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구매
백선경 지음 / 든해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공동구매 (2019년 초판)

저자 - 백선경

출판사 - 든해

정가 - 14000원

페이지 - 275p



거짓된 욕망이 소용돌이 치는 그 곳



하루 거래금액 수 억원, 회원수 수십 만명, 조회수 수천 만회. 온라인 속의 소사회이자 거대기업으로 불리는 공동구매 카페의 명과 암을 그리는 스릴러 신작이 출간되었다. 실제로 모 맘카페에서 진행했던 공동구매과정에서 업체의 리베이트와 상술에 참여자들이 피해를 입고 경찰이 수사를 진행 할 정도로 난리가 나거나, 카페에 자리를 빌어 개인이 참여하는 벼룩시장에서 짝퉁 물건을 정품으로 판매하다 들통나는등 맘카페 공동구매 카페의 폐해는 굳이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매스컴을 통해 익히 접해온바 있다. 작품은 평범한 아니 무시 당하던 한 여성이 공동구매 카페의 운영자가 되면서 회원수를 무기로 카페내 무소불위의 거대한 권력에 도취되고, 그녀의 욕망을 자극하는 쏟아지는 유혹에 점차 변질되가는 인간상을 신랄하게 그려낸다. 



#1

주정뱅이 친아빠를 피해 엄마와 야반도주한 화영은 고생끝에 정신과 의사인 새아빠를 맞는다. 지옥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지적이고 친절한 새아빠와의 행복한 일상도 잠시. 본색을 드러낸 새아빠의 참혹한 학대로 엄마는 자살하고 화영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후에 새아빠의 손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망가질데로 망가진 화영은 분노를 폭식으로 쏟아내며 점차 자신을 망가트린다. 자신보다 13살 연상의 일용직 노동자와 결혼해 또다른 학대받는 인생을 살던 화영에게 어느날 정신과 의사였던 새아빠의 아들, 화영의 오빠가 찾아오는데.....


#2

크고 둔중한 몸집으로 놀림 받던 봉제공장 잡역부 콜린은 외모로 인한 오해를 받고 직장에서 쫓겨나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처지에 처한다. 지인의 도움으로 김치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고, 오프라인으로 팔던 김치를 새로운 시도인 온라인 카페 '주부세상만세'를 개설하여 판매하게 된다. 카페 회원들에게 무료 김치를 뿌리면서 입소문을 타고, 블로그와 카페 홍보를 통해 판매가 호조를 보이던 그때 과감히 김치 단일 품목에서 공동구매 형태의 카페로 업종을 변경한다. 당시 앞선 트랜드를 선도하면서 회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카페는 콜린의 말 한마디로 움직이는 거대 기업이 되고, 업체와의 유착에서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콜린은 점차 문제 회원들을 악플과 협박 등으로 정리하면서 불법적인 운영을 하게 되는데...



본인은 남자로서 맘 공구 카페 가입 조건 부터 위배되어 경험해본적은 없지만 작품에서 그려지는 '주부세상만세' 줄여서 주만세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은 그 옛날 다음 카페 시절부터 지금 네이버 카페까지 활동해오고 있는 사람이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어차피 커뮤니티가 저마다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생성된 곳이고, 가치와 판단기준이 다른 사람들이 돈과 엮이게 된다면 크고 작은 분란은 도저히 없을수가 없는 것이니 말이다. 다만 주만세의 유지를 위해 의도적으로 파벌을 만들고 음해와 공작으로 평범한 회원을 (온라인상이지만) 반병신을 만들어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게 가차없이 도태시키는 모습에서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독재자와 앞잡이들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흥미진진한 공구카페 이야기와 더불어 또다른 이야기의 축으로 유년시절의 학대로 망가진 삶을 사는 화영의 이야기가 주만세 이야기와 교차되며 진행된다. 남자에 의해 상처받고, 남자에 의해 망가진 여성의 가슴속엔 남자에 대한 복수심만이 그녀를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자리잡는다. 소위 남혐으로 똘똘 뭉친 화영이 복수를 위해 선택한 방법이 (개인적으론) 꽤나 쇼킹하게 다가왔는데...-_-;; 설령 화영의 복수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판타지일지언정 그 판타지 자체의 베이스는 남자로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기에 화영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뭔가 지금까지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마초 판타지가 아마조네스 버전으로 바뀌니 굉장히 생소하고 낯선 기분이었달까...작가가 마련한 회심의 반격은 생소하면서도 충격반전 컬쳐쇼크였다.  



물론 주만세 카페와 접점이 전혀 없어보이던 불행한 여성 화영은 후반부 교묘하게 이어진다. 이 연결점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주만세 이야기는 사회파추리로, 화영의 이야기는 사이코심리스릴러로 각각의 재미를 선보여 각기 다른 장르적 볼거리를 선사한다.  제목 [공동구매]의 의미를 환기시키는 공감 페미니즘 판타지 스릴러였달까. 결말의 개연성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걸 차치하더라도 본인은 알 수 없는 욕망과 권모술수가 횡행하는 여자들의 은밀한 공간. 맘카페의 어쩌면 실제로 있었을지도 모를 민낯을 목도할 수 있던 충분히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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