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의 질량 한국추리문학선 6
홍성호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악의의질량 (2019년 초판)_한국추리문학선 6

저자 - 홍성호

출판사 - 책과나무

정가 - 13800원

페이지 - 338p



악의에 실린 무게를 가늠하라



한국추리작가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얼마전 추리마니아 정모에서 인사를 나눴던 '홍성호'작가의 신작 장편이 출간되었다. 극단적인 원한이나 사악함을 지닌 성품을 의미하는 악의에 무게를 달 수 있다면? 가장 무거운 질량의 악의는 치밀한 계획적 범죄에 의한 살인일까? 아니면 즉흥적 분노에 의한 우발성 살인일까?...두 건의 살인사건.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인물들간의 숨겨진 사연과 악의들...수없이 엇갈리는 악의의 사슬 그 중심에 '김내성'...그리고 [마인]이 있다!



인기작가 오상진 작가의 신작 출간 기념회에 절친한 작가들과 출판관계자, 팬카페 임원등이 참석한다. 호방한 성격의 오상진 작가는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과음을 하고, 기념회를 마친뒤 팬카페 회장인 정인영과 함께 자신의 자택에서 2차를 마신뒤 필름이 끊긴다. 다음날 정신을 차린 오상진 작가는 전날 선물로 받은 건강식품을 아버지께 드리기 위해 아버님댁을 찾고, 그곳에서 망치에 머리가 깨져 피투성이로 누워있는 아버지의 시체를 발견한다.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뒤 발견 경위를 설명하던 오상진에게 경찰은 차가운 수갑을 채우고, 최초 사건 발견자에서 아버지를 살해한 존속살인 유력 용의자로 신세가 뒤바뀐다. 오상진 작가의 오피스텔 CCTV와 근처 편의점 CCTV에서 함께 2차를 마셨던 정인영이 나간뒤 오상진의 옷을 입고 모자와 후드를 뒤집어쓴 남성이 오상진의 차를 타고 나가는 영상이 확인된것. 유력한 증거에도 오상진 작가는 필름이 끊겨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이에 오상진과 절친했던 동료작가 김내성과 백민수는 오상진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발벗고 나서는데....


완전범죄, 완벽한 트릭을 위해 법의학 지식과 살인방법을 연구하는 추리작가의 살인

하지만 원고지를 떠나 현실에서의 살인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아마추어적이고 우발적이다.

스스로 괴물이 된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정교한 덫에 걸린 것일까?

이제 악의의 질량을 가늠하여 그날의 사건을 되짚어 보자.



첫번째 살인사건에서의 '후던잇'과 '와이던잇'은 맞추지 못했을지언정 '하우던잇'인 살인의 트릭은 어느정도 맞출 수 있었던것에 내심 뿌듯해 하면서, 탐정 뺨치는 추리로 진실에 접근해 가는 김내성 작가의 활약을 보는 즐거움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사건은 두번째 살인사건을 향해 숨가쁘게 전환되 간다. 추리소설답게 목격자 진술을 통해 아주 대놓고 떡밥을 투척하는 장면도 있고, 이 떡밥이 범인을 향한 힌트인지 아니면 맥거핀인지 아슬아슬 조마조마 끌고가다 결말부에서야 뻥 하고 터트리는 나름의 묘미도 선사한다. 



추리적 요소도 요소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포인트는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된 캐릭터가 추리작가라는 점과 한국 추리소설계의 시조 '김내성'작가에 대한 오마주이다. 첫번째로 작품에서 묘사되는 신작출간 기념회나 작가들간 술자리에서 친목을 도모하는 장면들은 얼마전 참석했던 '도진기'작가의 [합리적 의심] 출간 독자와의 만남과 추리마니아X한국추리작가협회 정모 술자리등 본인이 직접 경험했던 기억들과 매칭되면서 작품속 장면들을 그림을 그리듯 생생하게 다가온것 같다.



두번째로는 '김내성'작가에 대한 오마주인데, 사실 한국추리계의 빛나는 별이자 전설 '김내성'작가에 대해서는 이름을 들어본것 외에는 아는 바가 없다. 하여 정작 작품에서 무수히 언급되는 '김내성'을 통해 '김내성' 작가와 작품 [마인]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고 말할 수 있을것도 같다. 그도 그럴것이 리얼작가 '김내성', 그리고 주인공 겪인 동명이인 '김내성', 마지막으로 자신을 '김내성'이라 칭하는 미치광이 살인마까지....무려 3인의 '김내성'이 작품을 가득 메우고 있으니까 말이다....-_-;;;; 이쯤되면 '홍성호'작가님을 진정한 '김내성' 마니아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정도인데....어쨌던, '김내성'작가의 초초초레어본인 초판본 [마인]을 둘러싼 절판 컬렉터들의 흥미진진한 암투가 작품을 이끄는 중요한 소재로 작용하면서 또한번 본인 역시 절판SF 판본들을 구하기 위해 전국 헌책방을 샅샅이 뒤져보기도 하고 국립도서관에 회원가입하고 대출받아 먹튀하고픈 검은 유혹에 흔들렸던 기억이 오버랩되면서 더욱 감정이입하고 몰입해서 보게된것 같다. 



작품의 마지막 무대가 되는 '김내성'작가의 묘소가 묘사되는 장면을 보면서 얼마전 [나당탐정사무소 사건일지]로 접했던 '윤자영'작가 블로그를 뒤지다 지나쳤던 포스팅이 떠올라 다시 찾아 들어가 봤다. 올해 초 동료 작가들과 도봉역에 위치한 '김내성'작가의 묘지를 찾아갔다는 포스팅에는 묘석의 비문사진과 함께 '김내성' 관련 소설을 쓰기위해 조사차 '홍성호'작가와 함께 묘지를 찾았다는 내용이 쓰여있었다.(물론 작품안에서도 묘석의 비문 전문이 실려있다.) '김내성'작가의 묘지를 찾기위해 전국의 묘를 찾아다니는 아마추어 분을 찾아 수소문했다는 글을 보면서 픽션속 배경일지라도 실제에 근접하게 묘사하려는 대작가에 대한 존경심과 열정어린 프로정신을 엿볼 수 있었던것 같다. 

https://blog.naver.com/97dud/221518587198



꼭 본인이 겪었던 경험들을 반추하지 않더라도 흥미롭게 급변하는 사건전개와 인간에 내재된 심연속 악의를 접하며, 본능에 충실한 개성적인 캐릭터(특히 오상진 작가 캐릭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들과 함께 초판본 [마인]을 찾아 이리뛰고 저리뛰다 보면 누구나 이 작품이 갖는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인 '김내성'작가가 자신의 필명을 '홍성호'로 개명하면서 [악의의 질량]을 출간하는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허물고 비트는 마지막 에필로그 부분을 보면서 흐뭇하게 미소지으며 책을 덮으려 했는데, 마지막장 '작가의 말'에 실린 절필선언에서 커다란 충격을 받는다. (이제 처음 만났는데....ㅠ_ㅠ 이 무슨...) 작가님 개인의 자세한 내막은 모르기에 뭐라 말 하긴 힘들지만 이만큼의 열정을 쏟아부은 추리문학에 작가님의 작품을 기다리는 한명의 독자를 방금 확보했고, 다시 돌아올 날을 기다리겠다는 말을 전하면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기괴괴 : 아내의 기억 기기괴괴
오성대 글.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기괴괴 4 : 아내의 기억 (2018년)

저자 - 오성대

출판사 - 소담출판사

정가 - 13800원

페이지 - 512p



제주도에서 접한 기이하고 괴이한 이야기



2주전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장마기간이다 보니 비가왔고, 우중에 마땅히 갈 곳을 찾던중 숙소 성산에서 가까운 곳에 커피박물관이 있다고 하여 아이들을 데리고 커피박물관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박물관....이라기보단 그냥 카페에 가까운 곳이더라는...-_-;;; 물론 커피박물관 옆에는 빛의 벙커 클림트 전시회가 열리긴 했지만 어린 딸래미들 데리고 보기엔 그닥일것 같아 그냥 카페에 앉아 조각케잌과 차, 커피를 시키고 주변을 둘러보는데....책들이 꽂혀있는 책장이 있는것 아닌가...홀린듯 책장으로 향한뒤 시끌벅적 어수선한 공간에서 간단하게 보기에 좋아보이는 만화를 집었다.


그책이 바로 [기기괴괴]였다. -_- 웹툰을 보지 않는 본인은 제목은 익히 들어봤으나 실제로 보는건 처음이었는데, 카페 책장엔 1,2,3권은 어디로 간건지 4권만 덜렁 꽂혀 있어 어쩔 수 없이 4권을 일독했다. 워낙 오컬트나 공포 호러물을 좋아해서 집어들긴 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신선한 공포를 선사하여 나도모르게 몰입하여 앉은자리에서 휘리릭~ 읽어버린것 같다.



1. 아내의 기억

치매에 걸린 아내가 홀로 집을 지키다 화재에 숨지고, 남편은 아내의 장례를 마친뒤 허망하게 아내를 그리는데....어느샌가 남편의 눈에 보이는 아내의 혼령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그리고 이 혼령이 아내가 죽기 3년전의 잔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뒤 남편은 직장을 그만두고 3년동안 아내의 잔영과 함께 하리라 마음먹는데.... 

- 페이지가 넘어갈 수록 혹시나 기괴하고 괴이한 반전이 있으면 어쩌나 노심초사하며 읽었는데....다행히 잔잔하게 끝나는 작품이라 한숨을 쉬었다는...남편과 자식을 뒷바라지 하던 아내, 엄마가 치매에 걸리는 혼란스러움, 가족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는 그 마음이 너무나 안타깝게 다가온다. 바깥일에만 관심을 쏟던 남편이 아내의 잔영을 통해 아내가 겪어야 했을 아픔과 고통을 통감하고 후회의 눈물을 짓는 장면에 공감했던것 같다. 표제작인 만큼 잔잔한 감동과 깊은 울림을 전하는 작품이다.


2. 진화환생법

현생 이후 다음생에 환생할 생명체를 고를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생물로 태어나고 싶은가? 백수로 허송세월하던 남자는 기묘한 종교모임에 참석하고, 그곳에서 진화환생법에 대해 전해듣게 된다. 다음생으로 환생하고 싶은 생물을 대량학살하면 다음생에 그 죽인 생물로 태어날 수 있다는 진화환생법을 듣고 처음엔 믿지 않은 남자는 집안을 기어다니는 바퀴벌레들을 때려 죽인뒤 깜짝 놀란다. 그의 얼굴이 바퀴벌레로 변해 있던 것이다......

- 전에는 듣지 못했던 환생법이 신선하게 느껴졌고, 결말의 우울한 반전 또한 좋았던 작품이다. 사회에서 잉여로 추락한 남자가 정말로 바퀴벌레 같은 결말을 맺게되는 벌레같은 굴레.. 


3. 심령어플

심령어플을 키고 사진을 찍으면 귀신얼굴이 찍히는 신기한 어플....

- 귀신을 부르는 정말 신박한 어플이 아닌가?!!

 

4. 마술사 죽이기

너무나 뛰어나고 기상천외한 마술을 부리는 세계적 어둠의 마술사의 등장. 이 마술사의 마술은 끔찍하고 기괴하지만 그 누구도 거짓이란 트릭을 발견하지 못하는 진짜 어둠의 마술사이다. 나날이 인기를 더해가는 어둠의 마술사를 시기하는 마술사 협회는 한 젊은 마술사에게 어둠의 마술사를 암살할 것을 권유하는데....

- 한낱 인간들이 지옥의 마술사를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머리가 날아가고 하악만 남은 마술사가 타인의 머리를 이어붙이는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완전 취향저격이더라는....크크크...


5. 고스트폴라로이드

즉석에서 유령을 찍을 수 있는 폴라로이드 판매하는 기묘한 판매자

- 역시나 작가의 괴기한 취향이 가득 담긴 짧은 단편이다. 귀신을 찍고 싶거들랑 귀신이 되어라!



짧지만 강렬한 여운을 주는 작품들이었고, 충분히 제목과 같은 기기과괴함을 주는 만화였다. 그 많은 사람들이 떠들고 있음에도 만화를 읽는 순간에 모두 음소거 되버리는 몰입감을 느끼게 만든 작품이었다는....우중충 비오는 제주도 카페에서 부드럽고 쌉쌀한 아인슈페너 커피 한잔에 눈알 뽑고 머리 터지는 그로테스크한 만화를 보는 그 맛!! 천상의 커피 맛과 지옥의 만화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삼십 분간의 시간...결코 잊지 못하리라~~~크흐흐흐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옛날에 내가 죽은 집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옛날에내가죽은집 (2019년 초판)_비채X히가시노게이고 컬렉션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최고은

출판사 - 비채

정가 - 13500원

페이지 - 320p




니가 사는 그 집~ 그 집이 내 집이었어야 해~



신간도 줄기차게 나오고 기존 작품의 재출간도 줄기차게 나오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11년만에 재출간작이다.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이라니?...그럼 지금의 나는 누구인가? 라는 의문과 함께 심령 오컬트를 기반으로 하는 공포장르인지, 아니면 전뇌를 통한 SF작품인지 모를 수많은 호기심과 생각들을 품고 책을 들췄다.



7년전 헤어진 그녀 사야카의 연락으로 재회한 자리에서 사야카는 자신의 과거를 되찾는 일에 도움을 청한다. 나와 헤어진 후 바로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은 그녀가 뜬금없이 나타나 과거를 찾는다니?...의아한 마음을 그녀도 직감했는지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내게 전한다. 남편은 미국 출장으로 반년간 집을 비우고, 두 살배기 딸아이와 단둘이 지내던 사야카는 나날이 지속되는 살림과 육아의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아이에게 손을 대고 만다. 이후 지속적 학대로 인하여 아이는 사야카의 손을 떠나 친정에 맡겨진 상태...우연히 전남친인 내가 쓴 잡지 기고에서 소아학대는 유전질환처럼 반복하여 발생된다는 문구를 보고 문득 초등학교 이전의 기억이 없는 사야카는 그 지워진 기억속에 학대의 유전자가 남아있던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죽은 아버지의 유품에서 발견한 황동열쇠와 지도한장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잊혀진 기억을 찾을 수 있음을 확신하고 내게 함께 가달라고 요청한 것....


그녀의 절박함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함께 지도에 표시된 곳으로 가보니 허허벌판에 낡은집 한채가 우뚝 서있었다.....



정문은 못으로 박혀있어 열수도 없고, 지하실 문으로만 출입할 수 있는 기괴한 구조

집 안의 시계는 전부 11시 10분을 가리킨채 멈춰 있고,

전기도, 식수도 끊긴 상태.

지하실 문 위에 걸려있는 낡은 검정색 십자가...

그리고 아이가 살았던 방으로 보이는 책장에 꽂혀진 두툼한 일기장 한 권.....


소년의 일기속 내용이...참혹했던 그날의 일들이 드러나면서

잊혀져 있던 사야카의 기억도 흐릿하게 형태를 잡아간다.

이 기괴하고 음침한 비밀의 집의 진짜 정체는 무엇인가?.....



이유를, 용도를 알 수 없는 집의 구조를 샅샅이 조사하는 나와 사야카를 통해, 그리고 끔찍한 학대를 당하던 소년의 일기를 통해 음습한 공포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지하실 문위에 걸린 십자가를 찾아내면서 영화 [사바하]가 떠오르며 등골 서늘한 오싹함을 느꼈는데.....이후의 전개는 내가 생각했던 그런쪽은 아니었다...-_-;;; 하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또다른 공포와 안타까움을 경험해야 했으니...가족을 비바람으로 부터 지켜내는 안락해야만 할 집이라는 공간을 공포의 공간으로 비틀어 내면서 그안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들을 목도해야 하는 참담함과 놀라운 반전이 심령공포와는 다른 성질의 서스펜스로 치닫게 만든다.



사야카가 저지르는 딸에 대한 학대와 일기장 속 소년이 경험하는 학대가 맞물리고, 잊혀져 있던 사야카의 기억이 돌아왔을때...정말로 아무도 없던 빈 집은 그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이 되어버린다. 귀신이 들린듯한 흉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단 두명의 등장인물로 긴장감과 공포, 서스펜스를 끝까지 유지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기에 이 작품이 더욱 대단하게 여겨진다. 1994년도 지금으로부터 무려 25년전에 쓰여진 작품인데도 시간의 흐름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캐릭터의 살아있는 심리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었다. 요즘 세대라면 결말의 반전에 갸우뚱 할 수도 있겠지만...손이 귀하던 과거엔 우리나라에서도 왕왕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던 일이니....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던것 같다.



최고를 만들고야 말겠다는 부모의 이상적인 집착과 학대, 그리고 1등 경쟁에서 도태된 아이들이 받는 상처....그리고 되풀이 되는 학대의 굴레....가정폭력이 야기하는 비극을 통해 안타깝고 쓰디쓴 사회의 단면 일깨우고 경종을 울리는 사회파 추리 본래의 목적에 충실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체 옆에 피는 꽃 - 공민철 소설집 한국추리문학선 4
공민철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체옆에피는꽃 (2019년 초판)_한국추리문학선4

저자 - 공민철

출판사 - 책과나무

정가 - 13800원

페이지 - 407p



놀랍도록 섬세하고 깊이있는 감성 미스터리



얼마전 참석한 추리문학마니아 + 한국추리작가협회 조인 정모에서 만나 같은 테이블에서 본인이 구운 삼겹살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미스터리에 대해 이야기했던 '공민철'작가의 추리 단편집이다. 물론 그 당시에는 공작가의 작품이라고는 강원도 고한의 추리마을을 주제로 10명의 추리작가가 써낸 앤솔러지 단편집 [굿바이 마이 달링, 독거미 여인의 키스]에 실린 단편 [시체 옆에 피는 꽃](공교롭게도 이 단편집의 표제가 그것이다.) 한 편 뿐이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시체 옆에 피는 꽃]은 내겐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던 작품이라 솔직히 말하자면 이 작품집에 대한 기대는 그리 크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이 단편집을 통해 본인이 갖고 있던 공작가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서른 초반의 나이에 말 수 없고 얌전해 보이는 얼굴 뒤로 이런 사람의 마음속을 꿰뚫는 심안을 숨기고 있었을줄이야....-_- 허헐~



며칠전에 읽었던 [게임 마스터]를 통해서도 언급한바 있지만 몰랐던 작가의 역량 혹은 성향을 가장 빨리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그 작가의 단편집을 읽는거라고 생각한다. 이 단편집에 담긴 9편의 단편들은 '공민철' 작가의 미스터리적 감각이 얼마나 뛰어난지 또한 잠재된 능력이 얼마나 무궁한지를 알려주는 척도라고 생각된다. 첫번째 단편 [낯선 아들] 단 한편 만으로도 공작가가 공들여 써낸 장편을 읽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치게 만들었다.



1. 낯선 아들

살인죄로 복역중이던 아들이 치매에 걸린 노모를 모시고자 고향에 내려온다. 하지만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노모는 아들을 낯선사람 대하듯 한다. 우여곡절끝에 2개월의 시간이 흐르고....아들은 집에 난입해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남자를 칼로 찌르고 도주하는데....

- 술자리에서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을 인상깊게 읽고 이 단편을 썼다는 작가의 말이 생각난다. 그래서인지 아들이 고백하듯 독백으로 전개되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이 작품에 더욱 집중하게 만드는듯 하다. 아들의 양심 고백이 이어질수록 치매를 겪으며 홀로 힘겹게 살아왔을 노모의 아픈 사연이 가슴 깊이 파고든다. 불편하면서도 각자의 사연이 뼈아프게 다가오는 감성 미스터리였다.


2. 엄마들

한낮의 아파트 공원에서 벌어진 불의의 사고. 그리고 집단이기주의로 인한 조직적인 은폐...그리고 한 아이 엄마의 양심고백....이 고백이 몰고올 후폭풍은.....

- 사실 임대아파트를 배척하고, 통행로를 막아버리는 등의 아파트 집단이기주의 문제점들은 뉴스등을 통해 익히 듣고 보아왔다. 머...이 단편은 그 집단이기주의의  극단적 사례라고 보여지지만 그럼에도 사건과 은폐로 이어지는 동기는 조금은 무리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보았던 환영의 실체도 별다른 설명없이 소비되어 조금은 아쉬웠던 단편이다. 다만 집단에 반하여 홀로 양심고백을 한 엄마의 고립감은 생생하게 묘사되어 숨막히는 단절을 느끼게 만든다.

 

3. 4월의 자살동맹

중딩3학년 같은반 일진에게 오지게 왕따를 당하던 학생의 동생에게서 일진 옆에 붙어 꼬붕으로 같이 왕따를 괴롭히던 내게 편지 한통이 날아온다. 동생이 써내려간 편지속에는 오빠가 얼마전 자살했고, 오빠를 자살로 몰아넣은 나를 옹서할 수 없다고 쓰여있었다. 그래서 답장을 보냈다.

- 편지문으로 구성된 '미나토 가나에'의 [왕복서간]이 떠오르는 단편이다. 지독한 왕따와 그를 괴롭히는 가해자 사이의 기묘한 자살동맹...그리고 왕따의 고통을 복수의 광기로 채워가는 피해자. 독특한 발상의 전환과 편지문의 형식을 차용하여 가속화되는 광기를 효율적으로 드러낸다. 어제의 가해자가 오늘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왕따의 속성이 피부에 와닿는다.

 

4. 도둑맞은 도품

옥상에서 발견된 자루에 쌓인 남성의 시체, 시체의 사인은 추락사로 밝혀진다. 하지만 남성의 사망시각에 1층 CCTV에서는 남성이 드나든 기록이 없고, 아파트에서는 반나절동안 엘리베이터 점검이 이뤄진 사실밖에 없는데...이 남성의 죽음의 비밀은?....

- 드러난 사실들을 토대로 사망사고의 진실을 추리해나가는 고딩들의 대화가 흥미롭게 이어진다. 뭔가 고딩탐정단 같은 느낌의 단편이랄까...그들이 그리는 추리속에 나도 함께 사건에 참전하게 만든다. 머...초반 승강기 힌트에서 사건의 트릭은 얼추 맞출 수 있었다는...ㅎㅎ


5. 가장의 자격

대학생 아들이 불륜 현장에서 불륜녀의 남편에게 발각되 몸싸움을 벌이다 사망에 이르게 만들고, 그 죄로 3년간 복역후 풀려나와 있다가 자해를 시도한다. 집안은 아내에게 맡겨두고 바깥일만 신경썼던 아들의 아버지는 아들의 자해사건을 계기로 아들이 걸어온 인생을 되짚어보며 자신이 아들에게 얼마나 무심했는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동안 몰랐던 아들과 불륜녀의 숨겨진 사실을 알게되는데......

-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절실하게 떠오르는 작품이다.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독한 여자들과 그녀들에게 속절없이 휘둘리는 남자들...-_-;;; 뒤집고 뒤집히는 반전의 묘미가 끝내주는 작품이다. 마지막 아빠의 사악한 미소까지...어긋난 사랑이 가져오는 참극이 쉴틈없이 펼쳐진다. 소름끼치는 결말이 끝내주는 작품!!!



6. 사랑의 안식처

딸아이를 사고로 잃은 부부의 집에 괴한이 침입하고 남편이 격투끝에 괴한을 죽인다. 집안을 침입한 괴한은 근처에 사는 전자발찌를 찬 아동성폭행범이었고, 괴한이 처음 침입했던 곳은 부부의 딸아이가 쓰던 방이었다. 재판장에서 부부의 아내는 괴한이 딸이 자는 방을 침입하여 강간하려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몸싸움을 벌였다고 증언하는데....

- 가족이란 무엇인가?...가족이 쉴 수 있는 안식처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부부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있을 딸을 위한 선택이 가슴을 저미며 처절하게 다가온다. 역시 결말의 한방이 서늘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7. 유일한 범인

홀로 외롭게 살아오던 노인이 죽은지 한참 지난 상태로 맞은편 이웃에 의해 발견된다. 죽은 노인 옆에는 자신을 처음 발견한 사람에게 지불한다는 유서와 함께 19만원이 든 봉투가 발견된다. 하지만 이웃집 남자는 한사코 그돈을 받길 거부하고, 몇 달뒤 노인의 손녀가 남성을 찾아오는데.....노인의 죽음은 자살인가? 타살인가?.....

- 수수께끼 같은 노인의 고독사에 대한 진실 맞추기가 시작된다. 노인이 죽을 당시에 여러 정황과 주변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그날의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다. [도둑맞은 도품]과 함께 본격 미스터리로서의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고독사를 비틀어 낸 작품으로 노인이 이웃남자에게 전하는 마음은 이해하기 힘들지만 죽음에 이르는 기발한 발상과 기막힌 정황들은 추리소설의 재미를 충족시킨다.


8. 꽃이 피는 순간

대학교 근처 술집에서 전체 회식이 있던날 나는 출입문 근처에 자리잡고 술을 마시는 선배들의 부름으로 함께 앉아 술을 마셨다. 이런저런 얘기들이 오가던중 갑작스러운 정전이 발생하고, 잠깐의 정적 뒤 술집으로 버스가 들이닥치는데.....

- 남성과 접촉하면 불에 타는 듯한 고통과 함께 열꽃이 피는 여학생이 간직한 끔찍한 비밀...그리고 복수가 펼쳐진다. 하지만 그 복수의 방법이 기발할지는 모르겠으나 실현 가능성을 놓고 봤을때 현실성이 떨어져 아쉽다. -_-


9. 시체 옆에 피는 꽃

- [굿바이 마이 달링, 독거미 여인의 키스]에서 읽은 작품으로 패스!~ 분량도 그렇고 앞선 무거운 작품들을 마무리짓는 부록같은 단편이라 생각됐다. 표제작이지만 개인적으론 아홉 단편중 가장 희미한 무게감을 주는 단편이었는데 이 작품이 표제작이네....-_- 가장 잔혹한 느낌의 제목이라서일까?...



냉혹한 사회의 부조리를 가감없이 드러내는 사회파 추리와 기발한 트릭이 돋보이는 본격 추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단편집이다. 둘 다 좋았지만 시의적절한 소재와 함께 가슴을 얼어붙게 만드는 인간 본연의 차가운 악의와 그 반대되는 따뜻한 인간성에 대한 호소가 공존하는 사회파 추리가 특히 돋보인다. 작품을 읽으며 캐릭터에 이입하여 그들의 선택에 함께 갈등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작품들이다. 작품과 작품 의미를 되새기고 곱씹을수록 뽀얀 사골육수처럼 깊이가 우러나온달까...놀라운 반전, 독특한 재미, 시의적절한 시사성, 불편함과 통렬함, 이야미스 그리고 잔잔한 감동까지...미스터리의 매력을 모두 담아낸 단편집이 아닐까 생각하면서...다음 작품으로는 공작가의 모든 역량을 결집한 장편을 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애니가 돌아왔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애니가돌아왔다 (2019년 초판)

저자 - C. J. 튜더

역자 - 이은선

출판사 - 다산책방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54p



[초크맨]이 수퍼내추럴 오컬트를 장착하고 [애니]로 돌아왔다!!!!



놀라운 데뷔작 [초크맨]으로 영국 장르계를 발칵 뒤집어놨던 'C. J. 튜더'가 돌아왔다. 더 독하게 더 이를 악물고 더 악독해져서 말이다. 전작의 성공에 대한 부담감은 애초부터 없었다는듯 이번 작품에서는 스릴러로서의 치밀하고 촘촘한 구성에 그녀만의 독특한 기괴함과 호러적 감성을 가미하여 완벽한 수퍼내추럴 호러 스릴러를 탄생시켰다. 원 히트 원더의 징크스를 가볍게 깨부수고 소설가로서의 독보적 가치를 전세계에 입증한 것이다. 물론...이번 작품이 완벽하게 본인의 취향을 저격한다는건 굳이 말 할 필요도 없으리라...ㅎ 



한때는 탄광촌으로 부흥했지만 폐광된 후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작은 소도시 안힐 

그곳에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다.

마을 고등학교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 줄리아가 자신의 아들 벤의 얼굴을

형체가 남지 않을때까지 망치로 뭉개버리고 본인의 입에 산탄총을 물고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처참하고 참혹한 사건 현장의 벽에는 붉은색 피로 거칠게 휘갈겨진 글자가 쓰여있었다.


'내 아들이 아니야'



25년전 교통사고로 아버지와 여동생을 잃고 고향을 떠났던 조 손이 안힐로 돌아온다. 안힐 아카데미에 재직중이던 영어선생의 끔찍한 사건 이후 공석인 교사자리를 잡기위해서 25년만에 안힐을 찾은 조 손은 마을 전체를 감돌고 있는 무겁고 음울한 공기를 느끼며 자신이 자리를 비운 25년의 시간동안 마을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영어 선생으로 채용되자마자 모자 살인사건이 발생했던 바로 그 집으로 이사온 조 손은 25년간 끈질기게 자신을 따라다니며 괴롭히던 환영과 다시 마주하고 숨막히는 공포에 사로잡히면서도 이번에는 일을 완벽히 매듭지으리라 다짐한다. 25년전 동생 애니의 실종과 관련된 친구 스티븐 허스트와의 질긴 악연을 말이다. 



참혹한 모자살인사건이란 강렬한 도입부를 통해 독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고 이어서 모자살인사건이 발생하기 전 아들 벤의 24시간동안의 실종과 복귀, 이후 벤의 기괴한 돌발행동들이 드러나면서 조 손은 25년전 자신이 겪었던 일이 다시 시작되었다는 것을 감지한다. 조 손의 동생 애니 역시 하루동안의 실종 이후 이해할 수 없는 이상행동을 보였었기 때문이다. 이후 현재의 시간과 과거의 회상이 교차되면서 열지 말아야할 지옥문을 열어버린 25년전 그 날의 충격적 진실이 드러난다. 



사랑스럽고 귀여웠던 동생 애니가 24시간의 실종 이후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온것. 시체 썩는 냄새를 풍기고 알몸이 되어 여기저기 오줌을 싸대고 하루종일 욕설을 중얼대며 급기야 무언가에 씌인듯 극단적 이상행동을 벌인다?....공포 호러 매니아라면 이 정도만 언급해도 쉽사리 눈치챘으리라...돌아온 애니가 불가사의한 무언가에 빙의되었다는 것을 말이다오컬트 영화의 바이블 [엑소시스트], '스티븐 킹'의 걸작 공포소설 [애완동물 공동묘지], 얼마전 개봉하여 한국적 오컬트를 선보였던 [곡성]까지...익숙하다면 익숙하지만 단란하고 화목했던 가정이 초자연적 존재에 의해 철저하게 부서지고 유린당해가는 과정이 숨막히는 공포로 독자의 목을 조여온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 작품이 단순한 공포 호러였다면 이정도의 호평은 얻지 못했으리라.. '스티븐 킹'의 [애완동물 공동묘지]나 [IT(그것)]의 기본 설정과 너무나 유사하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아류작이라 치부할 수도 있을 작품에 최고라는 수식이 붙는 이유는 뻔한 호러에 치밀한 복선과 기막힌 반전을 더하여 스릴넘치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초크맨](추리 스릴러)에 [애니](공포 호러)를 더하니 실로 끝내주는 호러 스릴러가 탄생한 것이다.



사실 절제된 문장으로 독자들의 심리를 압박하고, 끔찍한 장면묘사로 공포를 자극하며, 이야기의 끝에서 마주하게 되는 독창적 반전이 인상깊게 다가오지만 이 작품이 가장 인상깊은 것은 여느 호러작품들처럼 공포의 주체를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초자연적 존재에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미지의 공포보다 더욱 무서운 것이 인간의 지독한 악의라는것을 부각하기 때문인것 같다. 농담이 아니라 지옥에서 돌아온 애니보다 살아 숨쉬고 있는 등장인물들이 훨씬 지독하고 악독하게 그려져 진정한 악마는 인간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_-;;;



호러의 클리셰를 답습한것 치곤 꽤나 신선했고 완성도 또한 높은 작품이었다. 악령보다 악독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향연이 작품의 질을 한단계 높여준듯 하다. 새로운 공포, 새로운 스릴에 목말라하는 독자의 갈증을 해소해주면서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는 영리한 작품으로 이 무더운 여름밤에 더없이 어울릴 작품으로 강추한다. 이 작품과 함께 소설 [애완동물 공동묘지], [그것], 영화 [공포의 묘지], [그것], [곡성]과 비교하면서 보면 더욱 알차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