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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린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3월
평점 :
아일린 (2019년 초판)
저자 - 오테사 모시페그
역자 - 민은영
출판사 - 문학동네
정가 - 14500원
페이지 - 371p
이것은 내가 어떻게 사라졌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2016 맨부커상 최종 후보작
2016 펜/헤밍웨이상 수상작
2017 <그랜타> 선정 미국 최고의 젊은 작가
한마디로 돌풍을 몰고 온 신인작가의 괴물같은 데뷔작이 출간되었다. 영미문학권에서 숱한 화제를 뿌린 작품이라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국내에도 출간되어 만나게 되었다. 24세 여성 아일린이 차디찬 혹한의 지옥같은 현실을 벗어나 자기안의 껍질을 깨고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딛게 되는 역사적 사건이 일주일에 걸쳐 펼쳐지는 작품인데, 사건이 있던 크리스마스로 부터 한주전인 금요일 부터 요일별로 흘러가는 이야기는 날짜가 지날수록 크리스마스의 기대감이 배수로 증폭되듯 24년간 억눌려 있던 아일린의 누적된 감정이 점층적으로 서서히 부풀어오르다 주의 막바지 터지기 일보직전까지 팽배해지고 마침내 크리스마스 이브날 뻥! 하고 폭발해버린다. 내 인생을 바꾼 최악의 일주일...그녀의 지극히 개인적 시간속으로 따라가 보자...
뭣같은 24년의 인생을 보냈던 X빌 마을...마을의 존경받던 경찰관이던 아빠는 엄마가 죽은 후 매일밤을 술로 지새더니 알콜중독자가 되어 강제은퇴하고 집에 처박혀 그의 분신 권총과 독주 한병을 친구삼아 벌레같은 인생을 보내고, 언니는 외간 남자들에게 다리를 벌리며 창녀짓을 하더니 17살에 집을 나가 연락이 끊겼다. 소년원에서 사무업무를 보는 24살의 아일린은 청교도적 생활로 금욕주의를 실현시키......기는 개뿔...-_-;;; 학교 댄스파티때 선배와의 첫키스 이후 어떠한 염문에도 휘말리지 않고, 따라서 성경험도 전무한 강제 금욕의 삶을 산다. 미치도록 원하지만 그누구도 쳐다보지도 않는 극한의 고립감...자연스레 자존감은 땅바닥을 뚫고 지하 멘틀까지 처박혀 버리고, 심성은 뒤틀릴대로 뒤틀려 충동적 절도를 습관처럼 저지르고 소년원의 잘생긴 교도관 랜디에게 강간당하는 꿈을 꾸고, 주말마다 랜디가 다른 여자와 데이트 하는지 감시하기 위해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차를 주차하고 시간을 죽친다...그렇게 매일 똑같던 금, 토, 일요일이 지나고...월요일 소년원에 출근한 아일린은 소년죄수들의 교육을 담당하기 위해 새롭게 입사한 리베카와 만나는데.....
사실 매일이 거지같았던 아일린에겐 X빌에서 보낸 12월의 마지막 일주일이 그녀의 인생을 바꿀 엄청난 사건이었겠지만, 그걸 바라보는 독자에겐 충격을 줄 정도의 사건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강렬한 스릴과 반전을 기대한다면 그 기대엔 못미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이 작품은 사건이 주는 강렬함 보다는 아일린의 기괴하면서도 망상적인 내면 심리를 공들여 묘사하여 캐릭터에 몰입하게 만든뒤 그녀가 겪게되는 예기치 못한 상황을 그녀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만들어 감정이입하게 하는 심리작품으로 봐야 할것 같다. 그래서 서사보다는 그녀의 뒤틀린 내면심리에 더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딱히 복선이랄건 없지만 지리하게 소개되는 그녀의 과거와 경험들이 탄탄하게 쌓여 결말의 당위성을 가져다 주는 밑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섹스한번 못해본 볼품없고 비루한 내게 세상의 예쁘고 착한애들은 전부 가식이고 위선이다! 라며 소변을 보고 씻지 않은 손으로 악수를 하고, 예쁘게 생긴 옷가게 점원이 한눈파는 사이 스카프에 초콜릿 얼룩을 닦고 드레스를 찢으며 통쾌해 하는 비틀린 모습...-_-;;; 사실 방법에 차이는 있지만 나보다 잘난 넘사벽 엄친아, 엄친딸에게 이런 열등감의 심통은 누구나 한번쯤 느껴 보지 않았을까 싶다. 복수 여부야 케바케겠지만...다만 아일린의 열등감은 조금 위험할 정도로 심각한게 문제인데...그녀의 처참한 주변 상황을 보고 있자니 그녀의 일탈은 제정신으로 살기 위한 심폐소생과도 같은 애잔함이 묻어난다. 그래서....그래서 그녀의 마지막 결정이 약간은 이해....아...아냐!!! 그래도 그건 아니지 않나...하지만...그녀가 지옥을 탈출하기 위해선 피할 수 없는 일이잖나....이런...나까지 갈팡질팡 혼란스럽게 만드네... -_-;;
"짐 톰프슨과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만난다면 아일린과 같은 존재를 만들자고 공모했을 것 같다." by 존 밴빌(소설가)
더럽게 암울하고 끝없는 절망감으로 침잠하게 만들면서도 그녀의 애쓰는 자존심과 소심한 복수가 애처롭다기 보단 기이한 귀여움으로 다가온다. 내게도 아일린 같은 다크함이 깊이 베어있기 때문일까...-_-;; [인간실격]의 요조의 외모가 못났다면 그도 아일린처럼 비틀리고 뒤틀렸을까.... 소년원에 수감된 소년의 참혹한 진실, 끔찍한 오발사고, 선택의 기로에 선 여성....이보다 더욱 진하게 펼쳐지는 아일린의 인간적 성장이야기...섬세한 심리묘사와 기이한 캐릭터가 주는 의외적 상황이 독특함으로 다가오는 작품이었다.
"본 리뷰는 출판사 경품 이벤트 응모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