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 - 인공지능과 인간이 창조한 인류
서석찬 지음 / 델피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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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 (2019년 초판)

저자 - 서석찬

출판사 - 델피노

정가 - 14000원

페이지 - 227p



인간이 꿈꿀 수 있는 가장 실현 가능한 불로불사의 방법



80년대 어린이 신문에 개재된 과학 상상 만화 한 컷이 웹상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작가가 상상한 2020년(정확하지 않다)을 그린 만화에서 실제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제외하고는 현재 우리들이 실사용하고 있는 물건들(전면 LCD 휴대폰 같은)을 정확히 예측했기 때문이다. 막연한 상상이 아닌 어느정도 현제의 기술을 바탕으로 예측하는 미래의 모습은 상상과 비슷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는걸 느낀다. 이 작품은 그런 실현가능한 미래를 상정하고 그에 따른 사회나 경제나 정치등 여러 분야의 파급효과를 구체적으로 그려내는 SF작품이다. 막연한 상상이 아닌 수십년뒤 아니면 본인이 살아있는 동안 현실로 나타날지도 모르는 이야기. 어쩌면 우리들이 겪게될 이야기일지도 모르는 이야기...[에덴]이다. 



1. 창조하려는 자

뇌과학자 케빈은 더이상 인간이 언어를 배우는 일 없이 생각만으로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기술을 꿈꾼다. 인간의 언어 뇌파를 캐치하여 상대 국가의 언어로 변환시키는 언어 임플란트 기술을 개발하고자 '스파익스' 회사를 차리고 자본을 투자받아 인공지능 라비를 개발한다. 라비는 전세계 국가의 뇌파 정보를 수집, 변환하는 역할을 맡아 수행하여 언어 임플란트 기술 상용화에 성공한다. 케빈의 회사 '스파익스'는 고공성장을 하며 거대기업으로 성장하지만 케빈은 알츠하이머에 걸리게 된다. 기억을 잃어가며 죽음을 기다릴 수 없었던 케빈은 트랜스미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2. 파괴하려는 자

트랜스미션이 상용화 된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대부분의 인간은 25세가 되면 의체로 전뇌하는 트랜스미션 시술을 받고 죽음과 질병의 공포에서 벗어나 영생의 삶을 산다. 혁신적인 기술임에도 인간은 획일적인 존재일 수 없으니, 의체 전뇌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트랜스미션 반대 조직인 크루세이더를 만들고 반대작전을 펼친다. 자신의 몸을 유지하려는 전통파 신우 역시 트랜스미션 기술의 위험성을 알리고자 크루세이더 조직에 가입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트랜스미션'이라 명명 하지만 설정 자체는 SF 사골 소재인 전뇌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인간의 뇌를 기계몸에 탑재된 전자두뇌로 전송하는 전뇌기술을 통해 야기되는 면면들을 그려내는데, 예를들어 [공각기동대]가 전뇌기술이 정착되어 의체와 인간이 조화하며 살아가는 세계를 그리는 작품이라면 이 작품은 전뇌기술의 개발과 그로인한 과도기적 사회상을 담고 있는게 특징이다. 그냥 딱 봐도 기계몸의 전자두뇌를 인간이라고 볼 수 있을지에서 부터 빈부격차에 이어 기계인간과 휴먼의 능력격차가 만연한 차별적 사회상, 출생율의 감소, 인간성의 결여 등등등 죽음과 질병을 정복하지만 그만큼 야기될 혼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해준다. 



사실 전뇌는 본인이 살아있는 동안 볼 수 있을지 감이 안오지만 작품에서 그리는 언어 임플란트 기술은 솔직히 당장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미국인, 한국인, 일본인 언어는 모두 다르지만 사과를 봤을때 그들의 뇌파는 같은 파장이라는 가정하에 뇌파로 각 나라의 언어를 매칭하는 기술은 상당히 편리해 보인다. 실제 지금도 말로 하면 자동번역해주는 단말기가 서비스 중인데 그걸 뇌파로 캐치한다면 원어민 수준의 대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_-; 영어 , 중국어 배운다며 들이는 금전과 노력이 어마어마한 만큼 이런거 하나 개발하면 정말로 세계평화에 이바지 하는거 아닐까. 



좌우간, SF적 설정들이 뜬구름 잡기식이 아니라 어느정도 개연성과 설득력을 가진 스토리라 공감하며 봤던것 같다. 기술적 접근 보다는 거시적 관점에서 그려지는 이야기가 사고의 확장을 가져온달까. 다만 잘 나가다가 느닷없는 결말이 조금 아쉬웠다. 뭔가 뒤에 더 있어야 되는거 같은데...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럽게 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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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구매
백선경 지음 / 든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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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구매 (2019년 초판)

저자 - 백선경

출판사 - 든해

정가 - 14000원

페이지 - 275p



거짓된 욕망이 소용돌이 치는 그 곳



하루 거래금액 수 억원, 회원수 수십 만명, 조회수 수천 만회. 온라인 속의 소사회이자 거대기업으로 불리는 공동구매 카페의 명과 암을 그리는 스릴러 신작이 출간되었다. 실제로 모 맘카페에서 진행했던 공동구매과정에서 업체의 리베이트와 상술에 참여자들이 피해를 입고 경찰이 수사를 진행 할 정도로 난리가 나거나, 카페에 자리를 빌어 개인이 참여하는 벼룩시장에서 짝퉁 물건을 정품으로 판매하다 들통나는등 맘카페 공동구매 카페의 폐해는 굳이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매스컴을 통해 익히 접해온바 있다. 작품은 평범한 아니 무시 당하던 한 여성이 공동구매 카페의 운영자가 되면서 회원수를 무기로 카페내 무소불위의 거대한 권력에 도취되고, 그녀의 욕망을 자극하는 쏟아지는 유혹에 점차 변질되가는 인간상을 신랄하게 그려낸다. 



#1

주정뱅이 친아빠를 피해 엄마와 야반도주한 화영은 고생끝에 정신과 의사인 새아빠를 맞는다. 지옥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지적이고 친절한 새아빠와의 행복한 일상도 잠시. 본색을 드러낸 새아빠의 참혹한 학대로 엄마는 자살하고 화영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후에 새아빠의 손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망가질데로 망가진 화영은 분노를 폭식으로 쏟아내며 점차 자신을 망가트린다. 자신보다 13살 연상의 일용직 노동자와 결혼해 또다른 학대받는 인생을 살던 화영에게 어느날 정신과 의사였던 새아빠의 아들, 화영의 오빠가 찾아오는데.....


#2

크고 둔중한 몸집으로 놀림 받던 봉제공장 잡역부 콜린은 외모로 인한 오해를 받고 직장에서 쫓겨나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처지에 처한다. 지인의 도움으로 김치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고, 오프라인으로 팔던 김치를 새로운 시도인 온라인 카페 '주부세상만세'를 개설하여 판매하게 된다. 카페 회원들에게 무료 김치를 뿌리면서 입소문을 타고, 블로그와 카페 홍보를 통해 판매가 호조를 보이던 그때 과감히 김치 단일 품목에서 공동구매 형태의 카페로 업종을 변경한다. 당시 앞선 트랜드를 선도하면서 회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카페는 콜린의 말 한마디로 움직이는 거대 기업이 되고, 업체와의 유착에서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콜린은 점차 문제 회원들을 악플과 협박 등으로 정리하면서 불법적인 운영을 하게 되는데...



본인은 남자로서 맘 공구 카페 가입 조건 부터 위배되어 경험해본적은 없지만 작품에서 그려지는 '주부세상만세' 줄여서 주만세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은 그 옛날 다음 카페 시절부터 지금 네이버 카페까지 활동해오고 있는 사람이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어차피 커뮤니티가 저마다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생성된 곳이고, 가치와 판단기준이 다른 사람들이 돈과 엮이게 된다면 크고 작은 분란은 도저히 없을수가 없는 것이니 말이다. 다만 주만세의 유지를 위해 의도적으로 파벌을 만들고 음해와 공작으로 평범한 회원을 (온라인상이지만) 반병신을 만들어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게 가차없이 도태시키는 모습에서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독재자와 앞잡이들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흥미진진한 공구카페 이야기와 더불어 또다른 이야기의 축으로 유년시절의 학대로 망가진 삶을 사는 화영의 이야기가 주만세 이야기와 교차되며 진행된다. 남자에 의해 상처받고, 남자에 의해 망가진 여성의 가슴속엔 남자에 대한 복수심만이 그녀를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자리잡는다. 소위 남혐으로 똘똘 뭉친 화영이 복수를 위해 선택한 방법이 (개인적으론) 꽤나 쇼킹하게 다가왔는데...-_-;; 설령 화영의 복수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판타지일지언정 그 판타지 자체의 베이스는 남자로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기에 화영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뭔가 지금까지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마초 판타지가 아마조네스 버전으로 바뀌니 굉장히 생소하고 낯선 기분이었달까...작가가 마련한 회심의 반격은 생소하면서도 충격반전 컬쳐쇼크였다.  



물론 주만세 카페와 접점이 전혀 없어보이던 불행한 여성 화영은 후반부 교묘하게 이어진다. 이 연결점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주만세 이야기는 사회파추리로, 화영의 이야기는 사이코심리스릴러로 각각의 재미를 선보여 각기 다른 장르적 볼거리를 선사한다.  제목 [공동구매]의 의미를 환기시키는 공감 페미니즘 판타지 스릴러였달까. 결말의 개연성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걸 차치하더라도 본인은 알 수 없는 욕망과 권모술수가 횡행하는 여자들의 은밀한 공간. 맘카페의 어쩌면 실제로 있었을지도 모를 민낯을 목도할 수 있던 충분히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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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하다
선현경 지음, 이우일 그림 / 비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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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하다 (2019년 초판)

저자 - 선현경

그림 - 이우일

출판사 - 비채

정가 - 13800원

페이지 - 311p



하와이 하고 싶다.



#1

50대, 20년차 부부의 하와이 생활기를 그리는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하와이 하다....라......

지금으로부터 딱 십 전 2009년 신혼 여행으로 결혼식을 마치고 

부랴부랴 인천공항으로 날아가(말 그대로 악셀을 때려 밟아 날아갔다.)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당시 신혼여행 반패키지로 1인당 250만원의 당시 본인 재정 수준으로 

눈알이 튀어나오는 높은 금액에 예비 와이프에게 난색을 표했지만 자신의 

오랜 로망이었다며 강행을 주장하는 예비 아내의 서슬에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진행했다. 

둘이 합쳐 500이 결코 적은 돈은 아니었기에 불편한 마음이 앞서고,

첫 해외여행을 이코노미로 꼬박 12시간을 앉아서 가야하다니.

어찌나 좌석이 끼고 불편하던지 결혼식 전날 새벽까지 잠을 설치고, 

꼭두새벽부터 결혼식 준비에 정신없는 결혼식까지 치르고 녹초가 돼었는데도,

잠한숨 자지 못하고 뜬눈으로 12시간을 비행기에 갖혀 있어야 했다. 

한국은 깜깜한 밤인데, 비행기에서 내린 하와이는 너무나 밝은 대낮.

시뻘건 눈에 좀비와 다름없는 몰골로 하와이 공항에 내린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진 남국의 풍광. 분명 태양이 내리쬐지만 불쾌하지 않은 습도.

솔솔 불어오는 바다 바람이 청량감을 전해주는....이....이곳은 해븐인가?!!!!!

솔직히 말하자면 하와이 안에서는 신행비용에 대한 아쉬움은 완전히 잊어버릴 수 있었다.

와이키키의 잔잔한 파도, 여유로운 사람들, 폴리네시아 인들의 친절, 완벽한 기후, 

대자연과의 공존.

십 년이 지난 지금도 (몇 군데 가보진 못했지만) 해외여행중 가장 최고를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하와이를 꼽으리라.


#2

그러니 이 부부의 훌쩍 떠난 하와이 거주기가 얼마나 부러웠겠는가. ㅠ_ㅠ

제주도 한 달살기도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팍팍한 결혼 십 년차. 

두 아이는 아직도 유치부. 해가 지날수록 돈 들어갈 곳은 많고 벌이는 평행선인 부조화.

그래서 이 동화작가, 만화작가 부부의 일탈이 더 마음에 와닿았다.

딸아이는 네덜란드 대학에 다니고, 직업 특성상 어딘가에 얽메이지 않는 자유로움에서

실현할 수 있는 자유를 말이다. 물론 이 부부도 하와의 행을 위해 포기한 부분도 있겠지만,

내가 결혼 이십년차가 되는 다음 십년 뒤엔 하와이 여행이라도 꿈꿀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_-;

허허...그냥 책이나 보면서 대리만족이나 하자~


#3

놀라운건 하와이 1년살기 이전에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2년을 살고 넘어왔단다.

게다가 포틀랜드에 있을때의 체류기를 이우일 작가가 만화로 그려 [퐅랜]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출간했으니, 역시 사람은 해외에 있어도 타고난 재주로 먹고 사는 것이리라. 

포틀랜드는 남편이, 하와이는 아내가. 이것이야말로 환상의 짝꿍이자 영혼의 동반자아닌가?


#4

어쨌던, 선현경 작가의 감성 넘치는 하와이 생활기를 통해 

잊혀져 있던 신행 하와이의 그때 그 감정을 느끼려 했다.


극초반 - 포틀랜드에서 이사하여 집을 구하고, 퍼지기 직전 중고차를 사 차값보다 

비싼 수리비를 내는 지극히 일상적인 에피소드

초반 - 남편과 함께 북부 퀸즈 해변에서 바디보드를 타고 파도를 탄다.

중반 - 남편이 퀸즈 해변에서 바디보드를 타고 파도를 탄다.

중후반 - 남편이 퀸즈 해변에서 바디보드를 타고 파도를 탄다.

후반 - 한국으로 갈 날이 다가오고, 남편이 퀸즈 해변에서 바디보드를 타고 파도를 

타지 못할 것을 아쉬워 한다.


기승전 파도타기....오십의 나이에 이렇게 파도타기에 미칠 수 있는 열정과 체력이 

대단하달까.

요즘 제주나 동해에도 서핑보드가 굉장히 유행하는데, 꼭 한번이라도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어려운 서핑보드보다 남편이 탄 보디보드가 조금은 더 쉬울 것 같은데.....

수영을 할줄 모르니....ㅠ_ㅠ.....윽....

저무는 선셋을 바라보며 하와의 해변에서 검게 그을려 1년 내내 파도나 타보고 싶다.

돈벌이, 미래, 노후 이런 걱정 저 산산히 부서지는 파도에 던져버리고 

이 한몸 대자연이 만든 거대한 물의 흐름에 맡기리.


#5

극단적으로 파도타기만 있다고 썼다만 선현경 작가는 매주 훌라춤을 배우고, 

오십견에 하와이 내 한의원도 가고, 메모리얼 데이에 쓰기 위한 레이 머리끈도 만들고, 

밀리의 서재로 책도 읽고, 미스터 션샤인도 보고, 유럽 대학 간딸아이가 노브라를 선언해 

걱정하기도 하는 타국에서의 소소하고 여유로운 일상을 즐긴다.

그래....하와이는 여유지...삶에 깊이 베인 사람들의 여유가 마음을 느긋하게 만들고 

근심거리를 내려놓게 하는곳이었지.

'하와이하다'는 '파도타다'도 되지만 '여유롭다'를 의미하기도 하는것 같다.


#6

신행 패키지로 다녔던 무슨 분화구, 호놀루루에서 또 비행기를 타고 가야하는 

마우이섬의 때묻지 않은 대자연, 신나는 액티비티 등등을 기대하고 펴들었는데 

하와이에 동화된 부부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잊고 있던 여유를 되찾아 주었다.

그곳의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 하고 우정을 쌓으며 어느새 자연스럽게 이국의 땅 하와이에 

동화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진짜 체류기. 

나도 가고 싶다....ㅠ_ㅠ 크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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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모조 사회 1~2 - 전2권
도선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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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조 사회 1 : 존재의 방식 (2019년 초판)

저자 - 도선우

출판사 - 나무옆의자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56p


모조 사회 2 : 바스키아의 검은 고양이 (2019년 초판)

저자 - 도선우

출판사 - 나무옆의자

정가 - 14000원

페이지 - 412p



지금의 세상이 실제가 아니라면....



허상의 세계에서 안온하며 살 것인가? 진실의 빨간약을 먹고 참혹한 세상에 눈 뜰 것인가? 머...작품속 주인공들은 약 먹을 기회조차 없었지만...-_-;; [저스티스맨]으로 사회의 해악인 얼굴없는 비겁한 살인마 악플러들에게 경종을 울리던 '도선우'작가가 이번엔 SF 디스토피아 작품을 들고 2년 만에 돌아왔다. 치명적이 바이러스가 도래한 대재난 이후 그려지는 충격적 사회상이 암울한 디스토피아의 정점을 그려낸다.



고등학교의 수학 여교사 수, 전직 특수부대원이었던 건, 정신과 의사 탄. 세 명은 우연한 만남을 통해 서로가 서로의 꿈에 매일 같이 나오는 인물임을 알아차린다. 현실 같지 않은 생소한 장소에서 같은 장면이 매일 같이 반복되는 자각몽 속의 그들과 쇼핑몰에서 만난 순간. 거짓말 같이 커다란 지진이 발생해 수와 건과 탄을 지하로 추락 시켜버린다. 수십미터 아래로 추락하여 어둠에 갇힌 수를 찾아온 낯선 이들은 수를 데리고 집채 만한 거대한 나무 안에 꾸려진 집으로 데려간다. 자신을 공동체 소속의 뇌과학자라 소개하는 랭에게서 그녀가 지금까지 살았던 세계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속 세계였다는 충격적 사실을 듣고 아연실색한다. 게다가 그녀가 기억이 삭제된채 허상의 세계로 떨어지기 전 실제 세계에서 살았던 유년시절의 잃어버린 기억속에 세계를 구할 가공할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녀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 공동체 소속의 사람들이 식민구역의 가상세계에 빠져있던 수를 찾아냈다는 것.


이어서 그들에게서 수가 겪었던 유년시절의 과거와 300년전 세계에 종말이 오게된 경위 그리고 300년 후 현재에 이르게된 역사를 홀로그램을 통해 눈으로 목격하고 자신의 존재이유와 목표에 대해 각인하게 된다. 이제 소멸 바이러스에서 생존한 사람들을 폭력과 힘으로 지배하는 독재자 모조에 대항하기 위해 반란조직과 함께 길을 떠나는데....



기계 생명체에게 에너지 공급을 위해 가상세계에 빠트려 착취 당하는 인류를 그리는 [매트릭스] 받고 진보된 정보화 기술로 우민들을 감시하고 폭정으로 다스리는 디스토피아 소설 [1984]를 컨버전 한듯 한 작품이었다. 300년이란 세월과 폐허 위에 새운 새로운 세계를 상세하게 그려나가며 꽤 방대한 스케일로 충격적인 사회를 그려나간다. 마치 연대기를 보는듯 시간 순서에 따라 인류의 멸망과 새로운 도약 그리고 막강한 권력자가 집권하여 압정을 펼치는 일련의 이야기들이 머리속에 그려지듯 펼쳐져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더불어 곳곳에 현대 사회를 반영하는 비판적인 미래사회 모습(예를 들어 300년 후 식민지 시민들이 살게되는 가상세계가 현재 2000년대인 이유가 3포 세대와 같이 가장 사람들을 쥐어짜는 사회적 시스템으로 희망도 없고 생식의 욕구도 가장 적은 시대라는 이유때문이라고...)과 힘과 정보, 권력을 가진자가 사람들을 쥐어짜는 힘의 논리를 여실히 보여준다. 머 현실도 별반 다를바 없지만, 작품에서 그려지는 미래의 모조사회는 그 강도가 훨씬 악독하고 끔찍하고 잔인하달까. -_-



그런데 SF 영화중 [매트릭스]시리즈를 가장 좋아하고, 대재난 장르를 가장 좋아라 하는데 이 두가지를 짬뽕하니 더 없이 끝내주는 작품이 나와야 하는데, 기대만큼 흥분되진 않았다고 할까. 어디선가 본듯한 이야기들의 익숙함 때문인지 너무나 방대한 이야기를 장황하고 자세하게 묘사하다 보니 속도감이 떨어져서 인것인지는 모르겠다....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호불호일테니 말이다.



어찌됐던, 본격적으로 수와 건과 탄이 반란군으로 활약을 펼치는 2권 중반부 부터는 이들의 운명이 어디로 튈지 예상할 수 없으며 다소 충격적인 후반부의 반전은 디스토피아와 꽤나 어울리는 장치로 대단원의 결말과 절묘하게 매칭된다. 사회의 부조리와 구조적 모순을 혁신적인 과학기술과 상상을 SF라는 그릇에 담아낸 철학적 사유를 담고있는 작품이었다. SF와 순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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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우스의 배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9
이경희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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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테세우스의배 (2019년 초판)_그래비티 픽션 009

저자 - 이경희

출판사 - 그래비티북스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19p



본격 한국형 재벌 액션 사이버펑크



그래비티북스 드디어 일냈다!! 그래비티 픽션 시리즈한국작가들의 SF 출간이란 외로운 길을 걷고 있는 그래비티북스의 시리즈 아홉 번째 작품 [테세우스의 배]. 이거 완전 물건이다. GF(그래비티 픽션) 넘버4인 '해도경'작가의 하드SF [위대한 침묵]이후 시도는 좋았으나 어딘가 2% 부족한 라인업에 아쉬움이 쌓여갔는데 드디어 이번 [테세우스의 배] 그동안의 아쉬움과 갈증이 한방에 해소되었다. 아니...해소를 넘어서는 컬쳐쇼크였달까...



영생사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해온 거대 그룹 트라이플래닛엔 철천지 원수 같은 남매가 회사를 맡고 있다. 회장 석진환은 전자기술을 중심으로 인공장기 개발을 연구하여 인간의 신체 전부를 인공장기로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성공적으로 상용화한다. 반면 사장이자 진환의 배다른 여동생 미진은 진환과 대척점이 되는 바이오 기술로 신체의 일부분으로도 생체 배양수조를 통해 원래의 몸으로 회복시키는 신기술 개발에 성공한다. 그러나 죽음까지 정복한 기술의 쾌거지만 이를 위해 치뤄진 다수의 불법적 실험과 임상실험중 피실험자가 사망에 이른 사고로 회장 진환은 사장 미진에게 일방적 연구중단을 통보한다. 그리고 며칠뒤 진환과 아내, 딸이 타고 가던 자동차가 끔찍한 추돌사고를 당하고....가까스로 진환은 살아남지만 상태는 점차 악화되간다. 결국 전신을 기계몸으로 교체한뒤에야 깨어난 진환은 자신의 모습에 혼란에 빠지고, 교체된 진환의 신체 조각들을 빼돌린 미진은 오빠의 조각들을 생체 배양수조에 넣어 배양시키는데 성공한다. 기계몸의 기억을 소유한 진환과 미진의 꼭두각시로 전락한 DNA 정보를 간직한 신체를 갖고 있으나 기억이 사라진 진환.


서로 자신이 진짜라 주장하는 기계 진환과 복제 진환의 운명은 어떻게 흘러갈지

진환과 미진의 치열한 경영권 다툼에서 누가 승자로 남을지

숨쉴틈없이 고속으로 전개되는 사건들 속에서 

하이테크 기술로 무장한 사이버펑크 세계관에서

강렬한 액션과 반전의 카타르시스가 연이어 강타한다!!!    




제목 [테세우스의 배]의 의미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역설을 지칭한다.

테세우스와 아테네의 젊은이들이 탄 배는 서른 개의 노가 달려 있었고, 아테네인들에 의해 데메트리오스 팔레레우스의 시대까지 유지 보수되었다. 오래되어 부식된 널빤지를 뜯고 튼튼한 새 목재를 덧붙이기를 거듭하니 결국 처음 배의 부속은 남아있지 않고 전부 새로 교체된 부속으로 이루어진 배라면 이 배를 본래있던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수 있는가? 아니면 전혀 다른 배인가?



결국 이 작품의 중심이 되는 기조는 테세우스 배의 역설을 담고 있다는 말이다. 평범한 인간이 불행한 사고를 당하고 치료를 받지만 상황은 악화되고, 결국 팔과 다리, 내부기관을 비롯해 인간을 상징하는 생각과 영혼을 담고 있는 뇌수까지 기계로 대체되었을때 이 기계인간을 사고전 인간이라 볼 수 있을까? 아니면 안드로이드라 봐야 하나? 여기서 여타 작품들의 인공지능 휴머노이드와 구분되는 점은 뇌를 기계로 교체 했을때 기계뇌에 기존 인간의 기억을 카피 페이스트 하는 것이 아니라 나노기술을 이용하여 뇌세포 속 뉴런단위까지 기계 세포로 교체하는 작업이란 것이다. 뇌는 기계일지언정 수술전 기억과 성격은 그대로 가져감으로써 사이버펑크에서 묘사되는 전뇌에 기억을 업로드 하는 방식과는 차별성을 둔다. 그렇다고 하여 붉은 피 대신 차가운 윤활유가 흐르고 있는 기계인간을 선뜻 인간으로 바라보긴 힘들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생체적으로 배양 수조에서 되살아난 진환이 가장 본래 인간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에겐 인간이라 규정지을 수 있는 기억이 빠진 상태이니 이 생체 진환 역시 본래의 진환으로 보기는 힘들듯....




"자, 한번 상상해 보시오. 손가락이 잘려서 손가락을 기계로 바꿨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

팔을 바꿔도, 심장을 바꿔도 마찬가지요.

그렇게 하나씩 바꿔나간다고 해서 내가 다른 사람이 되는 일은 결코 없소.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변화'라는 단어 안에는 이미 '동일성'의 개념이 함축되어 있는 것이오."

_120p



"원본을 복제한다고 해서 가짜가 생겨나는 것은 아니야. 진짜가 둘이 되는  것뿐이지."

_203p




기계진환, 생체진환 둘 다 기억 여부를 떠나 사고 방식은 동일하니 이 둘의 협력과 상생 그리고 배신과 반목이 꽤나 짜릿하고 쫄깃한 긴장감을 연출한다. 온리원이 되기 위해 또다른 자신을 필멸해야 하는 극단적 대결. ㅋ 이 작품을 보니 왜 도플갱어를 만나면 누군가는 반드시 죽게 되는지 저절로 이해가 된다. -_-  자신과 똑같은 외모에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과 마주한다면, 이는 언캐니 밸리(불쾌한 골짜기)를 넘어서는 불쾌감을 선사하지 않을까? 이런 마당에 또다른 나와의 평화로운 상생은 애초부터 불가능 한 것 아니겠는가...



이렇듯 복제인간 혹은 안드로이드의 정체성에 대해 문제제기 하지만 그 주제에 매몰되어 다분히 감상적으로만 빠지지 않고, 친족간 경영 승계권 쟁탈이란 재벌기업 스릴러와 접목하여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한국사회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재벌가의 직계 경영권 승계 문제와 그들간의 치열한 주식/경영권 다툼을 통해 풍자적 요소까지 담아낸 독특하고 복합적인 SF세계를 선보인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사펑 세계관 역시 치밀하고 탄탄한데 작품에서 그려지는 대부분의 사펑 설정들은 사펑의 바이블이라 부를 수 있는 [공각기동대]의 의체와 전뇌, 공동 정신공유, 의체 공유, 전뇌복사, 의체 커스터마이징 등등 우리에겐 이미 익숙한 설정들이라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다. 특히 작품속 SF적 설정들을 그냥 얼렁뚱땅 뭉개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지설명충적으로 이해시켜주니 사건과 사건간에 개연성이 부여되고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주는 친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설정상 또다른 자신과 만나 복닥거리는 에피소드를 그린 '탈. M. 클레인'의 [펀치 에스크로]와 유사한 느낌을 받았는데, [펀치 에스크로]도 굉장히 좋았던 작품이지만 이 [테세우스의 배]는 [펀치 에스크로]보다 3000만큼 더 독한 설정으로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작품이었다. 어쨌던, 별생각 없이 무심코 집어들었다가 새벽까지 앉은자리에서 전부 다 읽고 말았다. 보통 SF는 다른 장르에 비해 독서 시간이 길게 마련인데 정말로 시간/페이지 순삭시키는 끝내주는 페이지터너 작품이더라. 기계인간의 정체성의 고뇌에 액션 스릴과 풍자 섞인 블랙유머까지 녹여낸 성공한 사이버펑크랄까...크게 어렵지 않아 초심자도 쉽게 즐길 수 있고 SF팬들이 알아차릴 수 있는 코드도 숨어있는 작품인 만큼 많은 이들이 즐기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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