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테라
소현수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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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테라 : 제2의 지구를 찾아서 (2018년 초판)

저자 - 소현수

출판사 - 캐비넷

정가 - 14800원

페이지 - 537p



한국 밀리터리SF의 새로운 구심점이 될 작품의 탄생



지금이 한국 SF의 르네상스 시기인가?...요 몇달사이 연이어 출간되는 국내SF소식에 반갑기 그지없는 마음이 들면서도 앞선 작품들에 썩 만족감을 못느꼈던지라 이번에 출간된 이 작품에 걱정이 앞섰다. 한국형 밀리터리SF라....게다가 레전드로 회자되는 유명 밀리터리SF 걸작들을 오마쥬한 이야기라는 소식에 내심 기대반 걱정반의 마음으로 집어들었다. 작품을 읽으며 떠오른 작품만 들어봐도 [스타쉽 트루퍼스][노인의 전쟁], [스타크래프트], [영원한 전쟁], [에일리언], [아머] 등등 소설, 영화, 게임등 플랫폼에 상관없이 수많은 작품들이 떠올랐는데, 이 유명 작품들의 엑기스만 뽑아 쓰여진 SF라니...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 밀리터리 SF의 새로운 구심점이 될 대박 작품의 탄생이다. 어중이 떠중이 유명 작품들의 설정들을 뽑아 만든 오합지졸 섞어찌개 짬뽕탕이 아닌, 진정 공인된 재미진 요소만을 뽑아 새롭게 창조해낸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밀리터리SF였다.



먼 미래....폭발하는 인구의 과잉을 해결하지 못한 인류는 새로운 지구를 찾아 나선다. 기대했던 화성의 테라포밍에 실패한 뒤 워프라는 시공을 초월한 우주비행의 비약적 발전을 통해 마침내 지구와 가장 비슷한 외계의 행성 프린테라를 찾아낸다. 대부분의 육지가 황무지로 되어있으나 물이 있었고 공기중 방사능이 섞여있지만 산소로 구성된 대기환경은 과학기술로 충분히 인류가 살 수 있도록 테라포밍이 가능 하다는 결론 하에 프린테라는 제2의 지구로 낙점된다. 다만 한가지 걸림돌이 있었으니 프린테라에서 이미 살고 있는 토착종족 '야후'의 존재였다. 전지구 인류의 시선이 모이던 인류와 야후의 최초의 퍼스트 컨택트에서 야후가 무참한 살육으로 인간들을 도륙하고 식인하는 장면이 라이브되면서 인류와 야후의 우주전쟁이 시작된다. 강인한 육체와 저돌적인 공격성으로 야후 살육에 어려움을 겪던 우주군은 마침내 인간과 야후의 DNA를 교접해 새로운 최강 전투육체를 만들어내고, 100명의 소수정예 초인부대 오시리스를 창설한다. 특수부대 임무중 야후에게 온몸이 찢기면서 죽음의 위기에 처했던 진 역시 가까스로 오시리스 초인 육체를 통해 목숨을 부지하고, 오시리스 부대 알파팀의 대장으로 새로운 야후 토벌의 임무를 부여받고 다시 전장에 나서는데.....



여러 작품들을 오마쥬 했다고 했는데, 하나하나 따져보자면 초반 특수부대에서 배틀수트를 입고 마약성 약물인 스팀샷을 맞고 아드레날린 분출하며 야후들과 혈전을 벌이는 장면은 그야말로 스팀팩 맞고 미친듯이 총질하는 [스타크래프트]의 테란과 저그의 한판이 생각난다. 당연히 배틀수트 하면 [스타쉽 트루퍼스]가 거의 원조격이니 빠질 수 없고, 유전자 조작을 통해 늙은 노인도 젊은 군인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초인부대의 이야기는 [노인의 전쟁]을 빼다 박았다. 강산을 뿜고 돌출형 이마에 전신이 검은 야후족은 [에일리언]이 연상되는 모습이다. 더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생각나는게 이정도 인데, 이렇게 많은 작품들을 섞다보니 전체적으로 작품은 클리셰로 범벅된 이미지를 갖는것 같다. 그런데!!!! 이 상투적 익숙함이 마이너스라기 보다는 엄청난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플러스 요소로 작용된다는 점이다. 기존의 인증된 흥행요소를 적절히 섞어내 새로운 세계와 재미를 창출해 낸다는건 적당히 설정 배끼기로 흥미를 유발하는 아류작들과는 확연히 다른 차별점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짬뽕도 실력이다. 이야기의 완전한 개연성, 전투의 박진감과 속도감, 숨겨진 반전과 복선들속에 인기 작품들을 섞어내는 치밀한 설정은 오로지 작가의 능력이니 말이다. 



그런면에서 이 작품의 재미만을 따지고 봤을땐 진정 밀리터리 SF로서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준다. 때려 부수고, 썰고, 터뜨리고....피비린내 나는 백병전속 지옥도에서 서서히 살육에 도취해 가는 부대원들 각자의 고뇌와 리더로서 책임감이 충분히 녹아있다. 단순히 외계종족간의 전쟁으로 그치지 않고 인간과 군조직의 날카로운 비판적 시선과 더불어 서서히 뿌리던 떡밥들이 모여 마침내 밝혀지는 멀티버스 세계관의 충격적 반전 결말까지... 모든것이 완벽하다. 작품에서 오마쥬한 SF작품들을 모두 읽어보고 클리셰를 느끼는 나도 이렇게 재미있는데, SF를 처음 입문하는 사람이 이 작품을 읽게 된다면 얼마나 충격적일까?...소위 '안본눈 삽니다'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그들이 느낄 신세계가 부러워질 정도다. 작가의 이름을 가리고 읽었다면 외국의 유명 SF작품일거라고 생각될 정도로 전혀 유치함을 찾아 볼 수 없는 세련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다. 굳이 읽은 밀리터리SF중 순위를 매겨보자면.... [영원한 전쟁]>[학살기관]>[프린테라]>[올 유 니드 이즈 킬]>[노인의 전쟁]>[스타쉽 트루퍼스]>[아머] 헐...세번째로 꼽을 정도다. 내가 읽은 국내 SF중 (몇 개 안되지만...)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SF매니아던 입문자던 "꼭 봐라..두번봐라" 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 작가...뭐하다 이제 나온건가....-_- 출간작들을 살펴보니 울 딸래미가 좋아하는 만화 [신비 아파트] 괴담집?!!...은 차치하더라도 이북으로 나온 작품 [괴물]은 읽어봐야 겠다. 이정도 퀄로만 내준다면 앞으로 작가가 내는 SF는 전부 구매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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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들의 조용한 맹세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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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들의조용한맹세 (2018년 초판)

저자 - 미야모토 테루

역자 - 송태욱

출판사 - RHK (알에이치코리아)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07p




아...어머니!



들판을 가득 메우는 이름모를 수많은 들풀들...척박한 환경에서도 억척스럽게 뿌리를 내리고 강인하고 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내 화려하진 않지만 작고 소박한 꽃을 피워내고 그렇게 생의 의지를 뽐내며 세대를 이어가는 풀꽃들 처럼, 작지만 달콤한 꽃향기로 들판을 가득 매우는 강인한 풀꽃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 출간되었다.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그들이 가슴 깊이 묻어두기로 한 진실은...그들의 맹세는 무엇일까?....여러 의미를 함유하고 있을것 같은 제목

으로 궁금증을 일으키는 이 작품은 '아쿠타가와상', '다자이오사무상', '요시카와에이지문학상', '시바료타로상'등 일본의 유수 문학상을 휩쓴 일본 서정문학의 거장작가 '미야모토 테루'의 신작 미스터리이다. 



서른세살...미국에서 MBA과정을 수료하고 외국계 기업에 취업하려는 엘리트 사회초년생 겐야는 미국으로 이민간 고모가

일본으로 홀로 여행중 료칸 목욕탕에서 뇌졸중으로 사망했다는 비보를 듣게 된다. 고모의 유언을 전달받기 위해 부유층이 밀집해 사는 캘리포니아 남쪽 팔로스버디스 반도로 날아간 겐야는 그곳에서 고모 기쿠에가 수십억에 달하는 자신의 전재산을 조카 겐야에게 상속할 것이고 만약 27년전 실종된 자신의 딸 레일라를 찾게 된다면 레일라에게 재산의 70%를 넘겨달라는 유언을 전달받게 된다. 미국의 대형마트 화장실에서 아이를 잃어버리고 몇년뒤 남편을 췌장암으로 떠나 보내고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부유하지만 평생을 홀로 외롭게 살아간 고모의 유지를 이어받기 위해 겐야는 고모의 대저택에 기거 하면서 인근의 사립탐정을 고용해 사촌 레일라의 생사여부라도 확인해 달라는 의뢰를 맡기고....


레일라의 실종에 충격적이고 경악할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되는데......



작품을 일고 나니 왜 서정문학의 거장작가라고 불리는지 자연스레 이해가 된다. 높은 스펙으로 이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려는 사회초년생이 자고 일어나니 하룻밤새 수십억의 재산을 상속받는 상속자로 신분상승하고 고모의 대저택에서 평화롭고 조용한 유유자적한 생활이 작품 전반에 걸쳐 서정적으로 그려진다. 낯선 땅에서 일확천금으로 정신줄 놓고 흥청망청 벌이는 쾌락파티가 아닌 아주 소박하고 정갈한 생활 말이다...해안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조깅을 하고, 고모가 만들어 놓은 스프를 먹으며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고모의 대저택을 돌보던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고모가 집안 곳곳에 숨겨둔 힌트를 발견하면서 실종된 딸의 흔적을 찾아가며 보내는 약 한달간의 일들이 자극적 MSG 전혀 없이 아주 담백하게 펼쳐진다. 하여 급박한 장면전환 없이, 자극적인 장면 없이 잔잔하게 이어지는 겐야의 생활을 따라가다 마침내 맞닥뜨리게 되는 결말의 입에 담지도 못할 추악한 비밀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오게 만드는것 같다.  



결국...모성..그리고..어머니...기쿠에와 레일라의 숨겨져있던 비밀과 마주하면서 기쿠에가 겪었을 차마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충격과 절망은 꼭 자식을 키우는 부모가 아닐지라도 충분히 공감하게 될 것이다. 딸의 인생을 위해 그녀가 떠안아야 했을 고통....비록 금전적으로 모자람은 없지만 돈이있음 뭐하나...삶의 이유인 딸이 없지 않은가...그녀가 감내해야만 했던 고통의 무게...인내의 시간...그리고 절실한 소망..이 모든 마음들이 마침내 진실을 밝혀낸 겐야와 사립탐정으로 하여금 다시 진실을 묻어버리게 만드는...풀꽃 같은 그들이 침묵의 맹세를 하게 만든 계기가 된것이 아닌가 한다.



"그 사람을 위해, 나는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딸을 위해 모든것을 버린 여성과 그녀의 숭고한 뜻을 이해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잔잔하고 애달픈 코지미스터리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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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죽으러 갑니다
정해연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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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죽으러갑니다 (2018년 초판)

저자 - 정해연

출판사 - 황금가지

정가 - 13000원

페이지 - 356p



죽어야 사는 남자



인구 십만명당 28명의 자살률로 당당히 자살 사망률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대한민국에서 독특한 자살클럽을 소재로 하는 스릴러가 출간되었다. 제목 그대로 죽으러 가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끔찍한 사건들과 배후에 숨겨진 추악한 진실...섬찟한 반전과 돈의 논리로 돌아가는 불편하지만 그것이 순리인듯 돌아가는 세상의 룰...이 모든것들이 인과율의 법칙에 따라 숨가쁘게 전개된다. 



부모가 피운 번개탄에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병원에서 눈을 뜬 태성은 사고 이전의 기억을 전부 잃어버린다. 흐릿한 기억속에 사업에 실패한 부모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것만 기억하는 태성은 병원에서 퇴원후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변두리 쪽방촌에 기거하며 아무런 의욕없이 최소생계지원비만으로 근근히 거지같은 생을 이어간다.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충격속에 쪽방촌에서도 이런 저런 자살을 시도하지만 모두 실패하다 우연히 동반 자살카페에 가입하고 방장 '메시아'의 도움으로 동반 자살길에오르게 된다. 고등학생 소녀와 이십대 여성, 삼십대 남성과 방장 메시아 그리고 태성....생에 의지가 꺾인 다섯 남녀는 방장이 안내하는 강원도 외딴 별장에서 그들의 생각과는 다른 끔찍한 일들을 경험하게 되는데.....



각자의 사연으로 모인 다섯 남녀...그리고 처참하게 차례로 발생되는 살인사건....지옥같은 현실을 피해 안락한 죽음으로 도피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이제 그렇게 바라던 죽음을 피해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게 된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가..살인마에겐 이 자살희망자들은 제발로 죽으러 걸어 들어온 셈이니 얼마나 손쉬운 사냥감이란 말인가...목숨을 버리려던 사람들이 살려달라 울부짓는 순간 목숨을 빼앗으며 희열을 느끼는 변태 살인마....한편의 슬래셔 무비를 보는듯한 설정과 잔인하고 참혹한 방법으로 살해당하는 사망자들...살인마를 피해 쫓고 쫓기는 체이싱....긴장하며 몰입하게 만드는 스릴러의 재미를 십분 발산하는 작품이었다. 



살인마의 정체는 바로 밝혀지지만 단순히 또라이 살인마와 자살자들이라는 대결구도를 넘어서 1막에 해당하는 별장에서의 피바다 살인판에 이어 주인공 태성의 사라진 기억에서 오는 숨겨진 반전이 강타하는 2막까지 평범하지 않은 독특한 구성도 좋았던것 같다. 아무런 의욕 없이 그냥 공기만 소비하던 버러지 같은 인생을 살던 태성이 여러 사건들을 거쳐 삶에 대한 의지을 불태우며 의욕 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는것도 흥미로웠다...역시 사람 바꾸는데는 충격요법이 가장 효과적이랄까..-_-;; 이 작품도 한국사회에 만연한 물질만능주의 혹은 신처럼 군림하는 재벌들과 돈 앞에서는 범죄자던 가족이던 상관없이 윤리, 양심 모두 져버리고 꼬리를 흔들며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는 세태를 꼬집는다. 요즘 시끌시끌한 땅콩항공 집안의 만행을 보는것 같은 씁쓸하고 불쾌한 감정을 이 작품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는 끔찍한 현실을 못견디고 피안을 향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작품속 동반 자살을 위해 모인 사람들도 각자의 끔찍한 기억을 안고 세상을 등지려 하는데, 결국 생과 사는 주변인들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에서 갈리는것 같다. 삶의 의욕이 없던 태성이 (의도야 어찌됐던) 관심과 배려를 통해 새롭게 거듭나는것을 보면 말이다...동반하여 죽음의 길로 함께 하듯, 동반하여 생의 길로 함께 하는것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을까....마지막줄 태성의 더없이 천진한 웃음이 오래도록 뇌리에 남는다. 



영화처럼 머리속에 장면이 그려지는 작품이었다. 스릴러로서 잔혹한 살인장면도 좋았고, 추리로서 반전도 괜찮은 잘 짜여진 작품이었다. 이정도 재미라면 작가의 차기작을 기대해도 좋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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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8-05-05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감상 잘하고 갑니다~^^
 
우주아이돌 배달작전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2
손지상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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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주아이돌배달작전 (2018년 초판)_그래비티 픽션 2

저자 - 손지상

출판사 - 그래비티북스

정가 - 12000원

페이지 - 269p



그래....이것은 비빔밥 SF라고 부르자...



근래 국내 SF들이 활발하게 새로이 출간되고 있는데 이 작품도 그 추세에 힘을 더하는 한권이다. 이 작품은 기존 SF팬들은 물론이고 새롭게 SF 장르를 읽어보고자 하는 독자를 위한 시리즈라는 그래비티 픽션의 두번째 출간작이다. SF라고 하면 특히나 소설은 대중들이 일단 어렵다는 선입견을 갖고들 있는데, 이 작품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누구나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SF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것 같다. 바꿔말하면 굉장히 경쾌하고 발랄한 대중적 SF작품이라는 말인데...나쁘게 말하면 한없이 가벼운 SF라고도 할 수 있을듯...-_-;;;;



우주 배달업에 종사하는 테라인 시현과 은령은 거대 우주 종교 교단인 판타므 교단에서 5인조 아이돌 '체인'의 우주 투어를 도와 비행선 조종을 맡아줄것을 의뢰 받는다. 핸섬한 아이돌들과 함께 여러 행성들로 투어를 돌면서 나름 정분도 나고 우정도 쌓이는등 여러 에피소드를 거치면서 판타므 교단의 아이돌 착취와 전 우주를 뒤흔들 숨겨진 계략과 비리들을 눈치채고 이를 막기위해 본격적으로 판타므 교단에 반기를 든다. 아이돌을 지키기 위해...우주를 지켜내기 위해...우주의 팬들이여....팬심을 모아줘!!!~~~



첫 설정부터 인기웹툰 [덴마]가 연상되면서 작품 내내 여러 장르작품들의 오마주? 혹은 패러디?의 향연이 펼쳐진다. 작가 후기를 통해 대놓고 여러 작품들의 설정들을 짬뽕시켰음을 말하는 이 작품의 장르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와이드스크린 바로크 장르란다. 아이디어에 중점을 두고 황당무계 휘황찬란한 사건들을 비빔밥 처럼 한데 섞어버리는 기상천외한 장르....그게 바로 이 작품인 것이다. 게다가 국내 최초로 시도하는 장르라는데서 작가의 도전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하여 작품을 읽는 내내 작가가 의도적으로 심어놓은 명작이자 레전드 SF의 캐릭터, 작가, 작품의 이름들이 교묘히 녹아있는데, 생각지도 못한곳에서 반가운 이름들과 맞닥뜨리는 의외성은 스토리와는 별개로 즐길거리가 된것 같다. SF덕후 일수록 더 많은 패러디를 알아차릴 것이니 그야말로 아는만큼 재미가 보이는 작품인 것이다.. 



선남 선녀들이 존트 게이트라는 워프 게이트를 통해 여기저기 워프 하며 펼치는 막장 대활극...우주를 종횡무진 누비며 전우주를 위협하는 위기에 맞서 우주를 구하는 목표의식 뚜렷한 스토리...바로 이것이 드넓은 우주에 힘차게 울려 퍼지는 스페이스 오페라 아니겠는가...좀 가벼울 지언정 가득찬 언어유희와 숨겨진 덕후들의 추억...우주택배기사 플라이 하이의 경쾌한 모험으로 가득찬 이 작품으로 새로운 SF팬들이 유입되길 바래본다.



다만 진지빤 하드SF가 취향인 내게는 덕력을 시험하는것 같은 작품이었지만 뭔가 가벼운 말장난 같고 안드로메다로 날아간 개연성으로 인해 나와는 맞지 않는 작품이었다....-_-;;; 양날의 검처럼 접근도 높은 작품이지만 그만큼 가벼운 느낌이라 호불호가 갈릴것 같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원래가 그런 장르란건 차치하더라도 작품속 숨겨진 SF들을 많이 맞출수록 이 작품의 호감도는 낮아질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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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린이한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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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쓰치의첫사랑낙원 (2018년 초판)

저자 - 린이한

역자 - 허유영

출판사 - 비채

정가 - 14000원

페이지- 360p




한 소녀를 죽음으로 내몰은 폭력의 역사



더럽고 역겹고 참담하고 암담하다. 아름답고 유려한 문장들 사이로 보이는 탐욕에 젖은 중년의 욕정과 나르시즘에 빠진듯 과장된 미사여구로 둘러대는 세치혀를 뽑아버리고 싶을 만큼...더이상 페이지를 넘기기 힘들 정도로 가녀린 소녀를 뼛속부터 산산이 부숴버리는 충격적 장면들은 전신을 분노에 떨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한없이 맑은 어린 나이에 그녀가 겪어야 했을 고통과 그토록 오랜 시간동안 그녀를 모른척하고 외면한 주변 사람들에게 화가 치민다. 피해자가 세상의 손가락질을 두려워하며 움츠려 들게 만드는 이상하고 비상식적인 세상...지금 이순간에도 또다른 팡쓰치가 단 한발자국을 내밀지 못해 고통을 감내하고 있을 현실이 분노케 한다. 팡쓰치의 달달하고 낙원같은 첫사랑이 펼쳐질줄 알았는데 솔직히 이런 작품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벽돌로 뒷통수를 얻어 맞은...그런 기분이다.



이 작품은 13세의 어린 소녀가 50세의 학원 선생에게 5년간 집요하게 성적으로 유린 당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순수하고 풋풋하던 문학을 좋아하는 꿈많던 소녀 팡쓰치가 지적이고 매력 넘치던...동경하던 선생에게 강제로 성폭행 당하고 이후로 5년간 관계가 지속되면서 아슬아슬하게 이어져 오던 정신의 끈이 끊어져 버리고 결국 정신분열증으로 자신만의 세계로 숨어버린다. 팡쓰치의 단짝 친구였던 루이팅은 우연히 쓰치의 일기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고, 망할 선생 리궈화를 고발하려 하지만, 그녀의 일기만으로는 고발할수도 없고, 성적으로 폐쇄적인 사회적 통념상 선생 리궈화 보다 팡쓰치에게 비난의 시선이 꽂히게 될거란걸 깨닫게 된다. 



너무나 비극적이고 참혹하고 참담하다...아직 사랑이 뭔지도 모를 나이에 비뚤어지고 변태적인 성욕을 사랑인양 포장하여 지속적으로 세뇌하니 소녀마저 사랑과 성폭력을 동일시하기에 이른다. 비뚤어진 사랑도 사랑이라 믿으며 하루 하루를 위태롭게 버티는 소녀....겉으론 지식인의 모습으로 위장하고 뒤로는 한 인간의 인생을 송두리째 짓밟아 버리는 파렴치한 짓거리를 저지르는 인간 쓰레기도 열받지만 그런 쓰레기에게 받은 상처를 보듬어줘야 할 가족마저 평소 소녀의 행실을 운운하며 상처를 후벼파는 말도 안되는 짓거리가 더 열받게 만든다.  



뭣보다 나를 가장 숨이 막히게 만든건 마지막에 실린 역자 후기에서 이 억압과 폭력으로 점철된 고통의 시간들이 작가가 실제로 겪은 경험을 토대로 써낸 자전적 소설이었다는 점이다...팡쓰치의 이토록 생생하고 혼란스러운 심리묘사는 자신의 암담하고 암흑같은 심리를 그대로 옮겨 놓았기에 느낄 수 있는 모호함이었던 것이다. 2017년 2월 26살의 나이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써낸 이 작품을 출간하고 불과 2개월 뒤 자살한 작가의 심정은 감히 상상할 수 조차 없을것 같다. 작품속 리궈화 선생으로 지목된 실제 강사는 작가 린이한의 지속된 성폭행 사실을 부인했고,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20년...30년전 성에 대해 쉬쉬하고 무지하던때의 이야기가 아니다...불과 1년전...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 이순간에 이런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게 세삼 참담하게 느껴진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호하고 이런 미친놈을 격리시키는게 어른들이 할일이 아닌가...지금 이순간 어딘가에서 떨고 있을 쓰치들이 손쉽게 도움을 청하고 소녀들의 외침을 귀담아 들어줄 수 있는 사회로 만드는건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들이 시급히 해야 할 일이다. 죽음을 향하며, 그러나 살기 위해 써낸...작가의 이승에서의 마지막 외침을 우리는 잊이 말아야 할 것이다...씻을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안고 세상을 떠난 작가의 영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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