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항설백물어 - 하 - 항간에 떠도는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9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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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항설백물어 하 : 항간에 떠도는 기묘한 이야기 (2018년 초판)
저자 - 교고쿠 나쓰히코
역자 - 심정명
출판사 - 비채
정가 - 13800원
페이지 - 310p


현혹되지 마라!


부산스러운 한바탕 요괴소동에 현혹되지 마라.
진실을 가리고 목적을 이루기 위한 그들의 거짓부렁이니..


경계하라!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불가사의한 사건 뒤에 숨겨진 진실을 간파 해낼때
비로소 가려져 있던 진실이 보일 것이다.


'짤랑'
어행봉위!


18년 11월에 나왔던 상권에 이어 비교적 빠른 시간에 하권이 출간되었다. 상권에 실린 3가지 이야기에 이어 하권에서도 3가지 요괴와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차피 [후항설백물어] 단권을 임의로 나눈것이라 상권의 캐릭터와 흐름이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될것 같다. 상권에서도 어렴풋이 비추던 요괴...괴이를 믿는 인간의 심리에 대해 하권에서는 좀 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느낌이다. 처참하고 잔혹한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실체하지 않는 허구와 환상으로 도망쳐 버리는 인간의 나약한 심리...그리고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사리사욕을 채우는 인간이라는 현실의 요괴들...그리고 이런 진실을 간파하고 더 높은 책략과 술수로 악인을 단죄하는 모사꾼 마타이치와 글쟁이 모모스케....


추악한 현실을 깨닫게 하느니 차라리 더욱 완벽한 요괴의 소행으로 만든다! 비현실적이면서도 괴이하고 으스스한 결말에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으로 치부하고 다시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는 사람들. 진실을 아는 이는 죄값을 죽음으로 받을 악인들, 그리고 악인을 단죄하는 마타이치 일당이면 충분한 것이다. 그렇게 요괴의 소행이었던 사건에 감춰져 있던 모사꾼의 기막힌 트릭이 공개되면서 고전 괴이물에서 미스터리로서의 전환과 반전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시대는 서양의 문물이 밀고 들어오는 급변의 시대 메이지유신. 경시청 순사 겐노신이 맡은 요사스러운 사건을 그의 동무들과 함께 요괴가 적힌 고서를 찾아보며 사실여부에 대해 논의한다. 하지만 고고한 유학자, 혈기왕성한 검잡이, 세상일에 관심 많은 호사가 등..중구난방 저마다 내놓는 의견에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만 가고, 결국 은둔해 있는 이야기 수집가 노인 잇파쿠옹(모모스케)을 찾아가 불가사의한 사건을 이야기하고, 모모스케는 자신이 알고 있는 혹은 겪은 이야기를 통해 결국 요괴의 소행으로 보이던 불가사의한 사건들이 사실은 한낱 인간의 거짓 소행이었음을 밝혀낸다....


1. 산사내 : 산에서 내려온 거대한 괴력의 사내
괴이전문 순사 겐노신이 새로운 사건을 맡는다. 사건인 즉슨, 무사시노의 시골 마을에 물을 뜨러 간다며 나간 여성이 3년동안 실종되었다 돌아온다. 정신이 반쯤 나간체 아기를 안고 돌아온 그녀...가까스로 입을 땐 그녀는 자신이 산사내에게 납치되 요괴의 아이를 낳았다고 하는데....과연 정말로 산사내가 여인을 납치 후 겁탈하여 아이까지 낳게 만든 것인가...모모스케를 찾아간 겐노신 일행은 모모스케가 알고 있는 또다른 산사내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 산사내 요괴는 인간의 눈을 흐리는 연막일뿐...산사내를 배제하고 이야기를 바라보면 더러운 욕정에 얽힌 진실이 보일 것이다. 작품에서 산사내의 정체가 새로운 세력에 밀려 자신의 터에서 산으로 도망가 생활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겐노신 일행의 추측을 보면서 커다란 키에 말을 못하고 괴력을 쓰는 산사내의 특징과 연관지어보니 바다에서 조난당해 가까스로 생존하여 산속생활에 적응한 양이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당시 일본인의 키로 봤을때 양인의 모습은 비교불가 거대한 몸집의 괴물로 보이기에 충분하지 않았을까..-_-  
 

2. 오품의 빛 : 신비한 푸른 빛을 내는 백로
괴이전문 순사 겐노신이 또다른 사건을 맡는다. 고위관직을 내려놓고 후학을 양성하는 유학자 기미후사는 우연히 겐노신이 해결한 [하늘불](후항설백물어 상권에 수록)사건을 접하고 자신이 3살때 직접 목격한 사건에 대해 조사해주길 부탁받는다. 사건인 즉슨, 깊은 산속 푸른 빛을 띄는 아름다운 여성에게 안겨 있던 기미후사, 뒤따라온 아버지는 이 여성을 보고 놀라 땅에 머리를 처박고 조아린다. 그리고 기미후사를 아버지에게 건넨 여성은 홀연히 사라지고...뒤이어 그녀가 사라진 자리에서 백로 한마리가 신묘한 빛을 내며 밤하늘로 
날아간다. 과연 여성은 백로로 변하여 하늘로 날아간 것인가...모모스케를 찾아간 겐노신 일당은 모모스케가 직접 겪은 백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 솔직이 이 단편은 좀 너무 나간 듯하기도 했다...마타이치가 뛰어난 사기꾼이란건 알겠지만...천황에게까지 사기치는 스케일이라니...-_-;; 일본판 [로미오와 줄리엣]느낌의 작품이었다.


3. 바람신 : 백 번째 괴담을 이야기 후 어딘가에서 불어오는 바람 한줄기
한밤중 백가지 괴담을 이야기 하고 나면 무언가 괴이한 일이 발생한다....는 말을 듣고 겐노신 일행은 직접 백가지 괴담 이야기를 실행해보기로 한다. 잇파쿠 옹(모모스케)과 절의 주지 에가쿠, 유학자 기미후사의 아들 기미아쓰 그리고 겐노신 일행은 깊은 밤...돌아가며 백가지 괴담을 이야기 하는데....
- 마타이치의 사기를 옆에서 지켜보던 관망자 모모스케가 평생토록 고민해오던 선을 넘어가는 이야기이자 이로써 괴담 수집가 모모스케의 이야기가 종료되는 단편이었다. 모모스케와 함께 살고 있는 사요의 정체와 통쾌한 복수가 [항설백물어][속항설백물어][후항설백물어]까지 3편의 시리즈를 아우르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거짓을 거짓인줄 알면서도 믿는다.
현혹되고 눈이 멀면서도 그래도 좋다고 꿈을 꾼다.
이것이 꿈인 줄 알면서도, 알고 있으면서도 믿는다.
꿈속에서 사는 것 말고는....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도 계속 꿈꿀 수 있게 해주어야 하리라...
그것이 거짓일 지라도...


[후항설백물어 상]에서도 느꼈지만 급변하는 메이지 유신에 시대를 이끌어갈 젊은이들, 겐노신과 요지로 등에게 바통을 넘기는듯한 세대교체의 느낌을 받았었는데, 실제로 이번 하권을 보니 기담꾼 모모스케의 시대를 종결짓는 것으로 완전한 세대교체를 이루는장이었다. 물론 모모스케의 역할은 호사가 요지로가 맡을것 같고...어쨌던, 3편의 시리즈를 통해 국내 출간년도를 따져 장장 9년만에 모모스케의 장이 마무리 된 것이다. 특히 마지막 [바람신]의 백가지 괴담회는 [항설백물어]에서 처음으로 모모스케와 마타이치가 만나 일을 꾸미게된 첫번째 이야기 [아즈키아라이]의 괴이 백물어와 맞물리는 이야기로 괴담꾼으로서의 시작과 끝이라는 의미있는 엔딩을 보인다. 


구전되는 괴담을 빌어 인간 본연의 심리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작품이자 독자를 기묘한 이야기속 세계로 인도하는 환상적인 작품이었다. 이번 하권을 끝으로 [항설백물어]시리즈의 완전한 종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아직도 [전항설백물어], [서항설백물어]가 남아있다고 하니....남은 시리즈는 출간되긴 할런지...출간한다면 과연 언제쯤 나올런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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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카의 장갑
오가와 이토 지음, 히라사와 마리코 그림,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마리카의장갑 (2108년 초판)
저자 - 오가와 이토
그림 - 히라사와 마리코
역자 - 이윤정
출판사 - 작가정신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20p

 

엄지장갑 처럼 따뜻하고 잔잔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

 
이 추운 겨울 모든이들의 꽁꽁 언 마음을 녹여줄 엄지장갑 같은 따뜻하고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품이 출간되었다. 우리에게는 낯선 나라 발트 3국중 하나인 라트비아를 배경으로 라트비아의 문화, 음식, 복식, 국가상황 등을 녹여내 가상의 나라 루프마이제공화국에서 태어난 마리카라는 한 여성의 일생을 잔잔하게 그려낸다. 작가와 삽화가가 함께 3번에 걸쳐 직접 라트비아에서 취재를 진행하였고, 3번의 인상적인 방문이 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비록 현실은 냉정하고 참혹하더라도, 고난마저도 자신의 숙명이자 생의 의지로 승화하는 낙천적이고 때묻지 않은 루프마이제공화국 사람들을 보면서 삶에 대해..인생에 대해..그리고 사랑에 대해 사유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사실 이 작품의 원제는 [ミ.ト.ン] (mitten) 즉 '벙어리 장갑'이다. 살을 애는 추운 겨울 직접 뜨개질한 엄지가 분리된 장갑을 끼는 라트비아의 풍습에서 비롯된 제목인데, '벙어리 장갑'의 '벙어리'라는 단어가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낮추어 부르는 말이기에 출판사의 고심 끝에 작품속 주인공 마리카의 이름을 따 [마리카의 장갑]으로 수정하고, 본문에는 '엄지장갑'으로 단어를 전부 교체했다고 한다.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제목을 짓기 위해 머리를 모으고 끙끙 고심했을 출판사 관계자들의 배려심에서 태어난 동화같은 착한 이야기...[마리카의 장갑]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건 이런 착한 마음들이 모여서 나온 결과물이기 때문이 아닐까...


춤과 자연을 사랑하는 민족 루프마이제공화국에서 우렁찬 여아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조부모를 모시고 사는 부부의 집에 넷째 막내 딸이 태어난 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귀여운 손녀딸이자 아빠와 엄마의 눈에 넣어도 안아픈 막내이자 삼형제의 귀여운 여동생으로 무한한 사랑을 받은 마리카는 사랑에 보답하듯 건강하고 활달한 소녀로 자라난다. 공화국의 공식 성인식인 12살 기능시험에 서투르고 엉성한 엄지장갑짜기로 가까스로 합격하고, 어엿한 공화국의 일원으로 인정받는다. 하루하루를 소중히 즐기는 마리카는 15살에 학교 댄스동아리에 가입하고, 그곳에서 1년 선배인 야니스와 사랑에 빠진다. 둘만의 조심스러운 사랑을 키워가던 야니스는 마리카에게 청혼을 하고....마침내 둘은 부부로서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된다. 하지만 둘만의 아기자기한 부부생활에서 소소한 삶의 행복을 느끼던 마리카의 인생에 짙은 먹구름이 찾아온다. 이웃나라 얼음제국의 침공으로 루프마이제공화국은 나라로서의 지위를 박탈당하고 얼음제국의 치하에 놓인 상황에서 양봉가였던 남편 야니스가 이유도 모른체 얼음제국의 감옥에 투옥되게 된 것이다....부부생활 불과 5년만에 생이별을 맞게된 야니스와 마리카....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공화국으로 독립 후에도 지속적으로 러시아의 통치와 간섭을 받아왔던 라트비아의 실제 정치상황이 일부 반영된듯한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얼음제국에 의해 남편과 생이별하는 마리카의 아픔을 보며 일제치하 일본군에게 남편을 빼앗기고 홀로 고통을 견뎌야 했던 우리네 아낙네들이 겹쳐보이는 아이러니함을 느꼈다...-_-;;; (물론 저자 '오가와 이토'가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5년간의 행복한 결혼 생활....그리고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들....어찌보면 끝이 없는 고통의 시간을 희망의 시간으로 극복해내는 마리카의 삶을 대하는 방식이 진정한 감동을 불러오는것 같다. 떠나기전 남편에게 선물했던 장갑이 진흙이 묻은체 되돌아 와도 이 장갑의 실을 풀어 새로운 장갑을 만들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무한한 이타주의는 비단 마리카만의 삶의 방식이 아니고 마을 사람들 모두가 고통을 나누고 기쁨을 함께 하는 그들만의 살아가는 방식인 것이다.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모든 것에 감사하는 삶의 자세...그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자 지혜가 아닐런지...


"엄지장갑을 떠준다는 것은 온기를 선물하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직접 손을 잡아줄 수 없어 엄지장갑을 떠서 선물하는 것입니다. 엄지장갑은 손의 온기를 대신 전해주는 마리카의 분신입니다.....어느덧 따뜻하고 아름다운 엄지장갑을 뜨는 일이 마리카에게는 삶의 기쁨이 되었습니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그 사람을 위해 한땀 한땀 뜨개질을 하는 예쁘고 착한 마음이 모여 꽁꽁 언 손을 녹이는 장갑이 되듯 차갑게 얼어 붙어있던 내 마음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는 작품이었다. '오가와 이토'의 아름다운 동화같은 이야기에 '히라사와 마리코'의 삽화가 더해져 모든 이들의 아픔을 포근히 감싸주는 어른들을 위한 힐링 동화가 되었다. 황량한 이 겨울을 녹이는 가장 따스한 작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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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키
D. M. 풀리 지음, 하현길 옮김 / 노블마인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데드키 (2018년 초판)

저자 - D. M. 풀리

역자 - 하현길

출판사 - 노블마인

정가 - 15800원

페이지 - 651p




탐욕과 욕망에 찌든 죽음의 열쇠



다양한 범죄 소설이나 영화에서 유독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 있는데, 바로 은행의 깊숙한 곳에 위치한 대여금고이다. 은행털이 영화에서 범죄자들이 대여금고들을 열고 그안의 온갖 보석과 다이아몬드들을 보며 환호하는 장면은 손쉽게 떠올릴 수 있는 장면이다. 일정 대여료를 꾸준히 납부만 한다면 은행에서는 작지만 완전무결한 공간이 주어지고, 이 프라이빗한 공간에는 마약을 넣던 금괴를 넣던 내용물에 상관없이 다른 누구에게도 어떠한 간섭도 받지 않고 은행에서 안전하게 보관해 준다. 보관료가 납부되는 기간 동안에는 말이다...이 작품은 은행에 보관되고 있는 은밀한 개인공간, 대여금고를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시대를 달리하고 세상의 첫발을 내딛는 사회 초년생 두 여성이 한 은행의 탐욕에 찌든 은밀하고 거대한 음모에 엮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심리 스릴러....막대한 부? 아니면 죽음? 죽음의 열쇠 데드키가 두 여성을 이끄는 곳은 어디일까.... 



[1978년 베아트리스]

1978년 11월 집에서 가출한 16살의 소녀 베아트리스는 이모 도리스의 도움으로 각종 사회보장 서류를 위조하여 클리블랜드 거대은행인 퍼스트뱅크에 비서로 입사하게 된다. 집에 다시 들어갈 수는 없고 어떻게든 홀로서기를 해야하는 베아트리스는 처음 겪는 만만찮은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면서도 꿋꿋이 이겨내고 같은 비서인 맥스와 친분을 쌓는다. 맥스를 통해 FBI에서 은행의 비리를 주시하고 있고, 맥스가 이 비리를 홀로 은밀하게 파헤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다 도리스 이모가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입원으로 비어있는 이모의 방에서 클리블랜드 퍼스트 뱅크의 대여금고와 관련된 각종 서류와 함께 547이라 각인된 작은 열쇠를 발견하고 혼란에 빠진다. 고민끝에 이 사실을 맥스에게 의논하지만...맥스는 바로 다음날 이모가 가지고 있던 547번 열쇠를 훔쳐 잠적하는데.....



[1998년 아이리스]

1998년 8월 대학을 졸업하고 건축회사의 인턴으로 고용된 23살 아이리스는 계속되는 단순업무에 지쳐가던중 새로운 현장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기대감에 부푼다. 폐업한 뒤로 20년째 방치된 은행 건물을 새롭게 리모델링 하려는 프로젝트의 기초 작업으로 건물의 정확한 측량설계 업무를 아이리스가 단독으로 맡게 된 것이다. 퍼스트 뱅크에서 홀로 숙식하는 경비 레이먼의 도움으로 15층 건물을 돌며 측량자료를 도면에 그리던 아이리스는 사무공간이었던 3층의 한 책상에서 낡고 작은 열쇠 한개를 발견한다. 열쇠에는 퍼스트뱅크라는 이니셜과 함께 547번호가 각인되어 있었고, 조사끝에 이 열쇠가 은행의 1300개의 대여금고중 547번째 금고의 열쇠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클리블랜드 시청의 재정부도 이후 20일 만에 부도처리된 퍼스트뱅크...개인사물 조차

챙기지 못하고 갑작스런 폐업으로 문이 잠겨버린 은행...20년째 잠들어 있는 대여금고속 비밀들....우연히 발견한 작은 열쇠로 인하여 평범했던 아이리스의 인생은 180도 급변하게 되는데....



딱 20년의 시간차를 두고 어리숙하고 서투른 여성들의 진실을 향한 위험한 모험이 교차된다. 실제로 구조공학자로 일하는 작가의 경력을 살려 구조공학을 전공한 아이리스가 15층 건물을 조사하면서 숨겨진 공간과 비밀통로등을 발견하는 장면은 화면을 보듯 생생하게 그려낸다. 제목인 [데드키]는 단순히 작품속 비밀을 간직한 죽음을 여는 열쇠 같은 의미로 쓰여진 것이라 생각했는데, 대여자가 사망 또는 실종으로 대여금을 납부하지 못하고, 대여금고가 여러 해 동안 열리지 않고 잠겨 있으면 은행은 소유하고 있던 대여금고의 마스터키로 금고를 비워 시에 환원하고 새로운 대여자를 받게 되는데, 이때 사용하는 마스터키를 바로 [데드키]라고 부른다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 알게 되었다. 죽은 대여금고를 여는 열쇠이자 소장하는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저주받은 열쇠...중의적 의미의 [데드키]인 것이다. 



당연히... 장기미사용된 대여금고속 잠들어있는 주인없는 보물들에 눈독들이는 사람들과 이 모든 금고를 열 수 있는 만능 데드키를 탐하는 탐욕에 눈이 먼 사람들이 있을거라는건 불을 보듯 뻔한 일.(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20년이란 긴 시간을 이어온 비리와 탐욕의 역사가 베개같은 두께의 650페이지안에 꽉꽉 들어차 있다. 양파껍질 벗겨지듯 드러나는 충격적 진실 앞에 홀로 선 두 여성의 좌절, 고통, 용기, 갈등 등 다채로운 감정변화와 섬세하고 밀도있는 심리묘사가 이 엄청난 두께의 책을 끝까지 붙들고 있게 만든다. 20년간 잠들어 있는 대여금고의 보물을 노리며 아이리스의 곁에 숨어 있는 악당들,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조력자들...음모의 핵심에 근접해 가는 베아트리세와 아이리스...그리고...잠들어 있던 데드키의 향방...작품을 보니 얼마전 비리와 부정부패에 찌들은 저축은행 사태가 떠오른다. 가진자들의 부정축제로 예고도 없이 한순간 문을 걸어잠근 은행, 잠긴 문 앞에서 피땀흘려 번돈을 내놓으라며 아우성 치는 서민들...작품속 퍼스트은행 역시 서민들의 고혈을 빼먹으려는 가진자들의 교묘한 작태가 혈압을 올린다. ㅠ_ㅠ (그 더러운 작태를 사회 최하위층 미성년자 베아트리세가 깨버리니 나름 서민이 가진자를 향해 날리는 통렬한 한방인건가...)



아마존 브레이크스루 스릴러 부문 수상작이자 이 작품이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데뷔작으로서는 놀라운 작품임엔 분명 하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도 눈에 띈다. 심장을 압도하는 심리 스릴러라기엔 모자란 다소 밋밋한 구성이 그것인데, 400여페이지가 되어서야 처음 시체 한구가 나올 정도로 얌전한(?) 스토리나 650여 페이지를 들인것 치고는 후반부 크라이막스의 임팩트가 약하고 다소 어수선한 결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베아트리스는 대체 어디에 있었다는 건지...마지막 카마이클이 벌인 행동의 저의는 나로선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강렬한 한방의 부제, 하지만 끝까지 궁금하게 만드는 소소한 서스펜스랄까...차기작에서는 이 작품에서 보여준 탁월한 심리묘사와 함께 좀 더 정교한 플롯의 이야기로 다시 만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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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 배틀왕 미스터리 과학 도감 1
무라카미 겐지 지음 / 서울문화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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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배틀왕 (2018년 초판)_미스터리 과학 도감 1
저자 - 서울문화사 편집부
감수 - 무라카미 겐지
출판사 - 서울문화사
정가 - 12000원
페이지 - 144p


신개념 요괴 도감


어릴적부터 내성적이었던 본인은 뭔가 음침하고 혼자 책보는걸 좋아했더랬다. 굳이 비교 하자면 '이토준지'속 캐릭터 [소이치]의 얌전한 버전이라고 할까...당연히 [소이치]류 답게 초딩시절 부터 오컬트나 요괴류들의 이야기를 좋아했고, 특히 요괴물에 심취 했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유물이 되버린 콩콩코믹스 요괴 대백과 같은 요괴도감류들의 책도 다수 소장하고(아무래도 초딩시절 만화방을 운영하신 부모님의 영향도 적지 않게 받은것 같다.) 펴보곤 했었는데, 아쉽게도 이사다니면서 부모님이 전부 폐기해버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이 쓰리다...ㅠ_ㅠ (지금은 구할래야 구할 수도 없는 그 보물들을....OTL..) 그나마 성인이 되고 나서 어렵게 어렵게 모으고 있긴 한데, 오랜만에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요괴 도감류가 새롭게 출간되었더라. 이름 하야 [요괴 배틀왕]....기존의 요괴들에 대한 삽화와 설명을 담고 있는 도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제는 요괴들 끼리 싸움을 붙여 최강 배틀왕을 가리는 액션 카드의 요소가 추가된 새로운 형식의 도감으로 진화한 것이다. 어른들에겐 추억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고, 아이들에겐 흥미로운 요괴들에 대한 이야기와 개별 능력치를 기반으로 싸움 짱을 뽑는 게임적 요소가 흥미를 자극할 것 같다.


사실 80년대 출간되었던 여러 요괴 도감류들은 일본에서 출간된 요괴도감들과 일본 만화가들의 삽화를 그대로 배껴와 해적판으로 출간했었던 야생의 시절이었다. 하여 내 기억속 요괴들은 '이시하라 고진'이나 '미즈키 시게루'등 일본 유명 작가의 손에서 나온 그림으로 각인되있는데, 21세기형 요괴도감인 [요괴 배틀왕]속 요괴들은 기존 구시대적 2D를 벗어나 전부 3D 그래픽으로 그려져 있어 적잖이 놀랐다. (그래도 본인은 2D 그림에 더 애착이 가지만..) 날로 발전하는 디지털 시대에도 구시대적 유산인 요괴 도감이 출간되지만...내용 만큼은 디지털 3D로 구현하겠다는 의지인가?....


어쨌던...한없이 목이 늘어나는 로쿠로쿠 요괴와 함께 [요괴소년 호야]에서 호야를 돕던 낫족제비, [나루토]에 나오던 아마타노 오로치, 일본의 국민 요괴 갓파, 설산의 설녀 등등등...어릴적 추억속에 남아있던, 만화와 소설, 게임으로 보던 요괴들을 다시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다. 거기에 각 요괴들의 흥미진진한 배틀이 이어지니!!! 이 어찌 재미있지 않을소냐...


[배틀 규칙]
1. 요괴들 가운데 배틀에 적합한 능력을 갖춘 요괴를 우선으로 선발한다.
2. 흥미로운 배틀을 우해서 신체 능력, 요력, 체격 등 다양한 대결이 될 수 있는 요괴를 선발한다.
3. 배틀의 규칙을 준수할 수 있는 요괴를 선발한다.


어차피 가상의 대결임에도 쓰잘데기 없이 진지하고 상당히 설득력있으며 구체적이다!....-_- 더불어 일본 요괴와 바다건너 해외 요괴(크라켄, 늑대인간 등)들간의 국가별 배틀까지 확인할 수 있고, 부록으로 한국의 요괴, 인터넷 요괴, 오싹한 괴담까지 실려있는 요괴 종합백과였다. 서른 넘은 나도 무척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요괴 도서였다...'미스터리 과학 도감 1탄'이라니 소재를 달리하여 여러 시리즈로 나올것 같은데... 다음은 어떤 기상천외한 배틀을 선보일지 기대된다. ㅎ

과연 요괴들 중의 왕중의 왕은 누가 되었을까?!!!!....


[낫족제비 VS 마귀할멈!!!! 두둥~]



[버르장머리 없는 낫족제비가 할멈의 목을 따고 승리...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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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워스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마이클 커닝햄 지음, 정명진 옮김 / 비채 / 2018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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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워스 (2018년 개정판 1쇄)

저자 - 마이클 커닝햄

역자 - 정명진

출판사 - 비채

정가 - 13800원

페이지 - 335p



하나의 시간, 그러고 나면 또 그런 시간. 

그 시간들은 당신이 다 견뎌낸다고 해도 또 그런 시간이 있어.

세상에...또 그런 시간이라니. 지긋지긋해....



2003년 개봉한 영화의 원작이자 2012년 국내 출간되었던 [세월]이 [디 아워스]로 이름을 바꾸면서 개정판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시대를 달리한 3명의 부인이 [댈라웨어 부인]이라는 공통된 작품? 사람?으로 묶이면서 70년이란 세월의 간극을 뛰어넘어 영향을 주게 되는 이 이야기는 하루동안 벌어지는 세 부인의 일상을 그리면서 그녀들의 어지러운 삶과 내면의 고통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일단 작품을 이끌어 가는 3명의 부인을 보자면, 1923년을 살아가는 실존작가 버지니아 울프와 1949년 버지니아 울프가 쓴 작품 [댈라웨어 부인]을 읽고 영향을 받는 한 아이의 엄마인 임산부 로라 브라운, 마지막으로 1999년 에이즈 판정으로 투병중인 친구 리처드가 댈라웨어 부인이라 부르는 클러리서 본 까지 3명이다. 울프가 써낸 [댈라웨어 부인]....그 작품을 읽는 임산부....그리고 댈라웨어로 불리는 한 여인....70년이란 시간 사이에 이 [댈라웨어 부인]은 세 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우선 작품에 등장하는 실존인물이자 [댈라웨어 부인]을 써낸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에 대해 언급해야 작품 전반에 노출되는 동성애와 자살에 코드에 대한 이해가 좀 더 용이할 것 같다.

 

1882년~1941년 영국 전후 문학사에 많은 영향을 끼친 작가 울프는 말못할 비극적 생애를 살아간 여성이다. 어린시절 부모님이 이혼하고 아버지가 재혼함에 따라 의붓 오빠들을 비롯한 새로운 가족과 함께 하게된 울프는 의붓오빠들에게 성폭행을 당하게 된다. 그로 인한 충격으로 정신분열증에 시달리게 되고, 남성 혐오증을 갖게 된다. 그런 그녀에게 반해 청혼한 남자가 그녀의 남편 레너드인데, 울프는 결혼을 위한 조건을 내건다. 첫째로 작가인 자신의 일을 방해하지 말것, 둘째로 절대로 잠자리를 요구하지 말 것....그렇게 1912년 둘은 결혼하지만, 안타깝게도 울프의 병세는 날로 악화되어만 간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1923년은 그녀가 요양하기 위해 런던을 떠나 교외로 이사한 곳에서 시작되며, 그녀는 교외에서 우연히 목격한 새의 죽음을 통해 일상이라는 속박에서 벗어나 일탈하고자 하는 충동을 느끼게 된다. 어찌됐건...그녀는 주머니에 돌덩이를 넣고 차디찬 강속에 걸어들어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결국 울프의 작품 [댈라웨어 부인]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게되는 두 여성에게서도 역시 울프의 불안한 심리와 동성애 성향, 죽음에 대한 동경이 은연중 묻어나게 된다. 그저 책읽기를 좋아하던 평범한 여성 로라 브라운은 2차세계대전에서 살아 돌아온 핸섬가이 댄의 느닷없는 청혼을 받고 미처 생각할 겨를 없이 결혼하여 가정을 꾸린다. 귀엽고 총명한 3살난 아들 리치를 낳고 뱃속에는 둘째를 임신중인 로라에게 남편 댄의 생일날은 더 없이 행복하고 충만한 하루였어야 할터인데....정작 그녀가 맞이하는 생일날 아침은 혼란스럽기 그지 없다. 남편의 생일 케잌을 아들과 함께 만들면서도...우연히 들른 그녀의 친구와 만나는 중에도...그녀의 마음속에 서서히 고개를 드는 댈러웨어 부인의 그림자는 때마침 그녀가 읽고 있던 책이 [댈러웨어 부인]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더없이 행복한듯 보이는 주부로서의 반복되는 일상의 염증...우연히 스친 동성 친구와의 입맞춤에 감전되듯 동요되는 감정...그렇게 감정의 혼란을 겪던 로라는 리치를 이웃집에 맡겨두고 가출이라는 일탈을 감행한다. 


하나의 시간, 그러고 나면 또 그런 시간. 아무리 견뎌내도 다시 돌아올 그 지긋지긋한 시간...시시각각 로라를 유혹하는 모든 굴레를 벗어버릴 죽음이란 달콤한 속삭임...



아....OTL..제발 이러지마...ㅠ_ㅠ...행복한 남편 생일날 이 무슨 사달날 짓이란 말이냐...작품을 읽는 내가 이리도 조마조마하니...엄마의 소용돌이 치는 감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아들 리치는 오죽하겠는가....엄마의 혼란한 내면을 바라보고 자란 아들의 이야기는 1999년도 이야기로 이어진다....온 사방에 포진된 동성애 코드와 자살, 죽음의 조각들이 즐비하다. 비극적 인생을 살다간 버지니아 울프의 짙게 드리운 암울의 그림자를 로라와 클러리스는 걷어 낼 수 있을까?...미치도록 반복되는 지옥같은 일상조차도 삶의 일부분이자 삶 그 자체이다. 울프의 죽음에 앞서 빛나는 문학 작품을 써낼 수 있었던 창조적 힘 역시 그녀의 삶과 옆에서 물씬양면으로 힘써준 남편 레너드의 노력에서 나온것이라 믿고싶다. 작품 전반을 채우는 메타포들과 문학성 풍부한 유려한 문장, 부인들의 섬세하고 깊이 있는 내면묘사들로 솔직히 그녀들의 감정선을 전부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힘들것 같다. 하지만 작가가 이야기 하는 [디 아워스] 삶을 채우고 있는 그 시간들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던것 같다. 기회가 닿는다면 영화버전으로도 감상해보고 싶다.



덧 - 원작에서 클러리사가 영화촬영장을 지나며 '메릴 스트립', '줄리안 무어'를 본것 같다고 언급하는 장면이 있는데...영화판 클러리사 역이 '메릴 스트립'이네..ㅎㅎ 이 장면을 어떻게 위트있게 처리할지 무척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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