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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
테라오 겐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가자어디에도없었던방법으로 (2019년 초판)
저자 - 테라오 겐
역자 - 남미혜
출판사 - 아르테(ARTE, 아르떼)
정가 - 16000원
페이지 - 298p
부딪혀라! 그럼 깨어질 것이다
제목만 보고 여행 에세이인줄 알았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성공한 창업가의 자전적 에세이였네...그런데 책의 서두에 쓰인 인생은 방랑과도 같은 것이요, 끝이 없는 여행이라는 글을 읽고 나니 묘하게 설득된다. 인생이라는 여행길에 오른 '테라오 겐'의 아직 현재진행형의 여정을 담은 에세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은가...빚더미속 맨땅에서 시작한 회사를 2017년 기준 연매출 89억엔, 직원수 100명의 건실한 회사로 성장시킨 그야말로 자수성가형 창업가가 걸어온 길을 통해 세상과 맞서 뻔뻔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배워본다.
17살에 학교를 중퇴하고 1년간 지중해를 따라 배낭여행을 하고,
18살에 기타를 치고 곡을 써내 록밴드의 리더로서 10년간 뮤지선의 길을 걷고,
28살에 전자제품 디자인 회사 '발뮤다'를 창업하여 맥 노트북 받침대를 손수 제작.
이후 자연풍 선풍기, 토스터기를 제작하여 안정된 회사로 성장시킨다.
확실히 그가 걸어온 삶의 궤적을 봤을때 평범한 인생의 길을 걸어왔던것은 아니란걸 단박에 깨닫게 된다. 이혼한 어머니가 불의의 사고로 죽고 받은 보험금으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더 넓은 세상을 체험하기 위해 떠난 배낭여행부터 이미 평범함의 길은 벗어난 것이다. -_- (아들의 결심을 허락한 저자의 아버지 역시 개방적 사고를 가졌다고 생각된다만) 찢어지게 가난해서 부모님이 이혼을 하고 이후로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뼈빠지게 고생한 아버지를 바라보며 이런 결심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런지 모르겠다. 틀에 박힌 인생의 항로를 따라 가던 나로서는 도저히 시도해보지도 못 할 일탈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렇게 세상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돌아온 소년이 내딛은 발걸음이 록뮤직이라는 것도 뭔가 상식을 벗어나 보였다. 그런데 또 재능은 있었던 건지...생전 처음으로 잡은 기타와 작곡을 인정받아 기획사와 계약을 하고 그렇게 10년간을 뮤지션의 길을 걷는다니...뭐...저자의 말로는 자신의 재능의 한계를 경험하고 때려쳤다지만...그렇게 경쟁이 심하다는 음악계에서 10년동안 음악밥을 먹은것만으로도 수준급 이상의 실력이라는 반증이 아닌가...-_-
어쨌던...록음악을 때려치고...무직에 결혼을 하고...나이는 28살...인생의 위기라면 위기인 이 시점에서 저자는 또한번 새로운 일탈을 시도한다. 마치 학교를 중퇴하고 배낭여행을 가고, 기타를 사서 록음악을 작곡할때 처럼 말이다. 느닷없이 구상하던 책상 도면을 그리고, 자신이 그린 도면을 제조공장에서 직접 자르고 깎고 조립한다. 물론 모든것이 다 처음 해보는 생소한 작업이지만 자산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는 성취감에 두번째 창작품 노트북 받침대를 디자인하여 손수 만들고 '발뮤다'라는 회사의 이름을 짓고, 홈페이지를 직접 제작하고, 제품의 포장제를 구입하여 직접 포장하고, 가전제품 매장에 직접 제품을 전시한다. 그렇게 발뮤다의 첫번째 제작품으로 10대의 받침대를 오더받고 10대의 판매에서 이제는 수천 수만대의 제품을 판매하는 중견 기업으로 성장한다. 물론 시시때때로 다가오는 도산의 위기와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지만 모든 위기를 직접 맞서며 타개책을 마련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지난날 낯선 외국에서 몸뚱아리 하나로 생존을 이어가던 17살 소년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었다.
사실 남의 성공한 인생을 자세히 들여다 보는건 그것대로 흥미를 동하게 만드는 일이다. 나와는 다른 길을 걷고 역경을 헤쳐나가며 끝내는 위기를 극복하는 사람들의 삶의 철학과 방식을 보며 나 역시도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들의 삶이 나와 너무나 동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면 괜스레 상대적 박탈감도 느끼게 되고 나와는 다른 비현실의 영역이라는 생각도 들곤 한다. 저자가 쓴 이 글이 얼마나 리얼에 가까운지는 모르겠지만 작품속에서 그려지는 저자의 창업기는 너무나 투박하고 너무나 도전적이라 내내 위태로워 보인다. 도 아니면 모로 보였다는 말이다. -_-; 실로 제목 그대로 어디에도 없던 방법이긴 하다. 나라면 이 리스크를 떠안고 일을 벌일 수 있을까?...다이슨이 연상되는 고가의 프리미엄 가전제품 시장을 노리고 3~40만원을 육박하는 자연풍 선풍기로 지금의 회사를 키워 냈는데, 지속적 성장을 가져가기 위해선 원히트원더가 아닌 새로운 제품들이 꾸준히 대박을 쳐줘야 될것이고, 이를 위해선 또 무수히 많은 위기를 거쳐내야 할 것이다. 다이슨 처럼 승승장구 할것인지, 아니면 한경희 스팀청소기 처럼 원히트원더로 기억속에 잊혀질지는 조금더 지켜봐야 된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이 고난과 역경의 창업기는 오로지 도전정신과 피땀어린 노력으로 일궈낸 결과물이기에 좀더 가슴으로 와닿는다.
어쨌던...넓은 세상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몸으로 체득한 도전정신과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발상의 전환은 꽤나 인상깊게 다가온다. 울 딸래미들에게도 어렵더라도 더 넓은 세상을 만날 기회를 주고 견문을 넓혀 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배낭 하나 던져주고 낯선 타지에서 알아서 살아남으라는건 무리겠지만...-_-;;;;
참고로 국내에도 '발뮤다' 홈페이지가 오픈되었더라...이곳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을 볼 수 있다.
http://www.balmud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