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s 마스 - 화성의 생명체를 찾아서
데이비드 와인트롭 지음, 홍경탁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마스 : 화성의 생명체를 찾아서 (2018년 초판)

저자 - 데이비드 와인트롭

역자 - 홍경탁

출판사 - 예문아카이브

정가 - 17000원

페이지 - 375p




우리가 화성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영화 [마션]을 떠올리게 하는 표지와 제목이지만 엄연히 교양과학 도서인 [마스]이다. 다른 책에서 언급 했지만 인류의 관심은 이제 달을 넘어 화성을 향하고 있다. 미항공우주국 나사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주도하는 우주프로젝트 스페이스X, 아마존의 CEO가 주도하는 블루 오리진 프로젝트와 더불어 사우디의 초부호 왕족까지 화성 탐사에 대한 구체적 일정까지 발표하면서 인류의 화성탐사 경쟁시대가 도래했다. 단순한 탐사를 넘어서 제2의 지구로 생각하고 테라포밍을 준비할 정도로 우리가 화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이 작품은 그 이유에 대하여 차근차근 설명한다. 



붉은 모래 사막이 펼쳐진 불모의 행성...이 행성에 주목한 이들의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역사가 담겨있다. SF덕후인 나로서 화성은 거대한 촉수를 가진 '조지 웰즈'의 [우주전쟁]속 외계인이거나, 바숨인들과 존 카터가 신명나게 모험을 펼치는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의 [화성의 프린세스] 혹은 '브래드버리'가 그린 [화성 연대기]로만 접했던 상상 가득한 곳이다. 구름없는 밤하늘이면 육안으로도 화성이 보일 정도로 지구와 인접한 행성...18~19세기에는 이 행성을 보면서 SF소설과 같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화성을 상상했다고 한다.(붉은 풀밭으로 덮인 화성을 상상했다고 한다.) 그러다 망원경이 발명되고, 점차 정교한 망원경이 발명되면서 비로소 상상속에 가려져 있던 화성에 대한 비밀들이 풀리게 된다. 



우리가 화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화성이 지구와 몹시 비슷한 쌍둥이 행성이기 때문이다. 금성 다음으로 지구와 가까운 행성이자 지구와 자전속도가 거의 비슷한 24시간 삼십분대로 하루의 길이가 비슷하고, 자전축의 기울기 또한 비슷하다. 양극지방에는 흰색의 빙하가 관측되고 과거 물이 흘렀던 흔적이 역력한 협곡들을 통해 화성에도 물이 존재 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성에도 독자적인 생명체가 살아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게된다. 결국 '화성의 생명체를 찾아서'라는 부제에 걸맞게 화성을 연구했던 다양한 과학자와 천문학자들의 연구결과들을 소개하면서 화성의 생명체의 존재에 대해 사실적 근거를 바탕으로 추론하는 책인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밝혀진 결과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들이 18세기 부터 지금까지 발견한 결과들 심지어 거짓으로 판명난 결과들까지 시간순서대로 차례로 소개하는 이유는 인류가 밝혀낸 진정한 화성의 역사를 소개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보여진다.



그동안 원시적 망원경으로 죽도록 관찰하면서 밝혀낸 사실들을 이제는 광학망원경이나 프라운 호퍼의 스펙트럼분광기([아톰 익스프레스]에서 만났던 과학자를 '화성 익스프레스'에서 다시 보게되는구나)등을 통해 단숨에 알아내고, 1976년에 화성에 착륙한 탐사선 바이킹 1호와 이어진 바이킹 2호, 최근 2011년에 발사된 탐사로봇 큐리오시티까지 이제는 직접 화성에 탐사로봇을 보내 화성 표면의 정확한 자료를 받아 보는 시대가 되었다. 앞서 말했지만 근 몇년 안에 화성 유인 탐사 계획도 발표되었으니, '암스트롱'이후 두번째 스페이스맨이 탄생될 날도 멀지 않았고 한층 정확한 화성에 대한 진실들이 밝혀질 날도 멀지 않았다. 어쨌던...생물의 존재여부를 판단하는데는 미생물이 호흡하고 뿜어내는 메탄의 존재 여부가 가장 중요한 화두이며 남극에 떨어진 화성의 운석에서 발견된 고대 박테리아로 보이는 화석부터 여러 과학자들의 정밀한 연구까지 수차례 화성에 메탄이 존재한다는 발표를 내놓지만, 아직까지는 화성의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될만한 메탄의 발견은 없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라 설명한다.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아직 확증말만한 증거는 없다....지구 이외의 행성에서 생명체를 찾기가 이리도 힘든 것인가....



화성의 생명체를 찾기 위해 세기를 넘나드는 탐험의 여정은 어렵게 느껴질수도 있지만 기대와 희망, 집착과 염원의 행성 화성에 대한 열정어린 호기심에 나도 모르게 동화되며 이 거대한 탐험을 동참 하는듯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화성에 생명체가 있건 없건, 있어도 암석의 아래 혹은 땅속 밑바닥에 숨어있을 화성의 원시적 미생물에겐 이미 여러 차례 쏘아올린 탐사선과 탐사로봇에 묻어간 미생물들로 인해 오염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작가의 말에 많은 생각이 든다. 작품속 화성 탐사에 대한 설명이나 작가가 생각하는 관점이 현재 NGC에서 방영중인 미드 [마스]시리즈와 통하는 부분이 많아 미드 [마스]를 보고 작품을 읽어도 많은 참고가 될 것 같다.



이제 인류는 바야흐로 대우주시대(너무 거창한가..-_-;;;)로 진입하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고 생각한다. 혹독한 환경을 기적적으로 이겨낸 화성의 원시적 미생물이 발견된다 해도 발견 자체가 지니는 가치는 있을지언정 그 미생물이 인류에게 얼마나 많은 생물학적 자산이 될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하지만...정말로 화성 생명체가 존재 한다면.....그건 이 광활한 우주 어딘가에 정말로 상상속 초지성을 가진 외계 생명체가 충분히 존재할 수도 있다는 반증이 될지도 모르겠다...성공적으로 화성을 정복하고 진정한 의미의 대우주시대를 맞이 할 날을 꿈꿔본다. (꿈이라도 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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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다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다시만나다 (2018년 초판)

저자 - 모리 에토

역자 - 김난주

출판사 - 무소의뿔

정가 - 14000원

페이지 - 256p


 

만남과 헤어짐...그리고 다시 만남



히키코모리가 아닌이상 세상을 살면서 수 없이 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게 된다. 여기 세상을 살면서 피할 수 없는 만남과 헤어짐에 관한 여섯편의 짧은 이야기가 있다. 때로는 좋은 인연으로 때로는 나쁜 악연으로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만남이란 인연에 관한 이야기...우리의 일상에 깊이 자리한 만남이란 이야기를 통해 나오키 수상작가 '모리 에토'가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나이를 먹어가며 새로운 만남 보다는 기존의 만남을 오래도록 지속하고 유지해 가는것이 얼마나 힘든지 여실히 느끼고 있다. 길던 짧던 우리 인생속 나의 기억에 남는...그런 만남은 무엇이던가...6개의 단편, 6번의 갖가지 다른 소중한 만남 속에서 기쁨과 슬픔, 애틋함과 아련함, 반가움과 아쉬움 등 일상적 행위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감정의 편린들과 마주하게 된다. 때로는 잔잔한 감동으로, 때로는 격정적 순간으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는 만남이 갖는 깊은 의미와 함께 매력적이고 독특한 재미로 다가온다.  



1. 다시, 만나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첫발을 뗀 사회 초년생인 나는 소설의 삽화를 의뢰 받는다. 그렇게 출판사측 편집자 나리키요와 처음 만나고, 그의 사무적이면서 간결한 태도에 거부감이 일지만 이내 시간이 흐르면서 사무적인 태도 안에 숨겨진 인간적인 정을 느끼게 된다. 어찌저찌 2년의 계약기간이 끝나고, 나리키요와의 마지막 미팅에서 나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일을 잠시 접어두고 파리로 조각공부를 하러 떠난다고 말한다. 현실적인 무차별 공격을 받으리라 예상했지만 막상 나리키요는 따뜻한 격려 한마디를 남기고, 그 격려를 자양분 삼아 2년간 노력을 통해 한층 성장해 돌아온다. 하지만 아직 모자르다고 판단한 나는 입국 후 2년간 더욱 정진하여 프로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실력을 갈고 닦고, 드디어 4년만에 나리키요와 새로운 프로젝트로 다시 만나게 되는데......

- 이 책의 표제작이다. 그만큼 상당히 따뜻하고 좋은 느낌의 작품이었다. 시간이 흘러 누군가와 재회했을때 내가 가졌던 기억과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한 그와 마주친다면...처음엔 당황스럽고 실망스럽겠지만...달라진 모습에서 예전 나를 사로잡던 따뜻한 무언가를 찾아냈을때 재회의 기쁨은 배가 되는법이다.



2. 순무와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 

무슨일이 생기든 내 가족의 밥상은 내손으로 차리는것을 신조로 삼는 중년의 부인...하지만 바쁜 남편, 외국으로 유학간 아들로 홀로 먹는 저녁시간이 늘어만 가고, 집밥에 대한 의지도 많이 약해졌다. 반찬 한개정도는 사먹자는 생각으로 백화점에 들른 부인은 야채 샐러드 코너에서 순무와 샐러리와 다시마 샐러드 150g을 구매한다. 집으로 돌아와 케이스를 열어보니...샐러드에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함이 생기고...순무를 먹고나서야 그 원인을 알아차린다. 샐러드에 들어간 순무가 순무가 아니라 일반 무였던 것이다. 순간 화가 치민 부인은 백화점 식품코너의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고, 자초지정을 설명한다. 전화를 받은 담당자라는 젊은 청년은 사과는 커녕 부인을 블랙컨슈머 취급하고...당황스럽고 화가나는 부인은 담당자에게 직접 순무를 먹어보고 자신의 말이 맞다면 꼭 다시 전화를 달라 말하고 급하게 전화를 끊는다. 째깍..째깍...시간은 흐르지만....담당자의 회신전화는 오지 않는데......

- 150g 겨우 550엔어치의 샐러드...그냥 먹을수도, 혹은 버릴수도 있다...하지만...그냥 넘길 수 없는 부인의 심정이 왜이렇게 와닿는건지...그리고 이어지는 부인과 담당 청년의 불편한 만남....하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 서로의 진심이 통하게 되는 마법 같은 시간....



3. 마마 

남편이 회상하는 엄마는 '토베 얀손'의 무민 마마와 꼭 닮아 있다. 언제나 필요할때 도움을 주고, 자신을 살펴주는 자상한 마마....그렇게 남편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를 낳고 살던중 소원했던 시아버지를 만나 새로운 사실을 듣게 된다. 남편의 엄마는 남편이 어렸을적 이미 세상을 떠났고 이후 새로온 새엄마와는 무척 사이가 안좋았다는 것을...남편의 거짓말에 충격을 받은 나는 바로 아이를 차에 태우고 집을 나서는데....

- 당신은 검은 손가방을 든 마마를 본적이 없나요?....우리 주변을 맴돌며 도움의 손길을 건네주는 마마 같은 존재를 만난적이 있나요?...



4. 매듭 

15년 만의 동창회...불안한 마음을 억누르고 참석한 나는 다시 만난 동창생들에게 용기를 내 31인 32각 릴레이 경주 당일 진실에 대해 묻는다. 당시 인기 TV 프로그램이었던 31인 32각 경주에 열혈담임은 반 전체인원으로 참가 신청을 내고, 그 날부터 연습 강행군이 지속된다. 운동신경이 없던 나는 경기에 부담을 느끼고 담임에게 하차의사를 전달하지만, 반 인원이 한명이라도 빠지면 의미가 없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참가한다. 드디어 경기 당일날...심장이 터질듯한 부담감을 앉고 출발 휘슬이 울리고...반 아이들 30명은 구령과 함께 발을 맞추어 나가는데.....

- 오해와 진실...그 한끗차이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른다. 고민하는 사이 기회는 지나갈지도 모른다. 한발 먼저 손을 내밀고 진심을 전달한다면 부질없는 오해와 곡해는 더이상 없으리라.... 



5. 꼬리등 

완벽하고 안전한 도시라 믿고 있던 그곳에서 아이를 낳고 연인 율리아와 함께 하고 싶었던 나는 도시의 안전 문제로 율리아와 다툼이 잦아진다. 그러다 우연히 율리아가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그일로 크게 다툰 후 율리아는 도시를 떠난다. 직장에서 상실감에 젖어 있던 나는 커다란 굉음에 놀라고...이 굉음이 도시 전체를 파멸로 몰고갈 죽음의 소리였음을 깨닫게 되는데.....

- 단편 속에 또 여러 단편이 있는 옴니버스식 구성의 작품이다. 개별적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지막 이 단편의 도시가 체르노빌 이란건 알겠더라...



6. 파란 하늘

아내가 죽고, 홀로 어린 아들을 키우는 나는 외갓집에 아이들 맡기기 위해 차를 몰고 외갓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고속도로 앞서 달리던 트럭에서 나의 차로 합판이 떨어지고, 합판이 차에 충돌하려는 그 찰나에 나는 수많은 기억들과 마주하게 되는데.....

- 죽음의 순간 일생이 파노라마 처럼 흘러간다는 이야기를 소재로 풀어낸 이야기이다. 죽음과 마주한 순간...나를 살리는건...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했던 가족이리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상적 만남에 대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을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마마]는 환상소설이었고, [꼬리등]은 판타지적이고,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다양한 장르가 주는 이야기의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는 말이다. 만남의 대상 또한 생각과는 달랐다. [마마]에서는 인간이 아닌 듯한 존재와의 만남을, [파란 하늘]은 죽음과의 만남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라 만남에 대한 정의까지 바뀌게 만든다. 삼십대 아저씨임에도 중년 부인의 감정을 절절하게 공감하게 만드는 [순무와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나 비즈니스로 알게된 만남이지만 사무적인 미팅으로는 가릴 수 없는 상대에 대한 믿음과 배려의 위대함을 일깨우는 [다시 만나다]는 잔잔한 감동을 주는 좋은 이야기였다. 초등학교 시절의 사건 때문에 15년간 괴롭던 주인공의 고민이 사실은 미성숙함에서 오는 오해였다는 것을 깨닫고 오해의 매듭이 풀리는 이야기 [매듭]은 나조차도 울컥하게 하면서 감동으로 다가오는 좋은 작품이었다. 여섯편의 단편 모두가 각기 다른 만남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고, 잔잔한 여운과 함께 오래도록 좋은 느낌을 준다. 



'김난주'님의 완벽한 번역, 흥미로운 소재의 이야기들, 과잉되지 않는 적정한 선의 감정선, 잔잔한 여운과 깊은 감동....이런 보석같이 빛나는 작품, 좋은 작가와의 '만남'에 감사하고, 또다른 좋은 작품으로 '다시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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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무한도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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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히가시노게이고의무한도전 (2018년 초판)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양윤옥

출판사 - 소미미디어

정가 - 13800원

페이지 - 293p



마흔 중반 아저씨의 스노보드 도전기



이제껏 '게이고'의 여러 작품을 봐왔지만 에세이는 처음인듯 하다. 그것도 마흔 중반 아저씨의 스노보드 도전기라니...나이를 잊은 그의 도전정신과 열정 그리고 끈기에 놀라면서 책을 펴든다. 이 책은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일본의 잡지에 연재된 스노보드에 대한 에세이를 묶어 단행본으로 엮은 책이다. 소설도 아닌 에세이를...그것도 무려 16년 전의 글이 이렇게 단행본으로 엮여 나온다는건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네임드 작가로서 충분히 팔릴 수 있다는, 소위 돈이 된다는 판단이 뒷받침 되었기에 가능한 것이겠지...머..뭐가 어찌됐건, '게이고'의 팬이라면 혹은 스노보드에 열광하는 사람이라면 아니면 게이고의 팬이면서 스노보드 마니아라면 충분히 즐기며 볼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나도 중년으로 접어 들어가는 길목에서 이제껏 스키장에 갔었던 횟수를 세보자면 다섯 손가락도 접지 못 할 정도로 스키장과는 인연이 없는 인생을 살아왔다. 그나마 대학을 입학하고 처음간 스키장에서는 스노보드는 있지도 않았던 시절이라 스키를 탔고 그 다음에서야 스노보드를 타봤지만 따로 스노보드를 배운적도 없고 홀로 독학하여 타봤자 저주받은 운동센스로는 오로지 직진밖에 할줄 모르는 수준에서 한치도 더 나아지지 않아서 좌절의 쓴맛을 경험했다...ㅠ_ㅠ 하지만 아무리 몸치바보라도 눈덮인 설산을 바람을 가르며 활공하는 그 짜릿한 쾌감만은 개초보인 나도 느낄 수 있었으니...작가가 스노보드의 매력에 빠져 정신 못차리게 되는 과정은 나로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장이 되어보니...대부분 아빠들은 자신만의 취미에 빠져드는것 같다. 분야는 천차만별! 직장일 외에 자신만의 취미에 흠뻑 빠져들어 거의 올인하는 것이다. 드론이 됐던, 낚시가 됐던, 오디오 시스템에 돈을 쳐들이던, 나같은 경우는 장르소설 수집과 읽기던 어찌됐던 한분야에 전문덕후가 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에겐 그 열정을 쏟아부을 대상이 스노보드인 거겠지...제대로 타기 위해 비싼 장비를 구매하고, 온 스키장을 찾아다니며 스노보드를 타고, 비시즌인 여름에도 스노보드를 타기위해 실내 스키장을 매일 같이 찾는 그의 모습에서 진한 덕후의 향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어설픈 초보에서 어느덧 고급 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전문가의 실력으로 올라가면서 얻는 뿌듯한 만족감을 보면서 나도 한사람의 덕후로서 공감하고 함께 기뻐하게 되는 것이다. -_-;;;



어쨌던...코뼈가 부러지고 이빨이 빠지는 사고를 겪으면서도 꾸준히 취미생활을 위해 정진하는 그의 끈기에 경의를 표하면서...[스노우 체이스][연애의 행방]이 같은 스키장을 배경으로 그려냈을 정도로 스키장을, 스노보드를 사랑하는 작가의 개인적인 생활의 단편을 살펴 볼 수 있는 기회라서 좋았고, 16년 전 사진속 건강미 넘치는 작가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연해의 행방] 속 스키를 고집하는 장인어른 에피소드를 언제 착안했는지를 에세이를 통해 알 수 있어 좋았고, 스노보드 도전기와 함께 스키장을 소재로 하는 두 편의 소설 단편을 만날 수 있어 좋았고, 이 단행본을 위해 새롭게 쓰인 신작 단편을 만나볼 수 있어 좋았다. 



1. 자우스의 사랑

여름에도 보드를 탈 수 있는 실내 스키장이 경영난을 이유로 폐장을 통보하고, 문을 닫기 전까지 전력을 다해 실내스키장에 들러 보드를 타는 남자는 엄청난 실력으로 밀집해 있는 인파들을 요리조리 피하는 붉은 스키복의 여성을 목격한다. 보드에 집중하려 해도 자꾸만 그녀에게 눈길이 가던 남자는 마침내 단둘이 리프트를 타는 기회를 얻게되고...용기내어 말을 거는데...

- 남자가 반했던건 여성인가 여성의 보드 실력인가....



2. 아저씨 스노보더

배불뚝이 1:9 벗겨진 가르마의 50줄 중년아저씨 마스오는 누구보다 들떠있다. 아내게에 출장이라 말하고 드디어 고대하던 호스티스 미도리와 함께 온천 스키장으로 밀월여행을 떠나게 된것이다. 뜨거운 밤을 위해 자양강장제를 들이켜며 숙소에 들어갈 시간만 기다리고 있는 마스오에게 미도리는 체크인시간 전까지 스노보드를 타고 오겠다고 말한다. 어쩔 수 없이 미도리를 스키장에 보낸 마스오는 한없는 기다림에 돌입하는데....

- 아...이 순진하고 멍청한 꼰대여...ㅠ_ㅠ 



3. 아저씨 스노보더 살인사건

교수 기리시마와 아내 나미는 우연히 스키장에 온 소설가 '게이고'와 그의 편집자들과 함께 보드도 타고 이야기도 나누게 된다. 보드가 젬병인 기리시마는 낮시간에는 라운지에 있고 아내와 게이고 일행은 보드를 타고 저녁에는 함께 모여 가벼운 술자리를 갖는다. 술자리 중간 잠시 자리를 비운 기리시마는 25분 후에 자리로 돌아오고, 바로 다음날 설산 정상에서 한구의 시체가 발견된다. 우리의 아저씨 스노보더 게이고는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 책속에 연재된 '게이고'의 에세이를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추리할 수 있는 보너스 단편!!



이번 시즌엔 나도 스키장을 찾아가 낙엽이라도 성공해 보고 싶구나...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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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디테일 - 고객의 감각을 깨우는 아주 작은 차이에 대하여
생각노트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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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디테일 : 고객의 감각을 깨우는 아주 작은 차이에 대하여 (2018년 초판)

저자 - 생각노트

출판사 - 북바이퍼블리

정가 - 15800원

페이지 - 343p




숨겨진 한끗차이...그 디테일의 차이가 고객만족을 부른다



도쿄의 디테일...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전체의 부분에서 작은 한부분 그 한부분이 전체의 완성도를 좌우하게 되는 한끗차의 비밀. 도쿄에서 찾아낸 이 디테일을 통해 고여있던 생각의 전환과 크리에이티브한 감각을 일깨우는 작품이었다. 저자는 2017년 12월 2일부터 6일까지 4박 5일간 도쿄를 여행하여 보고 느낀점을 기록하여 이 책을 펴냈다고 한다. 일상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 그 기록에서 느낀 영감과 통찰을 공유하는 일. 바로 기록활동가로서 도쿄를 여행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쳤을 디테일을 캐치하고 이를 공유하는 저자 '생각노트'의 남다른 시선에서부터 깊은 안목과 통찰을 느낄 수 있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 있는 4박 5일 동안 '생각노트'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낀 것일까...



이 책에서 디테일은 고객 입장에서 체감하는 감동의 순간을 '디테일'로 정의하고 있다. 처음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 부터 버스, 거리의 공중전화 부스 같은 일상적 공간과 더불어 츠타야 서점, 쇼핑몰 8/, 21_21 디자인 사이트, 한국에도 입점해 있는 무인양품 등등 다양한 종류의 상점과 전시관을 오가며 아주 작은 부분일지라도 고객을 향한 배려의 디테일을 캐치하고 소개한다. 그중 몇가지를 소개하자면, 여행자의 편의성을 고려한 나리타 익스프레스의 캐리어 셀프 잠금 시스템은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된다. 짐칸에 여행객이 직접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캐리어를 잠가두어 역에서 내릴때 캐리어가 바뀌거나 분실될 위험을 없애는 것이다. 배려의 디테일은 버스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노약자를 위한 버스 좌석 팔걸이에 하차벨이 설치되어 있어 굳이 노약자가 팔을 들지 않고도 하차벨을 누를 수 있는 것이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생각하는 작은 관심...그 작은 관심이 커다란 삶의 만족도를 올리는 밑바탕이 되는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박물관을 다녀온뒤 기록하는 뮤지엄 로그, 빰을 먹은뒤 빵 리뷰를 기록하는 브래드 로그, 네일 관리를 받은 뒤 그 내용을 기록하는 네일 로그, 자동차 드라이브 로그, 기차 여행 기록을 위한 트레인 로그까지...다이어리의 속지조차

종류별로 분류 해놓은 다양성과 도쿄의 쇼핑몰들 속 공간을 최적으로 활용하고 아기자기한 미니멀라이징된 소품들, 남성용, 여성용 수건이 따로 있을 정도로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카테고리들을 보면서 다수가 아닌 소수의 취향을 가진 고객 한사람까지 만족시키려하는 고객만족주의 정신은 우리도 충분히 고려해봐야될 마인드라고 생각했다. 



일본 하면 '스미마셍'이 떠오를 정도로 타인에 대해 불편할 정도로 예의와 격식을 차리는 것이 문화로 자리잡은 나라이다. 그런 민족적 특성 때문인지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장치들이 상당히 발달한 곳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책에 소개된 실례를 보고있자니 다시한번 그들의 배려의 디테일에 놀라게 되는것 같다. 오모테나시 문화. 상대방에 대한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친절을 베푸는 상대를 미리 헤아려 마음 씀씀이를 행하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을 받아들일 만한 환경과 상황까지 미리 준비하는 것. 온 마음을 다해 손님을 맞이하는 이 오모테나시 문화가 지금의 일본 생활 전반에 걸친 배려의 디테일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가까운 옆나라지만 한국과는 사뭇 다른 문화를 통해 우리의 서비스 마인드와 인식을 새롭게 다지게 하는 책이었다. 100% 고객만족을 위한 1%의 디테일...이 책을 통해 작지만 커다란 차이를 직접 경험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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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서정시
리훙웨이 지음, 한수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왕과서정시 (2018년 가제본)
저자 - 리홍웨이
역자 - 한수희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비매품
페이지 - 447p

 


언어 개조를 통하여 영생을 꾀하다

 


언어에 담긴 서정성을 제거 한다면 어떤일이 벌어질까?...굉장히 흥미롭고 실험적인 대륙의 인문학 SF가 출간되었다. '류츠신'의[삼체]이후로 두번째로 만나는 대륙의 SF인데 [삼체]와는 또다른 방식의 스케일과 상상력을 선보인다. 언어를 통해 인간의 학살기관을 자극하여 인류대청소를 감행하려는 테러리스트와의 사투를 그린 [학살기관], 언어학자 '롤랑 바르트'의 의문의 죽음을 수사하면서 세상 모든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언어속에 숨겨진 7번째 기능을 발견하게 되는 [언어의 7번째 기능]등등...미스터리, SF 장르를 불문하고 인간의 언어속에 숨겨진 강력한 힘의 비밀을 다루는 작품은 여러차례 선보인바 있다. 이렇게 작가들이 숨겨진 언어의 힘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예일대 존 바그 교수는 언어의 힘을 측정하기 위해 한가지 실험을 한다. 두 비교군을 나누고 한쪽 집단에는 젊음과 관련된 낱말 카드를, 다른 쪽 집단에는 노인과 관련된 낱말카드를 보여준뒤 걸음속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실험결과 젊음에 관련된 단어를 본 사람들은 2초 46정도 걸음이 빨라지고, 노인에 관련된 단어를 본 사람들의 경우 2초 32 정도 걸음이 느려짐을 확인한다. 언어가 인간 무의식에 관여하면서 실제 행동에 영향을 끼친다는걸 일부 입증한 것이다. 실제로 인간 행동을 조정하는 언어의 매커니즘을 간파해낸다면...언어를 통해 세상을 휘어잡는다는 SF적 상상이 더이상 상상이 아닐지도 모르는 것이다...이 작품 역시 언어를 통해 세상을 변혁하려는 거대한 음모가 담겨있다. 작가가 그리는 2050년의 미래는 어떤 세상일까....



2050년...노벨문학상 수상 일주일을 남겨두고 수상자 위원왕후가 자살한다. 중국은 일대 충격에 휩싸이고 언론과 경찰은 자살 원인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된다.


"이렇게 단절한다. 잘 지내길" 

 

 

자살 직전 친구였던 리푸레이가 받은 위원왕후의 뜻모를 이메일이 그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였다는 것이 밝혀지고, 리푸레이는 위원왕후의 뜻에 따라 자살 배경을 조사한다. 위원왕후의 장례식에 참석하면서 왕후가 남긴 서정시 [타타르 기사]의 기사와 위원왕후 자신을 동일시 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서정시 속 기사가 사랑했던 여성이 실존인물이었고, 의식공동체 서비스 업체 '제국'의 사내문예지 기자였음을 알게된다. 기자와 폐간된 문예지를 추적하면서 '제국'의 설립자 '왕'과 위원왕후가 깊이 연관되 있음을 알게되고, '왕'의 야심찬 계획이 서서히 드러나는데.....



SF답게 획기적인 기술로 인한 새로운 사회상이 그려진다. 그 신기술이 바로 의식공동체, 의식결정체, 이동영혼이다. 각 기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언급되지 않아 비루한 상상력으로는 자세한 개념은 알 수 없었으나 그냥 내가 느끼기로는 이 세가지 기술을 사용하여 인간의 뇌에 휴대폰을 이식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이해했다. 12세 부터 의식공동체 단말기를 뇌에 이식하고, 그때부터 이식한 사람들끼리 언제든 의식공동을 통한 통신과 대화가 가능하고(현실의 카카오톡 같은...) 각막을 통해 뇌에 저장된 장면은 언제든 검색이 가능하고(동영상 저장기능?), 공동체에 공유된 정보검색 역시 자유로운 세상이 그려진다. 더이상 단말기에 구애받지 않는 편리한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사람들의 의식이 공유되고, 드러나게 된다면...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어떻게 되는가?...-_- 바로 여기서 이야기의 핵심 '제국'이 등장한다. 최초 SNS 서비스 업체로 시작된 IT회사 '제국'은 의식공동체를 창조하고 이를 통해 의식공동체에 접속된 인류의 모든 의식정보를 비밀리에 저장시킨다.(그렇다면...제국은 다음카카오?!!!!) 세상의 모든 정보를 거머쥔 '제국'의 설립자 '왕'은 수집한 의식정보와 의식공동체를 통하여 인류를 통합하고, 언어의 서정성을 제거하여 영생을 꾀하려 하는 것이다. 머...말이 좋아 영생이지...-_-;; '보네거트'의 [헤리슨 버저론]과 같은 하위호환된 디스토피아를 꾀하는 '제국'의 모습은 휴대폰 업체 화웨이와 샤오미의 출시 휴대폰에 멀웨어를 심어두고 중국을 넘어 전세계 사용자의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하고 국민들에게 국가관리 바이오 칩을 이식하여 관리하려 하는 현실의 대륙을 빗댄것인가...아니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멸을 꿈꾸던 독재자 시황제를 디지털 시대의 '왕'으로 빗댄것인가...



사실 실체화되지 않은 언어라는 개념을 통해 전개되는 이야기라 약간 난해하기도 하고 어찌보면 허무맹랑해 보이기도 하지만 의식공동체와 언어의 개조를 통해 불멸을 꾀하는 설정 자체는 (언어의 궁극적 힘을 가정한다면) 상당히 설득력있게 다가왔던것 같다. 그와 함께 SF와 전혀 어울리지 않을것 같은 곳곳에 배치된 서정적 장치들은 점차 인간성을 잃어가며 기계화되고 획일화되어가는 세상을 향해, 작품속 '제국'의 독재자 '왕'의 계략에 맞서 주체적 의식을 가진 마지막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 보루가 바로 서정성이라는 작가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자살한 시인의 죽음을 파헤치면서 세계를 뒤바꿀 음모와 계략이 드러나는 추리적 요소와 집단의식공유라는 사이버펑크 요소, 더불어 언어의 개조라는 인문학적 SF요소, 인간에 대한 사려깊은 성찰까지....기존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독특하고 새로운 세계를 맞이할 수 있었다. 개인의 정보통제를 일상화하고 있는 현 중국의 정세와 너무나 맞닿아 있어 두렵기까지 했던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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