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해경 캐릭터 도감 - 산의 요괴, 바다의 괴물
뤄위안 지음, 박주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산의요괴,바다의괴물산해경캐릭터도감 (2019년 초판)

저자 - 뤄위안

역자 - 권소현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25000원

페이지 - 399p



지금은 바야흐로 춘추전국 요괴시대!!!



전통적 강자 일본요괴의 틈을 비집고 한국요괴들이 약진하니 이를 잠잠히 지켜보던 잠룡 중국 요괴가 드디어 요괴전쟁에 참전하였다.

이말이 뭔고 하니....국내 꾸준히 출간되던 일본 요괴도감들에 이어 개인 출판 프로젝트 텀블벅에서 한국 요괴도감류들의 예상외의 약진을 통해 새로운 한국요괴도감의 시장이 형성되고 메이저 출판사들도 발맞춰 한국요괴도감 시장에 뛰어들어 춘추전국시대를 개막하더니 드디어 이 난립한 요괴도감 시장을 천하통일 평정키 위해 수만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요괴도감 끝판왕 산해경이 도감으로 출간되었다는 말이다. -_-



동아시아 최고의 신화적 지리서이자 동식물 도감, 한,중,일 동양 문화권 전설들의 모체이자 중국과 그 주변의 산세, 먼 나라의 풍속, 괴물, 영웅의 행적, 신들의 계보 등 고대인의 무의식 속 원형적 이미지들이 집대성된 동아시아 최고의, 가장 오래된 지리서. 바로 산해경이다



기원전 3~4세기 경 무당들이 썼다고 전해지는 이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산해경에 등장하는 신과 요괴, 괴물들을 귀여운 2D캐릭터로 새롭게 창조하고, 알기쉬운 설명으로 풀어놓은 [산해경 캐릭터 도감]이 한스미디어에서 출간되었다. 무려 1,231마리의 산해경 속 괴물들을 모두 담아낸 기존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역대급 볼륨으로 그 위용을 자랑한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세상의 중심을 외치던 중국에게서 한국이나 일본 모두 원하던, 원치않던 많은 영향을 전해 받았으리라 생각된다. 당연히 신화나 전설, 그에따라 자연스럽게 파생되는 요괴 역시 마찬가지일지니 신과 인간, 자연의 조화를 이야기하는 산해경 속 다양한 캐릭터들로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봉황, 구미호 등과 같이 중국에서 넘어와 한국에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린 요괴들과 비슷한듯 다른 부분들을 비교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사실 구미호야 말로 한중일 3국에 모두 뿌리를 내린 대표적 요괴가 아닌가 생각되는데...이렇게 토착요괴인줄 알고있던 다수의 요괴들이 사실은 중국에 근간을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번 [산해경 캐릭터 도감]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수천 마리의 요괴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읽고 있으니 수천, 수만년을 뛰어넘어 시공간을 넘나드는 환상적인 기분에 사로잡힌다. 인간에게 위해를 가하는 끔찍한 일본의 요괴들과는 달리 신화적 성격이 강한 산해경의 요괴들은 '착한' 마물들로서 아이와 함께 보기에도 무리 없고,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돋보인다. 

태고의 전설 속 진기한 요괴들을 집대성한 중국 대표 요괴도감으로 손색이 없는 자료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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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남
슈노 마사유키 지음, 정경진 옮김 / 스핑크스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가위남 (2019년 초판)

저자 - 슈노 마사유키

역자 - 정경진

출판사 - 스핑크스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78p



12년 만에 다시 나타난 연쇄살인마 가위남



아직 미스터리 장르에 내공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출간 당시 별다른 반응을 끌어내지 못하고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작품인지는 모르겠지만 2007년에 출간되었던 이 [가위남]이나 저자 '슈노 마사유키'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다. 그런데 12년만에 복간이라니...12년간 지하에 있던 이 작품을 다시금 수면위로 끌어올리려는 출판사의 의도는 궁금해졌다.'제13회 메피스토 상 수상작', '2000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2위'의 수상경력이야 바다건너 한국에까지 번역되려면 당연한 필요충분조건일 것이고, 한해에도 새로운 미스터리 작품들이 수십, 수백편씩 쏟아지는 마당에 12년이나 지난 고전(?)을 복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대로 묻혀두기엔 너무나 아까울 정도로 그렇게 대단한 작품이란 말인가? 기대감 반 호기심 반으로 다시 돌아온 연쇄살인마 가위남을 들춰봤다.



미모의 여고생의 목에 깊숙이 파고든 비닐끈

질식의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과 부릅뜬 두 눈

그녀들의 고운 목선 아래 깊숙이 박혀 있는 스테인리스 가위


두 번의 범행을 성공적으로 저지른 가위남은 세번째 타깃을 잡고 그녀의 뒤에서 범행기회를 노리며 은밀히 미행한다. 평범한 출판사 편집부에서 2년째 알바로 일하고 있는 26살 백키로에 육박하는 거구의 가위남은 우연히 전국 고등학생을 상대로 하는 학습지 첨삭 답안지 우편물을 보고, 그중에서 성적이 뛰어난 소녀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우편물의 주소를 보고 집을 찾아가 얼굴을 확인하고, 소녀를 미행하여 가장 범행이 용이한 시간에 목을 조르고 가위를 꽂는 가위남...이번 세번째 타겟 역시 늦은 저녁에 귀가하는 화요일을 디데이로 잡고 소녀의 집앞에서 귀가하길 기다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소녀는 귀가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역으로 향하는 가위남은 역근처 어두운 공원에서 부자연스러운 무언갈 발견하고 다가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비닐끈이 목에 감기고 그 아래 깊숙이 가위가 박힌채 싸늘하게 죽어있는 가위남의 세번째 타겟과 마주하는데....


매주 토요일마다 드럭스토어에서 자살할 약물을 구입하여 자살을 시도하고

자살에 실패하는 순간 자신안의 또다른 인격 '의사'가 나타나 조롱하는 심각한 망상증.

백 키로에 육박하는 육중한 몸무게로 떨어진 자존감.

머리 좋은 소녀에 대한 이상적 집착.



이 모든게 떡밥이다!!!! 전부다!!! 다른건 다 집어치우고 결말부터 이야기 하자면 솔직히 진실이 밝혀지는 반전의 순간 뭐가 반전이고 뭐가 트릭인지 한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_-;;;; 그만큼 상상하지도...예상조차 못한 범인의 정체에 정신이 아득해지는것을 느낀것 같다. 거의 본인이 최고의 미스터리로 치는 [살육에 이르는 병]의 반전과 맞닥뜨렸을때의 임팩트였는데, 서술트릭이 아님에도 이 [가위남]역시 트릭을 이해하기 위해 앞부분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ㅠ_ㅠ 와....이렇게 농락 당하다니....가위남이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경찰들을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진행되는게 뭔가 싸~했는었는데 그걸 이런 반전의 장치로 써먹다니!!!



반전의 충격은 잠시 접어두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작품은 첫 시작부터 상당히 흥미롭게 흘러간다. 처음부터 연쇄살인마 가위남의 시선으로 타겟을 집요하게 쫓는 장면이 이어지다가 느닷없는 카피캣의 등장....이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겪인가. 연쇄살인마가 자신의 범행 수법을 본따 자신의 타겟을 훔친 카피캣을 추적한다는 기존 미스터리에 대한 발상의 전환은 내겐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가위남은 홀로 자신을 카피한 가짜 가위남을 쫓고, 경찰들은 세 건의 살인 모두 가위남의 소행으로 판단하고 가위남을 쫓는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서로의 접점이 교차되고, 드디어 가위남의 결정적 실마리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순간.....예의 그 경악할 반전이 후두부를 강타하며 사고를 마비시켜 버린다........



독특한 설정과 더불어 주목할만한 점은 이 연쇄살인을 바라보는 세상의 반응을 조롱하고 풍자하는 작가의 시선이다. 세 건의 가위남 사건으로 세상은 발칵뒤집히고 연일 방송에서는 가위남의 정체와 살인동기를 두고 온갖 추측과 억측을 쏟아낸다. 시신에게서 어떠한 성적 범행 흔적이 없었던 점을 들어 성불구자인 범인이 남성성의 상징인 가위를 여성의 몸에 꽂는 행위로 성적 흥분을 느끼는 쾌락범죄자일거라는 범죄심리학자의 주장, (실존하는 영국 록밴드) XTC의 노래 '시저맨'의 가사를 분석하며 가사속 이상 살인동기를 찾아 헤매는 전문가들, 커다란 가위로 몬스터를 찢어죽이는 게임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전문가들 등등등...그리고 주마등처럼 본인의 머리속을 스쳐가는 기시감? 데자뷔?....분명 옆나라의 소설에서 그려지는 상황이 어쩜 그리도 '한국적'인건지 모르겠지만 '유영철', '강호순'등의 이상충동에 사로잡힌 연쇄살인범이 나타날때마다 뉴스에서는 연일 그들의 범행충동을 폭력적 게임과 PC에 저장되있는 포르노등에서 찾지 않았던가.... 



골때리는건 그런 전문가들의 분석과 억측들을 코웃음치는 가위남의 냉소적 태도에 있다. 정말로 동기가 없는 무동기 범죄...무동기 시리얼 킬러가 가위남이 TV를 보며 자신의 억측들에 냉소를 날리는 장면, 작품속 코믹하게 그려지는 이 대목에서 갑자기 생각치 못한 서늘한 공포가 엄습한다. 이세상에 무동기 범죄는 없는 것이라도 되는양 쾌락살인마로 몰아가는 매스컴, 세상 사람들의 심리. 평범한 얼굴로 우리들 곁에서 아무 생각없이 아무렇지 않게 잔혹한 범행을 저지르는 무동기 범죄야말로 가장 공포스러운 범죄가 아닌가...그래서 그렇게 무리하게 살인 충동에 대한 이유를 찍어 붙이려는 것인가?...여타 작품에서 그려지는 피에 굶주린 미친 열정에 사로잡힌 싸이코 살인마들보다 차갑게 얼어붙은 지극히 평범한 가위남은 뭔가 다른 공포와 불쾌함을 선사한다. 



정말 몇 년만에 느껴보는 강렬한 충격과 카타르시스였다. 바로 이 느낌 때문에 미스터리를 읽는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잊고 있었던 느낌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든 작품이랄까. 12년만에 연금 해제한 출판사의 의도를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이대로 누군가의 기억속에 묻히기엔 아까운 걸작 본격 미스터리이니 말이다. 게다가 이 완벽한 작품이 작가의 데뷔작이라니....ㄷㄷㄷ 이렇게 대단한 작가를 왜 아직 모르고 있었는지 의아했는데, 2013년 불과 10년의 작품활동만에 요절했다는 말에 이해가 되었고, 앞으로 작가의 신작을 만날 수 없는것에 아쉬움이 남았다. 


이제는 '조니뎁'의 가위남 대신 '슈노 마사유키'의 가위남이 먼저 떠오르리라...


치밀하고 완벽한 본격 미스터리로서, 극강의 서스펜스를 자랑하는 심리 스릴러로서, 20년이란 시간의 간극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신박한 설정의 작품으로 아직 [가위남]을 접해보지 못한 미스터리 마니아에게 강력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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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기담집 - 아름답고 기이하고 슬픈 옛이야기 스무 편
고이즈미 야쿠모 지음, 김영배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골동기담집 : 아름답고 기이하고 슬프 옛이야기 스무 편 (2019년 초판)

저자 - 고이즈미 야쿠모

역자 - 김영배

출판사 - 허클베리북스

정가 - 14000원

페이지 - 287p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하는 보석같은 이야기



골동 : 1. 오래되었거나 희귀한 옛날의 기구나 예술품.

       2. 여러가지 자질구레한 것이 한데 섞인 것.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상승되는 일본의 값지고 귀한 이야기들이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다. 그리스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건너갔다가 미국국적을 취득하고 일본에 귀화하여 눈을 감은 그가 겪은 인생만으로도 하나의 환상문학이 될 것 같은 파란눈의 일본인 '고이즈미 야쿠모'가 수집하고 각색한 9편의 기담들과 외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신비한 동양의 동,식물에 대한 애정어린 11편의 에세이가 한데 섞인 기담집이다.



우리가 접했던 [전설의 고향]처럼 오래전부터 일본 대대로 흘러 내려오던 기이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이 21세기 타국에서 생명을 얻게 된 것이다. 특히 1부에 실린 9편의 고전 기담들은 다른 괴담,기담집에서 접했던 이야기들과 디테일한 부분은 다르지만 기담을 이루는 기승전결 자체는 상당히 흡사하여 이 원전 기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형태를 달리하여 파생되었음을 짐작케 한다.


  

1부 오래된 이야기

1. 유령폭포의 전설

'유령폭포에 가서 시주함을 들고 온다면 내 오늘 짜낸 베는 모두 당신에게 드리지.'

농담처럼 시작된 내기에 걸린 아낙들의 베가 수십필에 달하고, 마침내 갓난아기를 업은 여인 오카쓰가 이 위험한 내기에 도전한다. 아기를 등에업고 으으스한 폭포에서 시주함을 든 오카쓰의 등뒤로 들리는 누군가의 성난 목소리......눈을 질끈 감고 마을로 뛰어든 오카쓰와 아낙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 어느 괴담집에서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읽었던 버전에서는 부인은 낫을 들고 있었는데....참혹한 결말은 동일하다. ㅠ_ㅠ 겨우 7페이지의 짧은 이야기지만 그 끔찍한 잔영은 오래도록 남는다.


2. 찻잔 속

차를 마시려던 무사의 찻잔속에 비친 정체를 모를 남성은 무사를 보고 비웃는다.

잔속의 차를 버리고 다시 따라도 똑같이 찾잔에 비치는 건방친 남성....성질이 난 무사는 이내 찻잔속 차를 들이켜 마셔버리는데.....

-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인데 아쉽게도 미완의 기담이다...ㅠ_ㅠ

 

3. 상식

우연히 들른 사냥꾼에게 주지스님이 말한다.

'이곳에서 나와 함께 있으면 신비로운 보현보살님을 만날 수 있네.'

그리고 열심히 독경을 읊던 주지 스님의 머리맡에 정말로 성스러운 빛과 함께 보살님의 형체가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이를 지켜본 사냥꾼은 이내 등에 두르고 있던 활을 뽑아 보현 보살을 향해 활시위를 잡아당기는데.....

-  학식이 풍부한 성인이라도 세상사는 상식이 없는 한 그저 사기당하기 쉽상인 무지한 중생에 불과한 것이다. 인생의 지혜가 담긴 반전 같은 기담.


4. 생령

가게에서 열심히 일하는 청년이 날이 갈수록 안색이 안좋아지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남성은 청년에게 이유를 묻고, 청년은 매일밤 자신을 찾아와서 괴롭히는 생령에 관해 이야기 한다.

- 누군가를 헤하고 싶은 마음이 극에 달하면 그 어둠의 사념이 형체를 갖고 상대를 헤하기 위해 찾아간다. 그것이 생령이니, 일본의 저주인형과 비슷한 개념인가?....


5. 사령

지방에서 벼슬을 지냈던 주군이 죽고, 남은 가족에게 죽은 주군이 살아생전 부당한 영리를 취하였으니 남은 가족들의 재산을 몰수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부하들이 형을 집행하려는 순간, 가족이 부리던 하인이 갑자기 몸을 치떨더니 죽은 주군의 목소리로 고하노니....

- 자신의 억울함,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저승 삼도천에거 되돌아온 사령이 가족을 구하다.

 

6. 오카메 이야기

'병으로 죽은 뒤에도 남편을 찾아오는 아내'

죽기직전 아내는 남편에게 자신이 죽고난 뒤에도 절대로 재혼하지 말아달라는 당부를 남기고 죽는다. 그뒤부터 시름시름 병약해져가는 남편을 이상하게 여긴 부모는 아들에게서 기이한 이야기를 듣는데.....

- 무섭다....죽어서도 남편의 정기를 빨아먹는 아내의 집착이....ㄷㄷㄷ



7. 파리 이야기

살아생전 가난한 살림을 꾸리기 위해 언제나 검소하게 생활하던 하인이 죽고, 얼마뒤 집안에 커다란 파리가 날아든다. 도저히 파리가 있을 수 없는 날씨임에도, 쫓아내도 쫓아내도 안방으로 날아 드는 커다란 파리의 정체는.....

- 머..다 좋은데...하필...파리라니...-_-;;;



8. 꿩 이야기

시아버지의 꿈을 꾼 며느리에게 사냥꾼을 피해 자신에게 도망쳐온 수꿩 한마리. 이 꿩이 돌아가신 시아버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며느리는 수꿩을 쌀뒤주에 숨겨주고, 사냥꾼은 추적을 포기하고 돌아간다. 이후 밖에서 돌아온 남편에게 아내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이 모두를 조용히 듣던 남편은 뒤주속에 숨어있던 꿩을 잡아 목을 비틀어 죽어버리는데....

- 부자 관계가 몹시 않좋았나보다...-_-;;;


9. 츄고로 이야기
성실함과 잘생긴 외모로 인기가 많았던 병사 츄고로는 어느날부터 피골이 상접하고 시름 시름 앓아간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동료병사에게 츄고로는 기이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한밤중 어여쁜 여인이 자신을 붙잡더니 자신과 결혼해 달라고 청하였고 이내 소매를 붙들고 강가의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 이 기담은 '우라시마 타로' 전설의 요괴식 변형인가?.... 


2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이야기

10. 어느 여인의 일기

실제 그 시대를 살다간 어느 여성의 일기를 발췌한 글이다. 1800년대 후반 도쿄에서 가정을 꾸린 가난한 여성의 결혼과 3번의 임신과  3번 모두 아기들을 먼저 떠나보내야 했던 슬프고 비극적인 이야기가 가슴에 깊이 사무친다....ㅠ_ㅠ



11. 헤이케 게
12. 반딧불이
13. 이슬 한 방울
14. 아귀
15. 일상사
16. 몽상
17. 고양이 타마
18. 한밤중에
19. 풀종다리
20. 꿈을 먹고 사는 짐승



"무서웠다가 웃고, 울다가 따뜻해진다."

낯선 타국에서 누구보다 동양을 사랑하고 그 동양의 문학에 심취하여 기담집을 낸 작가의 열정과 노력에 놀라면서 2부에 담겨있는 이슬 한방울, 고양이, 꿈을 먹고 사는 요괴 '바쿠'까지 작가의 따뜻하고 애정어린 몽환적 글들이 가슴가득 따스하게 채워진다. 하지만 난 역시 1부의 기담/괴담이 더 좋았지만...ㅎㅎ 무더운 이 여름 산뜻하게 시작하는 첫번째 기담/괴담집으로 딱 어울리는 작품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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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듯 춤을 추듯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7
김재아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꿈을꾸듯춤을추듯 (2019년 초판)_그래비티 픽션 7

저자 - 김재아

출판사 - 그래비티북스

정가 - 13500원

페이지 - 297p



인간의 신체에 인공지능을 탑재하면?



몇안되는 SF전문 출판사 그래비티북스에서 꽤 오랜만에 출간하는 일곱번째 그래비티 픽션 시리즈 [꿈을 꾸듯 춤을 추듯]이다. 시리즈마다 SF의 하위장르를 독자들에게 선보이면서 SF에 익숙치 않은 대중에게 다양한 SF의 장르적 매력을 소개하고 SF 대중화에 앞장선 그래비티 픽션의 이번 이야기는 인공지능과 뇌과학에 대한 이야기이다. 일단 중심 이야기에 앞서 대강의 작품 배경을 이야기 하자면 이렇다.



가까운 미래인 2062년.

발달된 인공지능과 로봇기술로 인간은 더이상 노동에 얽매어 일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도래한다. 하지만 전 인류의 95%가 무직지가 되버린 세상에서 인류는 기계들에게 직장을 빼앗겨 버린 잉여인간에 지나지 않고, 그저 공기를 축내는 버러지들로 전락한 그들에게 남은건 과학기술에 대한 거부감과 열패감 그리고 상실감 뿐이다. 평생을 억눌린채 살아온 95%의 인류는 쌓아왔던 분노와 증오를 테러로 폭발시키고, 사태는 극단으로 치달아 간다.



오랜 시간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인간의 뇌지도가 완성되고, 이 맵을 이용하여 뇌과학자 노아는 교통사고로 뇌기능이 정지된 서른 살 남자의 몸에 자신이 개발한 인공지능 기계두뇌를 이식시키는 수술을 최초로 진행한다. 성공적인 수술뒤 드디어 기계몸에서 인간의 몸으로 처음 눈을 뜬 인공지능 로움.....인간의 몸을 얻기전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138억년의 지구 역사를 직접 경험하고 학습했던 로움에게 인간의 몸으로 바라본 세상은 138억년의 시뮬레이션으로는 경험할 수 없었던 또다른 특별한 감정을 시냅스로 뇌에 전달한다. 노아 박사의 필생의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끝나지만 정작 본인은 인간과 다를바 없는 사이보그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사태를 우려한 극렬저항단체에 납치되어 산채로 화형당하는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고, 연구소 관계자는 비밀리에 기계 로움을 사륜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신분을 부여하여 질병연구소에 위장취업시킨다. 그곳에서 사륜은 또다른 사이보그 엘리야를 만나는데......



딥러닝을 통해 수천 수만번의 가상바둑을 반복하고 기보를 분석하여 인간계 최강의 기사들을 무릎꿇린 인공지능 알파고를 더욱 발전시킨다면 로움으로 탄생하는 것일까? 인간의 몸에 이식된 누구보다 인간적 감정을 지닌 인공지능 사이보그는 그저 프로그램된 의식을 가진 기계인가? 아니면 딥러닝을 통한 자의식을 가진 인간과 동등한 인격주체로 인정해야 할까? 작품 자체가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사실 AI를 소재로 하는 여타 작품에서도 무수히 다뤄오던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문제제하고 질문을 던진다. 딥러닝 시뮬레이션으로 138억년이란 억겁의 시간동안 지구와 인간의 생리에 깨달음을 얻은 사이보그 로움의 눈으로 바라본 더없이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과연 인간을 인간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인간의 몸안에서 기계로는 경험할 수 없었던 눈물, 꿈 같은 감정적 변화에 혼란스러운 로움 앞에 나타난 소녀 엘리야로 삶과 죽음 그리고 감당할 수 없는 감정에 깊은 고뇌에 빠지는 로움....그의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_-;;; 그 수없는 고뇌 끝에 다다른 극단적 선택은 경악과 동시에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138억년간 가상으로 지켜본 수많은 죽음과 인간으로서 곁에서 지켜본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그 죽음의 무게를 이해하는 순간 로움은 더이상 기계일 수 없는 것이다. SF의 장르를 빌려 인간에 대해 고찰하는 깊이있고 심오한 철학소설이랄까?...



다만 극단적 대비를 위해 소비되는 듯한 헐거운 SF 설정들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기계가 뒤덮은 미래임에도 무정부 수준의 치안상태나 전세계 불치병의 백신개발을 위한 마루타가 달랑 한명이란것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고 '아시모프' 로봇 3원칙은 안중에도 없었던듯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는 인공지능, 조금 아쉬운 138억년 시뮬레이션 묘사  객관성이 결여된 다소 과잉된 감정으로만 흘러가는 극의 흐름은 캐릭터에 대한 감정의 공감을 이끌어 낼지 수는 있겠지만 SF라는 장르로 놓고 봤을땐 아쉬움으로 남는다.



어쨌던, 작품을 읽으면서 내내 얼마전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사소한 변화](구판 [변신])가 떠올랐다. 뇌이식이라는 유사한 소재를 다루지만 누군가는 정체성을 잃고 타인이 침범해가는 혼란스러운 과정을, 누군가는 그동안 알고 있던 세상과는 다른 세상을 통해 변질되어가는 과정을 그리는...그렇게 결국 파멸의 비극을 향해 치달아가는 서로 다른 장르의 두 작품을 비교해보는것도 좋을듯 싶다.  


생은 지옥이다! 138억년의 꿈에서 깨어나 지독한 현실과 맞닥뜨린 인공지능 AI의 처절한 몸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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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현장은 구름 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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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현장은구름위 (2019년 초판)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김난주

출판사 - 재인

정가 - 13800원

페이지 - 275p



사건을 몰고 다니는 스튜어디스 콤비



요근래 재간된 작품만 읽다가 오랜만에 초역으로 만나게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추리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집이다. 이번 작품의 무대는 구름 위! 땅덩어리, 국가간의 경계를 넘어 하늘을 활보하는 비행기안에서 근무하는 스튜어디스들을 주역으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사건과 사고들을 '게이고'만의 기발한 재치와 유쾌한 코믹, 신박한 트릭으로 능수능란하게 주무르는 작품집이다. 심오한 주제를 놓고 심각하고 무겁게 펼쳐지는 사회파 추리도 좋지만 때로는 이렇게 심각은 잠시 내려두고 가벼운 코믹터치 추리극이 생각지 못한재미를 선사하는 경우가 있는데, [연애의 행방][탐정클럽] 처럼 부담없이 즐기기에 딱 좋았던 작품이었던것 같다.



신일본 항공의 명물 콤비 스튜어디스가 있으니 A코와 B코이다. 

매력적인 외모, 스마트한 머리, 논리적 사고로 사내 특등급 사원으로 손꼽히는 A코와

다소 미흡한 외모, 생각 자체를 기피하는 무논리 사고지만 간신히 턱걸이 채용으로 뽑힌 B코.

둘사이의 엄청난 격차와는 달리 매우 사이가 좋아 항상 함께 비행을 하는 친구사이이다.

하지만 그녀들이 가는곳엔 살인, 유괴, 협박 등등등.....온갖 사건, 사고들이 끊이지 않으니....

그녀들의 비행기를 탄 승객들에겐 불운을 몰고다니는 콤비가 아닌가?!!! -_-;;;;;



1. K호텔 살인의 밤 

무사히 비행을 마친 A코와 B코는 호텔에서 휴식을 취한다. 그런데 우연히 비행당시 복통을 호소했던 손님이 같은 호텔에 묶게 되고, 반가운 마음에 함께 간단한 술자리를 갖는다. 유쾌한 술자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간 남자 손님은 방안에서 자신의 아내가 참혹하게 살해된것을 발견하고 긴급히 경찰에 신고한다. 첫 시작부터 벌어지는 살인사건....그리고 아내가 죽기직전 호텔보이가 아내에게 샌드위치를 건네는 것을 목격한 B코. B코의 목격이후 30분간의 시간동안 남편은 자리를 비운적이 없고...범인의 정체가 오리무중일때 A코의 놀라운 추리가 펼쳐진다..... 

- 별다른 배경묘사 없이 곧바로 직진하는 사건의 전개에 금새 작품에 빠져들고 허를 찌르는 기막힌 트릭에 정신이 빠진다. 



2. 분실물에 유의하세요 

단체 아기동반 여행객 25쌍을 받게된 A코와 B코는 비행시간 동안 한바탕 아기들과의 전쟁을 벌인다. 그녀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무사히 비행을 마치고 25쌍의 단체승객들을 내려보낸뒤....빠트린 물건이 없는지 비행기 안을 살피던 B코에는 놀라운 분실물을 발견한다.....분실물의 정체는 바로 살아있는 아기였던것...탑승과 하차시 분명 25명의 아기를 확인한 A코와 B코에게 덩그러니 남겨진 갓난아기...아기의 부모를 찾아라!!!  

- 이 단편은 이 작품이 1989년 작이란걸 감안해야 될 것 같다. 지금의 비행기 탑승 시스템이라면 절대로 벌어질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ㅎ 그땐 이렇게 허술하게 운영되었을진 모르겠지만 아기가 남겨지게된 상황 만큼은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충분히 납득할만한 에피소드 였다. 물론 그 다음 부모의 대응이 문제겠지만.....-_-



3. 중매석의 신데렐라 
승객과 마주보고 앉는 비상탈출구의 좌석에 앉게된 B코 앞에 앉은 멋들어진 남성은 비행 내내 B코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남자의 눈길을 알아차린 B코 역시 남자의 눈길이 싫지만은 않고, 이윽고 비행 끝에 B코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는 남성.....이 남성은 추녀에게 끌리는 독특한 취향의 소유자인가? 아니면 숨겨놓은 꿍꿍이가 있는 것인가?....

- 범죄가 아닌 코믹한 웃픈 상황이 웃음을 유발하는 유쾌한 코믹 단편이다. 오직 B코이기에...그녀이기에 데이트 신청을 하는 남자의 반전의 본심이 웃음폭탄을 터트린다.



4. 길동무 미스터리 

비행중 A코에게 대학동창회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를 탔다고 말하는 남자승객. 다른 자리 B코에게 공항에서 가까운 숙소를 묻던 여자승객....그리고 일면식 없어 보이던 두 남녀는 공항 근처 호텔방에서 나란히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가슴에 칼이 찔려 사망한 여성과 손목을 긋고 욕조물에 담근채로 죽은 남자....칼에는 여성의 지문만이 묻어있고, 경찰은 동반 자살을 의심하고 수사한다. 하지만 이 두남녀의 접점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A코와 B코는 직접 사건 수사에 뛰어드는데....

- 본의아니게 죽음의 길동무가 된 남녀의 미스터리. 절박한 가장의 책임...그 책임에 휘말린 여성....그리고 그 어떤 진실에도 눈하나 깜짝안하고 의연한 한 여성....-_- 제일 무서운건 마지막 여성이구나....



5. 아주 중요한 분실물 

화장실 바닥에서 유서가 담긴 봉투를 발견한 A코는 B코와 함께 유서를 돌려주기 위해 머리를 싸멘다. 비행중 화장실을 다녀간 승객은 고딩소녀, 회사원, 대머리 아저씨, 할머니, 중년 아줌마, 젊은 여성까지 6명...이 6명중 한명이 자살을 결심했고, 가슴에 품었던 유서를 떨어트린것. 이제 유서의 진짜 주인을 찾기 위한 그녀들의 추리가 시작된다.....

- 여기저기 맥거핀을 흘리면서 유서 주인의 정체를 흔들고, 아닐것 같은 사람을 그녀들과 함께 소거법으로 지워나가지만.....역시 반전은 가장 아닐것 같은 사람이 장본인이라는 것!!! 생각지 못한 주인과 자살을 결심하게된 이유가 반전의 묘미를 선사한다. 



6. 허깨비 승객 

항공사로 걸려온 전화를 우연히 받게된 A코에게 전화기속 남자는 그녀가 탔던 비행기에서 내린 여성을 납치해 살인했다고 말한다. 뒤이어 돈을 건네지 않으면 탑승했던 다른 승객도 죽이겠다고 협박한뒤 전화를 끊는다. 비밀리에 경찰들과 함께 수사를 벌이지만 그녀가 탑승했던 비행편에서 사망한 여성은 없는것으로 확인된다. 남자의 협박은 그저 거짓일까? 아니면 항공사에서 누락된 승객이 있는 것인가?.....

- 다소 무리한 설정이지만 또 일본이라면 실제로 있을법한 이야기라 완전 허망한 이야기라 치부하기엔 뭔가 미심쩍은...-_-;;; 



7. 누가 A코를 노리는가  

비행을 마친 A코에게 경찰이 찾아오고, 남자가 찍힌 사진한장을 건네며 타고온 비행기에 사진속 남자가 있었는지를 묻는다. 사진속 남자는 A코가 스튜어디스가 되기전 대학에서 사귀었던 남자였고,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았다고 언급한다. 그날 저녁 쇼핑을 마치고 어두운 도로가를 걷던 A코에게 느닷없이 돌진하는 승용차....간신히 돌진하는 승용차를 피한 A코는 겁에질려 B코와 함께 사는 숙소로 뛰어간다. 낮에 있었던 경찰이 들고온 사진속 전남친이 마음에 걸리던 찰나 전남친에게 걸려온 전화 한통....전남친은 A코와 직접 만나자고 이야기 하는데...A코를 노리는 자는 누구인가?...

- 역시 범인은 의외의 곳에서 나타나고, 경찰도 생각지 못한 트릭을 풀어내는 건 똑순이 A코라는 것. 그녀의 현명함이 자신의 목숨을 구하고 살인범을 잡는데 일조한다. 



작품이 쓰였던 시기를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납득할만한 재미있는 작품들이다. 군더더기 없이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추리의 묘미를 자극하는 삼~사십 페이지 내외의 작품들은 단편추리만의 몰입감과 속도감을 선사한다. 머...1989년 작이지만 '게이고'의 주특기인 극강의 가독성은 그야말로 5G급이라는...ㅎ 개인주의, 이기주의에 안하무인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B코와 미모와 지성을 갖춘 A코가 크로스된 명탐정 콤비의 좌충우돌 유쾌한 활약이 코믹 미스터리의 진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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