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살인법
저우둥 지음, 이연희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무차별 살인법 (2020년 초판)

저자 - 저우둥

역자 - 이연희

출판사 - 블루홀6(블루홀식스)

정가 - 16500원

페이지 - 471p



무차별 살인을 파헤친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진주 아파트 방화 흉기난동 사건

수락산 묻지마 살인사건


자고 일어나면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악 할만한 강력사건들이 벌어질 정도로 세상은 분노에 차있다. 원한에 의한 살인은 범행에 대한 이유라도 찾을 수 있지만 묻지마, 무차별 살인은 범행 대상 선정의 이유가 없으며(있어도 자신보다 약한 여셩, 노약자가 대상이며) 범행의 이유 또한 세상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대중은 무차별 살인에 분노하고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길거리를 걷던 나 혹은 내 지인이 웬 미친놈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을수도 있다는 말이다. 



서두에 언급한 국내에서 벌어진 무차별 살인사건은 포털 검색창에 몇가지 키워드만 검색해도 페이지를 넘길 정도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잔혹 사건이다. 그리고 조금만 더 찾아보면 이들 범인들의 정신감정, 조현병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정신병에 의한 범행을 심신미약, 심신상실로 보고 감형을 주거나 아예 죄를 묻지 않는다. 무고한 시민들을 무차별로 살해한 범인이 심신상실을 이유로 죄를 피한다면 국민들은 당연히 이를 수용하지 못 할 것이다. 근래에는 심신미약의 감형을 위해 거짓으로 조현병을 꾸며내기도 한다. 



정신감정은 기계가 아닌 인간에 의해 판단하고 있으니 범죄자의 거짓된 연기에 절대 속지 않는 다는 보장은 없는게 현실이다. 설령 정신병이 인정되어 감형을 받는다 해도 그들의 치료와 생활은 국가에서 보전한다. 국민들의 혈세로 말이다. 이야기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자! 여기 초등학생의 목을 잔인하게 찢어 죽인 이십대의 청년이 있다. 청년은 범행 후 PC방에서 만화책을 빌려 읽고 있다가 경찰에게 체포된다. 그리고 경찰의 살인 동기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그냥 아무나 몇 명 죽이려던 거예요. 그게 누구든, 몇 살이든 간에요."

"감옥에 갇히고 싶었어요. 평생. 공짜 콩밥을 먹으려고요. 평생."


1심 재판에서 청년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된다. 검찰은 사형을 선고 받기 위해 즉각 항소한다. 그리고 이 청년에게 새로운 변호인이 선임된다.


변호사 위윈즈는 5년전 임신한 아내를 무차별 살인으로 잃고 그 충격과 후유증으로 힘겹게 살아간다. 그런 그에게 초등학생 무차별 살인의 범인의 변호를 맡아 달라는 의뢰가 온다. 위윈즈는 고뇌한다. 누구보다 증오하는 무차별 범죄를 저지른 자의 감형을 위해 변호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 먹는다. 살인마의 변호를 통해 가장 가까이서 무차별 살인마의 범행 이유를 파헤쳐 보자고....


그리고 위윈즈는 전혀 상상도 못할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이제껏 무차별 살인에 대해 이토록 깊이 파고드는 작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작품은 살인범의 행동심리를 분석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 구조와 무차별 살인의 상관관계를 논리적으로 열거한다. 작품에서 등장하는 심리학자의 입을 빌어 거의 무차별 살인 논문을 보는가 싶을 정도로 심층적으로 파고들어 자연스럽게 독자들도 작가가 던지는 질문에 고뇌하게 만든다.



'미치오 슈스케'의 [스켈리튼 키]에서는 싸이코패스가 출생부터 타고난 유전적 형질에 의해 발현된다는 학설을 근거로 살인범의 태생적 이유를 설명한다. 이 작품 역시 무차별 살인범의 발현 이유에 대해 설득력있는 근거를 들어 주장한다. [스켈리튼 키]와 마찬가지로 살인범에게 나타나는 유전적 형질과 이 유전적 형질을 발현시키기 위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반사회적 살인을 저지르는 범죄자가 만들어진다는 건데....그 필요조건은 작품을 통해 확인하기 바란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 말라는 말이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심신상실로 죄를 면죄받는 것 자체에 대한 분노의 발산 보다 무차별 살인이 행해지는 이유 그 자체에 집중하고 더이상 무차별 살인이 벌어지지 않도록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고 있다.(언제나 해법은 간단하다. 그것을 현실화 시키는게 어려울 따름)세상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들어질 정도로 각박해져 가고 있다. 이 약육강식의 세상에 밀려 도태되는 사람들이 있는 한, 그들의 마음속에 분노가 쌓이고 쌓여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어 폭발하는 한은 제 2의 제 3의 무차별 살인은 계속 이어질 테니....



뭐, 정말 무수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사회의 병폐를 꼬집고 날카로운 비수로 파헤치는 진짜베기 사회파 추리였다. 근래에 이정도 깊이의 사회파 추리를 만난적이 있던가 싶을 정도로 묵직하고 강력하다. 타 작품에 비해 범죄 심리에 대한 치밀하고 다각적인 접근이 돋보였는데 역시나 실제 의과대학 졸업생의 이력을 보니 저절로 이해가 된다. 국가의 경계를 초월하는 주제인 만큼 국내 사회파 추리 팬들에게도 충분히 반향을 불러일으킬 문제작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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