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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항설백물어 - 하 - 항간에 떠도는 기묘한 이야기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9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18년 12월
평점 :
후항설백물어 하 : 항간에 떠도는 기묘한 이야기 (2018년 초판)
저자 - 교고쿠 나쓰히코
역자 - 심정명
출판사 - 비채
정가 - 13800원
페이지 - 310p
현혹되지 마라!
부산스러운 한바탕 요괴소동에 현혹되지 마라.
진실을 가리고 목적을 이루기 위한 그들의 거짓부렁이니..
경계하라!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불가사의한 사건 뒤에 숨겨진 진실을 간파 해낼때
비로소 가려져 있던 진실이 보일 것이다.
'짤랑'
어행봉위!
18년 11월에 나왔던 상권에 이어 비교적 빠른 시간에 하권이 출간되었다. 상권에 실린 3가지 이야기에 이어 하권에서도 3가지 요괴와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차피 [후항설백물어] 단권을 임의로 나눈것이라 상권의 캐릭터와 흐름이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될것 같다. 상권에서도 어렴풋이 비추던 요괴...괴이를 믿는 인간의 심리에 대해 하권에서는 좀 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느낌이다. 처참하고 잔혹한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실체하지 않는 허구와 환상으로 도망쳐 버리는 인간의 나약한 심리...그리고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사리사욕을 채우는 인간이라는 현실의 요괴들...그리고 이런 진실을 간파하고 더 높은 책략과 술수로 악인을 단죄하는 모사꾼 마타이치와 글쟁이 모모스케....
추악한 현실을 깨닫게 하느니 차라리 더욱 완벽한 요괴의 소행으로 만든다! 비현실적이면서도 괴이하고 으스스한 결말에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으로 치부하고 다시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는 사람들. 진실을 아는 이는 죄값을 죽음으로 받을 악인들, 그리고 악인을 단죄하는 마타이치 일당이면 충분한 것이다. 그렇게 요괴의 소행이었던 사건에 감춰져 있던 모사꾼의 기막힌 트릭이 공개되면서 고전 괴이물에서 미스터리로서의 전환과 반전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시대는 서양의 문물이 밀고 들어오는 급변의 시대 메이지유신. 경시청 순사 겐노신이 맡은 요사스러운 사건을 그의 동무들과 함께 요괴가 적힌 고서를 찾아보며 사실여부에 대해 논의한다. 하지만 고고한 유학자, 혈기왕성한 검잡이, 세상일에 관심 많은 호사가 등..중구난방 저마다 내놓는 의견에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만 가고, 결국 은둔해 있는 이야기 수집가 노인 잇파쿠옹(모모스케)을 찾아가 불가사의한 사건을 이야기하고, 모모스케는 자신이 알고 있는 혹은 겪은 이야기를 통해 결국 요괴의 소행으로 보이던 불가사의한 사건들이 사실은 한낱 인간의 거짓 소행이었음을 밝혀낸다....
1. 산사내 : 산에서 내려온 거대한 괴력의 사내
괴이전문 순사 겐노신이 새로운 사건을 맡는다. 사건인 즉슨, 무사시노의 시골 마을에 물을 뜨러 간다며 나간 여성이 3년동안 실종되었다 돌아온다. 정신이 반쯤 나간체 아기를 안고 돌아온 그녀...가까스로 입을 땐 그녀는 자신이 산사내에게 납치되 요괴의 아이를 낳았다고 하는데....과연 정말로 산사내가 여인을 납치 후 겁탈하여 아이까지 낳게 만든 것인가...모모스케를 찾아간 겐노신 일행은 모모스케가 알고 있는 또다른 산사내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 산사내 요괴는 인간의 눈을 흐리는 연막일뿐...산사내를 배제하고 이야기를 바라보면 더러운 욕정에 얽힌 진실이 보일 것이다. 작품에서 산사내의 정체가 새로운 세력에 밀려 자신의 터에서 산으로 도망가 생활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겐노신 일행의 추측을 보면서 커다란 키에 말을 못하고 괴력을 쓰는 산사내의 특징과 연관지어보니 바다에서 조난당해 가까스로 생존하여 산속생활에 적응한 양이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당시 일본인의 키로 봤을때 양인의 모습은 비교불가 거대한 몸집의 괴물로 보이기에 충분하지 않았을까..-_-
2. 오품의 빛 : 신비한 푸른 빛을 내는 백로
괴이전문 순사 겐노신이 또다른 사건을 맡는다. 고위관직을 내려놓고 후학을 양성하는 유학자 기미후사는 우연히 겐노신이 해결한 [하늘불](후항설백물어 상권에 수록)사건을 접하고 자신이 3살때 직접 목격한 사건에 대해 조사해주길 부탁받는다. 사건인 즉슨, 깊은 산속 푸른 빛을 띄는 아름다운 여성에게 안겨 있던 기미후사, 뒤따라온 아버지는 이 여성을 보고 놀라 땅에 머리를 처박고 조아린다. 그리고 기미후사를 아버지에게 건넨 여성은 홀연히 사라지고...뒤이어 그녀가 사라진 자리에서 백로 한마리가 신묘한 빛을 내며 밤하늘로
날아간다. 과연 여성은 백로로 변하여 하늘로 날아간 것인가...모모스케를 찾아간 겐노신 일당은 모모스케가 직접 겪은 백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 솔직이 이 단편은 좀 너무 나간 듯하기도 했다...마타이치가 뛰어난 사기꾼이란건 알겠지만...천황에게까지 사기치는 스케일이라니...-_-;; 일본판 [로미오와 줄리엣]느낌의 작품이었다.
3. 바람신 : 백 번째 괴담을 이야기 후 어딘가에서 불어오는 바람 한줄기
한밤중 백가지 괴담을 이야기 하고 나면 무언가 괴이한 일이 발생한다....는 말을 듣고 겐노신 일행은 직접 백가지 괴담 이야기를 실행해보기로 한다. 잇파쿠 옹(모모스케)과 절의 주지 에가쿠, 유학자 기미후사의 아들 기미아쓰 그리고 겐노신 일행은 깊은 밤...돌아가며 백가지 괴담을 이야기 하는데....
- 마타이치의 사기를 옆에서 지켜보던 관망자 모모스케가 평생토록 고민해오던 선을 넘어가는 이야기이자 이로써 괴담 수집가 모모스케의 이야기가 종료되는 단편이었다. 모모스케와 함께 살고 있는 사요의 정체와 통쾌한 복수가 [항설백물어], [속항설백물어], [후항설백물어]까지 3편의 시리즈를 아우르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거짓을 거짓인줄 알면서도 믿는다.
현혹되고 눈이 멀면서도 그래도 좋다고 꿈을 꾼다.
이것이 꿈인 줄 알면서도, 알고 있으면서도 믿는다.
꿈속에서 사는 것 말고는....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도 계속 꿈꿀 수 있게 해주어야 하리라...
그것이 거짓일 지라도...
[후항설백물어 상]에서도 느꼈지만 급변하는 메이지 유신에 시대를 이끌어갈 젊은이들, 겐노신과 요지로 등에게 바통을 넘기는듯한 세대교체의 느낌을 받았었는데, 실제로 이번 하권을 보니 기담꾼 모모스케의 시대를 종결짓는 것으로 완전한 세대교체를 이루는장이었다. 물론 모모스케의 역할은 호사가 요지로가 맡을것 같고...어쨌던, 3편의 시리즈를 통해 국내 출간년도를 따져 장장 9년만에 모모스케의 장이 마무리 된 것이다. 특히 마지막 [바람신]의 백가지 괴담회는 [항설백물어]에서 처음으로 모모스케와 마타이치가 만나 일을 꾸미게된 첫번째 이야기 [아즈키아라이]의 괴이 백물어와 맞물리는 이야기로 괴담꾼으로서의 시작과 끝이라는 의미있는 엔딩을 보인다.
구전되는 괴담을 빌어 인간 본연의 심리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작품이자 독자를 기묘한 이야기속 세계로 인도하는 환상적인 작품이었다. 이번 하권을 끝으로 [항설백물어]시리즈의 완전한 종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아직도 [전항설백물어], [서항설백물어]가 남아있다고 하니....남은 시리즈는 출간되긴 할런지...출간한다면 과연 언제쯤 나올런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