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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보는 여자
민카 켄트 지음, 나현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훔쳐보는 여자 (2019년 초판)
저자 - 민카 켄트
역자 - 나현진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23p
지켜보고 있다!!
카스, 페북, 트위터, 인스타....웹에 떠도는 우스갯 소리로 이런 말이 있다.

타인이 올린 사생활을 거리낌 없이 지켜보고 '좋아요'를 남기는 우리들은 SNS를 통해 항상 누군가를 훔쳐보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SNS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알고 있을 것이다. SNS에서 보여지는 일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진실을 말이다. 한끼 식사를 하더라도 가장 맛있게 보이는 각도로 사진을 찍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과 순간을 연출한다는 것을....어찌보면 우리들은 귀한시간을 들여 거짓된 포장에 영혼없이 '좋아요'를 남발하고 있는건지도....-_-
그런데 여기 인스타에 중독된 이십대 중반 여성 오텀은 누구나 알고 있는 그 사실을 모르는건지 아니면 애써 외면하는건지 몰라도 세 자녀를 둔 단란한 가정 맥멀런 가족의 아내 대프니가 운영하는 인스타에 광적으로 집착한다. 맥멀런 가족을 훔쳐보는 여자.....오텀은 인스타를 보는것에 만족하지 않고 나아가 직접 맥멀런가의 문을 두드리는데.....
줄거리는 뒷표지에 아주 자세히 설명해 놓았으니 생략하는데, 본인이 생각하기엔 약간 스포성이라 생각되니 민감한 분들은 스킵해도 좋을것 같다.
어쨌던, 내가 배아파 낳은 딸이 내 손에 닿을 거리의 이웃집에서 자라고 있다. 당장 이웃집 문을 벌컥 열고 뛰어들어가 딸아이를 끌어안고 싶지만...지금 내 딸아이는 유복한 집안에서 누구보다 사랑받고 행복하게 자라나고 있으니...지금의 변변치 않은 내 처지보다는 이웃집에서 자라는게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리라...하지만....그 행복의 근거가 인스타에 업로드 되는 사진이라면? 당신은 100% 신뢰할 수 있을까?...
오텀이 머리속에서 행복회로를 열심히 돌리고 있는 순간 마냥 행복해 보일것만 같았던 맥멀런가의 실체가 그려진다. 싱그러운 웃음을 가득 담은 살인 미소를 장착했지만 육아와 집안일엔 전혀 관심없고 이십대 초반의 골빈 여자와 위험한 사랑놀음을 벌이는 남편 그레이엄, 통제도 안되고 말도 안통하는 7~3세 사이의 딸 둘과 아들 하나에 하루종일 육아전쟁을 치뤄야 하는 아내 대프니. 부부간의 불륜 전쟁과 아이들과의 육아전쟁....그야말로 현실은 지옥 그 자체인것이나 다름 없다.
여기서 오텀과 대프니 두 여인은 현실을 도피하고자 각자의 비밀스러운 일탈을 시도하고, 이 일탈이 종국에 예상치 못한 결말을 불러일으키는 시발점이 되고만다. 사실 비밀을 간직한 여성이 베비이시터로 들어가 단란한 가족을 풍비박산 내버리는 [요람을 흔드는 손]같은 스릴러로 흘러가리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예상을 무참히 깨버리기라도 하듯....반전처럼 보여지는 오텀의 성실함과 훈훈함...-_-;;;; 오텀은 악녀가 아니었던 것이냐?!!..
크게 시선을 사로잡는 강렬함 보다는 완벽하리라 믿었던 최고의 가정이 사실은 여느 가정과 다를바 없는, 아니 평범하고 하기도 민망한 허망한 사상누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무너져내리는 오텀의 불안정한 심리와 세 아이의 (그것도 더럽게 말 안듣는) 육아에 완전히 지쳐버리고 자신을 배신한 남편에 진절머리난 날카로운 칼날위에서 흔들리는 대프니의 심정이 너무나 와닿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었다.
머...본인도 아침에 회사나가 저녁에 집에 들어오지만 육아와 살림을 병행하는게 얼마나 힘든지 이해하고, 자기 자식을 남에 집에 보내놓고 전전긍긍하는게 어떤 마음인지 조금은 이해되는만큼, 1인칭 서술의 심리 스릴러로서 두 여성에게 충분히 이입되어 그녀들의 행동과 결말에 납득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던것 같다. 뭐랄까...그녀들의 삶 자체가 서스펜스고 스릴러였달까...무심한 나도 이정도니 부인들은 더욱 공감할 수 있으리라.
다만 반전의 진실이 드러나기도 전에 사건의 정황을 눈치챌 수 있던건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그녀들의 감정선을 드러내기 위한 조치였겠지만 그 때문에 설명충스러운 부연이 길어지다보니 대강의 트릭이 눈에 보이게 되더라는. 머..한방의 반전보다는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 더 돋보이는 작품이긴 하니까...아직까진 대중들에게 핫한 SNS 인스타를 소재로 많은 공감을 불어일으키는 스릴러였던것 같다. 머...욕망을 주체 못하는 어른들이 문제지...애들이 뭔 문제겠는가....작품으로나마 정든 세 아이들의 미래가 눈에 선하여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