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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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지는계절에그대를그리워하네 (2019년 2판 1쇄)

저자 - 우타노 쇼고

역자 - 김성기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67p



벚꽃이 떨어져도 가지는 그대로 남아 다음에 찾아올 봄을 기다린다



드디어 나도 봤다! 레전드 서술트릭하면 [살육에 이르는 병]과 함께 언제나 빠지지 않고 회자되는 작품이기에 항상 궁금증을 유발했었는데, 좀처럼 기회가 닿지 않아 손가락만 빨고있다가, 모처럼 국내 출간된지 14년만에 새로운 옷을 입고 재간되어 산뜻하고 화사한 벚꽃에디션으로 새롭게 영접했다. 작품 시작부터 의도적으로 오인을 불러일으키고 작품의 말미에 진실을 밝혀 충격에 빠지게 만드는 서술트릭이라는 장르자체가 고도의 완성도를 요하는 어려운 장르이기에 작품의 수도 많지 않을 뿐더러 독자가 납득할 수 있을정도로 공정하게 정보를 배치하여 페어하게 승부를 거는 작품은 실로 손에 꼽을 정도이니 많은 미스터리 팬들에게 인정받은 이 작품이 서술트릭에 찹쌀떡처럼 언급되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수도 있을듯 하다. 



그렇게 15년간 전설의 레전드로 추앙받고 사랑받는 스테디 셀러이다보니 저작권 만료시점에 새로운 옷을입고 재계약되어 다시 우리곁에 찾아온 거겠지...명작은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명작이니까. 특히 서술트릭이란 장르는 결말을 보고 손쉽게 맨 앞페이지를 들춰볼 수 있는 소설로 읽었을때 100%의 진가를 발휘하는 장르이기에 독자와의 밀당이 가장 적합한 장르라고 생각한다. (물론 서술트릭과 흡사한 류의 [유주얼 서스펙트], [파이트 클럽]등의 작품도 있지만) 오직 소설만이 가질 수 있는 반전의 카타르시스. 그리고 그 반전의  카타르시스를 가장 극대화시킨 작품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이다. 



자유분방한 연애주의자 나루세는 여성이던 일이던 넘치는 힘과 왕성한 의욕이 솟구치는 남자이다. 어느날 우연히 지하철을 기다리던 나루세는 선로에 뛰어든 여성을 발견하고 앞뒤 가릴것 없이 선로로 뛰어 내려가 아슬아슬하게 자살하려던 여성을 구해낸다. 지하철엔 한바탕 소동이 일고 역무실에가서 간단한 조사를 마치고 나온 나루세와 자살미수자 사쿠라...나루세는 여성에게 오늘은 자신의 생일이니 죽으려면 다른날 죽어 달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그리고 며칠뒤 걸려온 전화 한통화...자신을 사쿠라라 소개한 여성은 역무실에 남겨놓은 연락처로 전화를 했고, 나루세의 말로 용기를 갖고 세상을 살기로 마음먹었다고...한번만 만나달라고 청한다. 그렇게 다시 사쿠라와 만난 나루세는 자살하려던 처음과는 달리 묘하게 생의의지를 뿜어내는 사쿠라에게 기묘한 감정을 느끼고 만남을 지속하게 된다. 한편, 다니던 헬스장에서 함께 운동하던 동생인 고교생 기요시의 부탁으로 흠모하는 양가집 규수 아이코의 할아버지가 뺑소니 사고로 죽은 사건의 원인을 밝혀달라는 의뢰를 받고, 소싯적 탐정 사무소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아이코의 의뢰를 수락하기로 한다. 평소 직장을 은퇴하고 노인을 상대로 건강식품이나 의료보조기를 파는 호라이 클럽에 드나들던 아이코의 할아버지는 사고직전 호라이 클럽이 강매한 물건 때문에 수천만엔의 빚을 지게 되었고, 이 빚때문에 괴로워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뺑소니 사고와 호라이 클럽의 연관이 의심되는 나루세는 호라이 클럽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이야기는 크게 3가지 갈래로 나뉜다. 현재의 나루세가 노인을 상대로 사기와 공갈로 거액의 건강용품을 강매시키는 호라이 클럽에 대한 조사가 하나, 과거 사회 초년생이던 나루세가 탐정사무소에서 복부가 난자되어 속안의 내장이 밖으로 널려 죽은 끔찍한 야쿠자 살해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야쿠자 조직에 신분을 숨기고 잠입하는 이야기 하나, 2년전 컴퓨터 교실의 강사인 나루세가 수강생인 노인 안도씨의 부탁으로 잃어버린 딸을 찾아다니는 이야기까지 총 3가지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된다. (물론 크게 나눴을때가 이정도이고 그외에도 나루세 외의 다른 캐릭터들의 이야기도 짤막하게 전개된다.) 물론 기막힌 서술트릭의 이야기라는걸 알고 시작한터라 초반만해도 [살육병]처럼 뒷통수 맞지는 않겠다는 의지에 불타올라 정말 꼼꼼이 읽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진행되는 이야기의 시점도 제각각에 각각의 이야기도 완전 단독 스토리라 해도 무방할정도로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니 어느순간 서술트릭이고 나발이고 그냥 흘러가는 스토리에 몸을 내맡기고 있더라는...-_-;;; 그럼에도 이 3가지 이야기중 분명 하나정도는 떡밥으로 독자를 현혹하는 이야기일거라고 나름 확신하고 있었는데...ㅎㅎㅎ 그래...그중 한가지가 떡밥이라는 나의 예상은 맞았다...그렇다면 작품의 핵심인 서술트릭 맞췄냐고?...물론 대답은 'NO'이다..ㅠ_ㅠ 



[살육병]과 마찬가지로 1인칭으로 전개되는 나루세의 시점에 비밀이 숨겨있을줄 알고 시종일관 짱구를 굴려댔지만 결과는 여지없이 작가의 의도대로 꼭두각시처럼 휘둘렸다. 이건...뭐...누구도 상상못할 트릭이라고 생각했는데...친절하게도 작품말미에 수록된 트릭 도움말을 읽어보니 작가는 아주 페어하게 이야기 곳곳에 서술트릭의 실마리를 숨겨놓고 공정하게 독자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는걸 알 수 있었다. 작품내내 느껴지던 위화감은 이것 때문이었던가....다만 일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지역색 깊은 힌트라서 한국독자는 이게 힌트인지 뭐인지 알 수 없었다는게 아쉬울 따름이라는...숨겨진 복선과 도처에 널려있는 떡밥과 단서들...그리고 누구나 납득할만한 설득력있는 트릭의 정체!!! 모든 사람들의 선입견을 단 한방에 날려버리는 떡밥 마에스트로!!!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충격과 혼돈의 카타르시스가 전신을 휩쓸고 지나간다. 



머...트릭이 워낙 유명한 작품이다보니 다른 장점들이 묻힐지도 모르겠다. 국내에서도 '김인권'주연의 [약장수]라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한 노인을 상대로 등처먹는 사기꾼들의 만행이 경악스럽게 펼쳐지면서 돈에 대한 인간의 잔혹성이 낱낱이 드러나는 사회파 미스터리로서의 재미도 빠트릴 수 없고, 내장이 몸밖으로 펼쳐져 죽은 잔혹한 살인사건의 진실과 냉혹한 야쿠자의 세계에 잠입한 언더커버물의 재미도 쏠쏠하니 서술트릭을 차치하더라도 일본 미스터리물로서의 재미를 이 한작품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사정한 뒤에는 꼼짝도 하기 싫다. 여자의 몸 위에 올라탄 체 밀려오는 졸음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_9p



첫 페이지 첫 문장부터 현자타임의 나른한 느낌과 왕성한 성적기호를 언급하며 뭇남성들의 눈길을 사로잡던 도입부가 진실을 알고 난뒤 다시 읽게 되면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도입부로 뒤바뀌어 버리는 마법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역시...[살육병]과 더불어 최고의 서술트릭을 손꼽히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제는 나도 봤다. ㅎㅎㅎ 안본 눈 삽니다~ 아직도 이 진실을 모르고 있는 안 본 사람이 부러워지려 한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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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일레븐
데니스 홍.홍이산 지음, 정용환 그림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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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일레븐 (2019년 초판)

저자 - 데니스 홍, 홍이산

그림 - 정용환

출판사 - 인플루엔셜

정가 - 13000원

페이지 - 120p



지구를 지켜줘! 로봇 일레븐~



로봇공학자 아빠와 로봇덕후 아들이 함께 만든 동화책이라...경계 없는 아이의 상상력을 체계화 시켜주고 이런 결과물로 내놓을 수 있는 아빠의 추진력과 배려가 내심 부럽게 느껴진다. 아이들의 허무맹랑한 상상속 이야기들에 귀기울이고 다듬어주는건 아이의 이야기를 흘려듣지 않고 관심과 사랑으로 들어주는 부모의 배려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상상에서 태어난 열 한대의 로봇들과 함께 떠나는 모험의 세계...SF로봇 덕후인 본인도 딸아이와 함께 흥미로운 로봇의 세계로 풍덩~ 뛰어들어볼까 하는 생각에 책을 집어들고 딸아이와 함께 읽었다. 어려운 용어가 조금 섞여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딸아인 끝까지 관심있게 아빠가 읽어주는 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내심 고맙고 좋았다는...ㅎ



어떤 로봇을 만들고 싶니? 한번 떠올려봐...아빠가 전부 만들어 줄께!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아빠가 하는 말이니...-_- 허허...비교된다..ㅠ_ㅠ)



로봇에 관심이 많던 이산이는 열 살이 되어 아빠의 말에 따라 자신이 만들고 싶은 로봇을 생각하고 아빠와 함께 만들어 낸다. 블럭 조각을 치우는게 귀찮아 만든 블록 정리해주는 로봇 블로키를 시작으로 아빠를 대신하는 로봇 아바타,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주는 로봇 셜록, 비보이 댄스를 추는 비보이 등등 무려 열 한대의 로봇을 만들어 내지만 한대 한대 모두 어딘가 모자란 부분이 있다. 블록을 치우다 자신이 갖고 놀고 싶어 도망가버린 블로키, 잃어버린 강아지에서 그치지 않고 강아지의 변까지 찾아오는 셜록, 주변 물건들이 부서지던 말던 춤을 춰대는 비보이 등등등....-_-;;; 잇따른 실패에도 용기를 잃지않는 이산에게 어느날 갑자기 외계인이 지구에 침공하고, 외계인은 로봇박사 데니스 홍을 넘긴다면 얌전히 돌아갈 것이라 선전포고 한다. 아빠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발명한 로봇 일레븐을 호출하는 이산이....지구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꼬마 아이가 창조해낸 열 한대의 로봇들은 지극히 아이가 생각해 낼 수 있는 아이의 시각에 맞춰 만들어진 로봇이지만 그 로봇들이 벌이는 실수를 통해 로봇과 같은 인공지능을 만들어 내는데에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생각할 부분이 많은지를 이야기 한다.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가면서 자연스럽게 원인과 결과, 깊이 생각하기, 창의적인 상상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이 동화는 동화로서 구성의 벽까지 허물어 버린다. 이산이 로봇 열 한대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여느 동화책과 마찬가지로 글과 삽화의 구성을 택하고있지만 외계인의 지구 침공부터는 만화의 형식을 취하며 아이들의 집중도를 높여준다. 외계인을 물리치는 이산과 로봇 일레븐의 활약이 만화로 펼쳐지니 글보다 더 쉽게 이해하고 뒷부분 떨어지는 집중도를 다시 잡아 끄는 효과를 보여준다. 머...꽤나 영리한 구성이랄까...동화가 끝나고 데니스 홍 박사가 직접 만든 로봇들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면서 동화속 이야기를 현실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서 아이들이 꾸는 꿈에 날개를 달아주는듯 하여 좋다고 생각되었다. 



엉뚱해도 좋아, 마음껏 상상해봐!

조금 서툴어도 괜찮아. 넌 뭐든지 할 수 있어...



아이들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 주는것이 어른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이 동화를 통해 이산이 뿐만 아니라 동화를 읽는 모든 아이들의 상상력에 날개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서평의 기회를 준 출판사에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절반은 동화]


[절반은 만화]


[데니스 홍이 직접 만든 로봇을 소개하며 상상을 실체화 시킨다.]


[딸아이에게 너는 무슨 로봇을 만들고 싶냐고 물었더니..]


 [아빠 대신 회사가는 로봇을 만들고 싶단다. ㅎㅎ 제발 만들어줘 빨..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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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귀를 너에게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최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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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귀를너에게 (2019년 초판)

저자 - 마루야마 마사키

역자 - 최은지

출판사 - 황금가지

정가 - 13800원

페이지 - 433p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용의 귀를 가질 수 있어



용에게는 뿔은 있지만 귀는 없지. 용은 뿔로 소리를 감지하니까 귀가 필요 없어서 퇴화해 버렸어. 쓰지 않는 귀는 결국 바다에 떨어져 해마가 되었단다. 그래서 용에게는 귀가 없어. 농(聾)이라는 글자는 그래서 '용의 귀'라고 쓰지.  _233p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통방식의 차이가 그들과 우리를 가르는 수단이 되는것이 아님을 말하던 독특한 소재의 미스터리 [데프 보이스]의 속편이 2년만에 출간되었다. 전편이 워낙 감동적이었고 가슴속 깊은 울림을 주던 작품이라 이번 속편의 출간이 너무나 기쁘고 다시 만난 '아라이 나오토'가 너무나 반갑게 느껴졌다. 


'소리가 들리는 사람들이 몰랐던 또 하나의 세상!'


전작에서 우리는 미처 알지 못했던 귀가 들리지 않는 농인들의 세상을 깊숙히 파고들면서 현실적 에피소드를 통해 농인들을 위한 사회적 시스템의 미비로 그들이 견뎌내야 했을 어려움과 아픔을 들여다 보고, 농인과 청인 사이에서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고 방황하는 코다 아라이를 통해 청인과 농인 사이에 가로막힌 벽이 얼마나 단단하고 높은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번 속편은 기존의 청인과 농인, 그리고 코다(농인의 부모 아래서 자란 청인 자녀)의 갈등이란 전작의 연장선에 우리들이 몰랐던 또 다른 세상에 귀 기울이게 만든다. 



해마의 집 살인사건이 일단락 된 후 2년의 시간이 흘렀다. 아라이는 교통과 경찰 미유키, 미와 모녀와 동거하면서 수화통역사의 일을 이어나가지만 확실한 수십원이 없어 미유키와의 결혼은 무기한 연기된 상태, 게다가 유전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지만 자신의 아이가 농인이 될 것을 걱정하여 피임을 하는 아라이와 아이를 갖고 싶은 미유키의 엇갈린 갈등은 점차 둘 사이를 흔들어 놓는다. 한편, 초등생 미와는 등교거부를 하는 친구 에이치를 걱정하며 에이치에게 수화를 가르쳐 줄것을 아라이에게 부탁하고, 발달장애와 함께 선택적 함묵증을 앓고 있는 에이치의 사정을 헤아려 에이치의 엄마의 동의하에 수화을 가르치게 된다.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했던 소년 에이치는 수화를 통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소통의 문이 트인 에이치는 얼마전 맞은편 집에서 목격한 살인사건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인

소리가 들리지 않는 농인

소리가 들리지 않는 부모 아래서 자란 들리는 아이 코다

그리고

선천적 질환으로 소리가 들리지만 말할 수 없는 소년....



이 소년에게 세상과 소통 할 수 있는...용의 귀를 달아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손의 언어 수화뿐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비추는 소외된 세상은 바로 세상과 단절해버린 함묵증 질환을 앓고 있는 소년이다. 마음이 편안한 상태, 집에서 부모와는 자유롭게 의사소통 하지만 집밖만 나서면 말문이 막혀버리는 선택적 함묵증은 환경적 요인에 따라 증상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그런 오해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는 모두 환자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한다. 작품은 에이치를 등장시키기에 앞서 입모양을 읽는 독화와 들리지 않지만 말을 하는 구화가 가능한 중도실청자인 범죄 용의자를 등장시켜 귀가 들리는데 들리지 않는척 연기하는것 아니냐는 경찰 취조관의 편견어린 시선을 배치시키면서 세상의 독단과 몰이해가 누군가에겐 얼마나 커다란 아픔과 상처가 되는지를 알기쉽게 설명해준다.  



머..뒷표지의 개략적인 줄거리에도 언급되지만 이번 사건의 중심은 증거도 없고, 범인도 파악하지 못한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되고,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는 소통이 불가능한 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 소년이라는 사실이다. 이 하나만으로도 경찰은 소년의 이야기를 진술로 채택할 수 없다며 외면할 것이고, 아라이는 소년의 말에 귀기울이고 소년이 정상적으로 진술 할 수 있도록,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이야기가 그려지리란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그런데 그런 예상가능한 스토리외에도 살해된 피해자와 관련된 기구한 사연을 얽어놓고 대망의 반전을 숨겨 놓는 미스터리적 장치를 마련해 놓으니 휴머니즘 드라마로서나 미스터리로서나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이중의 재미를 선사한다. 



함묵증 소년이 얽힌 사건외에도 전작의 부제 [법정의 수화 통역사]를 잇는 새로운 농인의 재판 통역과 중도실청자의 범죄 취조 통역 에피소드로 무겁고 긴박감 넘치는 법정스릴 혹은 긴장감 넘치는 취조실 속에서 침묵의 언어 수화를 통해 거짓없이 마음과 마음을 전달하는, 오로지 이 작품만이 가질 수 있는 진실한 침묵의 스릴을 선사하기도 한다.



전작 [데프 보이스]에 이어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너와 나 사이에 틀림이 아닌 다름을 바탕으로 다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는 가슴 따뜻해 지는 작품이었다. 아라이를 비롯해 2년만에 다시 만난 캐릭터들이 더 없이 반가웠고 농인, 청인 나눔 없이 모두 함께 힘을 모아 타인을 위해 노력하고 결실을 이루는 모습은 잔잔했던 내 마음에도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며 오래도록 기분좋은 울림을 남긴다. 참 좋은 작품이다. 이런 작품들이 늘어날 수록 세상은 조금 더 나아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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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린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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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린 (2019년 초판)
저자 - 오테사 모시페그
역자 - 민은영
출판사 - 문학동네
정가 - 14500원
페이지 - 371p



이것은 내가 어떻게 사라졌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2016 맨부커상 최종 후보작
2016 펜/헤밍웨이상 수상작
2017 <그랜타> 선정 미국 최고의 젊은 작가



한마디로 돌풍을 몰고 온 신인작가의 괴물같은 데뷔작이 출간되었다. 영미문학권에서 숱한 화제를 뿌린 작품이라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국내에도 출간되어 만나게 되었다. 24세 여성 아일린이 차디찬 혹한의 지옥같은 현실을 벗어나 자기안의 껍질을 깨고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딛게 되는 역사적 사건이 일주일에 걸쳐 펼쳐지는 작품인데, 사건이 있던 크리스마스로 부터 한주전인 금요일 부터 요일별로 흘러가는 이야기는 날짜가 지날수록 크리스마스의 기대감이 배수로 증폭되듯 24년간 억눌려 있던 아일린의 누적된 감정이 점층적으로 서서히 부풀어오르다 주의 막바지 터지기 일보직전까지 팽배해지고 마침내 크리스마스 이브날 뻥! 하고 폭발해버린다. 내 인생을 바꾼 최악의 일주일...그녀의 지극히 개인적 시간속으로 따라가 보자...



뭣같은 24년의 인생을 보냈던 X빌 마을...마을의 존경받던 경찰관이던 아빠는 엄마가 죽은 후 매일밤을 술로 지새더니 알콜중독자가 되어 강제은퇴하고 집에 처박혀 그의 분신 권총과 독주 한병을 친구삼아 벌레같은 인생을 보내고, 언니는 외간 남자들에게 다리를 벌리며 창녀짓을 하더니 17살에 집을 나가 연락이 끊겼다. 소년원에서 사무업무를 보는 24살의 아일린은 청교도적 생활로 금욕주의를 실현시키......기는 개뿔...-_-;;; 학교 댄스파티때 선배와의 첫키스 이후 어떠한 염문에도 휘말리지 않고, 따라서 성경험도 전무한 강제 금욕의 삶을 산다. 미치도록 원하지만 그누구도 쳐다보지도 않는 극한의 고립감...자연스레 자존감은 땅바닥을 뚫고 지하 멘틀까지 처박혀 버리고, 심성은 뒤틀릴대로 뒤틀려 충동적 절도를 습관처럼 저지르고 소년원의 잘생긴 교도관 랜디에게 강간당하는 꿈을 꾸고, 주말마다 랜디가 다른 여자와 데이트 하는지 감시하기 위해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차를 주차하고 시간을 죽친다...그렇게 매일 똑같던 금, 토, 일요일이 지나고...월요일 소년원에 출근한 아일린은 소년죄수들의 교육을 담당하기 위해 새롭게 입사한 리베카와 만나는데.....



사실 매일이 거지같았던 아일린에겐 X빌에서 보낸 12월의 마지막 일주일이 그녀의 인생을 바꿀 엄청난 사건이었겠지만, 그걸 바라보는 독자에겐 충격을 줄 정도의 사건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강렬한 스릴과 반전을 기대한다면 그 기대엔 못미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이 작품은 사건이 주는 강렬함 보다는 아일린의 기괴하면서도 망상적인 내면 심리를 공들여 묘사하여 캐릭터에 몰입하게 만든뒤 그녀가 겪게되는 예기치 못한 상황을 그녀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만들어 감정이입하게 하는 심리작품으로 봐야 할것 같다. 그래서 서사보다는 그녀의 뒤틀린 내면심리에 더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딱히 복선이랄건 없지만 지리하게 소개되는 그녀의 과거와 경험들이 탄탄하게 쌓여 결말의 당위성을 가져다 주는 밑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섹스한번 못해본 볼품없고 비루한 내게 세상의 예쁘고 착한애들은 전부 가식이고 위선이다! 라며 소변을 보고 씻지 않은 손으로 악수를 하고, 예쁘게 생긴 옷가게 점원이 한눈파는 사이 스카프에 초콜릿 얼룩을 닦고 드레스를 찢으며 통쾌해 하는 비틀린 모습...-_-;;; 사실 방법에 차이는 있지만 나보다 잘난 넘사벽 엄친아, 엄친딸에게 이런 열등감의 심통은 누구나 한번쯤 느껴 보지 않았을까 싶다. 복수 여부야 케바케겠지만...다만 아일린의 열등감은 조금 위험할 정도로 심각한게 문제인데...그녀의 처참한 주변 상황을 보고 있자니 그녀의 일탈은 제정신으로 살기 위한 심폐소생과도 같은 애잔함이 묻어난다. 그래서....그래서 그녀의 마지막 결정이 약간은 이해....아...아냐!!! 그래도 그건 아니지 않나...하지만...그녀가 지옥을 탈출하기 위해선 피할 수 없는 일이잖나....이런...나까지 갈팡질팡 혼란스럽게 만드네... -_-;;   



"짐 톰프슨과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만난다면 아일린과 같은 존재를 만들자고 공모했을 것 같다." by 존 밴빌(소설가)



더럽게 암울하고 끝없는 절망감으로 침잠하게 만들면서도 그녀의 애쓰는 자존심과 소심한 복수가 애처롭다기 보단 기이한 귀여움으로 다가온다. 내게도 아일린 같은 다크함이 깊이 베어있기 때문일까...-_-;; [인간실격]의 요조의 외모가 못났다면 그도 아일린처럼 비틀리고 뒤틀렸을까.... 소년원에 수감된 소년의 참혹한 진실, 끔찍한 오발사고, 선택의 기로에 선 여성....이보다 더욱 진하게 펼쳐지는 아일린의 인간적 성장이야기...섬세한 심리묘사와 기이한 캐릭터가 주는 의외적 상황이 독특함으로 다가오는 작품이었다.

 

"본 리뷰는 출판사 경품 이벤트 응모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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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곡
윤재성 지음 / 새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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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곡 (2019년 초판)
저자 - 윤재성
출판사 - 새움
정가 - 13000원
페이지 - 368p



화마에 모든 것을 잃은 남자
무엇이든 태워 버리는 방화범



언젠가 인간이 느끼는 최고의 통각 순위를 본적이 있는데, 그중 화상치료가 최상위쪽에 랭크된 것을 본 기억이 난다. 피부와 근육의 수분을 빼앗아 수축되고 엉겨붙는데다 수포와 진물은 쉴새없이 흐르고, 작열감과 고통은 완치 이후에도 환상통으로 환자를 괴롭힌다. 지옥같은 드레싱과 치료를 마치고 붕대를 풀고 났을때 마주하게 되는 처참한 흉터는 남아있던 마지막 자존감 마저 무너트릴 정도로 처참하다. 최악의 고통과 완치할 수 없는 상흔을 남기는 화재...그런의미에서 이 화재를 인위적으로 일으키는 방화범은 묻지마식 범죄자중 가장 악질이고 가장 최악의 범죄자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것을 앗아가고 시꺼먼 재만 남겨놓는 최악의 재난 화재...이 화재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화상으로 얼굴을 잃고, 남은것은 시든때도 없이 찾아오는 극심한 고통과 발작...그리고 알콜중독...이 저주받은 남자의 마지막 목표는 화재를 일으킨 방화범을 잡는것 뿐이다. 모든 것을 잃은 남자의 인생을 건 마지막 대결이 펼쳐진다.



3년째 경찰을 지망하는 고시생 백수 형진은 남다른 의협심으로 오늘도 거리를 돌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손을 내민다. 사람들을 돕고, 알바를 마치고 늦은저녁 살고 있는 원룸으로 귀가하던 형진은 벽앞에서 무언가를 뿌리고 있는 의문의 남자를 목격한다. 수상하게 여긴 형진은 남자를 불러새우고, 그에게 다가가려는 찰나 남자가 손에 들고 있던 액체가 얼굴과 몸에 흩뿌려진다. 비릿한 피냄새와 함께 풍기는 시너냄새...순간 마스크를 벗은 남자의 입에서부터 시작된 불길이 형진의 온몸을 덮친다. 온몸에 중증화상을 입고 수일간 혼수상태에서 극적으로 깨어난 형진에게 불에 전소된 원룸과 안에서 자고 있던 여동생의 죽음이란 비극적 소식이 전달되고, 괴로움에 미칠듯 발광하던 형진은 경찰서로 뛰쳐나가 방화범의 방화사실을 전하지만 돌아오는건 미친놈 취급 뿐이다. 복수의 칼을 갈며 자신의 손으로 방화범을 잡겠다며 서울시내 화재사건을 따라다닌지 8년...화재보험금도 떨어지고 노숙자 신세가 된 형진은 때때로 찾아오는 작열통을 잊기 위해 깡소주를 들이키는 알콜중독자가 되었다. 그런 어느날 흉물스러운 화상자국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는 형진에게 나타난 미모의 여성...그녀는 자신을 사회부 기자라고 소개하는데.....


입에서 불을 뿜는 미치광이 방화범과 복수심에 불타는 형진...그리고 8년만에 발생한 대형 화재사건....그놈이 다시 나타났다!!



라고...미스터리한 방화범과 형진의 극한 대결이 펼쳐지리라 생각했는데, 그것만으로는 모자라다 생각했는지 의외의 발런들이 추가투입된다. 불을 지르고 싶은 충동을 조절하지 못해 반복적으로 방화를 저지르는 병적방화범에 모종의 음모를 세우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방화를 저지르는 목적방화범까지...확실히 1:1 대결보다 1:2 대결로 확장된 스케일과 스릴감이 배로 늘어나는건 사실이다. 여기저기 동시에 대형화재가 터지고 형진과 특종을 위해 형진을 돕는 사회부기자 정혜가 이를 막기위해 이리뛰고 저리뛰고 고군분투하기 때문이다. 허나 문제는 비중이다. -_- 출판사에서 공개한 스토리나 광고문구로는 형진과 미친방화범의 치밀한 두뇌싸움이 펼쳐진다고 써놨지만 막상 까보면 계획방화범의 비중이 훨씬 높다. 병적방화범과 계획방화범의 비율이 3:7 정도인데 어차피 같은 방화범인데 문제될게 있냐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두 방화범의 성질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장르 자체도 갈린다. 병적방화야 집요한 추적이 주를 이루는 스릴러인 반면, 계획방화는 정치가의 더러운 음모로 인한 정치깡패 소위 조폭이 연루되면서 하드보일드에 가깝게 흘러간다. 머...스릴러와 하드보일드 두가지 재미를 모두 만족하는 뛰어난 작품인건 맞는데, 막상 책을 펴들던 내가 기대했던 스릴러와는 달리 조폭물이 펼쳐지니 살짝쿵 당황스러웠달까...-_-



하지만 초반의 기대와 달랐다는 불만을 덮어버릴 정도로 재미있었던것도 사실이다. -_- 방화범을 잡기위해 모든걸 내던졌지만 세상의 멸시에 불을 싸지르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는 형진의 혼란스러운 감정도 충분히 이해되고, 방화범을 추적하면서 외면의 상처를 극복하고 감춰져 있던 자신의 진면목을 발견하고 인생의 새로운 목표를 잡아 성장해 나가는 모습도 충분히 설득력있었다. 단순히 방화범을 잡는것 외에 이런 형진의 내면적 성장스토리가 이야기에 깊이를 더해주고 캐릭터에 감정이입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물론 개성강한 캐릭터와 빌런들은 말할것도 없을테고...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읽었지만 몇가지 아쉬움이 남는데, 첫번째로 미스터리한 방화범의 정체...이건...[X맨] 뮤턴트인가?...현실성이 확 떨어지면서 막바지까지 가져온 긴장감을
여지없이 뭉개버린다...ㅠ_ㅠ...한가지 더, 한국영화 결말에 꼭 맥락없이 감동코드를 집어넣는게 관행처럼 반복되는데, 여기에도 막바지 조폭과의 집단대치, 방화범과의 마지막 결투 장면에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감동 비스무리한 무리수를 던지면서 쌓아뒀던 점수를 깎아 먹는다...



무려 대통령을 넘보는 야욕의 정치가의 더러운 흑막...물불 가리지 않는 정치깡패의 악랄한 범죄행위...입에서 불을 뿜는 미스터리한 방화범...이 모두와 맞서 외롭게 투쟁하는 혈혈단신 붕대맨 형진의 혼신의 추적이 타오르는 불꽃처럼 뜨겁고 스피디하게 펼쳐진다. 눈에 띄는 반전보다는 처음의 긴장을 끝까지 묵직하게 끌고나가는 우직한 스릴러였다. 데뷔후 두번째 작품이라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원숙한 완성도를 보이는 작품이었고 그래서 차기작이 더 기대되는 작가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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