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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의 윤무곡 ㅣ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4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7월
평점 :
악덕의윤무곡 (2019년 초판)_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4
저자 - 나카야마 시치리
역자 - 이연승
출판사 - 블루홀6
정가 - 14500원
페이지 - 396p
법정에 울려 퍼지는 악덕의 광시곡
우연하게도 의도치않게 한국과 일본의 법정스릴러를 연이어 읽게 되었다. 영화 각본가로 유명한 '윤홍기'작가의 [일곱번째 배심원]에 이어 반전의 제왕 '나카야마 시치리'의 대표시리즈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의 네 번째 신작 [악덕의 윤무곡]을 읽었는데, 앞서 읽은 [일곱번째 배심원]이 한국의 정치적 특성을 가미한 색다른 법정물로 눈길을 끌었다면 이번 [악덕의 윤무곡]은 소년시절 잔혹한 살인을 저지른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를 앞세워 인간의 DNA에 각인된 악덕의 유전자가 대를이어 그 형질을 대물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과 함께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현실 재판보다 더욱 실감나는 치열한 법정 공방이 펼쳐지는 법정미스터리의 정공법을 택하는 작품이었다.
이번 작품의 직전 시리즈인 [은수의 레퀴엠]에서 '미코시바 레이지'가 참혹한 살인을 저지르고 보호감호소에서 아버지처럼 믿고 따랐던 교관 이나미의 살인 재판을 변호하면서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지 못하던 무감정의 미코시바 레이지가 마음속 깊숙한 곳에 숨겨져있던 인간적 감정으로 인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그 역시 붉은 피가 흐르는 인간임을 내비치더니, 이번 작품에서는 미코시바 레이지의 멘탈을 송두리째 뒤흔들 의뢰인을 등장시킨다.
"자네는 지금도 날 교관으로 대하고 있나?"
"....제게 뭔가를 가르쳐 준 사람은 교관님뿐이니까요."
"그럼 자네를 이 세상에 낳은 사람도 어머니뿐 아니겠나." _48p
15세에 이웃집 소녀를 살해하고 시신의 일부를 여러 장소에 놓은 행위로 인간의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붙잡힌 일명 '시체배달부' 소노베 신이치로는 보호감호소에서 치열한 작은 사회를 경험한뒤 교관 이나미의 도움으로 '인간'으로 각성하여 미코시바 레이지란 새로운 이름을 달고 사회로나와 변호사로서 새출발 한다. 크고 작은 사건들을 맡으며 승소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덕 변호사로 악명을 드높이던중 레이치를 찾아온 여성이 있었으니...그녀는 살인죄로 입소후 30년만에 만난 레이지의 여동생 아즈사였다. 그녀는 다짜고짜 어머니의 살인죄를 묻는 재판의 변호사를 맡아달라고 요구한다. 레이지가 보호감호소에 입소한 뒤 주변의 비난을 못이겨 자살한 아버지를 대신해 동생 아즈사와 함께 사람들의 눈을 피해 힘겹게 살아간 어머니 이쿠미는 5년전 미팅행사에서 만난 남자와 재혼하여 단둘이 살던중 어머니 이쿠미가 잠든사이 남편이 밧줄에 목을 메 자살한것. 하지만 경찰의 조사중 남편의 재산 상속인이 아내 이쿠미였다는 점과 남편이 목을 멘 밧줄에 이쿠미의 DNA가 검출되었다는 이유를 들어 살인죄로 기소한 것이다. 30년전 모자간의 관계를 끊어버린 레이지는 오로지 의뢰인과 변호인이라는 관계로 이쿠미의 변론을 맡게되고, 30년만의 모자간의 만남에서 새로운 진실을 깨닫게 되는데.......
참혹한 시체배달부였던 미코시바 레이지의 악덕
유산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시체배달부의 어머니의 악덕
과연 악덕은 대를 이어 전달되는 것인가?....
끔찍한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살인죄로 기소된 어머니를 변호하는 세기의 재판이 시작된다....
이것이 진짜 법정 스릴러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빈틈을 찾을 수 없는 탄탄한 사건이 기본적으로 뒷받침되니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떡밥과 맥거핀이 춤을추듯 독자의 시야를 가릴지라도 이어지는 결말의 반전이 강렬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법정에서 물만난 물고기인듯 배심원과 재판장의 마음을 휘어잡는 미코시바 레이지만의 날카로운 화술과 상식을 초월하는 행동은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빛을 발한다. 더불어 미코시바 레이지의 생물학적 부모와 의뢰인이라는 관계 사이에서 갈등하는 레이지의 인간적 고뇌, 어머니 이쿠미와 여동생 아즈사가 겪어야 했던 30년간의 고난사가 작품 전반에 깔리면서 범죄자가 사회에나와 짊어져야 하는 속죄의 무게와 범죄자의 가족이 감내해야 하는 가혹한 시선과 비난이 얼마나 무겁고,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초래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어머니와 아들, 두 가지 살인사건을 통해 범죄의 형질이 대물림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실제 잔혹범죄자들의 두뇌연구를 통해 범죄의 유전자 MAO-A가 모계를 통해 자식에게 되물림된다는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남편 살인사건의 진범이 이쿠미일수도 있다는 것을 은연중 각인시키는...독자에게 혼란의 씨앗을 심는 장치로 사용된다. 물론 이 혼란의 장치는 작품의 첫 시작인 이쿠미의 살인행위를 그리는 프롤로그에서도 여실이 드러나는데, 이 다소 충격적인 프롤로그가 대망의 결말을 위한 치밀한 복선이자 전율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 위한 초대형 떡밥이란 것...ㅎㅎ 역시 반전의 제왕!!
"그의 몸에 흐르는 피가 과연 붉은색일까." _60p
이번 작품을 통해 공감능력이 결여된 냉혈한 미코시바 레이지의 인간적 속내를 조금 더 엿본것 같은 느낌이 든다. 냉혹한 사회의 시선과 싸워나가면서 자신만의 속죄를 이어나가는 미코시바 레이지의 지난한 여정은 다음 작품에서도 계속된다고 하니 그가 들려주는 가슴을 파고드는 속죄의 소나타는 5편에서도 쭈욱~ 이어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