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맨 앤드 블랙
다이앤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벨맨&블랙 (2018년 초판)

저자 - 다이앤 세터필드

역자 - 이진

출판사 - 비채

정가 - 14000원

페이지 - 419p



무심코 던진 돌이 야기한 비극의 씨앗



'에드거 앨런 포'가 떠오르는 음울하고 음습한 분위기의 고딕소설이 출간되었다. 처음 접한 작가의 작품이라 어떤 분위기의 작품을 쓰는 작가인지 모르고 접했는데, 무심코 저지른 행동 하나로 평생을 불안과 고통에 떨어야 했던 한 남성의 불안정한 심리를 특유의 몽환적 분위기로 그려내는데, 특히 직접적인 잔혹묘사 없이도 떼까마귀라는 매개체를 통해 시종일관 끈적하고 불쾌한 공포감에 휩싸이게 만드는 실력을 보니...예사 필력은 아닌듯 하다.



때는 19세기...벨맨가 조모의 혼외자로 데려온 자식 필립은 집안에서 반대하는 결혼으로 가문에서 제적 당하고, 그나마 아내와 아들 윌리엄을 놓아두고 도망가 버린다. 어려서부터 영민했던 윌리엄은 선조부터 운영해오던 방직공장에서 밑바닥부터 기초를 다지고, 끈질긴 인내와 노력, 창의성으로 점차 인정받게 된다. 그런 윌리엄을 좋게본 방직공장 사장이자 삼촌 폴은 윌리엄을 비서로 임명하고 점차 공장의 중요한 일들을 맡기게 된다. 타고난 일머리와 남다른 추진력으로 공장에서 없어서는 안될 관리자가 된 윌리엄은 갑작스러운 폴의 죽음으로 공장의 실질적 사장자리에 오르게 되고, 방직, 염색, 원재료까지 토탈 방직시스템으로 더없는 호황을 누린다. 한편 자신감 넘치고 승승장구하는 그에겐 삼촌 폴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의 장례식마다 검은양복을 입은 남자가 눈에 띄고 불쾌한 기운을 발산하는 그의 정체에 대해 호기심과 불안감을 갖는다. 시간은 흘러 사랑하는 아내와 4명의 자식을 둔 윌리엄에게 예상치 못한 재난이 찾아오는데......



밝은 미래만이 가득할것 같던 유년시절...치기어린 행동으로 무심코 저지른 살생...그때는 미처 몰랐던 사소한 행동이 저주의 씨앗을 잉태시키고...눈감기 전까지 따라다니는 저주의 굴레가 한 인간의 인생을 처절하게 파괴시키고 만다. 이런류의 이야기는 고전공포소설이나 괴담류에서 많이 봐왔던 형식같은데, 무심코 죽인 검은 고양이의 저주가 충격적이던 '포'의 [검은 고양이]나 우연히 죽인 뱀 때문에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여타의 괴담류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작품이다. 뱀...고양이...우리가 흔히 악마의 하수인으로 여겨져 해쳤을때 재수없다 생각하는 동물들을 모티브로 생산되는데, 이 작품에서는 마녀의 분신으로 통하는 떼까마귀가 저주의 매개체로 사용되면서 검정색 양복의 사내와 매치되어 저승사자 혹은 죽음의 계약자로 그려지게 된다.



한창 산업이 발달하던 19세기 영국...폭풍과도 같은 산업발달의 중심에 윌리엄이 있다. 그만이 갖고 있는 배포와 수단으로 사업을 키워나가는 모습은 웬만한 기업경영소설 못지 않게 성공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그렇게 젊음의 패기로 승승장구하며 세상 두려울것 없이 살아가지만 당연하게도 인생은 뜻하는대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기에...그에게 인생에서 가장 험난한 고난의 시련이 찾아오고...윌리엄은 검은사내 블랙과 모종의 계약을 나누고 시련을 가까스로 빠져나온다. 그렇게 악마와의 계약 이후 그의 인생은 180도 바뀌어 버리고...부와 명예를 거머쥐었지만 그 자신은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가 되버린다...



사실 윌리엄만이 볼 수 있는 블랙이라는 신비의 사내는 윌리엄이 만들어낸 환상인지도 모르겠다. 블랙이라는 악마를 잠시 제외한다면 윌리엄은 단지 자신의 성공에 도취되 자신을 스스로 좀먹어가는 워커홀릭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의미에서 블랙을 실제하는 악마로 본다면 이 작품은 오컬트 고딕공포소설일 것이고, 블랙이 실패를 두려워하는 윌리엄이 만들어낸 환상이라면 오로지 성공을 향해 모든것을 건 한 남성의 흥망성쇄가 담긴 일대기적 소설로 볼 수 있을것 같다. 어디에 의미를 두느냐에 따라 장르 자체가 바뀐다는 말인데, 이런 관점에 따른 다양한 해석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결국 어린 객기로 저지른 쓸데 없는 살생은 인생을 망치는 원인이 될수도 있거니와 항상 내 주변의 사람들을 돌아보며 챙겨주는 여유를 견지하면서 성공의 노예가 되지는 말자는 교훈을 주는 작품인가?..-_-;;; 이 말을 이토록 음산하고 음울하게 풀어내다니...인간은 죽기직전 자신이 살았던 삶이 순간적으로 파노라마 처럼 흘러간다고 한다. 심정지 후 극적으로 되살아난 사후체험을 했던 많은 사람들이 한결같이 당시 강렬한 빛고 함께 기억의 파노라마를 경험을 했다는 체험담을 쏟아 놓는것을 보면 정말인지도 모르겠다. 윌리엄 역시 죽기 직전 그의 삶 전체가 다시한번 펼쳐진다. 유년시절의 과오들....때로는 매정하게 앞만보고 달렸던 수많은 선택들....그의 인생을 바라보며 작가가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려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사백페이지에 담긴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삶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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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의 사자 와타세 경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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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의사자 (2018년 초판)_와타세경부시리즈-2
저자 - 나카야마 시치리
역자 - 이연승
출판사 - 블루홀6
정가 - 15500원
페이지 - 424p



교화의 여지가 없는 반사회적 범죄자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처벌은?


'나카야마 시치리'월드로 묶인 미스터리 시리즈중 [테미스의 검]에 이어 '와타세 경부 시리즈' 두번째작품이 출간되었다. '나카야마 시치리'유니버스에서 종종 등장했던 험악한 인상이지만 발로 뛰는 수사로 도내 최고의 검거율을 자랑하는 와타세 경부와 그의 후배 고테가와가 협력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이 시리즈는 법의관, 변호사 등 범죄와 맞닿은 사람들을 그리는 작가의 여러 시리즈중 경찰이 주역으로 등장하는 시리즈이다. 이번 작품은 일본내 사형제도의 존폐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제기 하는 다소 무겁고 예민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여태껏 봤던 작가의 작품중 가장 무거운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이혼 뒤 홀로 살던 50대 주부가 자택에서 수차례 무참히 칼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망자의 옆 벽에는 사망자의 피묻은 손으로 쓴듯한 '네메시스' 라는 글자가 쓰여있고, 감식결과 이 글자는 피해자의 다잉메시지가 아니라 살인자가 남긴 메시지라는 것이 밝혀지고, 와타세 경부는 사망한 주부의 이력을 확인하고 단순강도살인이 아닌 원한에 의한 살인이라고 판단한다. 주부의 아들이 10년전 지하철역에서 묻지마 살인으로 2명의 소녀를 무참히 살해한 범인
이었던 것이다. 사건당시 반사회적 죄질과 반성하는 기색없는 뻔뻔한 태도로 사회적 지탄을 받아 누구나 사형을 언도 받으리라 의심치 않았으나 재판의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깬 무기징역을 선고 받는다. 온정판사라 불리는 사형제 폐지에 찬성하는 판사의 판단에 의해 여론과는 반대되는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당시의 공분은 10년의 시간동안 희석되고, 잊혀진 사건이 된 지금 살인범의 어머니가 동일한 살해방식으로 살해된다...와타세는 당시 살인범에 의해 희생당한 가족들을 찾아가는데.....



네메시스는 그리스 신화의 복수의 여신이라고 불린다. 그렇다면 살인범 네메시스는 무엇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내리친 것인가?...단순히 감옥에 갖힌 살인범을 단죄할 수 없어 대신 그의 어머니에게 벌을 내린 것인가?...아니면 마땅히 사형을 받았어야할 살인범을 살려둔 사법기관을 향한 분노의 포효인 것인가?...후자일 경우 파생될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와타세 경부와 미사키 검사는 범인의 윤곽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그런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두번째 살인이 이어진다...



과연 교화의 여지가 없는 반사회적 범죄자에게 사형을 내리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인 것인지에 대해 작가는 끊임없이 의문을 던진다. 죽어 마땅한 살인범이 무기징역을 선고받는 순간, 변호사와 승리 포즈를 취하며 웃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피해자 가족들의 무너지는 심정...살인범은 감옥에 투옥되는 것으로 끝나지만, 남아있는 피해자의 가족들은 메스컴과 이웃들의 과도한 관심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지만 결과는 변함없고, 민사소송으로 배상금을 판결받지만 살인자의 집은 배상할 능력도 없어 땡전 한푼 주지 못한다. 피해자의 가족들이 낸 세금으로 인간쓰레기를 죽을때까지 편하게 먹이고 입히고 재워야 하는 불합리한 시스템...사랑했던 가족을 허망하게 잃고 마음속에 세상을 향한 울분과 분노를 안고 숨어지내야 하는 피해자의 가족들...이것이 법치주의에서 보호받고 살고있는 선량한 시민의 모습이란 말인가?...

피해자의 가족들 모두 이렇게 말한다. '그놈만 죽었더라면...이렇게 울분을 가슴에 끌어안고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라고...



얼마전 일본에서 발생했던 사린가스 테러를 일으킨 옴진리교 교주와 핵심간부의 사형이 집행됐다는 뉴스를 접하고, 어쨌던 일본은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실제로 집행하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그러니 사형제 존폐에 대해 논의라도 하지만...우리나라의 경우 사형제도는 유지하고 있지만 수십년째 집행하지 않고 있으니 실질적으론 폐지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래서인가?...지독하고 참혹한 반사회적 범죄가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고 범죄자들은 하나같이 형량을 줄이고자 심신의 문제로 인한 범죄였다고 주장한다. 강서구 PC방 사건만 봐도 벌써부터 우울증을 앓아왔다고 정신감정을 요청하는가 하면,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가해자 역시 심신미약을 주장했다고하니...이건 뭐 가해자를 위한 형량줄이기 족보라도 공부하는 건지...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매스컴에서는 강서구 PC방 살인자의 문신을보고 [나루토]만화가 원인이라질 안나, 게임중독으로 인한 폐해라고 게임을 포격하질 안나...문제의 핵심은 외면한체 온통 책임떠넘기기에 혈안이되 쓰레기 같은 기사만 싸지르고 있으니...참으로 한심한 노릇이아닌가...고인이 편히 눈감고, 피해자 가족의 울분을 잠재우기 위해선 그에 걸맞는 강력한 처벌이 동반되어야 한다. 하여 사형제는 존속될 뿐만 아니라 집행되어야 한다는게 개인적 생각이다...



잡설이 길었다만, 네메시스의 살인이 거듭될수록 여론은 사법제도의 솜방망이 처벌과 판례에 의지한 판결문에 쌓이고 쌓였던 분노를 터트리고, 어느새 온라인에서는 네메시스가 물렁한 사법부를 대신해 단죄의 철퇴를 내리는 영웅으로 추앙 받기에 이른다. 픽션이지만 과연 우리는 다를까 싶다...언제나 심각한 범죄자에게 내려지는 형량은 사회여론의 기대치에 한참 못미치고...가해자들은 발뻗고 잠들지만 피해자들은 숨죽인체 뜬눈으로 지새는 불합리한 세상...이럴거면 사형제도 부활 시켜라...-_- 최소한 범죄자들이 경각심이라도 갖게 말이다...참...죄짓고 살기 편한 세상이다...
 

사형제도라는 첨예한 문제를 들이밀고, 범죄자와 피해자의 극명한 모습을 대비시키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게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존폐중 어느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내가 찬성론자라서인지 작품에서 거론되는 폐지의 이유가 빈약하게만 느껴진다. 물론 이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네메시스의 정체를 둘러싼 반전의 한방을 감춰두고 있으니 추리로서의 재미도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 역시 '나카야마 시치리'다. 무겁고 첨예한 주제 안에서 긴장감의 끈을 유지하는게 쉽지 않은데, 사회적 문제와 추리적 엔터테인먼트를 환상적으로 배합해냈다. 작가가 묵직하게 던진 이 문제를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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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하이웨이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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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하이웨이 (2018년 개정판 1쇄)

저자 - 모리미 도미히코

역자 - 서혜영

출판사 - 작가정신

정가 - 13000원

페이지 - 427p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애니메이션 개봉을 계기로 개정판이 출간된 '모리미 도미히코'의 2011년작 [펭귄 하이웨이]이다. 발간 당시 일본SF대상을 수상하면서 이슈를 끈 이 작품이 7년이 지난 지금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10월에 개봉하였고, 현재 상영중이다. 출판사 작가정신에서 극장판 애니 개봉기념 예매권 이벤트를 진행하여 운좋게 당첨되어 지난 주말 딸아이들과 함께 관람했다. 관람직후 애니의 감동이 가시기 전에 서둘러 원작을 읽었는데, 애니로 먼저 전반적인 스토리를 알고 봐서인지 소설도 굉장히 빠르고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애니의 예고편도 그렇고 펭귄과 초딩소년 아오야마가 쪼그려 앉아있는 귀여운 표지만 봐도 뭔가 경쾌하고 활기 넘치는 초딩들의 모험담이 펼쳐질것 같은 명랑동화스런 작품일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헐....마냥 밝고 쉬울것만 같았던 작품은 결코 가볍지 만은않은...은근히 깊이 있는 철학적인 작품이었다. 뭐랄까...초딩소년의 귀엽고 순수한 짝사랑기에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세계 종말의 도래라는 스펙터클 SF가 절묘하게 믹스된 혼종작품인 것이다. -_-...SF 판타지 연애물..인...건가?...



초딩 4학년 소년 아오야마는 남다른 탐구정신과 실험정신으로 여타 동급생 보다 훨씬 성숙하고 남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스마트한 소년이다. 여느날과 다름없는 학교 등교길...함께 등교하던 여동생의 놀란 소리에 실험노트에서 고개를 들어보니 도로옆 공터에 수십마리의 펭귄이 무리지어 있는것이 아닌가....이 수십마리의 펭귄의 뜬금없는 출현으로 마을은 온종일 혼란의 도가니에 빠지고, 동물구조사에게 잡혀 이동되던 수십마리의 펭귄들은 그대로 자취를 감춰버리는 미스터리한 일이 벌어진다. 아오야마는 이 미스터리한 펭귄 사건에 '펭귄 하이웨이'라는 연구명을 붙이고 절친 우치다와 함께 본격적인 연구에 나선다. 온 마을을 돌아다니며 펭귄이 발생한 원인을 찾으려 하지만 쉽지 않고, 남몰래 짝사랑 하는 치과 간호사 누나와 버스 종점에서 만난 아오야마는 무심코 누나가 던진 콜라가 펭귄으로 변하는 엄청난 사건을 바로 

옆에서 목격하게 되는데.....   



세계의 끝으로 가는길... 

누나의 마음으로 직행하는 길...

펭귄 하이웨이



자...앞서 말했듯이 이 작품은 크게 두갈래로 나뒨다. 초딩 아오야마가 동네 치과에서 일하는 예쁘고 가슴큰 누나를 짝사랑하면서 겪는 열병같은 사랑 이야기와 불현듯 나타난 펭귄에 이어 마을 전체에서 발생하는 수수께끼 같은 기현상들을 친구들과 함께 조사하는 이야기로 말이다. 그렇게 전혀 관계없을것 같았던 두 이야기는 사실 서로 긴밀한 관계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아오야마는 초딩 인생 최대의 고난과 아픔을 겪게 된다...결국 스펙터클한 첫사랑의 쓰디쓴 아픔을 겪고 한발짝 어른으로 성장하는 아오야마를 그리는 초대형 성장소설인 것이다. 



머...이런말이 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그래서 첫사랑인 거다.' 하지만...첫사랑이 끝나면 두번째 사랑도 있고, 세번째 사랑도 있는법...End가 아닌 And. 끝은 시작을 향한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그래서일까 작품 전반에 걸쳐 끝과 시작이라는 상반되는 개념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아오야마가 살고 있는 마지막 마을, 흔들리는 젖니를 뽑는 행위, 아오야마가 항상 직접 보고 싶다고 말하는 세계의 끝, 태풍이 몰아치던 밤 아오야마를 찾아와 엄마가 나이들어 죽는건 싫다고 우는 여동생 등등등 End에 대한 여러 은유와 암시들이 어지럽게 반복된다...하지만...마지막 마을은 철도 개통으로 바다와 연결된 첫번째 마을로, 빠진 젖니에선 새로운 영구치가 돋아날 것이며, 세계의 끝은 또다른 평행 세계에선 시작일지도 모를, 죽음은 무한한 페러럴 월드에서 단 하나의 분기점일지도 모른다는 아오야마의 가설로..끝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끊임없이 암시한다. 그래...소년의 무너질것 같던 첫사랑의 이별은 언젠가 재회를 향한 약속으로, 시공간의 균열로 인한 종말의 도래는 세계의 연속성을 위한 통과의례임을 말하는 것이다. 



굉장히 심오한것 같은 이 이야기를 초딩이 풀어나간다는 것이 이 작품의 최대 매력인것 같다. 짝사랑하는 동급생을 더욱 괴롭히는 감정표현에 미숙한 초딩들의 순진함, 친구와 함께 탐험을 한다며 온 동네 외진곳까지 시간가는줄 모르고 돌아다니던 추억들, 누군가를 가슴저리게 짝사랑 했던 아련한 기억...누구나 겪었고, 경험했던 초딩시절의 추억이 이 작품에 차곡차곡 담겨 있다. 그렇기에 아오야마의 마음이 더욱 공감되고 와닿는 것이다...굳이 절절한 짝사랑의 기억이 없더라도 상관 없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굳이 '수지' 같은 초미녀와 썸탄 기억이 없더라도 '수지'를 떠나보내던 '이제훈'의 절절한 심정이 박히는 그런 마음이랄까...-_-;;;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난 분명 나보다 연상의 누나를 짝사랑한 경험이 없는데, 어느새 아오야마의 아픔이 절절히 느껴지면서 나도 모르게 울컥하게 되버리는 심리...ㅠ_ㅠ 마지막 누나와 함께 쓰디쓴 커피를 마시는 장면은 내 맘에 오래도록 남을것 같다....



커피처럼 쓰디쓴 첫사랑의 기억은 소년을 강하게 하고,

쓰디쓴 커피의 진한 맛을 알게 되는 순간 소년은 어른이 된다.



스포일러가 될것 같아 자세히 언급하지 못하지만 이상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 세계의 끝으로 통하는 '바다'에 대한 SF적 가설들도 상당히 흥미로웠던 작품이다. 귀여운 펭귄들이 때거리로 나와 정신을 쏙 빼놓는 왁자지껄한 경쾌함과 귀엽고 순수한 초딩들의 사랑의 줄다리기와 함께 시공간의 균열로 인한 세계의 위기, 그리고 깨져버린 균형을 바로 잡기위해 고군분투 하는 초딩들의 모험이 가득차 있는 경쾌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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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의 문화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49
이케가미 쇼타 지음, 이은수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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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유럽의문화 (2018년 초판)_AK트리비아북-49
저자 - 이케가미 쇼타
역자 - 이은수
출판사 - AK 트리비아북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54p



중세 유럽의 모든 것



우리가 알고 있는 중세는 무엇인가?....드래곤이 불을 뿜으며 하늘을 날고 마법사는 망토를 휘날리며 메테오라를 시전하고, 갑옷을 두른 기사는 끊임없이 악랄한 고블린과 전투를 벌이는 암흑의 시대....라고 생각될 정도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판타지 세계는 중세 유럽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익숙한듯 하면서도 정작 모르고 있는 중세시대에 대해 '뭐 이런것 까지 설명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중세에 대해 모든 것을 총망라한 중세 백과사전북이 출간되었다. 어느덧 마흔 아홉번째 시리즈를 이어오고 있는 AK출판사의 트리비아북으로 출간된 이 책은 트리비아의 사전적 의미 [하찮은일, 잡동사니 정보, 잡학적 지식]가 말하듯 중세 시대의 사회, 경제, 문화....하다못해 빈민과 귀족들이 뭘먹고 살았는지 까지 설명할 정도로 중세 전분야에 관해 지식을 전달한다.



갑주를 두르고 애마를 모는 기사...죽음의 무도로 불리던 재앙의 전염병 페스트...중세의 근간 장원제도와 농노...보름달이면 변신하는 늑대인간과 끔찍한 마녀사냥....용병...공성병기...전쟁...등등등 막연하게 중세에 대해 떠올리던 파편적 지식들을 귀여운 일러스트와 체계적으로 도식화한 그래프로 누구나 알기쉽게 설명하여 어떤 호기심, 혹은 궁금증, 아니면 필요로 하는 지식들을 아주 쉽게 GET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잘 정리된 색인과 각 챕터의 페이지 하단엔 연관 내용의 페이지가 적혀 있어 찾아보기도 쉽다. 물론 한페이지에 모든 주제를 다루기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개념과 연관된 개념들을 인터넷 검색으로 수없이 많은 단편적 정보들이 담긴 페이지들을 일일이 클릭하고 살펴보는것 보단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뭐...딱히 그게 아니더라도 종이 페이지를 넘기며 찾는 맛이 있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더 선호하기도 하고.....-_-



길바닥에 똥들이 널려있고 쥐때들이 창궐하여 곡식과 의복을 갉아대고...그로인해 페스트가 창궐해 2500만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끝나지 않을 굶주림과 빈곤으로 대량의 빈민과 도적이 발생하던 암흑의 시대 중세....그 와중에도 문학과 철학이 꽃피고 다양한 건축기술과 의복등 다양한 기술이 발전하던 탄생의 시대 이토록 상반되는 소멸과 탄생, 죽음과 삶이 치열하게 경쟁하던 시대의 만물잡학사전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듯 하다. 혹시 [알쓸신잡]처럼 이책을 통해 알게된 중세 지식을 사람들 앞에 뽐내는 날이 오게 될지 또 누가 알겠는가. 기실 꼭 중세가 아니더라도 49권의 다양한 트리비아중 관심가는 주제에 대한 트리비아는 옆에 두고 필요할때 꺼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된다. (참고로 난 트리비아북 스페셜로 나온 [크툴루 신화 대사전]을 소장중이다.)

 

 

왼쪽엔 자세한 설명을 오른쪽엔 일러스트와 그래프로 가독성을 높이고 이해의 폭을 넒히는 효과적 구성이다.



 

굶주림이 늑대인간이란 정신병을 만들게 되는 웃지못할 사례...

더군다나 마녀를 인정해야 하는 교회는 비슷한 늑대인간을 인정하기에 이르고....

불쌍한 굶주린 정신병자는 잔인한 박해를 받았으리라...


 

 

형리의 설명을 보니 굉장히 천한 지위를 갖고 부업 또한 오물 청소 등 이루 말할 수 없는데...

귀족 사형집행관의 삶을 그렸던 만화 '사카모토 신이치'의 [이노상]과는 너무도 괴리가 크다.

귀족과 평민, 대상의 계급 차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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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파단자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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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파단자 (2018년 초판)
저자 - 고바야시 야스미
역자 - 주자덕
출판사 - 아프로스미디어
정가 - 14000원
페이지 - 424p



단기기억 상실증 VS 기억조작 능력자



단기기억 상실증을 앓고 있는 정의의 히어로와 기억조작 능력을 갖고 있는 잔혹한 살인마의 대결....과연 승자는 누구일까?....



2018년 최고의 역주행 소설 [앨리스 죽이기]로 기괴하고 독창적인 세계를 선보였던 작가 '고바야시 야스미'의 또다른 걸작 SF 심리스릴러가 장르소설 전문 1인 출판사 '아프로스미디어'에서 국내 첫출간되었다. 사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18년 2월에 읽었던 부부 서평배틀 [책 읽다 이혼할 뻔]에서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부부중 남편 '엔조 도'가 읽고 소개했던 [기억 파단자]의 몇줄 안되는 소개글 만으로도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미칠듯이 샘솟았고 어딘가 용자출판사에서 이 작품좀 출간해 달라고 서평에 넋두리를 남겼었는데...ㅎㅎㅎ 알고보니 이 서평을 남길 당시엔 이미 '아프로스미디어'에서 출간 계약을 마친 상태였다고 하니 역시 용자출판사 아닌가...



어쨌던...그렇게 기다리고 기대하던 작품이 정식 출간됐고 비로서 내 손안에 들어와 내 눈의 시각세포를 통해 활자가 뇌에 입력되는 순간...미칠듯한 흡인력과 강렬함에 완전히 중독되버렸다. 기억이 유지되는 시간 불과 수십분...기억이 리셋되고 매순간 정신을 차릴때마다 지난 기억을 잃고 노트의 메모에 자신의 모든 삶을 의지해야 하는 니키치의 낯설고 막연한 감정선이 작품 내내 강한 긴장의 끈으로 팽팽하게 당겨지고, 마침내 소시오패스 살인마 키라와 마주하는 순간! 긴장의 끈은 팽팽하다 못해 끊어지기 직전의 가느다란 떨림의 순간이 슬로우모션으로 보이듯 전신의 모든 감각이 폭발하는 극도의 카타르시스를 경험케 한다.



[니키치]
친구의 싸움을 말리던 도중 상대방의 쇠파이프가 머리에 강타된 니키치는 그대로 블랙아웃에 빠진다. 정신을 차린 니키치는 자신이 병원이 아닌 어느 카페에 앉아 있다는것을 깨닫고...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손때묻은 노트엔 무언가 빽빽하게 메모 되어있다...첫페이지를 펴보니
경고!
1. 나의 기억은 수십 분 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남아있는 기억은 사고를 당하기 전의 일들 뿐이다.
2. 병명은 전향성 기억 상실 증.
3. 생각 난 것은 모두 이 노트에 적을 것.

4. 나는 지금 살인마와 싸우고 있다.
'살인마와 싸우고 있다?...이게 무슨 의미지?...'
카페에서 자신의 것으로 보이는 메모에 집중하던 니키치는 한 남성이 급하게 들어오는것을 보는데.....

 


[키라]
어릴적 부터 나의 거짓말은 단 한번도 걸린적 없이 모두가 믿어줬다. 그렇게 커가면서 나의 능력을 인지하게 되었고, 지금은 신에게 받은 이 능력으로 내키는대로 타인의 기억을 조작하여 조정한다. 내 말은 곧 그들의 법이고 모두는 나의 노예이다. 이런 기억 조작엔 몇가지 법칙이 존재한다.
1. 기적 조작을 위해선 꼭 신체 접촉이 수반되어야 한다.
2. 신체 접촉과 함께 조작될 기억은 나의 입을 통해 귀로 들어야 한다.
3. 복잡한 기억 조작이 반복될 경우 상대는 정신이 붕괴되 더이상 조정할 수 없다.

키라의 비위를 거슬린 남자를 선로에 떨어트려 죽이려다 실패한 키라는 그길로 도망쳐 카페로 숨어들고...카페엔 마스터와 한 커플, 그리고 노트에 집중하고 있는 한 남자가 있는데....



단기기억 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이 살인마를 찾아 해멘다는 설정에서 누구나 '크리스토퍼 놀란'의 걸작 영화 [메멘토]를 떠올렸을 것이다. 책의 띠지에 이미 [메멘토]와 함께 '고수', '강동원'이 초능력 대결을 벌였던 [초능력자], '설경구'의 [살인자의 기억법]까지 언급되 있으니 이 작품을 통해 언급된 영화들을 손쉽게 떠올릴 수 있다는건 말할 필요도 없을듯 하고, 솔직히 언급된 영화를 비롯해 이 작품이 가장 높은 만족감을 선사한다고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을것 같다. 어쨌던...작품을 읽으며 어느샌가 띠지의 문구 [초능력자]가 무의식중에 뇌에 각인되어 정의감에 불타는 니키치는 '고수'로, 오만한 자존감 높은 살인마 키라는 '강동원'의 이미지로 바뀌어 영화를 보는듯한 기분이 들게 하니 이것은 '아프로스미디어' 사장님의 암시를 통한 기억 조작인가?!!...ㅎㅎ 특히 키라는 작가가 [초능력자]를 보고 만든 캐릭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영화속 '강동원'의 캐릭터와 거의 100%대 싱크로를 자랑하는듯 했다.



웰컴 투 더 고바야시 야스미 월드!

 


이 작품에서는 작가의 잔혹동화 [앨리스 죽이기]에서 보았던 독특한 요소들이 눈에 띄면서 [기억 파단자]와 [앨리스 죽이기]간 묘한 평행이론을 보여준다. 기억 조작자 키라가 상대를 농락하기 위해 상대의 기억과 정반대되는 가짜기억을 주입하고, 그로인해 기존기억과 조작기억이 충돌하여 멘탈 붕괴에 빠져 의미없이 주고받는 짧은 대화들은 [앨리스 죽이기]속 말꼬리 잡고 늘어지는 언어유희적 대화를 떠올리게 한다. 더불어 키라의 어린아이가 곤충을 짓눌러 터트려 죽이듯 해맑은 순수한 악의에서 비롯된 잔혹행위는 [앨리스 죽이기]속 거부감 없이 상대를 잔혹하게 난도질하는 동화속 캐릭터들의 모습과 묘한 동질감을 준다. 작품은 다르지만 어느 작품이던 '고바야시 야스미'월드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니키치의 낯설고 생소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독자들도 점층적으로 니키치의 단기기억 상실에 동화되고 그렇게 니키치의 노트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작품 전반에 걸쳐 견고하게 쌓아놓은 이 '노트=기억'이라는 공식은 혼란의 극정점인 결말부에서 기억의 기록 즉 메모가 갖는 헛점을 교묘히 파고들어 엄청난 반전의 한방으로 작용하는데, 이 반전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워낙 강렬하여 잠시나마 주인공의 행복을 꿈꾸게 하지만...'잊지마..이거.....이야미스야....훗~' 라고 작가가 귓가에 속삭이듯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한줄의 문장...그리고 이어지는 삽화 한장은 불쾌하고 더러운 기분으로 온몸을 휘감는 이야미스의 진수를 맛보여 준다...ㅠ_ㅠ



실로 쌈빡하게 매력적인 작품이다. 단독으로 나와도 무리없을 정도의 매력적인 캐릭터 니키치와 키라가 벌이는 고난도 두뇌 싸움과 생생하고 섬세한 심리묘사, 급변하는 상황변화로 독자를 쥐락펴락 조련질 하는 작가의 능수능란한 연출은 단연코 2018년 하반기 최고의 서스펜스 스릴러 작품으로 손꼽을만 하다. 경계없는 상상력, 독특한 세계관, 위트 넘치는 블랙코미디, 인간 심연에 깔려있는 잔혹한 본성....이 모두를 아우르는 걸작이랄까... 장르문학 마니아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작가 아닌가...이 작품을 계기로 재야에 은둔중인 '고바야시 야스미'월드의 또다른 작품들이 발굴되었으면 좋겠다. 작품을 출간해준 아프로스미디어의 탁월한 안목에 박수를 보내며 많은 이들이 페이지를 연순간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시공을 초월하는 엄청난 경험을 직접 체험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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