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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임시정부
정명섭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9년 1월
평점 :
상해임시정부 (2019년 초판)
저자 - 정명섭
출판사 - 고즈넉이엔티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95p
3.1절, 상해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작
올해가 1919년 3.1 만세운동과 상해임시정부를 수립한지 딱 100년째 되는 해이다. 이제는 시간이 흘러 35년간 일제강점기의 치욕스러운 감정이 많이 퇴색되고 옅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가슴속에는 자유를 향한 한민족의 뜨거운 열망이 가슴속 깊은곳에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주독립을 위해 우리의 순국선열들이 자발적으로 저항의 의지를 표명한 3.1운동과 대한민국의 독립을 염원하며 독립투사들이 뜻을 모아 세운 상해임시정부가 100주년을 맞은 올해 다시한번 나라를 위해 몸바친 수많은 열사들의 희생정신을 되세겨 보는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하면서...그들의 열정과 숭고한 정신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는 역사 소설을 소개한다.
상해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발맞춰 출간된 이 작품은 좀비와 역사 덕후인 '정명섭'작가가 상해임시정부 수립과 관련된 다양하고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사실적 고증에 픽션 한방울을 섞어 만들어낸 대하 역사소설이다. 1919년 파리에서 열린 만국강화회의에 일본의 압제적 통치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한국의 대표단을 보내고, 경성의 2.8 독립선언, 3.1 만세운동을 주도했으며, 상해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정부를 만드는데 일조한 신한청년당원들의 긴박하고 위험천만한 활동이 펼쳐진다.
상대적으로 일본의 감시가 약한 상해에서 독립의 열망을 불태우던 여운형은 뜻을 함께하는 청년들과 1918년 신한청년당을 조직한다. 운좋게 상해에서 미국 대통령의 특사 찰스 크레인의 민족자결주의에 대한 연설을 듣게된 여운형은 1919년 만국강화회의에 한국의 대표를 보내 한국의 독립의지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하여 파리에 갈 민족대표로 김규식 박사에게 대표직을 부탁한 여운형은 그에게서 강화회의 전 세계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거대한 저항운동을 성공해달라고 부탁받는다. 파리에서 대표단이 기거할 막대한 자금과 전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저항운동을 성공시키기 위해 여운형과 장덕수, 서병호 등등 각 신한청년당원들은 각자의 위험한 비밀임무와 독립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가슴에 안고 일본 경성, 파리, 블라디보스토크, 만주, 부산등 국경을 넘어 각지로 향하는데.....
작품은 1918년 11월 28일 부터 1920년 봄까지 신한청년당의 행적을 그린다. 각 날짜와 장소에 따라 벌어진 일들이 그려지니 작품이 더욱 리얼하게 다가오는듯 하다. 작가의 말에서도 언급되지만 사실적 역사를 바탕으로 쓰여진 작품이기에 역사적 왜곡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고 한다. 하지만 신한청년당....독립운동가 여운형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이보다 더한 긴장감과 스릴도 없는것 같다. 실제사건이 주는 리얼함을 넘어서는 긴박하고 급박한 사건의 전개와 독립운동가와 밀정들의 숨막히는 첩보전...이런 상상을 초월하는 압박감과 잔혹한 고문과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고 행동하는 대한의 젊은이들...정신없이 읽다보면 어느새 배속에서 꿈틀거리는 뜨거운 무언가가 치솟아 오르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그 불덩어리 같은 뜨거운 무언가 말이다.
작품의 주축인 독립운동가 여운형은 네이버에 이름만 쳐도 바로 콧수염을 기른 흑백사진이 나올 정도로 한국 독립에 기여한 위인이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본인은 이 작품을 통해 처음 접한 이름이었다. 3.1운동도....상해임시정부수립도 마찬가지다.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 근대사 챕터에서 본 단 몇줄....몇마디의 문장이 전부였다.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본인의 고딩시절만 해도 수능에 배정된 근대사 챕터는 몇 문제 안되었고, 단순 암기로 1919년 3.1 만세운동, 1919년 상해임시정부 수립이라는 단순 암기에 그쳤던 이 두 사건에 이렇게 수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치밀하고 비밀스러운 작전이 동원되었는지는 이 작품을 읽기 전까지는 전혀 모르던 사실이었다. 그들이 흘린 피로 일구어낸 땅 위에서 안온하게 살아온 본인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비겁한 변명이라도 하자면 그동안 관심을 갖지 않았던 본인의 문제도 있겠지만, 수능을 위한 단순 암기과목에서 한때는 선택과목으로까지 전락해버린 한국사에 대한 사회의 낮은 인식도 문제라고 생각된다. 역사는 미래를 밝혀주는 등불이다.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있고,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것이다. 이번 100주년을 통해, 이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다시금 그날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100주년이라는 기념적인 해에 걸맞는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역사적 의미를 떠나 '정명섭'작가님의 작품중 가장 재미있고(재미있게 읽었다는게 웬지 죄송스럽지만) 스릴감 넘치는 작품이었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