기는 마력의 눈빛으로 작용하는걸까?... 

나 역시 처음 넘기는 페이지에 내용도 전혀 모르지만....
딸래미들을 양쪽에 앉히고 아이들과 함께 한 페이지씩 넘기며 얼마 안되는 글자를 읽어준다.
편.....편하다...정말 글자가 얼마 안되자나!!! moon_and_james-2

하지만 페이지 마다 꽉차있는 수십마리의 야옹이를 천천히 지켜 볼 수 있도록 
오래도록 쉼표를 주고 페이지를 넘긴다.

 
오로지 예민한 느낌만으로 그날이 왔음을 직감한 야옹이들은
집사가 잠든 오밤중에 몰래 집을 빠져나온다. 
동네에 사는 모든 야옹이가 모이는 그날밤...
그날은 영역다툼, 먹이경쟁, 예쁜 암컷을 두고 싸우는 분쟁은 모두 잊고...
하나되어 두발을 모으고 일어서서 하늘을 바라본다.


고양이만 알고 있는 고양이 손톱의 밤 이야기.....





책 가득 꽃처럼 수놓인 형형색색의 야옹이들이 가득차 있는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다 읽어주니 바로 또 다시 읽어달라고 졸라대는 딸아이들 처럼 야옹이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만드는 작가의 기묘하고 아름다운 그림들은 건방진 야옹이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며 신비로운 빛을 발한다. 현직 야옹이 집사로 재직중인 작가가 담은 정밀하고 세밀한 야옹이 그림만으로도 야옹이에 대한 진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전국의 애묘인들을 위한 판타지...9개의 목숨을 가진 신묘한 능력을 가진 야옹이의 매력속으로...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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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사 루시퍼에게
정진향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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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천사루시퍼에게 (2018년 초판)

저자 - 정진향

출판사 - 아르테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27p



천사와 인간의 기묘하고 아찔한 사랑



천상의 천사들을 지휘하던 우두머리 루시퍼는 타락하여 지옥을 쫓겨나고 지옥에서 방황의 삶을 보낸다. 그런 그에게 단 한번의 기회가 주어지니....인간계에서 그들과 같은 인간으로 천명의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면 타락의 죄를 방면하고 다시 천상의 천사로 복귀하는 것이다. 심리상담가 루시퍼로 활동하며 어느덧 그가 치유한 인간은 999명...단 한명의 인간을 더 구원하면 인간의 육신을 벗어나 천상으로 복귀하게 되지만....어째서인지 바라던 천번째 구원을 망설이는 루시퍼...그를 인간계로 계속 붙들고 있는 한 사람...그녀...고려 때문이다. 



독특한 설정의 러브 판타지 작품이 출간되었다. 제 4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수상작으로 단행본으로 출간된 이 작품은 타락한 천사가 인간의 몸에 갖혀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치유하고, 그 과정에서 인간 여성과 사랑에 빠지며 갈팡질팡하게 되는 심리 카운슬러 러브 스토리이다. 낯선 인간계에 떨어져 사람들의 아픔을 치료하지만 정작 자신은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아싸로 고독하게 살아가고 있는 루시퍼....고아로 의지할곳 없이 자신의 힘으로 힘겨운 삶을 헤쳐나가지만...아직 세상에 마음을 열어 놓기 서투른 그녀...고려...동네 슈퍼에서 카운터 알바를 하던 고려와 김치찌개에 넣을 참치를 구입하기 위해 슈퍼를 찾은 루시퍼가 우연히 만나면서 서로의 미스터리하면서도 어딘가 결여된 모습에서 기묘한 호감을 느끼고...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빈곳을 메우면서 사랑의 감정을 향해 한발짝씩 다가서게 된다.  



우연히 예비남편 지만의 짐을 정리하던중 한권의 일기장을 발견한 현정...호기심에 일기장을 편 현정은 일기를 쓴 주인이 고려라는 여성이란 것을 알게 된다. 지만의 옛여인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지 못한것이라 생각한 현정은 일기를 정독하며 고려와 남친 지만의 관계를 유추하려 한다. 심리상담가 루시퍼의 집에서 알바로 일하던 고려가 루시퍼와 의뢰인들과 겪은 일들이 빼곡히 적혀있는 일기장에 드디어 남친 지만이 등장하고...분노에 사로잡힌 현정은 회사에 있는 지만에게 전화를 거는데.....



작품은 이렇게 현정이 몰래 보는 일기장속의 일들이 전개되면서 고려, 루시퍼, 현정, 지만의 엇갈린 관계에 대해 미스터리한 요소를 독자에게 던지면서, 그와 함께 각 에피소드 형식으로 의뢰인들의 개인적 상처들을 루시퍼가 천사의 능력으로 치유하는 심리 카운슬러 요소를 믹스하고, 여기에 루시퍼와 고려의 은은한 사랑이야기를 슬며시 얹어 놓는다. 이렇게 여러 요소들이 섞이면서 다채로운 장르들의 이야기를 보는 재미를 주지만, 약간은 산만스러워 보이는 요소로 작용한것 같기도 하다. 



의뢰인들의 심적고민을 각기 다른 심장의 모양으로 아픔의 원인을 간파해 내는 루시퍼의 능력을 보면서 '야마모토 히데오'의 오컬트 만화 [호문쿨루스]가 떠올랐다. 외과적 시술로 6번째 감각...심안을 깨우고 그 능력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각 인간의 내적 성향이 기괴한 이미지로 시각화 되던 장면과 작품속 마음의 상처가 시각화 된다는 설정이 상당히 흡사했기 때문이다. 각 의뢰인들의 사정에 따른 상처들을 루시퍼가 상담 후 마법의 의식 '키스'로 치유해 버리는데, 기껏 케이스에 맞는 방식으로 분석 해놓고 일관되게 '키스' 한방으로 뚝딱 마무리 짓다니...-_-  개인적으론 의뢰인의 사정에 맞는 맞춤 처방으로 치유 했다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어쨌던 나사 하나 빠진것 같은 어설프고 순수한 사람들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와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뒷 이야기를 예상하기 힘들게 꼬여만가는 등장인물간의 관계들, 천사와 악마 그리고 마법 같은 판타지적 장치들은 환상적인 미스터리 로맨스물로 충분히 즐길만한 재미를 선사한다. 아직 신인 작가인 만큼 일부 매끄럽지 못한 부분은 보이나 매력적인 설정의 흥미로운 작품이란건 분명한듯 하다. 작가의 차기작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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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 소설가가 되는 길, 소설가로 사는 길
박상우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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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 소설가가 되는 길, 소설가로 사는 길 (2018년 개정판 1쇄)

저자 - 박상우

출판사 - 해냄

정가 - 16000원

페이지 - 354p



소설가가 되고 싶은 자 이책을 읽어라



등단 후 30년, 18년간 소설 창작 커뮤니티 '소행성 B612'를 통해 소설가 지망생들이게 소설 창작법을 가르치면서 70명의 등단작가를 배출한 소설가 박상우 작가님의 소설가가 되는 노하우를 집대성한 작품이 9년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재간되었다. 소위 배고픈 직업이라 불리며 결혼 기피대상 직업군으로 뽑히기도 했고, 뼈를 깎는 창작의 고통과 인내를 통해 한편 한편 작품을 배출하는 고뇌의 직업...바로 소설가이다.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길이지만 자신에게 녹아있는 인생을 문장으로 표현하고 이야기하는 어찌보면 나의 속 이야기를 다른 이들에게 널리 알리는 직업이기에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나도 한때 소시적 꼬꼬마 중2병에 걸렸을땐 학급에 소설쓰기 열풍이 불었었고, 그 열풍에 나도 참전하여 추리 소설한번 써보겠다고 연습장을 채우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단 두페이지를 채우기도 힘들 뿐더러 그럴듯한 트릭을 구상했지만 써내려 갈수록 졸작 of 졸작이 되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 나이에도 '아....소설가는 정말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라고 탄식하기도 했더랬다. 세월이 지나 지금 생각해봐도...소설가는 어느정도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나 할 수 없기에 가치있게 보이는것도 사실인듯하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기본으로 깔리고 거기에 이 책으로 소설의 기본기를 채운뒤 끊임없는 쓰기와 퇴고가 병행되어야 소설가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좌우간...나 역시 하루가 멀다하고 소설은 아니지만 서평을 써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을 통해 소설가에 대해, 작법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 수 있어 좋았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소설가로 산다는 것

2부. 소설 창작에 대하여

3부. 소설가를 넘어, 문학을 넘어



1부에서는 소설가에 대한 개념적 의미와 함께 등단전과 후의 생활 변화, 등단을 하기 위한 마음가짐과 준비 등 소설가가 되기 위한 준비과정이 설명된다. 2부는 본격적인 소설 창작에 대한 설명으로 어떻게 읽어야 내개 필요한 요소를 취할 수 있는지, 줄거리 짜기, 인칭, 시점의 결정 등 어떻게 써야 하는지 등 자세한 예시를 들어가며 본격적인 소설 쓰기에 대해 설명한다. 3부에서는 등단 이후 소설가로서의 마음가짐에 대해 말하면서 문학가로 남는 법에 대해 말하면서 진정한 소설가로 거듭나는 길을 제시한다. 



기존에 나온 추리, 판타지 소설등의 작법서를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이 작품은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작법에 관한 기술보다는 작가에 대한 현실적 개념과 같은 무형의 요소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는것 같다. 문학을 창작하는 소설가로서의 마음가짐과 나아가 계속 소설가로 살아가는 방법을 안내하는 작품이랄까...소설가로서 자신의 30년 경력에서 직접 경험하고 느낀점들을 조언하고, 그로써 소설가로 정신무장 시켜주는 실전 지침서인 것이다. 머...수없이 강조하는 것은 많이 읽고 많이 쓰라는 것, 다양한 장르의 문학을 접하고 꾸준히 공부하여 자신의 것으로 습득하라고 조언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인고의 과정인 만큼 열린 마음으로 흡수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책을 읽으면서 평소 잘 모르고 애매하던 개념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스토리와 플롯의 차이, 서술과 묘사의 차이 등 평소 많이 사용하면서도 그 뜻을 정확히 구분하지 못했던 개념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작법에 대한 실질적 개념을 알려주고 소설가로 정신무장을 시켜주는 책이다. 평소 한번쯤 소설가를 꿈꾸던 사람들, 문예 창작과를 전공하는 예비 문학도라면 꼭 일독해야 하는 책이라 생각된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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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아 우주인
야로슬라프 칼파르시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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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아우주인 (2018년 초판)

저자 - 야로슬라프 칼파르시

역자 - 남명성

출판사 - RHK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07p



내 불행한 삶을 탈출할 유일한 방법은 우주영웅이 되는것



막막한 우주공간...단 한명의 승무원에 맞춰 최소한의 공간만 할당된 좁디 좁은 우주선...수개월이 소요되는 단독 비행....미지의 물질로 이루어진 성간구름 '초프라'를 탐사하기 위해 자원한 야쿠프....그리고 고독과 죽음의 공포와 맞서 싸우는 그에게 나타난 미지의 존재....


"내가 어쩌다 이 빌어먹을 우주선에 타게 된 거지?"


처음 이 작품의 출간 소식을 듣고, 떠돌이 조종사가 연상되는 제목 [보헤미아 우주인]과 생명줄 하나로 우주를 유영하는 우주비행사가 그려진 표지에 출판사에서 공개한 간략한 플롯만을 보고, 화성에 홀로 남겨진 좆된 상황(책에 쓰여진 표현 그대로를 옮긴것)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극한의 상황을 조크와 풍자로 유쾌하게 승화해낸 걸작 SF [마션]을 떠올렸더랬다. 하여 이 작품 역시 [마션]에 이어 광대한 우주공간에서 생존을 위해 개고생 하는 우주비행사의 고생담이 코믹하게 그려질거라 예상하고 책을 펴들었지만.....이내 내 예상이 엄청나게 빗나갔다는걸 깨닫게 되었다.-_-;;;



그래...[마션]이나 이 작품이나 우주 속에서 고독과 생존과 싸우는 고생담을 그린 작품이란 공통점은 일치한다. 하지만 작품 전반을 아우르는 분위기는 천양지차였다. 코믹한 위트와 블랙코미디, 풍자가 어우러진 하드SF 였던 [마션]이 달달한 카라멜 마끼아또라면...이 작품 [보헤미아 우주인]은 샷추가한 쓰디쓴 블랙커피랄까...한없이 암울하고 무거운 분위기에 SF의 탈을 쓴 철학과 사회비평, 한 인간의 인생을 진지하게 고찰하고 트라우마를 극복해가는 자아성찰이 담긴 순문학에 가까운 작품이었다. 하긴...내 멋대로 [마션]의 분위기일거라 지레짐작 했으니 할말은 없지만, 나 말고도 [마션]을 떠올린 사람들은 분명 있을거다...



공산 독재체제시절 체코, 유년시절 야쿠프의 부모는 케이블카 관광중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하여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손에 맡겨진 야쿠프에게 또다른 시련이 찾아오니...체코에 독재를 타파하고 민주화의 물결이 이는 벨벳혁명 운동이 확산되고, 한 사내가 야쿠프의 가족 앞에 나타난다. 야쿠프의 아빠에게 무자비한 고문을 당하고 인생을 망쳤다는 사내는 아빠를 대신해 야쿠프의 가족에게 대신 죄를 묻겠다고 선언하고, 살던 집을 빼앗고 마을 사람들에게 야쿠프의 아빠가 잔인한 고문관이었단 사실을 흘린다. 이후 집에서 도망치듯 쫓겨나고, 경제난에 시달리고, 마을 사라들에겐 따돌림과 비난을 받게된다. 살던 고향에서 야반도주를 한 야쿠프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학에 입학해 천체물리학을 전공하고 우주비행사가 되기위해 노력하는 한편, 사랑하는 여성 렌카를 만나 결혼하게 된다. 그리고...목숨을 잃을지도 

모를 위험천만 '초프라'성운 조사 임무에 자원하는데......



작품은 1부, 2부로 나뉘고 1부에서는 야쿠프가 '초프라'를 향해...금성을 향해 비행하며 겪게되는 여러 위험천만한 에피소드와 함께 비행중 만나게되는 미지의 존재와의 일들이 벌어지는 '현재' 부분과 부모를 잃고 사람들에게 학대 받으며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던 유년시절 부터 아내 렌카를 만나기까지의 '과거'부분이 교차되며 전개된다. 이후 2부에서는 '초프라' 탐사 이후 야쿠프가 겪는 일들이 전개되는 구성이다. 결국 공산주의의 개였던 아빠로 말미암아 불행한 인생을 살며 움츠리고 어두운 인생을 살았던 야쿠프가 위험천만 탐사 프로젝트에 자원하여 지긋지긋한 자신의 족쇄를 벗어던지고 우주로 탈출하는 한편 멸시하고 비난하던 사람들에게 우주영웅으로 거듭나기 위한 최후의 방편이었던 것이다.



목숨걸고 고독하고 단절된 우주공간으로 나갈 수 밖에 없었던 비극적 과거가 파노라마 처럼 흘러가고, 소외시 했던 아내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비로소 깨닫지만......육신은 막막한 우주 한복판...통신만으로 연락하던 아내는 돌연 실종되버리고, 탐사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아간다. 마을의 외면을 받고 고립되 버린 과거의 생활과 우주선에 처박혀 고립되버린 현재의 상황이 묘하게 겹치면서 극도의 불안감과 고독감을 증가시킨다. 거기에 야쿠프의 청신착란이 빚어낸 또다른 자아의 출현인지 실제인지 모를 미지의 외계 존재가 등장 하면서 야쿠프의 불안정한 심리는 정점을 찍는다. 과연....야쿠프는 무사히 지구로 귀환하고 아내 렌카와 재회 할 수 있을까.....부모의 죄악으로 상처받은 인간이 트라우마를 떨쳐내고 제대로 살아보고자 고군분투하는 한 인간의 자아성찰기가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던 어지러웠던 체코의 역사와 미지의 우주공간 속에 담겨있다. 



쉬이 페이지가 넘어가는 가벼운 작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한 인간의 인생을 중심으로 철학적으로 그리는 우주SF가 있었던가?...작품에 담긴 무게와 깊이가 와닿는다. 그렇게 개고생하고 맘고생 했으면...우주 영웅으로 좀 편하게 살았으면 좋았으련만....크흑....ㅠ_ㅠ....참..빌어먹게 운없는 남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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