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고양이를 봤다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14
전윤호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두 고양이를 봤다 (2020년 초판)_그래비티 픽션 14

저자 - 전윤호

출판사 - 그래비티북스

정가 - 14500원

페이지 - 340p



전문가의 하이테크 스릴러는 바로 이런 것이다



SF 작가 치고 과학 계열 현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쓴 SF는 의외로 별볼일 없는 경우가 많다. 과학자가 써낸 SF에서도 기승전결 따윈 집어치우고 과학 법칙들을 늘어 놓으며 하드SF라 자위하는 경향이 있는데 SF도 어디까지나 문학의 한 가지로서 재미를 떠나 그저 주입식 학술적 지식 열거의 장이라면 누가 그 작품을 보겠는가. -_-;;; 관련 전공자가 아니고서야 말이다. 그런면에서 SF 소설은, 특히 하드SF의 경우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 현실의 과학적 이론과 기술을 충분히 담고 있는 적절한 균형을 맞춰야 하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오로지 한국 작가의 SF작품만을 출간하고 있는 뚝심있는 SF출판사 그래비티북스의 열 네번째 작품이 출간됐다. 현실 혹은 근미래의 IT기술을 기반으로 긴장감을 끌어내는 하이테크 스릴러. 바로 [모두 고양이를 봤다]이다. 앞 표지의 날개 부분에 작가소개를 보면서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진다. 국내 굴지 기업의 IT파트장을 역임했으며 IT밥 먹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서버업체에서 AI사업을 이끌었다니 그동안의 IT 짬밥을 얼마나 작품에 녹여냈을지 기대감이 치솟았다.



서울 모처. 인근 수십 키로미터의 사람들이 한날 한시 모두 똑같은 고양이를 목격한다. 실제 눈으로 본것이 아니다. 바로 머리속에 검은 고양이의 형상이 떠오른 것이다. 당연하게 웹상에는 그날의 경험을 한 사람들의 경험담이 폭발하듯 올라온다. 경찰은 이 불가사의한 사건에 대해 조사를 벌인다. 그리고 사설 빅데이터 업체에 다니는 연구원 이수진을 통해 해당일에 검색된 검색어를 분석하여 고양이 환상의 중심 지점을 찾아내는 성과를 거둔다. 이수진의 결과를 토대로 경찰은 서울 모처의 건물을 급습하고, 그곳에서 인간의 뇌파를 조종하는 소위 텔레파시 장치인 Q-데이터의 일부분을 찾게 된다. 이후 정부조직과 Q-데이터를 통해 이득을 취하려는 조직간의 숨가쁜 추격전이 펼쳐지는데.....



텔레파시. 인간의 뇌파와 동조하여 메시지를 보내는 초능력의 한 종류이다. 자. 바로 직전에 읽었던 '스티븐 킹'의 [인스티튜트]에서도 이 텔레파시(TP)가 중요 소재로 등장한다. 하지만 각 작품이 텔레파시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이 작품은 실제의 IT 기술을 기반으로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을 그리고 있다. 이른바 전형적인 하드SF이다. 뭐 자세히 파고들면 어차피 픽션이지만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 자체는 진짜 엔지니어의 IT지식을 마음껏 뽐낸다. 본인도 IT밥을 먹는 입장에서 책을 읽으며 감탄 하면서 봤다. 해킹, 빅데이터, AI, 서버, 네트워킹 등등 현 IT를 총망라하는 전방위 기술이 총망라되는 광범위한 지식에 놀라고 그 지식을 범죄 스릴러로 적재적소에 녹여내는 구성에 또 놀랐다.



하이테크라고 하여 사이버펑크와 혼동할 수있는데, 텔레파시의 요소를 제외하고 벌어지는 모든 이야기는 현실의 IT기술을 적용한듯 하니 사펑으로 치부하기엔 미안하다. 쉽게 설명하자면 '찬호께이'의 [망내인]이 초보수준이라면 이 작품은 엑스퍼트 수준이랄까...-_- 그런면에서 일반인이 보기엔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사실 중심되는 플롯은 그리 어렵지 않으니 IT용어들을 재끼고 보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좌우간, 중심 소재마저 현실적이었다면 별로였겠지만 수천만 국민의 머리속에 떠오른 고양이. 그리고 이미지에서 그치지 않고 파생되는 피해들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 기술을 통해 벌이는 범죄들도 충분히 현실적이고, 그에 대응하는 정부나 미국의 반응 역시 현실 기반의 풍자적 요소가 녹아있어 해외 SF를 보는 것과는 또다른 맛을 선사한다. 어쨌던 앞서 말했듯이 전문가가 그저 지식을 뽐내기 위해 과학 이론들을 줄줄이 읊어대는 작품은 아니기에 하드SF의 묘미를 충분히 살리는 국내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진짜 테크노 스릴러를 보고 싶은 하드SF팬들에게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팅커벨 죽이기 죽이기 시리즈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팅커벨 죽이기 (2020년 초판)

저자 - 고바야시 야스미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검은숲

정가 - 13800원

페이지 - 374p



경거망동 안하무인 살육마 피터 팬



처음 [앨리스 죽이기]때만해도 시리즈가 이렇게 이어질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이어 [호두까기 인형], [오즈의 마법사]를 초토화 시키더니 이제는 [피터 팬]까지 이르렀다. 더불어 명실상부 '고바야시 야스미'의 대표 미친동화시리즈로 자리 잡은 것이니.... 대체 얼마나 우리들의 동심을 박살내야 만족하시려는 건가요? ㅠ_ㅠ ㅋㅋㅋ 



자, 하늘을 나는 작고 귀여운 요정 팅커벨과 시계를 삼킨 째깍 악어, 붉은 피부족, 요정들의 여왕 마브여왕 그리고 영원히 어른이 될 수 없는 소년 피터 팬이 있는 모험과 환상의 나라 네버랜드로 떠나보자!



작품의 무대는 후크 선장이 째깍 악어에게 잡아먹힌 이후가 배경이다. 모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웬디를 몇 년뒤 다시 찾은 피터 팬과 팅커벨은 웬디와 잃어버린 아이들을 다시 네버랜드로 초대한다. 웬디와 아이들이 하늘을 날아 네버랜드로 가는 사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빌은 그들과 충돌하고, 피터 팬일당은 어쩔 수 없이 도마뱀 빌을 합류시킨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피터 팬은 예전 그대로이다. 후크의 뒤를 이어 선장이 된 스미와 해적 일당들, 붉은 피부족과의 목숨을 건 살육을 계속 즐기는 것이다. 웬디와 함께 이들과의 대 살육전을 마친 피터는 인어의 만에서 아이들을 훈련 시키기 위해 데려가고, 피터 홀로 잠시 숨겨진 기지에 들렀다 돌아온다. 그리고 훈련을 마치고 기지에 돌아온 피터와 웬디, 아이들은 경악하고 만다. 기지에는 날개가 찢긴 채 칼에 찔려 죽은 팅커벨이 있었던 것이다......


이모리는 초등학교 동창회를 위해 깊은 산에 위치한 여관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동창들과 어릴적 선생님 후쿠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그때 학생이던 한명이 구토를 내뿜으며 쓰러진뒤 곧이어 숨이 끊어진다. 이모리는 직감한다 이 남자가 꿈속 네버랜드에서 죽었던 소년의 아바타라라는 것을. 그리고 다음날. 밤사이 내린 폭설로 길은 끊기고 휴대폰 마저 불동이 되버리고.....이제 이모리는 꿈속 네버랜드에서 팅커벨을 죽인 범인을 찾아야만 한다.....



역시 앞선 동화속 세계와 현실 세계와의 법칙은 그대로 적용된다. (역시 작가의 전매특허인 언어유희 말장난도 변함없다) 동화 세계에서의 죽음은 지구와 이어져 있지만 현실의 죽음은 동화세계와는 무관하다는 탈지구적 법칙이 생각지 못한 반전을 이끌어 낸다. 그야말로 클로즈드 서클에 갇혀버린 지구의 이모리! 하지만 살인은 네버랜드에서 벌어진다. 시공을 초월하는 하이브리드 클로즈드 서클을 [팅커벨 죽이기]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좌우간,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잔혹함을 무기로 줄기차게 죽여나가는데 작품의 말미에 실린 원전 [피터 팬]의 설명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원작 자체가 그림형제 버금가는 잔혹 동화였다는 것을 말이다. -_-;;;; 그렇게 보니 이번 작품은 원작에 최대한 가깝게 그려낸 작품이 아닐까 싶기도 하더라는....



게다가 원작의 한 줄을 토대로 이번 작품의 트릭을 이끌어 낸 작가의 창의력에 또 한번 놀란다. 작품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트릭 정도는 맞출 수 있다. 본인 역시 트릭은 맞출 수 있었다. 핵심은 네버랜드의 캐릭터와 현실의 아바타라 짝 맞추기이다. 이 부분에서 반전의 쾌감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며, 막판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키는 최고이자 최악의 그로테스크한 고어 장면을 한층 인상깊게 즐기게 만드는 숨겨진 요소이다. 흐흐흐흐 이래야 죽이기 시리즈지...ㅋㅋㅋ 전작들에 비해 잔혹도가 약해서 아쉬웠는데, 막판을 위한 힘모으기였다고 생각하련다...



현실과 동화세계의 교차가 상상력을 자극하고 단절된 공간에서의 범인 찾기가 긴장감을 베가 시킨다. 네 번째로 이어지는 시리즈임에도 여전히 그가 비틀어낸 동화는 식상함을 찾아볼 수 없이 흥미로우며 끔찍하며 잔혹하다. 너무나 반갑게도 말미에 다섯번째 작품의 예고를 하고 있으니 뭐가 어쨌든 시리즈는 계속 된다. 과연 다음 작품의 무대는 어디가 될지, 또 어떤 동화를 비틀어 낼지 너무나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스티튜트 2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스티튜트 2 (2020년 초판)

저자 - 스티븐 킹

역자 - 이은선
출판사 - 황금가지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42p



대망의 사이킥 파워 폭발!!!



장마철 고온다습으로 끈적하고 꿉꿉한 기분에 손으로 잡은 종이책이 젖는 느낌이 날정도로 불쾌한 날씨 속에서도 극강의 가독성과 몰입으로 무더위를 잊게 했던 [인스티튜트] 1편에 이어 2편 역시 태풍 바비가 북상하면서 내뿜는 뜨거운 바람과 습도 속에서도 태풍의 두려움을 잊어버릴 정도로 몰입하여 독파했다. 



초능력, 아동들의 납치, 어른들의 무자비한 아동 학대와 잔혹하고 끔찍한 실험들..... 그리고 생존을 위한 아이들의 사투와 그들만의 연대, 끈끈한 우정, 생존을 향한 투쟁, 목숨을 건 탈출.....이거이거 하나하나 열거하다 보면 A4지 한장을 빼곡히 채울 정도로 흥미요소가 가득한 작품이다. 1편이 주인공 루크의 처절한 생존기에 이은 탈출기 즉 [쇼생크 탈출]이었다면 2편은 드디어 악에 맞서는 아이들의 본격적인 전쟁이 그려지는 소위 [그것]에서 꼬맹이들과 페니와이즈의 대결이라 할 수 있는 하이라이트가 펼쳐진다. 



가까스로 시설에서 탈출한 루크는 갖은 고생 끝에 야경꾼 팀이 있는 작은 마을에 도착한다. 팀은 며칠은 쫄쫄 굶은 남루한 차림의 루크를 보고 마음을 열어 돕고, 그런 팀의 모습에 루크는 마음을 열고 자신이 있었던 시설과 아동학대에 대해 입을 연다. 처음에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루크의 이야기를 팀과 웬디는 믿지 못하지만 루크의 능력과 탈출때 가져온 플래시 드라이브에 담긴 영상으로 루크의 말을 믿게 된다. 한편, 루크의 탈출을 알아챈 식스비는 각종 총기로 중무장한 소규모 부대를 꾸리고 팀이 있는 마을로 향하는데.....



이번 2편이야 말로 '스티븐 킹'의 장점이 가장 두드러진다. 사실 2편의 스토리는 이렇다할 것 없다. 아마 모두가 예상하는 그 시나리오대로 흘러간다. 그런데 골때린건 어떻게 흘러갈지를 알면서도 손에 땀을 쥐고 그들의 전쟁에 함께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학대 받는 아이들에 대한 충격과 연민 때문일까? 아니면 분노가 치밀 정도로 악독한 악당들의 캐릭터 설정 때문일까? 아이들의 고난과 역경의 극복은 어른들의 무한 공감을 이끌어 내는 원동력이 된다. 물론 작가 역시 그점을 노리고 쓴것이겠지만 말이다.  



어른 VS 아이

총기 VS 초능력



팀과 식스비 군단의 무차별 총기난사와 시설에서 펼쳐지는 대망의 전투 씬은 개쩌는 속도감과 치열한 현장감을 담고 있어 독자들을 흥분과 긴장의 도가니로 몰아 넣는다. 작가의 주특기가 바로 대환장 난리부르스 아니던가. 총탄이 오가는 난장판 속에서 난무하는 폭력과 위트, 풍자는 독기로 똘똘 뭉쳤던 전성기 시절의 '킹'의 모습을 다시금 엿보게 만든다. 물론 그 시절의 '킹'과는 달리 많이 순해지셨지만...ㅎㅎㅎ 대망의 사이킥 파워 폭발은 뭔가 [드래곤 볼]의 원기옥을 연상케 하여 웃을 장면이 아님에도 웃으면서 봤다. 분명 초능력 괴물이 나오는 먼치킨 류였다면 이렇게 몰입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그저 연필이나 빈 피자 상자 정도를 움직이는 능력의 소년이었기에 결말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으리라. 



에필로그에서는 [X파일]을 보는 듯한 음모론도 펼쳐주시고 중간중간 한국도 언급되어 간간이 미소짓게 만든다. 아참. [세일럼스 롯]도 언급하는구나... 그러고 보면 참 많은 작품들과 많은 요소들을 집약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그만큼 즐길거리나 흥미요소가 많은 작품이었다. 역시 올해도 '킹'님만 믿으면 돼는 거다! 올 여름은 [인스티튜트]인 거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차별 살인법
저우둥 지음, 이연희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무차별 살인법 (2020년 초판)

저자 - 저우둥

역자 - 이연희

출판사 - 블루홀6(블루홀식스)

정가 - 16500원

페이지 - 471p



무차별 살인을 파헤친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진주 아파트 방화 흉기난동 사건

수락산 묻지마 살인사건


자고 일어나면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악 할만한 강력사건들이 벌어질 정도로 세상은 분노에 차있다. 원한에 의한 살인은 범행에 대한 이유라도 찾을 수 있지만 묻지마, 무차별 살인은 범행 대상 선정의 이유가 없으며(있어도 자신보다 약한 여셩, 노약자가 대상이며) 범행의 이유 또한 세상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대중은 무차별 살인에 분노하고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길거리를 걷던 나 혹은 내 지인이 웬 미친놈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을수도 있다는 말이다. 



서두에 언급한 국내에서 벌어진 무차별 살인사건은 포털 검색창에 몇가지 키워드만 검색해도 페이지를 넘길 정도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잔혹 사건이다. 그리고 조금만 더 찾아보면 이들 범인들의 정신감정, 조현병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정신병에 의한 범행을 심신미약, 심신상실로 보고 감형을 주거나 아예 죄를 묻지 않는다. 무고한 시민들을 무차별로 살해한 범인이 심신상실을 이유로 죄를 피한다면 국민들은 당연히 이를 수용하지 못 할 것이다. 근래에는 심신미약의 감형을 위해 거짓으로 조현병을 꾸며내기도 한다. 



정신감정은 기계가 아닌 인간에 의해 판단하고 있으니 범죄자의 거짓된 연기에 절대 속지 않는 다는 보장은 없는게 현실이다. 설령 정신병이 인정되어 감형을 받는다 해도 그들의 치료와 생활은 국가에서 보전한다. 국민들의 혈세로 말이다. 이야기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자! 여기 초등학생의 목을 잔인하게 찢어 죽인 이십대의 청년이 있다. 청년은 범행 후 PC방에서 만화책을 빌려 읽고 있다가 경찰에게 체포된다. 그리고 경찰의 살인 동기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그냥 아무나 몇 명 죽이려던 거예요. 그게 누구든, 몇 살이든 간에요."

"감옥에 갇히고 싶었어요. 평생. 공짜 콩밥을 먹으려고요. 평생."


1심 재판에서 청년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된다. 검찰은 사형을 선고 받기 위해 즉각 항소한다. 그리고 이 청년에게 새로운 변호인이 선임된다.


변호사 위윈즈는 5년전 임신한 아내를 무차별 살인으로 잃고 그 충격과 후유증으로 힘겹게 살아간다. 그런 그에게 초등학생 무차별 살인의 범인의 변호를 맡아 달라는 의뢰가 온다. 위윈즈는 고뇌한다. 누구보다 증오하는 무차별 범죄를 저지른 자의 감형을 위해 변호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 먹는다. 살인마의 변호를 통해 가장 가까이서 무차별 살인마의 범행 이유를 파헤쳐 보자고....


그리고 위윈즈는 전혀 상상도 못할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이제껏 무차별 살인에 대해 이토록 깊이 파고드는 작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작품은 살인범의 행동심리를 분석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 구조와 무차별 살인의 상관관계를 논리적으로 열거한다. 작품에서 등장하는 심리학자의 입을 빌어 거의 무차별 살인 논문을 보는가 싶을 정도로 심층적으로 파고들어 자연스럽게 독자들도 작가가 던지는 질문에 고뇌하게 만든다.



'미치오 슈스케'의 [스켈리튼 키]에서는 싸이코패스가 출생부터 타고난 유전적 형질에 의해 발현된다는 학설을 근거로 살인범의 태생적 이유를 설명한다. 이 작품 역시 무차별 살인범의 발현 이유에 대해 설득력있는 근거를 들어 주장한다. [스켈리튼 키]와 마찬가지로 살인범에게 나타나는 유전적 형질과 이 유전적 형질을 발현시키기 위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반사회적 살인을 저지르는 범죄자가 만들어진다는 건데....그 필요조건은 작품을 통해 확인하기 바란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 말라는 말이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심신상실로 죄를 면죄받는 것 자체에 대한 분노의 발산 보다 무차별 살인이 행해지는 이유 그 자체에 집중하고 더이상 무차별 살인이 벌어지지 않도록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고 있다.(언제나 해법은 간단하다. 그것을 현실화 시키는게 어려울 따름)세상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들어질 정도로 각박해져 가고 있다. 이 약육강식의 세상에 밀려 도태되는 사람들이 있는 한, 그들의 마음속에 분노가 쌓이고 쌓여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어 폭발하는 한은 제 2의 제 3의 무차별 살인은 계속 이어질 테니....



뭐, 정말 무수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사회의 병폐를 꼬집고 날카로운 비수로 파헤치는 진짜베기 사회파 추리였다. 근래에 이정도 깊이의 사회파 추리를 만난적이 있던가 싶을 정도로 묵직하고 강력하다. 타 작품에 비해 범죄 심리에 대한 치밀하고 다각적인 접근이 돋보였는데 역시나 실제 의과대학 졸업생의 이력을 보니 저절로 이해가 된다. 국가의 경계를 초월하는 주제인 만큼 국내 사회파 추리 팬들에게도 충분히 반향을 불러일으킬 문제작이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계간 미스터리 2020 봄.여름 특별호 - 67호
한국추리작가협회 지음 / 나비클럽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계간 미스터리 2020 봄, 여름 합본 특별호(67호) (2020년 초판)

저자 - 한이, 김범석, 윤자영, 김주호, 홍성호, 황세연, 홍정기, 백휴, 박광규, 조동신, 염건령, 한새마, 박하익, 김재희

출판사 - 나비클럽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57p



탐정 작가여, 어서어서 나오라!



1983년 한국추리작가 협회가 창립하고 추리 부흥을 위한 전문 추리 계간지 [계간 미스터리]가 2002년 역사적인 1호를 발행했다. 이후로 무려 18년이 지났다. 추리를 비롯한 장르문학의 쇠퇴로 폐간의 위기를 거쳐오면서 지금까지 버텨온 [계간 미스터리]가 이번 2020년을 기점으로 새롭게 리뉴얼 하여 마침내 67호를 펴냈다. [계간 미스터리]로서도 새로운 도전이고 의미있는 67호이지만 개인적으로도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을 67호이다. [계간 미스터리]에서 진행하는 신진 작가들을 위한 등용문인 신인상에 본인의 작품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그렇다. 작가 홍정기로 대중앞에 서는 첫 번째 책이니 어찌 기억에 남지 않을 수 있겠는가. 추리문학 부흥의 사명을 안고 새롭게 내딛는 혁신적인 특별호이자 새내기 작가로서 새롭게 시작하려는 본인 둘다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리뷰를 시작한다.



○ 인터뷰
* 지금 가장 ‘핫’한 한국의 미스터리 작가, 서미애 _백휴, 한이
- 이제 곧 국내 작가의 미스터리를 외국 드라마로 볼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 바로 서미애 작가의 [잘자요 엄마]이다. 아쉽게도 [잘자요 엄마]는 읽어보지 못했다. 대신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을 봤는데 잔혹한 사건과 부정이 절절했던 작품으로 기억한다. 서미애 작가의 개인적인 생각들, 미스터리에 대한 시선과 작법에 대한 생각들을 지면으로 알 수 있어 좋았다. 

○ 특별기고
* 한국 미스터리 흥행의 어제와 오늘 _한이
- 최초의 추리소설이라 평가되는 '이해조'의 [쌍옥적]을 필두로 2020년 현재까지의 국내 추리/미스터리 역사와 시대적 특징들을 쭈욱 훑어주는 기획이다. 추리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몰랐던 과거 국내 실정과 추리의 관계, 대표 작가들과 작품들 등등 추리의 역사를 알 수 있어 좋았다.  

[단편소설]
* 범인은 한 명이다 _김범석
무인도의 폐교에 젊은 남녀 6인이 찾는다. 개인방송을 찍어 올리는 영상 클럽 회원인 이들은 각자 소형 카메라를 들고 섬과 폐교를 찍기에 바쁘다. 한창 작업 후 잠시 가진 개인 휴식시간. 느닷없는 비명에 달려가니 여성 회원이 머리가 터진 체 시신으로 발견된다. 다음 배가 오는 건 6일 뒤. 남은 5인은 공포 속에서 생존을 위해 버티는데....

- 전형적인 클로즈드 서클이다. 단편이라는 짧은 분량 안에 클로즈드 서클을 성립하려다 보니 다소 거친 느낌이 있지만 그 안에서 5인이 죽어가는 전개가 스피디 하게 다가온다. 범인의 트릭은 '녹스의 추리법칙 10계'중 금기시 하는 한가지를 사용한다. 뭐 법칙은 깨지라고 있는 거 아니겠는가. 


* 국선변호인의 최종 변론 _윤자영
사형을 앞둔 수감자에게 세 번째로 배정된 국선변호인은 주변의 만류를 물리치고 사형수의 변호를 맡기로 한다. 층간 소음으로 두 명의 가장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두 명의 배우자를 불구로 만들어 버린 잔혹한 살인마. 더군다나 범인을 저지른 가해자는 층간 소음을 유발시킨 장본인이었다. 하지만 사건을 조사할 수록 대중들은 몰랐던 진실들이 떠오르는데.....

- 이것이 진짜 사회파 미스터리가 아닌가란 생각을 해봤다. 존경해 마지 않는 '윤자영'작가의 [나당탐정 사무소]나 [파멸일기]등의 작품들을 봐왔지만 그중 가장 좋은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코 이 작품을 꼽을 정도로 현실의 사회적 치부를 날카롭게 비추고 있으며 결말의 여운 또한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이웃간의 불화, 소수자의 인권사각 등 생각할 거리를 미스터리적 기법으로 풀어낸 수작이다.


* 미니멀 라이프 _김주호

탐정 사무소에 찾아온 여성. 여성은 과거 자살로 결론난 사건의 진위 여부를 의뢰한다. 과거 남자친구의 집 화장실에서 발견한 전 여자친구의 사체. 경찰 조사 결과 자살로 결론 났지만 여성은 정말 자살인지 아닌지를 밝혀달라는 것. 이에 탐정과 대표는 살인이 있었던 빌라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단서를 발견하는데...

- 문장도 간결하고, 표현도 다양해서 장면 장면이 떠오르는 글이었다. 트릭이...ㅎㅎㅎ 초반 배경 설명 2줄 만으로 트릭을 간파해 버렸는데 다른 이들은 어떨지 궁금하다. 



* 용서 _홍성호

감옥에서 노인이 되어버린 장기 복역수를 매달 찾아가는 국선 변호인. 변호사를 반갑게 맞이하는 장기 복역수. 변호사는 언제나 노인에게 충고한다. 젊은 시절의 죄를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라고. 그리고 피해자가 보내는 편지에 그 마음을 실어 답장을 보내라고. 하지만 노인의 태도는 언제나 같다. 

- 역시 존경해 마지 않는 '홍성호'작가의 사회파 미스터리이다. '윤자영'작가의 단편과 유사한 구성인데 작품에서 전해는 메세지는 완전 정반대이다. [국선변호인의 최종 변론]이 리벤지쪽이라면 이 [용서]는 제목 그대로 이해를 통한 용서 즉 인간의 감정에 비중을 두고 있는 감성 미스터리이다. 잔잔한 감동과 진한 여운. 그리고 오래도록 남는 씁쓸함. 죄에 대하여, 용서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담긴 단편이다. [악의의 질량]을 끝으로 한 절필 선언을 무르고 이런 좋은 작품을 내주는게 그저 감사할 따름.



* 인생의 무게 _황세연 *특별초청작
작가인 남편의 작품을 몰래 훔쳐본 아내는 공포에 휩싸인다. 남편이 쓰고있는 작품의 주제가 바로 아내 죽이기였던 것. 평소 작품에 쓰일 소재들을 직접 탐사하고 경험하는 남편의 성향을 잘 아는 아내는 이번 작품이 그저 픽션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직감한다. 고심하던 아내는 결심한다.

- 특별초청작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단편으로 줄 수 있는 긴장과 반전을 가장 잘 이끌어낸 작품. 결말의 한방은 이 특별호에 실린 작품중 가장 강하지 않을까? 역시 부부는 닮는다? 아니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난다는 말을 떠올린다. 별개로 본인 역시 실제 겪었던 일들을 작품에 녹이는데 이 단편을 읽으면서 뜨끔했다. -_-;;;


[신인상]
○ 당선작

* 백색살의 _홍정기(엽기부족)
- 본인이 쓴 작품을 리뷰 할 순 없으므로 생략하고 소회 역시 당선소감에 썼기에 생략한다. 

○ 심사평
* 사회적 이슈를 본격 미스터리로 충실하게 풀어내

○ 당선소감
* 장르덕후에서 내 이야기를 하는 작가로


[에세이]
* 추리문학, 그 철학적 단상 _백휴
* 탐정이 혼자 시간을 보내는 방법 _박광규
* 애거사 크리스티 등단 100주년 기념 ‘영상으로 보는 크리스티’ _조동신



[이슈]
* 2020년 2월, 직업 탐정의 탄생 _염건령



[리뷰]
* 사이버 / 범죄 / 소설 _한새마

- 사이버 범죄 n번방에 대한 분석적 글이다. 관련하여 사이버 범죄를 소재로 하는 미스터리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작가의 방]
* 작가라서 더 좋은 독자가 될 수 있었다 _박하익

- [선암여고 탐정단]의 작가 박하익 작가의 글쓰는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코로나가 끝나면 청주에서 미스터리 독서 클럽을 열고 싶다는데, 정말로 한다면 직접 찾아가서 참여하고 싶다. ㅎㅎㅎ


[미스터리 쓰는 법]
* 캐릭터 만들기 _김재희

[경성탐정 이상]시리즈를 써낸 팩션 추리 소설의 달인 '김재희'작가가 미스터리 장르에서 캐릭터를 설정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지면에 실린 내용은 작년 천호동 교보문고에서 있었던 추리 작법 릴레이 강연에서 라이브로 들었던 내용이다. 한창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 도전을 위해 매달 추리 작법 강연을 찾아가 들었던 때가 생각나 웃음이 났다. 앞으로도 이 [미스터리 쓰는 법] 기획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프로파일링]
* 자살인가, 타살인가? _황세연

- 전직 국정원 추리퀴즈를 맡았던 '황세연'작가의 추리퀴즈! 범인의 트릭을 맞춰라!





기존의 [계간 미스터리]와는 확실히 차별화된 구성과 완성도이다. 흥미로운 기획들과 뛰어난 작가들의 좋은 작품들이 어우러져 명실상부 한국의 대표 미스터리 잡지라 말할 수 있는 퀄리티를 자랑한다. 물론 본인의 작품이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 독자들도 한국 추리의 새로운 도약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너그러이 지켜봐주길 바란다.



더불어 [계간 미스터리]에서는 매호 신인 작가들의 투고를 심사하고 신인상으로 선정하고 있으니 은둔하고 있는 예비 작가들은 기탄없이 도전하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