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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아 우주인
야로슬라프 칼파르시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보헤미아우주인 (2018년 초판)
저자 - 야로슬라프 칼파르시
역자 - 남명성
출판사 - RHK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07p
내 불행한 삶을 탈출할 유일한 방법은 우주영웅이 되는것
막막한 우주공간...단 한명의 승무원에 맞춰 최소한의 공간만 할당된 좁디 좁은 우주선...수개월이 소요되는 단독 비행....미지의 물질로 이루어진 성간구름 '초프라'를 탐사하기 위해 자원한 야쿠프....그리고 고독과 죽음의 공포와 맞서 싸우는 그에게 나타난 미지의 존재....
"내가 어쩌다 이 빌어먹을 우주선에 타게 된 거지?"
처음 이 작품의 출간 소식을 듣고, 떠돌이 조종사가 연상되는 제목 [보헤미아 우주인]과 생명줄 하나로 우주를 유영하는 우주비행사가 그려진 표지에 출판사에서 공개한 간략한 플롯만을 보고, 화성에 홀로 남겨진 좆된 상황(책에 쓰여진 표현 그대로를 옮긴것)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극한의 상황을 조크와 풍자로 유쾌하게 승화해낸 걸작 SF [마션]을 떠올렸더랬다. 하여 이 작품 역시 [마션]에 이어 광대한 우주공간에서 생존을 위해 개고생 하는 우주비행사의 고생담이 코믹하게 그려질거라 예상하고 책을 펴들었지만.....이내 내 예상이 엄청나게 빗나갔다는걸 깨닫게 되었다.-_-;;;
그래...[마션]이나 이 작품이나 우주 속에서 고독과 생존과 싸우는 고생담을 그린 작품이란 공통점은 일치한다. 하지만 작품 전반을 아우르는 분위기는 천양지차였다. 코믹한 위트와 블랙코미디, 풍자가 어우러진 하드SF 였던 [마션]이 달달한 카라멜 마끼아또라면...이 작품 [보헤미아 우주인]은 샷추가한 쓰디쓴 블랙커피랄까...한없이 암울하고 무거운 분위기에 SF의 탈을 쓴 철학과 사회비평, 한 인간의 인생을 진지하게 고찰하고 트라우마를 극복해가는 자아성찰이 담긴 순문학에 가까운 작품이었다. 하긴...내 멋대로 [마션]의 분위기일거라 지레짐작 했으니 할말은 없지만, 나 말고도 [마션]을 떠올린 사람들은 분명 있을거다...
공산 독재체제시절 체코, 유년시절 야쿠프의 부모는 케이블카 관광중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하여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손에 맡겨진 야쿠프에게 또다른 시련이 찾아오니...체코에 독재를 타파하고 민주화의 물결이 이는 벨벳혁명 운동이 확산되고, 한 사내가 야쿠프의 가족 앞에 나타난다. 야쿠프의 아빠에게 무자비한 고문을 당하고 인생을 망쳤다는 사내는 아빠를 대신해 야쿠프의 가족에게 대신 죄를 묻겠다고 선언하고, 살던 집을 빼앗고 마을 사람들에게 야쿠프의 아빠가 잔인한 고문관이었단 사실을 흘린다. 이후 집에서 도망치듯 쫓겨나고, 경제난에 시달리고, 마을 사라들에겐 따돌림과 비난을 받게된다. 살던 고향에서 야반도주를 한 야쿠프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학에 입학해 천체물리학을 전공하고 우주비행사가 되기위해 노력하는 한편, 사랑하는 여성 렌카를 만나 결혼하게 된다. 그리고...목숨을 잃을지도
모를 위험천만 '초프라'성운 조사 임무에 자원하는데......
작품은 1부, 2부로 나뉘고 1부에서는 야쿠프가 '초프라'를 향해...금성을 향해 비행하며 겪게되는 여러 위험천만한 에피소드와 함께 비행중 만나게되는 미지의 존재와의 일들이 벌어지는 '현재' 부분과 부모를 잃고 사람들에게 학대 받으며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던 유년시절 부터 아내 렌카를 만나기까지의 '과거'부분이 교차되며 전개된다. 이후 2부에서는 '초프라' 탐사 이후 야쿠프가 겪는 일들이 전개되는 구성이다. 결국 공산주의의 개였던 아빠로 말미암아 불행한 인생을 살며 움츠리고 어두운 인생을 살았던 야쿠프가 위험천만 탐사 프로젝트에 자원하여 지긋지긋한 자신의 족쇄를 벗어던지고 우주로 탈출하는 한편 멸시하고 비난하던 사람들에게 우주영웅으로 거듭나기 위한 최후의 방편이었던 것이다.
목숨걸고 고독하고 단절된 우주공간으로 나갈 수 밖에 없었던 비극적 과거가 파노라마 처럼 흘러가고, 소외시 했던 아내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비로소 깨닫지만......육신은 막막한 우주 한복판...통신만으로 연락하던 아내는 돌연 실종되버리고, 탐사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아간다. 마을의 외면을 받고 고립되 버린 과거의 생활과 우주선에 처박혀 고립되버린 현재의 상황이 묘하게 겹치면서 극도의 불안감과 고독감을 증가시킨다. 거기에 야쿠프의 청신착란이 빚어낸 또다른 자아의 출현인지 실제인지 모를 미지의 외계 존재가 등장 하면서 야쿠프의 불안정한 심리는 정점을 찍는다. 과연....야쿠프는 무사히 지구로 귀환하고 아내 렌카와 재회 할 수 있을까.....부모의 죄악으로 상처받은 인간이 트라우마를 떨쳐내고 제대로 살아보고자 고군분투하는 한 인간의 자아성찰기가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던 어지러웠던 체코의 역사와 미지의 우주공간 속에 담겨있다.
쉬이 페이지가 넘어가는 가벼운 작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한 인간의 인생을 중심으로 철학적으로 그리는 우주SF가 있었던가?...작품에 담긴 무게와 깊이가 와닿는다. 그렇게 개고생하고 맘고생 했으면...우주 영웅으로 좀 편하게 살았으면 좋았으련만....크흑....ㅠ_ㅠ....참..빌어먹게 운없는 남자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