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동기담집 - 아름답고 기이하고 슬픈 옛이야기 스무 편
고이즈미 야쿠모 지음, 김영배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골동기담집 : 아름답고 기이하고 슬프 옛이야기 스무 편 (2019년 초판)

저자 - 고이즈미 야쿠모

역자 - 김영배

출판사 - 허클베리북스

정가 - 14000원

페이지 - 287p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하는 보석같은 이야기



골동 : 1. 오래되었거나 희귀한 옛날의 기구나 예술품.

       2. 여러가지 자질구레한 것이 한데 섞인 것.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상승되는 일본의 값지고 귀한 이야기들이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다. 그리스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건너갔다가 미국국적을 취득하고 일본에 귀화하여 눈을 감은 그가 겪은 인생만으로도 하나의 환상문학이 될 것 같은 파란눈의 일본인 '고이즈미 야쿠모'가 수집하고 각색한 9편의 기담들과 외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신비한 동양의 동,식물에 대한 애정어린 11편의 에세이가 한데 섞인 기담집이다.



우리가 접했던 [전설의 고향]처럼 오래전부터 일본 대대로 흘러 내려오던 기이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이 21세기 타국에서 생명을 얻게 된 것이다. 특히 1부에 실린 9편의 고전 기담들은 다른 괴담,기담집에서 접했던 이야기들과 디테일한 부분은 다르지만 기담을 이루는 기승전결 자체는 상당히 흡사하여 이 원전 기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형태를 달리하여 파생되었음을 짐작케 한다.


  

1부 오래된 이야기

1. 유령폭포의 전설

'유령폭포에 가서 시주함을 들고 온다면 내 오늘 짜낸 베는 모두 당신에게 드리지.'

농담처럼 시작된 내기에 걸린 아낙들의 베가 수십필에 달하고, 마침내 갓난아기를 업은 여인 오카쓰가 이 위험한 내기에 도전한다. 아기를 등에업고 으으스한 폭포에서 시주함을 든 오카쓰의 등뒤로 들리는 누군가의 성난 목소리......눈을 질끈 감고 마을로 뛰어든 오카쓰와 아낙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 어느 괴담집에서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읽었던 버전에서는 부인은 낫을 들고 있었는데....참혹한 결말은 동일하다. ㅠ_ㅠ 겨우 7페이지의 짧은 이야기지만 그 끔찍한 잔영은 오래도록 남는다.


2. 찻잔 속

차를 마시려던 무사의 찻잔속에 비친 정체를 모를 남성은 무사를 보고 비웃는다.

잔속의 차를 버리고 다시 따라도 똑같이 찾잔에 비치는 건방친 남성....성질이 난 무사는 이내 찻잔속 차를 들이켜 마셔버리는데.....

-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인데 아쉽게도 미완의 기담이다...ㅠ_ㅠ

 

3. 상식

우연히 들른 사냥꾼에게 주지스님이 말한다.

'이곳에서 나와 함께 있으면 신비로운 보현보살님을 만날 수 있네.'

그리고 열심히 독경을 읊던 주지 스님의 머리맡에 정말로 성스러운 빛과 함께 보살님의 형체가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이를 지켜본 사냥꾼은 이내 등에 두르고 있던 활을 뽑아 보현 보살을 향해 활시위를 잡아당기는데.....

-  학식이 풍부한 성인이라도 세상사는 상식이 없는 한 그저 사기당하기 쉽상인 무지한 중생에 불과한 것이다. 인생의 지혜가 담긴 반전 같은 기담.


4. 생령

가게에서 열심히 일하는 청년이 날이 갈수록 안색이 안좋아지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남성은 청년에게 이유를 묻고, 청년은 매일밤 자신을 찾아와서 괴롭히는 생령에 관해 이야기 한다.

- 누군가를 헤하고 싶은 마음이 극에 달하면 그 어둠의 사념이 형체를 갖고 상대를 헤하기 위해 찾아간다. 그것이 생령이니, 일본의 저주인형과 비슷한 개념인가?....


5. 사령

지방에서 벼슬을 지냈던 주군이 죽고, 남은 가족에게 죽은 주군이 살아생전 부당한 영리를 취하였으니 남은 가족들의 재산을 몰수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부하들이 형을 집행하려는 순간, 가족이 부리던 하인이 갑자기 몸을 치떨더니 죽은 주군의 목소리로 고하노니....

- 자신의 억울함,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저승 삼도천에거 되돌아온 사령이 가족을 구하다.

 

6. 오카메 이야기

'병으로 죽은 뒤에도 남편을 찾아오는 아내'

죽기직전 아내는 남편에게 자신이 죽고난 뒤에도 절대로 재혼하지 말아달라는 당부를 남기고 죽는다. 그뒤부터 시름시름 병약해져가는 남편을 이상하게 여긴 부모는 아들에게서 기이한 이야기를 듣는데.....

- 무섭다....죽어서도 남편의 정기를 빨아먹는 아내의 집착이....ㄷㄷㄷ



7. 파리 이야기

살아생전 가난한 살림을 꾸리기 위해 언제나 검소하게 생활하던 하인이 죽고, 얼마뒤 집안에 커다란 파리가 날아든다. 도저히 파리가 있을 수 없는 날씨임에도, 쫓아내도 쫓아내도 안방으로 날아 드는 커다란 파리의 정체는.....

- 머..다 좋은데...하필...파리라니...-_-;;;



8. 꿩 이야기

시아버지의 꿈을 꾼 며느리에게 사냥꾼을 피해 자신에게 도망쳐온 수꿩 한마리. 이 꿩이 돌아가신 시아버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며느리는 수꿩을 쌀뒤주에 숨겨주고, 사냥꾼은 추적을 포기하고 돌아간다. 이후 밖에서 돌아온 남편에게 아내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이 모두를 조용히 듣던 남편은 뒤주속에 숨어있던 꿩을 잡아 목을 비틀어 죽어버리는데....

- 부자 관계가 몹시 않좋았나보다...-_-;;;


9. 츄고로 이야기
성실함과 잘생긴 외모로 인기가 많았던 병사 츄고로는 어느날부터 피골이 상접하고 시름 시름 앓아간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동료병사에게 츄고로는 기이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한밤중 어여쁜 여인이 자신을 붙잡더니 자신과 결혼해 달라고 청하였고 이내 소매를 붙들고 강가의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 이 기담은 '우라시마 타로' 전설의 요괴식 변형인가?.... 


2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이야기

10. 어느 여인의 일기

실제 그 시대를 살다간 어느 여성의 일기를 발췌한 글이다. 1800년대 후반 도쿄에서 가정을 꾸린 가난한 여성의 결혼과 3번의 임신과  3번 모두 아기들을 먼저 떠나보내야 했던 슬프고 비극적인 이야기가 가슴에 깊이 사무친다....ㅠ_ㅠ



11. 헤이케 게
12. 반딧불이
13. 이슬 한 방울
14. 아귀
15. 일상사
16. 몽상
17. 고양이 타마
18. 한밤중에
19. 풀종다리
20. 꿈을 먹고 사는 짐승



"무서웠다가 웃고, 울다가 따뜻해진다."

낯선 타국에서 누구보다 동양을 사랑하고 그 동양의 문학에 심취하여 기담집을 낸 작가의 열정과 노력에 놀라면서 2부에 담겨있는 이슬 한방울, 고양이, 꿈을 먹고 사는 요괴 '바쿠'까지 작가의 따뜻하고 애정어린 몽환적 글들이 가슴가득 따스하게 채워진다. 하지만 난 역시 1부의 기담/괴담이 더 좋았지만...ㅎㅎ 무더운 이 여름 산뜻하게 시작하는 첫번째 기담/괴담집으로 딱 어울리는 작품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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