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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 - 역대급 살인 미스터리, 리지 보든 연대기
에드윈 H. 포터 지음, 정탄 옮김 / 교유서가 / 2019년 1월
평점 :
리지 : 역대급 살인 미스터리, 리지 보든 연대기 (2019년 초판)
저자 - 에드원 H. 포터
역자 - 정탄
출판사 - 교유서가
정가 - 16000원
페이지 - 347p
살인보다도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 더 골때린 사건
1892년 8월 4일 오후 12시경....
보든가의 가장 앤드류 보든이 1층 소파에서 날카로운 도끼로 보이는
무기에 의해 수십회 머리를 난도질 당한체 시체로 발견된다.
처음 시체를 발견한 사람은 앤드류 보든의 막내딸 32살 리지 보든...
그녀는 3층에 있던 가정부 매기를 불러 이웃에 의사를 불러 오라고 말하고
매기는 이웃사람들을 데리고 다시 1층 방으로 온다. 그뒤 앤드류 보든의
아내이자 리지의 의붓엄마 애비 보든의 부제를 이상하게 여긴 이웃은 2층으로
올라가고...2층 손님방에서 역시 같은 무기로 무참히 머리가 난도질 당한체
엎드려 죽어있는 애비 보든을 발견한다.
두 시체의 살해 시간차는 약 2시간 가량...애비 보든이 먼저 살해 당하고 이후 앤드류 보든이 살해된다. 막내 리지와 가정부 매기가 빈번히 집안을 드나들었기 때문에 살인범이 2시간 이상을 숨어있다 살해를 벌이기에는 숨어있을 곳도 없고, 너무나 우연성이 짙어 외부 살인범의 소행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결국 시선은 최초의 시체를 발견한 리지에게 쏠리고...그녀의 번복되는 진술과 몇가지 행위들로 인하여 부모를 살해한 존속살인범의 유력 용의자로 몰리게 된다.
미국 역사상 가장 잔혹하고 끔찍한 살인사건이자 범인 없이 피해자만 존재하는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으로 남아있는 리지 보든 사건의 연대기가 출간되었다. 미국 사회를 경악으로 몰아 넣으면서 각종 종교계, 매스컴, 여성계등에 숱한 이슈화 화제를 일으켰던 리지 보든 살인사건에 대해 충실히 자료를 수집한 작가가 실제 사실에 의거하여 사건의 발생 부터 재판결과와 그로인한 사회적 파장과 여론까지 담아낸 진정한 의미의 리지 보든 살인사건의 모든 것이다.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보다 보면 정황증거라는 말을 많이 보게 된다. 사건의 정황상 범인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심증적 증거는 되지만 범인으로 확정할 수 있는 유력한 증거는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정황증거만으로도 처벌 할 수는 있지만 안타깝게 리지 보든 사건의 경우 범인을 특정할 유력한 증거(살인 무기 같은...)는 발견하지 못했고, 정황증거만으로 범인을 특정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어 결국 리지는 재판에서 배심원들의 무죄평결로 풀려나게 된다. -_-;;;
하지만 본인은 작품을 읽으며 개인적으로는 무조건 리지 보든이 살인자일 수 밖에 없다고 확신하게 되는데...(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가정부와 공범일수도 있겠고...) 살인 동기부터 그녀의 진술과 행동까지 모든것이 그녀가 범인임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부자인 은행가 앤드류가 자신의 재산을 의붓엄마에게만 주려 했던 점, 부부가 죽고나면 앤드류의 재산은 남아있는 리지 보든과 언니에게 상속된다는 점등을 통해 살인의 동기가 충족되어진다. 이후 리지가 살인사건 전날 약국에 찾아가 독극물을 구입하려 했던일과 살인이 발생된 시간에 집밖의 창고 다락에 올라갔다고 진술한점(경찰 확인 결과 창고 다락에는 먼지가 쌓여있었고 누구도 다락에 출입한 흔적이 없었다고 함), 살인 발생 이후 리지가 난로에 옷가지를 태우는 것을 언니가 목격한 일(범행시 입었던 피가 튄 옷을 태운것 아닌가...) 등등...파면 팔수록 범인은 리지 보든을 가리킨다.
그러나 재판 결과는 무죄!...-_-;;; 아무리 살인도구를 찾지 못하고, 리지에게서 어떤한 혈흔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무죄라고라....사실 살인보다도 리지가 무죄를 받게 되는 당시 미국사회에 팽배했던 분위기? 혹은 끔찍한 여성 살인자에 대한 시선? 이 살인보다 더한 컬쳐쇼크로 다가온다. 완전 역대급 코미디가 따로 없달까...사실 지금같다면야 CSI가 출동해서 시약 좀 뿌려주고 혈흔검사와 DNA검사 촤라락 하고 나면 빼도박도 못할 실질증거를 잡아냈을테지만...1800년대의 수사는 어설프기 짝이 없으니...살인현장을 격리시키지 않을 뿐더러 용의자인 리지는 그 집에서 계속 지내게 하니...어찌보면 살인무기를 찾지 못한건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쨌던...수 십회의 가격으로 얼굴의 형체가 무너져 버리고 눈알이 터지고 뇌수와 혈흔이 줄줄 흘러나올 정도로 머리를 곤죽을 만들어 버리는 그 분노...어디서 봤는데 이런 원한에 의한 잔혹 범죄는 대부분 피해자와 밀접한 관계의 주변인이 범인이라고 들었었다. 무죄로 풀려났다지만 아무리봐도 유산 상속을 노린 존속살인을 저지르고 평소와 다름없이 냉정하고 차분하게 행동했던 리지가 싸이코패스 범인이라 생각된다.
재판 결과야 어떻든 실제 사건이 주는 무게감은 여느 픽션과는 다른 묵직함으로 다가온다. 실제 사건과 실존 인물들의 엇갈리는 진술들을 따라가며 미제사건의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를 독자가 직접 추측해보는 재미를 지닌 작품이었다. 물론 1800년대라는 시대가 주는 낡은 느낌은 있지만 미국 사회 전체를 경악에 빠트린 사건이라는 타이틀이 묘하게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다른 이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